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67화 (167/200)

< 광풍노도 2 >

국회의사당은 아수라장이었다.

새벽 01시를 기해 만여명의 경찰병력이 국회의사당에 난입한 탓이었다.

장내는 경찰 병력과 야당 의원, 당직자들, 기자들이 한데 뒤엉킨 채 혼란의 극을 내달리고 있었다.

허나, 야당 관계자들은 중과부적이었다.

그들은 만여명에 달하는 경찰의 압도적인 인해전술에 속절없이 패퇴했다.

결국 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은 인근의 경찰서로 차례로 압송됐다.

새벽 01시 40분경.

국회의사당에 203명에 달하는 신화창조당 국회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과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 지방자치제 폐지 법안을 국회에 상정하자마자 눈깜빡할 새에 신속정확하게 통과시켰다.

속전속결이었다.

***

청와대 집무실.

국회의사당을 모니터링하는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예상대로 신화창조당 소속 의원들은 내가 심혈을 기울인 법안들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드디어 대한민국을 내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절대권력을 한손에 독차지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전국 팔도의 지자체 장과 시장, 군수 등을 내 사람으로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내 심기를 어지럽히는 괘씸한 작자들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처단할 수 있는 절대적인 권력마저 손에 넣었다.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장은 대통령이 겸임하는 자리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사회지도층 비리 수사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보다 더 상위기관이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대법원장과 헌법재판소장을 언제든지 교도소로 보낼 수 있었다.

사수처는 초헌법적인 기관이었다.

이제 대한민국은 내 사유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청와대의 잘 조성된 정원을 거닐며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명석 법무부장관과 이중석 검찰총장, 지상훈 국세청장을 호출해."

"예. 대통령 각하."

30분 뒤.

우명석과 이중석, 지상훈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들에게 심중의 소회를 솔직하게 밝혔다.

"조만간 보수 언론사의 사주들과 논설위원, 대기자들이 행방불명 될 겁니다."

명석과 중석, 상훈이 해연히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이 행불될 경우 신문사를 물려받는 가족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하세요. 그리고 국세청장은 그들에게 징벌적인 상속세를 부과하십시오."

내 지엄한 명이 떨어지자 그들이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넵. 대통령 각하."

"법무부장관은 이 총장과 지 청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세요."

우명석이 화답했다.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우명석에게 넌지시 말했다.

"보수 언론사 사주들의 직계 존비속에게 백억 가량의 돈을 받고 TS 사모펀드에 신문사를 넘기라는 제안을 하십시오."

"사주들의 사망이 확인되야 상속이 진행됩니다. 각하."

"직계 존비속들에게 사주들의 실종을 경찰에 신고하라고 전하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둥근 만월에 시선을 고정한 채 넌지시 말했다.

"실종신고가 들어온지 6개월이 지나도록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법적으로 사망신고를 할 수 있다면서요?"

명석과 중석, 상훈이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후에 검경 합동으로 보수 언론사 사주들의 가족들을 전원 체포하세요. 그후에 그들을 강태호에게 넘기세요."

***

체이스와 트램프는 맨해튼 인근의 센트럴파크를 거닐며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체이스의 입에서 은근한 어조가 흘러나왔다.

"이태수 대통령께서 회장님에게 전할 말씀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게 뭐죠?"

트램프가 두눈을 빛내며 기대만발한 표정을 지었다.

"공화당의 당내 경선에 출마하신다면 총 100억불(12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지원할 의중이 있다고 하시더군요."

"그 말이 정말입니까?"

"사실입니다. 회장님."

트램프의 얼굴에 거대한 탐욕이 물결쳤다.

"대신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회장님이 미국 대통령이 되실 경우,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해 주셔야 합니다. 그게 조건입니다."

트램프는 별다른 고민없이 흔쾌히 조건을 수락했다.

"별로 어려운 부탁도 아니군요. 이 대통령에게 조건을 얼마든지 수락하겠다는 말을 전해 주십시오. 우하하하...!"

트램프의 입에서 호탕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그는 한국이 핵무장을 하거나 말거나, 별로 관심이 없었다.

트램프는 오로지 미국의 국내 문제와 중국 견제에만 신경을 쓰는 인물이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회장님."

체이스는 환한 미소를 내비치며 트램프의 손을 힘차게 마주잡았다.

***

건설 현장에서 조선족 근로자들에게 비참하게 밀려난 김모씨는 허름한 집안에서 9시 뉴스를 보는 순간, 자신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긴가민가했던 일이 현실화됐기 때문이었다.

-2월 임시국회에 상정된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이 국회를 순조롭게 통과했습니다.

-다음주 부터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한국땅을 떠나야 합니다. 중략...

-그럼 건설현장과 식당,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겼던 시민들의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뉴스 화면이 길거리 인터뷰로 전환됐다.

