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77화 (177/200)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2 >

청와대 집무실.

벌써 10월 달에 접어들었다.

별로 한 일도 없는 거 같은데, 시간은 쏘아진 화살처럼 막힘 없이 흘러가고 있었다.

10월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일선 부대를 시찰하기로 마음먹었다.

면전에 주한수가 나타났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일선 부대 시찰을 나갈 생각이니까 수행원들과 헬기를 대기시켜."

"네. 각하."

강원도 인근의 전방 부대에 들어서자 사단장과 여단장을 비롯한 고위 장교들이 나를 향해 우렁찬 목소리로 경례를 올려부쳤다.

"충성!"

그들의 경례를 목례로 화답한 뒤 사병 식당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병 식당에 들어서자 전문 쉐프와 조리사들이 정성껏 요리한 한식 부페를 마음껏 음미하는 군인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의 모습을 흐뭇한 시선으로 주시한 뒤 곧바로 사병들의 내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4인 1실 규모로 새로이 신축된 내무실은 대학교 기숙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시설이 좋았다.

모두 내가 원하는 모습이었다.

군부대 시찰을 끝마친 뒤 서울로 향하는 헬기 안에서 나를 지근거리에서 수행하는 국방장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사병들의 월급을 80만원 수준으로 인상하세요."

그러자 국방장관이 경악한 얼굴로 외쳤다.

"각하. 사병들의 임금을 그 정도로 인상하기 위해서는 국방비를 대규모로 증액해야 합니다."

"국방비는 내가 알아서 증액할 생각이니까 당신은 사병 월급 인상 방안을 보고서로 만들어서 제출하세요. 아시겠습니까!"

목소리를 높이자 국방장관이 기합이 든 얼굴로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날 밤, 청와대 관저.

밤 9시 뉴스에 시선을 고정했다.

-북한의 노동방송은 미국과 야합하는 한국에 핵미사일을 언제든지 발사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위협적인 내용을 여과없이 방영했습니다.

-그럼 북한의 노동 방송을 화면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잠시 뒤, 북한 뉴스 앵커의 격앙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미제와 야합하는 반민족적인 남조선 괴뢰도당에게 장군님이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핵미사일을 지금 당장이라도 발사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

-남조선 괴뢰집단이 미제와 손잡고 경애하는 장군님에 대해 얼토당토 않는 모략질을 계속할 경우 남조선 전역은 불바다에 뒤덮일 것이다!

TV를 끈 뒤, 청와대 경내를 거닐며 북한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북한은 한국에 언제든지 핵미사일을 발사할 만반의 준비를 끝마친 상황이었다.

그들이 입만 열면 들먹이는 민족이라는 단어는 허울 뿐인 미사여구에 불과했다.

그들은 한국인들을 모조리 핵무기로 죽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족속이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성경의 한 구절이 뇌리에 떠올랐다.

나는 그날, 위험한 핵무기로 한국을 연일 위협하는 북한 지도부에 뜨거운 맛을 보여 주기로 굳게 다짐했다.

피는 피로 갚는 게 최선이었다.

***

청와대 집무실.

CNN 방송에 이목을 집중했다.

-공화당의 트램프 후보가 민주당의 아바마 후보를 8% 차이로 앞서는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선거 전문가들은 트램프 후보의 미국 제일주의 정책이 백인 중산층과 서민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해외로 무분별하게 공장을 이전하는 사업주들에게 거액의 패널티 세금 부과와 외국인 불법체류자 추방 공약이 미국 백인 유권자들에게 효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중략...

드디어 트램프가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었다.

아바마의 몰락이 눈 앞에 선했다.

감히 나를 적대시한 댓가였다.

미국은 11월 초순경에 대선을 치룬 뒤 3일 후에 차기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주할 예정이었다.

이제 아바마는 한국의 핵무장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곧바로 이해소 박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였다.

이해소와 오찬을 즐기며 진지한 담소를 이어갔다.

"핵무기를 최단 시일 안에 제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가 시원하게 즉답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온 핵폐기물을 재처리한 뒤에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추출하면 됩니다."

"재처리 시설이 필요하겠군요."

"그렇습니다. 각하."

"재처리 시설을 완공하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별로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습니다. 한국의 기술력이라면 2개월 정도면 핵폐기물 재처리 시설을 얼마든지 완공 할 수 있습니다."

"재처리 시설을 만드려면 원자력 발전소 주변이 좋겠군요."

"그렇죠. 원자력 발전소에서 핵폐기물을 넘겨받아야 하는 관계로..."

이 박사는 말끝을 흐리며 내 눈치를 살핀 뒤, 은근히 말을 이었다.

"재처리 시설은 원자력 발전소 안에 설립하는 게 제일 좋습니다."

