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역 금수조치 >
청와대 지하 핵벙커로 들어서자 국방장관과 육군, 해군, 공군 참모총장, 국정원장 등이 나를 향해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상석에 자리를 잡은 뒤 좌중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모두 앉으세요."
내 명령이 떨어지자 좌중이 일사불란하게 제 자리에 착석했다.
맨 끝자리에 앉아 있는 국정원장에게 모두발언을 지시했다.
그러자 그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전면에 펼쳐진 화이트 스크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는 지시봉을 이용해 화면에 떠오른 고화질 사진 등을 차례로 설명했다.
"북한의 무수단리 근처에는 스커드와 대포동 미사일의 동해 발사장이 있습니다."
"CIA가 제공한 정보에 의하면, 무수단리 주변에 총 300기 내외의 미사일과 140기 안팎의 핵탄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정원장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또한 휴전선 근처에는 2천만명을 즉사 시킬 수 있는 생화학 저장고가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북한이 운용하는 잠수정이 한국의 근해 지역에서 첩보활동을 주기적으로 실시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잠수정에도 미사일이 있겠군요?"
내 물음에 해군 참모총장이 답변했다.
"북한은 잠수정에 스커드 미사일을 장착한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유사시 북한 당국은 잠수정에서 한국을 목표로 스커드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북한의 잠수정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탐지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공군 참모총장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답변했다.
"현실적으로 한국의 레이더망은 북한의 잠수정에서 발사되는 스커드 미사일을 탐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죄송합니다. 각하."
공군 참모총장이 송구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레이더망을 강화하려면 어찌해야 합니까?"
내 물음에 국방장군이 입을 열었다.
"미국이 요구하는 사드 포대를 수도권 지역에서 운용한다면 북한의 잠수정에서 발사되는 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할 수 있습니다."
"사드 레이더 포대를 한국땅에 들여오자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각하."
"다른 대안은 없는 겁니까?"
"지금으로서는 사드 레이더 포대 외에는 적절한 대안이 전무합니다. 각하."
국방장관의 확언이었다.
국가안보 비상회의를 종료한 뒤 집무실로 올라갔다.
창가를 서성이며 사드 레이더 포대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사드 레이더망은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 전역을 감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부대였다.
광범위한 영역을 스캔하는 임무를 부여받은 레이더 부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레이더 탐지 능력이 어마어마한 수준이었다.
북한에 선제타격을 가하더라도, 북측의 잠수정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초전에 박살내지 못한다면 한국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었다.
답은 하나였다.
사드 레이더 포대를 이른 시일 안에 한국땅에 반입하는 게 최선이었다.
마음을 정리한 뒤 체이스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드 레이더 포대를 한국에 반입하고 싶습니다.
-그 문제는 백악관에서 트램프와 만나서 직접 합의를 보시죠.
-북한 점령 로드맵에 대해서도 나눌 말씀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각하.
그의 말대로 트램프와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상책이었다.
-좋습니다. 그럼 조만간 백악관을 방문할테니 트램프에게 내 의중을 전달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
평양 주석궁.
북한 최고 지도자는 심기가 불편했다.
부산항만에 입항한 미해군의 제 7함대 때문이었다.
7함대는 막강한 전력을 자랑했다.
USS 워싱턴 항공모함은 수소폭탄과 대륙간 탄도탄, 스텔스 전투기, 벙커 버스터 등을 운용하는 항모였다.
그런 탓으로 북한 지도자는 제 7함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내비치며 북한군 차수인 오극열에게 지엄한 명을 하달했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를 전 세계에 공표해! 미제와 남조선 종간나 새끼들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주라구!"
"넵. 지도자 동지!"
***
미국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TV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뉴스 아나운서가 상기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방금 들어온 긴급속보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북한 당국은 5일 후 동해 해상을 목표로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중략...
북한 놈들이 똥줄이 마려운 모양이었다.
TV를 끈 뒤 두눈을 지그시 감았다.
***
트램프는 나를 백악관의 유서깊은 웨스트윙(서쪽 별관)으로 안내했다.
그는 웨스트윙의 고풍스러운 인테리어를 손짓하며 친근한 언사를 흘려보냈다.
"이곳이 바로 미드 웨스트윙의 본거집니다. 하하..."
미드 웨스트윙은 넷플렉서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정치 드라마였다.