리포터는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건설현장에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일거리를 빼앗기신 경험이 있나요?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분한 얼굴로 울분을 토로했다.

-조선족 반장이 한국인인 제가 말을 안듣는다며 일거리를 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최근 2년 동안 변변한 잡부일조차 제대로 못하는 형편이죠.

-그럼 이제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떠나니까 일거리가 많아 지겠네요.

-그렇죠. 그래서 오늘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이태수 대통령 각하께서 불가능해 보였던 공약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주셔서, 정말이지 너무 감사한 심정입니다. 대통령 만세!

리포터는 곧바로 젊은 남자에게 마이크를 돌렸다.

-공장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기신 경험이 있나요?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보다 월급이 조금 더 많다는 이유로 공장 사장이 저를 해고하더군요.

-그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한국땅에서 한국인을 차별하는 공장 사장에게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오늘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기분이 어떠신가요?

-정말 좋죠. 대통령 각하께서 자신의 공약을 쾌도난마처럼 해결하시는 모습에 진심으로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한국인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해고한 공장 사장들에게 이번 기회에 뜨거운 맛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포터는 인터뷰를 끝마치자마자 갸날픈 체구의 중년 여성에게 마이크를 들이댔다.

-식당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뺏긴 경험이 있으신가요?

-네. 많죠. 조선족 여자들에게 숱하게 일자리를 뺏겼죠.

-그러시군요. 그럼 오늘 기분이 어떠신가요?

-아주 좋죠. 한국사람들 일자리를 뺏는 조선족들이 중국으로 돌아가니까요.

중년 여성이 환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정말 대통령을 잘 뽑은거 같아요. 한국인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성군이신거 같아요. 감사해요. 대통령님.

인터뷰를 끝까지 시청한 김모씨의 두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다음 날부터, 김모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건설현장에서 생업을 영위하며 이태수 대통령을 열렬히 찬양했다.

***

조선족 타운인 대림동에 대규모 폭동이 발생했다.

국회에서 외국인 노동자 추방 특별법이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선족들은 칼과 도끼로 중무장한 채 경철서와 관공서를 습격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은 주변을 오가는 한국인 행인들과 인근에 사는 시민들에게 잔인한 집단 린치를 자행했다.

상황이 이에 달하자 한국 정부는 대림동과 동남아 외노자들이 주로 거주하는 안산 지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

청와대 국가안보 비상 상황실.

장내에 배석한 오기명 공수특전단 사령관과 해병대 총사령관인 김기태 중장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수도권에 산재한 공수특전단과 해병대원들을 비상계엄령이 떨어진 대림동과 안산에 투입하십시오."

그러자 오기명과 김기태가 놀랍게도 내 명령을 단호하게 거부했다.

"죄송하지만 공수특전단은 시위 진압부대가 아닙니다."

"해병대 역시 마찬가집니다. 대통령 각하."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들이었다.

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내 명령을 우습게 아는 모양새였다.

옆자리에 앉은 하수용 민정수석을 슬쩍 돌아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직후 오기명과 김기태에게 싸늘한 언사를 흘려보냈다.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 각하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두분을 군법에 의거해 명령 불복종 혐의로 지금 이 자리에서 즉결 처형하겠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경호팀 요원들이 오기명과 김기태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었다.

상황이 이에 달하자 녀석들이 체념한 얼굴로 순순히 복명했다.

"대통령 각하의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 정도로는 부족해요. 내가 원하는 건 공권력에 도전하는 조선족들을 일망타진 하는 겁니다."

그들이 해연히 놀란 얼굴로 부르짖었다.

"총기를 사용하라는 말씀입니까?"

"공권력에 도전하는 조선족들에게 한국군의 위엄을 보여주십시오."

오기명이 정색한 얼굴로 물었다.

"발포를 허용하시는 겁니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모든 책임은 제가 질테니 시민들에게 테러를 자행하는 조선족들을 무자비하게 응징하십시오."

***

조선족 폭도들로 뒤덮인 대림동에 2만여 명에 달하는 공수특전단원과 해병대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방탄복과 중화기로 무장한 채 화염병을 무자비하게 투척하는 조선족들을 군용 철제 방패로 엄중히 막아내기 시작했다.

2시간 후.

장내에 오기명 특전사령관과 김기태 해병대 사령관이 나타났다.

그들은 휘하 장교들을 소집한 채 각자 신속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계엄군에게 화염병을 투척하고, 도검류로 시민들에게 상해를 가하는 조선족들에게 발포를 허가한다."

그들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대림동 전역에 콩을 볶는 듯한 총성이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탕탕탕탕탕탕탕탕탕!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탕...!!!

***

청와대 집무실.

주성재 행정자치부 장관이 내 앞에 나타났다.

"조선족들이 점거한 대림동을 완벽히 탈환했습니다."