"일본의 경우도 그런가요?"

"네. 일본은 미국 정부로 부터 재처리 시설을 허용받은 탓에, 원자력 발전소 안에 재처리 시설물이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에만 핵폐기물 재처리 시설을 허용하고 있었다.

반면 한국에겐 재처리 시설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한국을 믿지 않는 탓이었다.

"이미 시위는 활을 떠났습니다. 그러니 원자력 발전소 안에 대규모 재처리 시설을 건립하세요."

"미국과 IAEA에서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그 문제는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차피 다음달에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 예정이니까."

그리 말한 뒤, 주한수를 면전에 불러들였다.

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원자력 연구원장을 지금 당장 호출해."

"네. 각하."

30분 뒤, 원자력 연구원장인 한영석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허리를 숙인 채 공손히 인사했다.

"대통령 각하를 뵙게 되어 일생의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과분한 말씀이군요. 인사는 됐으니까 소파에 앉으시죠."

그러자 한 원장이 얼굴 가득 황송한 표정을 지으며 소파에 자리를 잡았다.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옆에 앉아 있는 이해소 박사와 힘을 합쳐 원자력 발전소 안에 핵재처리 시설물을 건설하세요."

그러자 그가 흠칫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네. 이제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돈은 얼마든지 지원해 줄테니까, 최단 시일 안에 핵무기를 제조 할 수 있는 핵 재처리 시설물을 완공하세요."

단호한 언사를 내뱉자 한 원장이 결연한 얼굴로 복명했다.

"각하의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

우주항공 연구소장인 황익철은 자택에서 두문불출한 채 초조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러시아에서 도입한 로켓 엔진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라는 사실이 탄로났기 때문이었다.

황익철은 자택의 서재를 서성이며 대포폰을 이용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통화가 연결되자 앓는 듯한 얼굴로 읍소했다.

-제발 저를 구해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장관님.

-나도 그러고 싶지만 사수처가 나섰어요. 검경 이라면 어찌 손을 써보겠지만...

-정말 이러실 겁니까? 그 돈을 저만 먹은게 아니지 않습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장관님의 이름을 사수처에 밝힐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자 수화기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황박사. 너무 극단적으로 생각치 마시고, 제 말을 좀 들어보세요. 이번 일에는 저만 연루된 게 아니에요. 정치인과 군부 고위 장성들에게도 돈이 흘러갔어요.

-그러니까 제가 구명을 해달라고 부탁을 드리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제발 저를 구해 주십시오. 장관님.

황익철은 그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

오성민은 전직 국방장관이었다.

그는 국방장관으로 재임하던 시절 러시아의 로켓 엔진 도입을 진두지휘한 인물이었다.

덕분에 오성민은 수백억대의 과외수입을 올렸다.

고철에 불과한 러시아 로켓 엔진을 도입하는 댓가로 러시아 관계자들에게 3천억원에 달하는 리베이트를 수수한 것이다.

그는 불법으로 수수한 리베이트를 정권 실세들과 군부 고위장성들에게 차례로 상납했다.

더불어 황익수 연구소장에게도 수백억 대의 불법자금을 건넸다.

그의 입을 막기 위함이었다.

오성민은 자택의 정원을 거닐며 차후의 행보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한국 땅을 은밀히 벗어나기로 작심했다.

시시각각 좁혀오는 사수처의 수사망을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는 마음을 단단히 먹은 뒤 다섯장에 달하는 미국 LA행 비행기표를 인터넷으로 예매했다.

다음날.

인천국제공항에 오성민과 그의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민은 가족들을 먼저 국제선 출국 심사대로 들여보낸 뒤 주변을 매의 시선으로 살폈다.

허나, 별다른 이상한 점을 발견 할 수 없었다.

그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며 출국 심사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성민이 태연한 신색으로 여권을 제출하자 심사관이 그의 여권을 재빨리 스캔했다.

직후 심사관의 오른손이 테이블 밑에 위치한 빨간색 비상벨로 옮겨졌다.

3분 뒤, 장내에 공항 무장 요원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불안한 얼굴로 어버버를 연발하는 오성민을 신속하게 제압한 뒤 모처로 긴급 이송했다.

***

사수처 취조실.

이현학 책임 검사는 양손목에 수갑을 찬 채 철제 의자에 앉혀진 오성민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이 곳에서 죽을 때까지 구타를 당하든가, 아니면 내가 묻는 말에 순순히 답하든가 양자 택일해!"

오성민의 얼굴 가득 짙은 절망감이 드리워졌다.

사수처는 사회지도층 인사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통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죽도록 얻어맞은 거물급 인사들이 한둘이 아니었던 탓이다.

결국 성민은 후자를 선택했다.

