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텔스 미사일 LRASM 1 >
늦은밤, 청와대 관저.
거실 책상 위에 놓여진 모니터 화면이 시선을 고정했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히말라야전자의 시가총액이 드디어 2조 달러를 돌파했다.
한화로 2400조원에 상당하는 경이적인 액수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뉴욕증시에 석달전에 상장된 벡스텔 사의 시총도 2천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그 덕분에 내 재산가치는 공식적으로 1조 6천억불에 근접할 정도였다.
허나, 나는 별로 만족스럽지 않았다.
내가 추구하는 이상은 돈과 권력의 적절한 조화였다.
돈은 누구보다 많았지만, 내 권력은 여전히 보잘것 없었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 정상 등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탓일까? 나는 타는 듯한 갈증에 시달렸다.
내가 원하는 강대한 권력을 얻기 위해서는 북한을 흡수통일한 뒤 중국의 만주지역마저 일사천리로 정복하는 게 급선무였다.
***
청와대 국무회의실로 들어서자마자 장내에 배석한 삼부요인들을 향해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2011년도 국방예산을 40조원 이상 증액하는 예산안을 국회에 상정하세요."
"20대 대기업의 해외공장 이전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안도 국회에 상정하십시오."
"그리고 미국의 첨단무기 기술이전을 도입하는 부처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신설하세요."
"이번 기회에 미국의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의 기술을 반드시 이전받아야 합니다."
모두발언을 끝마친 뒤, 이민기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이민기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미국 정부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의 기술 이전을 약속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죠?"
직후 이민기의 입에서 놀랄 만한 발언이 흘러나왔다.
"북한을 효과적으로 선제타격하기 위해서는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미사일이 절실합니다."
"스텔스 미사일이 정말 존재하는 겁니까?"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즉답했다.
"미국은 최근에,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미사일을 실전에 배치 완료했습니다."
"스텔스 미사일의 정확한 명칭이 뭐죠?"
"LRASM 입니다."
과학기술부 장관이 저리 말할 정도면 사실관계 파악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국무회의를 종료한 뒤 이민기를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그에게 내 의중을 솔직히 밝혔다.
"수소폭탄이 완성되는 즉시 북한을 흡수통일할 생각입니다."
이민기가 완강하게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북한을 수폭으로 선제타격 할 경우 최소 수백만명 이상의 피해자가 발생할 겁니다. 그런 식의 흡수통일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대통령 각하."
그는 내 두눈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자신의 소신을 당당히 밝혔다.
"레이더망에 걸리지않는 스텔스 미사일을 이용해 북한을 선제타격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으으음..."
내 입에서 절로 깊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스텔스 미사일을 북한의 요소요소에 효과적으로 선제타격 한다면 북한 전역을 손쉽게 점령할 수 있습니다."
"지하 깊숙이 은닉된 북한의 미사일과 생화학무기, 핵탄두 등을 일시에 파괴하려면 수소폭탄 외에는 대안이 없어요."
그리 말하자 이민기가 고개를 저으며 반대의견을 피력했다.
"미국이 개발한 스텔스 미사일은 벙커 버스터에 버금가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오차범위가 20cm에 불과할 정도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확도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미국의 스텔스 미사일은 '신의 주먹'이나 마찬가지였다.
소리소문없이 강력한 선제타격을 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스텔스 미사일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알아내는 게 급선무였다.
이민기를 내보낸 뒤 체이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삼청동 안가 도감청 방지룸.
면전에 마주앉은 체이스 회장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미국이 스텔스 미사일을 개발했다는 소문이 들리던데, 그게 사실입니까?"
그러자 체이스가 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전에, 실전에 배치를 완료했습니다."
이민기 과학부장관의 말은 사실이었다.
"스텔스 미사일의 파괴력과 정확도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체이스가 시원하게 즉답했다.
"지하 400미터 깊이에 은닉된 적의 요처를 일순간에 파괴할 수 있고, 정확도는 오차범위가 15cm 불과할 정도라고 알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하 깊숙이 은닉한 핵탄두와 미사일, 생화학 시설을 모조리 파괴할 수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각하."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체이스에게 내 의중을 전달했다.
"스텔스 미사일의 기술도 한국으로 이전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가 곤혹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스텔스 미사일은 미국의 최첨단 기술인 탓에 외부로 유출하는 게 그리 만만치 않습니다."
"트램프 대통령과 회장님이 합의를 하면 얼마든지 한국에 제공할 수 있는거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만, 아랫사람들 눈치도 있는지라..."
"어차피 모든 화살은 트램프가 알아서 막을 테니 회장님은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제서야 체이스가 납득한 얼굴로 공손히 화답했다.
"각하의 말씀대로 일을 추진하겠습니다."
그에게 USB 메모리를 건넸다.
"계좌 안에 5억불이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사용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우하하하...!"
체이스가 탐욕에 물든 얼굴로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
백악관 국가안보 비상 상황실에 트램프 대통령과 안보회의 의장인 체이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나란히 상석에 좌정한 채 장내에 배석한 삼부요인들을 향해 차례로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먼저 트램프가 입을 열었다.
"미국의 혈맹인 한국 정부에 대륙간 탄도 미사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미사일의 기술을 이전할 생각입니다."
뒤이어 체이스 의장이 입을 열었다.
"저 역시 미국의 최우방국인 한국 정부에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하는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국가안보회의 의장이 한국에 최첨단 군사기술을 이전하겠다고 공언하자 좌중이 술렁거렸다.
그때, 오레건 국방장관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미국의 최첨단 군사기술을 한국으로 이전한다는 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그러니 두분의 결정을 재고해 주십시오."
국무장관 역시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저 역시 국방장관과 같은 생각입니다."
