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76화 (176/200)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1 >

장강그룹 강남 사옥에 국세청과 검경이 동시다발적으로 들이닥쳤다.

그들은 장강그룹의 기밀서류와 컴퓨터 서버, 하드디스크 등을 전량 압수한 뒤 회사에서 썰물처럼 사라졌다.

장강그룹 구영호 회장의 평창동 자택에 국세청과 검경 수수관들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은 돈이 될 만한 물품 등을 이잡듯이 조사한 뒤, 저택에서 일하는 집사와 가사 도우미, 경비원, 정원 관리사 등을 모처로 연행했다.

장강그룹 구 회장의 큰아들인 구문철 전무의 자택에도 국세청과 검경 요원들이 불시에 들이닥쳤다.

그들은 현장에서 구문철이 애용하는 각종 약물과 주사기는 물론 그의 손톱과 모발, 체액 마저 모조리 수거해 갔다.

***

평창동 고급 주택.

구영호 회장은 면전에 무릎 끓은 구문철을 엄히 꾸짖고 있었다.

"때가 어느 땐데, 집안에서 함부로 약을 빨다니...! 유서깊은 구씨 가문을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게냐!"

구 회장은 격한 고성을 내지르며 손에 들고 있던 골프채로 구문철의 온몸을 미친듯이 후려쳤다.

퍽퍽퍽퍽퍽퍽퍽퍽...!

-으아아악...! 잘못했...습니다.....아버지...!

구 회장은 비명을 내지르며 거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구문철의 못난 모습에, 허탈한 한숨을 길게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장내에 수행비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구 회장에게 정중히 인사한 뒤 보고를 올렸다.

"검찰에서 도련님의 소환장을 발부 했습니다."

"김변을 호출해."

"네. 회장님."

"그리고 저 개자식을 내 눈 앞에서 치워버려!"

구 회장은 그리 말하며 거실 바닥에 나뒹구는 구문철을 손짓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잠시 뒤, 구문철은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장내에서 도망치듯 모습을 감췄다.

1시간 후.

구 회장의 면전에 냉철하게 생긴 중년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장강그룹의 법무실장인 김영태 변호사였다.

"김변이 검찰을 막아."

그러자 김영태가 냉정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조만간 사수처로 사건이 이첩될 예정입니다. 손을 쓰기에는 이미 늦었습니다."

"정말 아무런 방법이 없는 건가?"

그러자 김 변호사가 미간을 좁히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했다.

몇분 뒤, 김변이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VIP와 담판을 지으시는 게 상책입니다."

구 회장이 허탈한 얼굴로 물었다.

"정말 그 방법 밖에는 없는 건가?"

그러자 김변이 은근한 얼굴로 되물었다.

"혹시 VIP의 눈 밖에 나는 행동을 하신 적이 있습니까?"

순간 구 회장의 뇌리에 경단련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는 경단련 회의에서 정부의 방침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구 회장은 그날 있었던 일 때문에 이런 사단이 발생했음을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결국 그는 김변에게 경단련에서 있었던 일을 소상히 밝혔다.

김변은 전후사정을 파악한 뒤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VIP는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 동물이나 마찬가집니다. 그런 인물의 심기를 쓸데없이 왜, 건드리신 겁니까?"

"흐으음..."

구 회장의 입에서 침통한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다른 수가 없습니다. VIP에게 잘못했다고 석고대죄 하십시오."

"정말 그 방법 밖에 없는 건가?"

"이렇게 머뭇거리시면 구 전무님이 청송 교도소에서 이승을 하직하는 모습을 두눈으로 생생히 목도하실 겁니다."

순간 구 회장이 기겁한 얼굴로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청송 교도소는 사수처 전용 죄수들이 거처하는 곳이었다.

그곳은 일반인들의 사식과 부식은 물론이고, 의료처지 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죽음의 땅이었다.

그런 사실을 여러경로에서 전해들은 구 회장은, 장남인 구문철이 청송 교도소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하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VIP가 원하는 건 무엇이든 들어주십시오. 그 길 외에는 방법이 없습니다. 회장님."

구 회장이 침통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김변이 자리를 만들어 봐."

"예. 회장님."

***

청와대 집무실.