"사상자는?"

"조선족 247명이 현장에서 사살당했으며 674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선족들을 모두 잡아들인 뒤 중국행 선박에 태워버려."

"총상을 입은 조선족들은 어떻게 할까요?"

"병원으로 보낸 뒤에 치료 경과가 좋은 순서로 중국행 배에 태워."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

중남해 주석 관저.

섭건평의 진노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중국 인민인 조선족에 대해서 무자비한 발포행위를 자행한 한국 정부를 결코 용서할 수 없다!"

그는 면전에 시립한 외교부장관에게 격한 어조를 연거푸 토해냈다.

"외교부 명의로 한국 정부를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한 중국 대사를 통해 항의서한을 한국 대통령에게 전달해!"

이창천 외교부장관이 곤혹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한국의 이태수 대통령은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기회에 한국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제재 조치를 실시하는 게 어떻습니까?"

그러자 섭건평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파였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가 없으면 중국의 IT 산업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당신은 그런 기본적인 사실도 모르는가?"

섭건평이 책망하는 언사를 내뱉자 이창천이 송구한 얼굴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죄송합니다. 주석 각하."

"일단은 한국 정부에 우리 중국이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급선무야. 알겠나?"

"명심하겠습니다. 주석 각하."

***

청와대 비서관과 경호원들을 대동한 채 경기도 인근의 중소기업 공장을 방문했다.

공장에 도착하자 한국인 근로자들이 나를 향해 열광적인 박수를 쳐주었다.

근로자들을 위무한 뒤 공장 사장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업은 잘 되십니까?"

그리 묻자 공장 사장이 죽는 얼굴로 하소연을 해왔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없어서 공장의 채산성이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공장에 한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허용해 주십시오."

저임금으로 외노자들을 부려먹는데 맛이 들린 개자식이었다.

청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자리에 동승한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공장 사장을 체포해. 그리고 놈의 여죄를 캐 봐. 횡령, 배임부터 시작해서 여자문제까지 전방위적으로 조사해 보라고."

"비리 혐의가 입증되는 즉시 교도소로 보내버려!"

"검찰총장과 경찰총장에게 그리 전달하겠습니다."

"당신이 알아서 해."

"네. 각하."

청와대로 귀가하자 민용철 수행비서가 나를 맞이했다.

"중국 대사관의 국장춘 대사가 각하에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지금 어디 있지?"

"대기실에 있습니다."

"집무실로 데려와."

집무실의 창가를 서성일 무렵 국장춘 중국 대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유창한 한국어로 거칠게 항의했다.

"중국인민인 조선족에 대해서 총기를 발포하신 저의가 뭡니까? 우리 중국 정부는 이번 사안을 절대 묵과 할 수 없습니다."

"한국 시민들을 살해하고 도시 전체를 점거한 채 화염병마저 경찰과 군인에게 투척한 대림동 조선족들은 죽어 마땅한 대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한국의 내정에 간섭하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며 마호가니 책상 위에 놓여진 유리 재떨이를 맨 바닥에 거칠게 내동댕이쳤다.

쨍그렁!

국장춘은 움찔한 얼굴로 내 눈치를 한참 동안 살핀 뒤, 책상 위에 중국 정부의 공문서를 올려놓자마자 집무실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

인천의 고즈넉한 앞바다에 나름 규모있는 크기의 고기잡이 배가 출현했다.

정재익과 조기상 일행은 갑판 위에 허망하게 나뒹구는 사체들을 무표정한 얼굴로 주시한 뒤 석유 드럼통에 시멘트를 반죽했다.

그들은 말못하는 사체들을 드럼통 안에 신속하게 몰아넣었다.

잠시 뒤, 백여개에 달하는 석유 드럼통이 인천 앞바다에 차례로 수장됐다.

정재익은 모든 작업을 끝마친 후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다음날.

보수언론사 사주들의 저택에 검경 수사관들이 벼락처럼 들이닥쳤다.

그들은 사주들의 가족들을 갖가지 범법혐의로 체포한 뒤 그들을 모처로 이송했다.

정재익과 조기상 일행이 수도권 인근의 빈 공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철제의자에 결박된 남녀들을 매의 시선으로 둘러본 뒤 기계적인 구타를 시작했다.

장내에 모골이 송연한 비명이 길게 울려퍼졌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악...! 아아아아악...!

***

북경 중남해 주석 관저.

섭건평의 서늘한 목소리가 장내에 길게 울려퍼졌다.

"삼송전자와 LC전자의 중국 공장에 가동중지 명령을 내려!"

"럿데마트의 중국 매장도 모조리 봉쇄해!"

그의 지엄한 명령이 떨어지자 면전에 공손히 시립한 류상허 총리가 큰 목소리로 복명했다.

"존명!"

< 광풍노도 2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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