"웨스트윙을 제작한 넷플렉서의 실소유주가 각하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인가요?"
트램프가 은근한 얼굴로 물었다.
"제가 오래전에 매입한 회사 중의 한곳입니다."
"정말 대단하시군요. 회장님이 소유한 회사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거 같습니다."
그는 짐짓 감탄한 표정을 지으며 푹신한 가죽 소파를 손짓했다.
우리는 가죽 의자에 나란히 앉은 뒤 본격적인 담론에 돌입했다.
트램프의 입에서 단도직입적인 언사가 흘러나왔다.
"사드 포대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의 일종입니다. 주 타겟은 중국이라고 할 수 있죠."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 미국은 중국의 야욕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트램프는 그리 말한 뒤 적나라한 언사를 쏟아냈다.
"한국이 북한과 만주 전역을 흡수하는 것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드릴 의향이 있습니다."
듣던중 반가운 얘기였다.
"그러나 '가는 게 있으면 반드시 오는 게 있어야 한다'라는 비지니스의 격언대로 한국 정부도 우리 미국에게 뭔가 성의를 표시해 주십시오."
"원하시는 바를 속 시원히 말씀해 보십시오."
그러자 트램프가 두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에 대규모 미군 주둔지를 조성해 주십시오. 그리고 만주 대경유전의 소유권을 미국 정부에 30년 동안 허용하십시오."
만주 대경유전의 매장량은 500억 배럴 가량이었다.
단일 지역으로서는 나름 거대한 매장량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트램프는 그런 곳을 미국 정부에 30년간 양도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그 2가지 조건을 충족해 주신다면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손발을 꽁꽁 묶어드리겠습니다."
달콤한 제안이었다.
북한을 흡수통일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군대를 파병한다면 일이 복잡해질 우려가 있었다.
"생각할 시간을 주십시오. 각하."
그리 말하자 트램프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24시간을 드릴테니 그 안에 가부를 결단해 주십시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워싱턴에 주재하는 한국 대사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날 밤.
대사관의 잘 조성된 정원을 거닐며 트램프의 제안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대경유전을 미국에 넘기는 댓가로 북한을 안전하게 흡수통일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최선책으로 느껴졌다.
허나, 생각할수록 대경유전이 너무 아깝게 생각됐다.
그런 탓일까? 심중에 미개발 수역인 제 7광구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때, 근사한 아이디어가 뇌리를 강타했다.
다음날.
백악관 이스트윙(동쪽 별관)에서 트램프와 저녁 만찬을 즐기는 한편, 내 의중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중국과 러시아 접경지역에 10만명에 달하는 미군이 주둔할 수 있는 대규모 기지를 건설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시는 대로 대경유전의 소유권을 미국 정부에 30년간 양도하겠습니다."
그러자 트램프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노골적으로 내걸렸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각하."
"그 전에 한가지 조건을 수용해 주십시오."
그리 말하자 트램프의 눈에 한가닥 이채가 스쳤다.
"어떤 조건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일 공동 경제수역인 제 7광구의 소유권을 한국에 주십시오."
"제 7광구가 어디죠?"
"한국의 제주도와 일본의 오끼나와 인근 해역에 걸쳐있는 지역입니다."
"그 곳을 한국 소유로 해달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각하."
트램프는 포도주를 들이키며 별일 아니라는 얼굴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한번 힘을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그럼 오늘 중으로 양국을 대표해 계약서를 체결합시다."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백악관의 정원을 거닐며 향후 대책을 강구했다.
트램프에게 내 의중을 전달했다.
"UN 산하의 국제사법 재판소에 제 7광구의 소유권을 한국으로 지정해 달라는 소송전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각하께서 힘을 써 주십시오."
트램프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손을 마주 잡았다.
"원하시는 대로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6개월 안에 결판에 나야 합니다."
"염려마십시오."
트램프의 믿음직한 확언이었다.
***
미국 정부와 비밀 각서를 체결한 뒤 곧바로 텍사스로 발길을 돌렸다.
텍사스에는 벡스텔사의 본사가 있었다.
벡스텔사의 본사를 방문한 뒤 오닐 회장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한국의 제 7광구를 정밀 탐사해 보세요."
그러자 오닐 회장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제 7광구에는 이렇다할 먹거리가 별로 없습니다."