면전에 김태섭 당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은 나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인 뒤 곧바로 보고를 올렸다.

"대통령 각하의 뜻대로 대법원장을 맡아보겠습니다."

"잘 생각했어."

"감사합니다. 각하."

그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사법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는 예비 법조인들의 월급을 국가에서 지급하는 게 부당하다는 말이 많더군."

"저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 기회에 사법연수원을 폐지하는게 어떨까?"

그러자 태섭이 순순히 화답했다.

"사법연수원 폐지는 시대적인 소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당신도 찬성하는 건가?"

"그렇습니다. 각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사법연수원을 폐지하는 대신, 현장에서 다년간의 법률 경험을 쌓은 경력직 변호사들을 판사와 검사로 임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경험도 없는 인간들이 판사와 검사로 임용되는 탓에 온갖 법조비리기 횡행한다.

태섭은 그같은 점을 날카롭게 꿰뚫고 있었다.

"판사는 법률 사무소 경험 5년 이상, 검사는 4년 이상으로 규정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

"국회에 개정안을 상정해."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사법구조 개혁안을 처리한 뒤에 대법원장으로 임명할 테니까, 그리 알고 있으라고."

"넵. 각하."

태섭이 집무실에서 사라지자마자 주한수 비서실장이 눈 앞에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주한수가 즉답했다.

"장강그룹 구영호 회장이 독대를 요청했습니다."

"그룹을 물려받을 큰아들이 감방에 가게 생겼으니, 똥줄이 마려운 모양이군."

"그런거 같습니다."

담배 연기를 훅 내뿜으며 퉁명스레 말을 내뱉었다.

"해외로 도망갈 생각하지 말고, 집구석에 얌전히 쳐박혀 있으라고 전해."

"네. 회장님."

***

평창동 고급 주택 인근에 수백여 명의 검경 수사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저택을 드나드는 사람들을 매의 시선으로 살피며 5분 간격으로 어딘가로 급히 무전을 날렸다.

검경 수사관들이 운집한 장소에 사수처 책임 검사인 이현학이 나타났다.

그는 장내에 도열한 남자들에게 매서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오늘부터 구영호 회장과 그의 부인을 가택연금 하라는 상부의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구 회장 부부의 바깥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십시오."

"넵. 검사님!"

***

청와대 집무실.

CNN방송에 이목을 집중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트램프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차로 승리했습니다.

-트램프 후보는 대중국 무역 역조 문제에 관해 미국 정부의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파했습니다.

-트램프는 또한 미국에 만연한 불법체류자들을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전원 추방할 것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주한 미군을 철수시키는 한편, 한국의 핵무장을 도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트램프는 더불어 멕시코인들의 밀입국을 방지하기 위해 국경 주변에 높이 20미터에 달하는 전기 방벽을 세울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중략...

공화당 경선은 트램프의 압승으로 결론이 났다.

내가 지원한 막대한 선거자금 덕분이었다.

그는 다른 후보들은 감히 꿈도 못꿀 정치자금을 이용해 경선 기간 내내, 미국 주요 지상파에 선거 광고를 내보냈다.

거의 30억불에 육박하는 액수였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돈질 앞에서는 장사가 없는 법이다.

트램프는 내 요구를 공약 사항에 포함시키는 과감한 면모를 연일 과시하고 있었다.

그는 공공연히 한국의 핵무장을 지원한다는 성명서를 당내 경선 기간 중에 노골적으로 발표했다.

물론 나름대로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트램프는 한국의 핵무장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했다.

그 문제는 나중에 서서히 의논해도 늦지 않았다.

중요한건 트램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는 것이었다.

그가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면 내 마음대로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그런 생각들이 내면에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쉼없이 이어질 무렵, 주한수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는 나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인 뒤 보고를 올렸다.

"그레이엄 조셉 미국 대사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무슨 일인데?"

"긴히 여쭐 말씀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자가 지금 어디에 있지?"

"대기실에 있습니다."

"들어오라고 전해."

"예. 각하."

잠시 뒤, 그레이엄 조셉 미국 대사가 면전에 나타났다.

그와 악수를 교환한 뒤 소파를 가리켰다.

조셉 대사는 소파에 자리를 잡자마자 본론을 꺼냈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 발사에 성공했습니다. 사정거리가 거의 1만 5천 KM에 육박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이 뭡니까?"