직후 국토안보부 장관도 말을 거들었다.
"아무리 한국이 미국의 우방이지만 이건 너무 과한 특혜조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십시오."
트램프와 체이스의 얼굴에 불만스런 표정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직후 트램프의 입에서 작심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대통령과 안보회의 의장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 더 이상 사족을 단다면 그 즉시 항명으로 간주하겠습니다!"
그의 엄한 목소리가 장내에 폭풍처럼 휘몰아쳤다.
그런 탓일까? 반대의견을 공공연히 표명한 국방장관과 국무장관, 국토안보부장관 등이 겁먹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트램프는 말 한마디로 좌중을 휘어잡은 뒤 체이스에게 의사봉을 넘겼다.
잠시 뒤, 체이스의 입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국이 보유한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미사일의 기술을 한국 정부에 아무런 조건없이 빠른 시일 안에 100% 이전한다."
땅땅땅!
***
나는 원래 북한을 수소폭탄을 이용해 흡수통일할 생각이었다.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다.
허나, 수소폭탄은 인류가 만든 최고 최강의 폭발물이었다.
이민기 과학부장관의 말처럼 수폭을 이용할 경우 최소 수백만명 이상의 북한시민들이 생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던 차에 미국이 비밀리에 실전배치한 스텔스 미사일의 존재를 알게됐다.
스텔스 미사일은 북한 시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북한 정권을 신속하게 무너뜨릴 수 있는 신의 선물이었다.
나는 스텔스 미사일을 이용해 북한을 신속하게 흡수통일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
2011년의 희망찬 새 해가 밝아왔다.
신년 새해를 기념하기 위해 만사를 제쳐두고 대전에 위치한 비밀 연구소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진복을 착용한 채 천여미터 넓이의 지하 핵벙커로 들어서자 이해소 박사를 필두로 핵무기 개발에 열중하는 일단의 과학자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해소 박사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채취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뒤 나를 뒷편의 사무실로 이끌었다.
우리는 방진복을 해제한 후 커피를 음미하며 담소를 이어나갔다.
"개발이 순조로울 경우 3개월 안에 플루토늄 핵무기 1200개를 일시에 제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수폭은 6개월 안에 240개 정도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박사님의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 화답한 뒤 이 박사에게 금일봉을 전달했다.
청와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옆자리에 동승한 이민기 과학부장관에게 넌지시 말했다.
"대륙간 탄도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미사일의 기술을 완벽히 이전 받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죠?"
이민기가 즉답했다.
"최소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시간을 앞당길수는 없는 겁니까?"
"한국은 미사일과 스텔스 기술력이 일천합니다. 그 점을 감안하셔야 할 겁니다."
이민기의 말이 정답이었다.
허나, 나는 북한을 2011년 안에 반드시 흡수통일할 계획이었다.
"기술을 이전받는 한편, 미국에서 대륙간 탄도탄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미사일 등을 반입하는 게 어떨까요?"
이민기가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각하."
미국에서 직접 탄도탄과 미사일, 전투기 등을 반입하는 게 상책이었다.
***
늦은 밤, 청와대.
관저의 너른 정원을 거닐며 미국에 있는 체이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륙간 탄도탄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미사일 등을 한국에 판매해 주십시오.
-가격이 만만찮을 겁니다. 그리고 중국과 북한, 일본이 눈치를 챌 가능성도 있고.
-비밀리에 신속하게 판매한다면 그들이 눈치를 채지 못할 겁니다.
-그러니 트램프 대통령과 논의해 보십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다음날.
청와대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트램프 대통령과 핫라인을 이용해 전화통화를 시작했다.
-대륙간 탄도탄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미사일을 어느 정도 원하시는지 확실히 말씀해 주십시오.
-대륙간 탄도탄 1000기, 스텔스 전투기 300기, 스텔스 미사일 3000기 정도를 판매해 주십시오.
-그 정도 물량이라면 가격이 최소 1천억 달러를 상회할 겁니다.
-돈은 걱정하지 마시고 하루속히 한국에 판매해 주십시오.
-오늘 즉시 국가안보회의에 무기판매 안건을 상정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각하.
***
청와대 국무회의실.
상석에 좌정한 후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120조원 상당의 무기를 금년 중에 반입할 예정입니다. 그러니 긴급예산 편성안을 국회에 제출하세요."
그러자 장수길 부총리가 곤혹스런 얼굴로 입을 열었다.
"12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증액할 경우 야당에서 격렬하게 반대할 공산이 큽니다. 각하."
"어차피 국회는 집권여당인 신화창조당이 200석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요. 그러니 부총리께서는 아무런 걱정을 하지 마세요."
그 말을 끝으로 국무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
부산 항만에 미 해군의 제 7함대가 입항했다.
그러기를 얼마 후, USS 조지 원싱턴 항모에서 대량의 미사일과 전투기 등이 한국 모처로 긴급 이송됐다.
***
청와대 집무실.
내 면전에 빈센트 한미연합 사령관이 나타났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금년 중으로 북한을 흡수통일 할 계획입니다. 그 문제로 사령관님을 뵙자고 한 겁니다."
빈센트가 진중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스텔스 미사일을 사용하실 생각입니까?"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평양의 지도부와 핵탄두, 핵미사일, 생화학무기, 장사정포 저장고 등을 스텔스 미사일로 정밀 타격할 계획입니다."
"스텔스 미사일의 발사와 동시에 한미연합군이 북한으로 총진격을 감행해야 합니다."
빈센트가 결연한 얼굴로 복명했다.
"북한 점령 로드맵을 작성해서 보고서로 제출하겠습니다."
그는 말귀가 통하는 인물이었다.
마음에 들었다.
< 스텔스 미사일 LRASM 1 > 끝
ⓒ 방탄리무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