무자비한 폭행을 당할 바에야, 몸이라도 온전히 건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말 잘듣는 어린아이처럼 이현학의 질문에 순순히 대답했다.

***

뉴욕 IAEA 원자력 발전 감시기구.

크로포드 넬슨 IAEA 총재는 한국의 고성 원자력 발전소를 미국의 저궤도 위성이 근접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는 동영상과 사진에서 눈을 뗀 후, 면전에 마주 앉은 CIA 국장에게 넌지시 물었다.

"국장님이 보시기에 이 건물들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핵폐기물 재처리 시설물일 확률이 99.99%라고 CIA 조사관들이 말하더군요."

국장이 재차 말을 이었다.

"재처리 시설물이 완공된다면 한국은 단기간에 수천여 기에 달하는 플루토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을 겁니다."

"뿐만 아니라 수백여 기에 달하는 수소폭탄마저 생산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넬슨 총재의 얼굴에 경악한 표정이 떠올랐다.

직후 결연한 자세로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당장 한국에 대해서 핵사찰을 시행하겠습니다."

그러자 CIA 국장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대선이 목전에 당도했어요. 핵사찰을 하기에는 시기가 부적절해요. 더구나 여론조사 결과 트램프가 아바마 현 대통령을 앞서는 게 사실입니다."

넬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만약 트램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겠군요."

"그 문제로 골치가 아파요. 트램프는 주한미군을 철수하는 댓가로 한국에 핵무장이란 선물을 주려하고 있어요. 공약사항에도 포함된 내용이죠."

"한국의 이태수 대통령도 그걸 알고, 발 빠르게 재처리 시설물을 건립하는 거고."

"흐음..."

넬슨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그날 밤, 백악관 집무실.

아바마 대통령과 넬슨 총재가 머리를 맞댄 채 밀담을 나누고 있었다.

아바마가 결연한 얼굴로 단호한 언사를 내뱉었다.

"한국은 핵확산 금지조약(NPT) 가입 국가에요. 그러니 IAEA의 핵사찰을 거부할 명분이 없습니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내일 당장 사찰단을 이끌고 한국으로 가세요."

"알겠습니다. 각하."

***

청와대 지하 핵벙커.

안보수석이 모두 발언을 시작했다.

"IAEA가 고성 원자략 발전소에 핵사찰단을 파견하기로 의결했습니다. 그 문제로 여러분들을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그의 모두발언이 끝나자마자 국방장관이 입을 열었다.

"고성 원자력 발전소를 개방할 경우 핵재처리 시설물이 만천하에 공개될 겁니다. 그럴 경우 미국의 가혹한 경제제재 조치가 시행 될 우려가 있습니다."

"맞습니다. 무슨 수를 쓰든 핵사찰단이 원자력 발전소에 못가게 막아야 합니다."

"그렇습니다. 각하. 그들의 입국 자체를 불허 하셔야 합니다."

장수길 부총리까지 그리 말하자 회의의 분위기는 핵사찰단의 입국 불허로 급격히 기울어졌다.

내심 원하는 바였다.

좌중을 휘 둘러본 뒤 내 의중을 밝혔다.

"이번 기회에 핵확산 금지조약을 탈퇴합시다. 그러면 IAEA의 핵사찰을 받을 필요가 전혀 없어요."

그러자 장준기 국무총리가 걱정이 그득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핵확산 금지조약을 탈퇴할 경우 미국 대통령이 경제제재 조치를 발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하."

"저 또한 그리 생각합니다. 각하."

박용범 산업자원부 장관도 장 총리와 같은 반응이었다.

허나, 이미 활은 시위를 떠난지 오래였다.

"어차피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트램프가 유력해요. 그자는 한국의 핵무장을 공약사항에 내걸었어요. 그러니 더 이상 미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오늘 이시간 부로 핵확산 금지조약을 탈퇴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합시다."

그 말을 끝으로 집무실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집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청와대 대변인을 호출했다.

"한국의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를 지금 당장 발표해!"

"넵. 각하!"

***

미국 백악관.

아바마 대통령은 CNN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방금 전에 들어온 긴급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한국 정부가 핵확산 금지조약 탈퇴를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청와대 대변인의 발표내용을 화면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화면이 청와대 프레스룸으로 넘어갔다.

청와대 대변인은 유창한 영어로 한국 정부의 공식성명을 발표했다.

-우리 한국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위협적인 핵 무장국에 둘러싸인 상황을 타개하고자, 자위권 차원에서 핵확산 방지조약을 탈퇴하는 바이다.

-차후에 그 어떤 국가도 한국의 핵개발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아바마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그가 우려하던 일이 발생한 탓이었다.

그는 TV를 끈 뒤 안보수석을 면전에 호출했다.

"국가안보 비상회의를 소집하세요."

"네. 각하."

<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2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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