"북한의 도발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정보교환이 시급합니다."

조셉은 내 눈치를 살핀 뒤 다시 말을 이었다.

"한국군의 실시간 위치정보를 일본 정부에 넘겨 주십시오."

결국 그 얘기를 하려고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을 들먹인 모양이었다.

"죄송하지만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그러자 조셉이 얼굴 가득 쓴웃음을 지으며 재차 말을 이었다.

"일본 자위대와 한국군은 긴밀한 협조체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그리해야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습니다."

"그건 당신네들 생각이고, 하여튼 나는 일본 자위대에 한국군의 정보를 넘길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니 이만 나가시죠."

축객령을 내리자 조셉이 화난 얼굴로 씹어뱉 듯이 말을 내뱉었다.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신다면 각하에게 좋을 것이 없을 겁니다."

"그건 당신이 신경을 안써도 되니까 이만 나가시죠. 댁의 무례한 언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까."

그리 말하며 조셉의 두눈을 강하게 응시하자, 녀석이 체념한 얼굴로 집무실에서 도망치듯 사라졌다.

미국 대사를 내보내자마자 주한수에게 명을 내렸다.

"국가안보 비상회의를 소집해."

"예. 각하."

1시간 후.

청와대 지하 핵벙커에 들어서자 국가안보 비상회의 멤버들이 나를 맞이했다.

상석에 좌정한 뒤 모두 발언을 내뱉었다.

"북한이 자체 개발한 로켓 엔진으로 사정거리 1만 5천KM에 육박하는 장거리 로켓 비행에 성공했다는 첩보를 입수했습니다."

순간 좌중이 하나같이 경악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반면 우리 한국은 여전히 사정거리 2천 KM 내외의 로켓 엔진을 개발한 게 고작이에요."

"북한보다 연구개발비가 백배 이상 많음에도 불구하고, 북한보다 로켓 기술이 떨어지는 이유가 뭐죠?"

그리 묻자 좌중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정답을 제시했다.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해요. 로켓 엔진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책임자들이 국민의 피같은 혈세를 자기 주머니로 꿀꺽했기 때문이죠."

그리 말하며 장내에 배석한 비상회의 멤버들을 매의 시선으로 두루 살폈다.

그러자 녀석들이 겁먹은 얼굴로 차례로 고개를 푹 숙였다.

"로켓 엔진 연구개발비를 전용한 도둑놈들을 이잡듯이 잡아 들일 생각입니다."

"만약 소문대로 연구개발비 전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청송교도소로 들여보낼 생각이니 알아서 처신 하십시오!"

순간 좌중이 기겁한 얼굴로 온몸을 벌벌 떨었다.

국가안보 비상회의를 종료하자마자 우명석 법무부장관을 집무실로 호출했다.

면전에 나타난 우명석에게 지시를 내렸다.

"로켓 엔진 연구개발비를 전용한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시작하세요."

우명석이 두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검경을 동원할까요?"

"사수처 수사관들과 검사들을 움직이세요."

그러자 우명석이 놀란 얼굴로 되물었다.

"사수처를 동원하실 생각입니까?"

"죄질이 아주 나빠요. 국민 혈세를 빼돌린 작자들은 뜨거운 맛을 봐야 합니다."

그리 말하며 우명석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그날밤.

청와대 관저로 사수처 책임검사인 이현학을 호출했다.

이현학은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인 채 보고를 올렸다.

"구영호 회장을 조사한 결과 회사 자금 횡령과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비자금 조성, 세금 탈루 등의 혐의를 포착했습니다."

"구 회장의 부인인 한세희 역시 회사자금을 이용해 미국과 프랑스 등지에 수억 달러 상당의 고급 별장을 매입한 혐의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구문철의 경우 회사자금 횡령은 기본에 불법약물을 투약한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구 회장 일가 사건은 다른 검사에게 넘기고, 앞으로는 우주 연구소와 국방과학 연구소 관계자들의 비리 혐의를 조사해."

"그놈들은 국민의 피같은 혈세를 무려 수조원이나 횡령한 악질적인 범죄자니까 절대 사정을 봐주지 마라."

"명심하겠습니다. 대통령 각하."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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