"내가 들은 소문과는 다른 반응이군요."
오닐이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했다.
"제 7광구에 러시아를 능가하는 유전과 가스전이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은 상당히 부풀려진 얘기에 불과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근거가 뭐죠?"
"제 7광구는 심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밀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가 정밀 탐사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내가 지금 정밀 탐사를 하라고 명령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만 최첨단 초음파 장비로 여러 업체에서 오래전에 나름대로 정밀탐사를 몰래 수행했습니다."
"그래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뭡니까?"
"제 7광구에는 아무리 많아봤자 100억 배럴 가량의 원유가 고작입니다. 가스전도 양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100억 배럴은 한국의 80년치 원유 수입량에 불과했다.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매장량으로는 다른 국가에 수출조차 못하는 형편이었다.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제 7광구의 원유 매장량은 대경유전의 5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그때, 오닐의 말이 재차 들려왔다.
"물론 심해 탐사기술이 발전한다면 매장량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벡스텔사는 심해 탐사기술이 부족한 겁니까?"
오닐이 쓴웃음을 지으며 즉답했다.
"저희 회사는 오일샌드와 셰일가스 채굴 전문기업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심해탐사 기술이 많이 부족한게 사실입니다."
"전 세계에서 심해 탐사기술이 가장 좋은 업체가 어디죠?"
그가 시원히 즉답했다.
"'오션인피니티'라는 업쳅니다."
"어느 나라 회사죠?"
"캐나다 업체로 알고 있습니다."
"오션인피니티사에 제 7광구의 정밀탐사를 의뢰하세요."
"일본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겁니다."
"그 문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 제 7광구는 한국 정부의 소유나 마찬가지니까."
***
유럽을 순방하며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등의 정상들과 연쇄적인 정상 회담에 돌입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의 정상들은 서유럽의 강국이라 그런지 여유가 철철 넘쳐 흐른 반면, 남부 유럽의 거지 국가로 정평이 자자한 이탈리아의 베를코니 총리는 정상회담 자리에서 양아치 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2002년 월드컵에서 한국이 심판을 매수한 덕분에 당시 우승후보였던 우리 이탈리아팀이 아깝게 월드컵에서 탈락했습니다."
"그러니 정상회담 자리를 빌어 그 당시에 한국 축구협회가 자행한 심판 매수 행위를 저에게 사죄해 주십시오."
베를코니 총리는 이탈리아 마피아 대부로 명성이 자자한 인물이었다.
범죄조직의 보스가 정치권을 좌지우지한 것이다.
그런 탓일까? 그에게는 예의범절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개자식에게 영어로 내 의중을 솔직히 밝혔다.
"2002년 당시 이탈리아팀은 우리 한국 선수들에게 침을 뱉고, 엘보로 얼굴을 찍는 등의 비신사적인 행위로 일관했습니다."
"남유럽의 깡패국가다운 처신이었죠. 그러니 그 당시 우리 한국팀에 행한 비신사적인 행위를 지금 이 자리에서 사죄하십시오."
"만약 사죄를 거절하신다면 이탈리아에서 제조 판매한 명품들을 모조리 금수조치 대상으로 선정하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회담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탈리아같은 거지 국가 수반과 정상회담을 개최한 사실 자체가 커다란 실수였다.
***
한국에 귀국하자마자 청와대 집무실로 박용범을 불러들였다.
"제 7광구의 소유권을 한국으로 선정해 달라는 소송을 국제 사법재판소에 제기해."
"알겠습니다. 각하."
"그리고, 이탈리아산 제품에 대해서 전면적인 무역 금수조치를 시행해."
그러자 박용범이 놀란 얼굴로 외쳤다.
"각하. 이탈리아는 EU 회원국입니다. 일이 잘못되면 EU 국가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결과가 나올수 있습니다."
"염려마. 트램프가 내 뒤에 있으니까."
그제서야 용범이 말귀를 알아먹었다.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날 밤.
청와대 관저에서 밤 9시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박용범 산업자원부 장관은 고가의 폭리를 취하는 이탈리아산 명품들에 대해 무역 금수조치를 다음주 월요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박 장관은 이탈리아산 명품을 수입 판매하는 업체들을 역외세금 탈루 혐의로 국세청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전했습니다. 중략...
< 무역 금수조치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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