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부숙청(軍部肅淸) >
도래이 공업은 반도체 장비를 히말라야전자에 납품하는 주요 부품업체였다.
그들은 한국에 공장을 설립한 뒤 활발한 비지니스 활동을 해오고 있었다.
그런 도래이 공업의 마스모토 츠요시 한국 지사장이 수도권 모처에서 군장성과 은밀한 회합을 갖고 있었다.
마스모토는 유창한 한국어를 구사하며 이런저런 잡담을 길게 늘어놓았다.
그러기를 얼마 후, 육참본부에서 근무하는 김원룡 중장의 입에서 탐욕스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매우 귀한 첩보니까 제대로 가격을 쳐주십시오."
"어느 정도 길래 그리 뜸을 들이시는 겁니까?"
마스모토의 물음에 김원룡이 즉답했다.
"동북아 전역에 거대한 충격파를 몰고올 만한 초특급 첩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으음..."
마스모토의 입에서 침중한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뭔가를 꼴똘히 생각한 뒤 결심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원하시는 가격을 말씀해 보십시오."
"미화로 200만불 가량을 지불해 주십시오."
"너무 높은 가격을 원하시는군요."
"그럼 할수 없군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김원룡은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슬며시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마스모토가 다급한 얼굴로 그의 팔을 강하게 잡아끌었다.
"제가 책임지고 돈을 맞춰줄테니, 장군님이 입수한 첩보가 뭔지 제발 알려 주십시오."
"정보는 제 계좌로 돈이 입금되는 즉시 알려드리죠. 그럼 나중에 봅시다."
김원룡은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몸을 감췄다.
그날밤.
이태원 유엔빌리지 고급 주택.
마스모토는 자택의 서재를 거닐며 일본 인공위성과 직통으로 연결된 위성 전화를 이용해 일본 내각조사실장인 기요마사와 긴밀한 협의를 나누기 시작했다.
-한국의 육참본부에서 근무하는 김원룡 중장이 중대한 기밀을 취득한거 같습니다.
-그러니 김원룡 중장의 해외 계좌에 미화 200만불을 입금해 주십시오. 실장님.
-너무 단가가 높아. 정보의 가치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200민불을 선뜻 입금하기가 뭐하다고.
-제가 책임질테니 지금 당장 김원룡의 계좌에 돈을 입금해 주십시오.
-김원룡의 첩보를 확신하는 건가?
-네. 실장님.
-일이 잘못되면 옷을 벗을 각오를 해!
-제가 모든 책임을 지겠습니다.
이틀 후.
수도권 모처의 일식당에 마스모토와 김원룡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원룡은 두툼한 노란봉투를 마스모토에게 넘겼다.
"그 안에 모든 자료가 있으니까 확인해 보시죠."
기밀 자료를 확인한 마스모토가 경악한 얼굴로 일식당을 박차고 나왔다.
***
일본 동경 수상 집무실.
기요마사 내각조사실장이 야베 총리 면전에 나타났다.
그는 한국에서 입수한 기밀서류를 야베에게 건넸다.
서류를 확인한 야베가 온몸을 부들거리며 고성을 내뱉었다.
"정말 이 자료가 모두 사실이란 말인가!"
기요마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태수가 트램프를 돈으로 구워삶았다는 항간의 소문이 모두 사실인거 같습니다."
"흐으음..."
야베의 입에서 고민스런 한숨이 절로 흘러나왔다.
그때, 기요하라의 목소리가 재차 장내에 울려퍼졌다.
"대륙간 탄도탄은 물론이고 최근에 개발을 완료한 스텔스 미사일까지 모조리 한국에 넘긴 것으로 볼때, 트램프는 이태수의 돈에 넘어간 게 틀림없습니다."
"트램프에게 강력하게 항의해야 합니다. 아니면 우리 일본에도 대륙간 탄도탄과 스텔스 미사일을 판매해 줄것을 요구하십시오!"
기요하라가 목소리를 높이자 야베가 고민스런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1시간 뒤.
야베는 면전에 나타난 외무상에게 단도직입적인 언사를 내뱉었다.
"일미 정상회담을 추진해."
"의제를 뭐로 정할까요?"
"북핵으로 선정해. 그리고 일주일 안에 자리를 만들어 봐."
"알겠습니다. 수상 각하."
***
군납업체를 운영하는 왕성진은 한국에 귀화한 대만 화교 3세였다.
허나, 그의 진실한 정체는 중국 국가안전국 소속의 특수 정보요원이었다.
그는 군납업체를 운영하는 한편 한국군의 기밀을 중국에 넘기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
왕성진은 오철민 공군참모총장의 해외 비밀 계좌에 미화 3백만불을 입금한 뒤 서울 모처에서 그와 만남을 가졌다.
왕성진은 오철민이 제공한 기밀자료를 확인한 뒤 위성전화를 이용해 중국 국가안전국의 장천린 국장에게 긴급 보고를 올렸다.
***
동남아를 순방 중인 트램프 대통령은 짬을 내어 일본의 야베 총리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모처에서 미일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야베의 입에서 단도직입적인 언사가 흘러나왔다.
"한국 정부에 대륙간 탄도탄과 스텔스 미사일을 제공하신 겁니까?"
순간 트램프가 뜨악한 얼굴로 반문했다.
"그런 정보를 어디에서 입수하셨죠? 한국 정부가 말했을리는 없을테고...?"
"지금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지 않습니까? 미국의 최첨단 미사일과 전투기를 한국에 제공한 의도가 뭔지 알려 주십시오!"
야베가 격앙된 어조를 내뱉자 트램프가 천연덕스러운 얼굴로 답변했다.
"일본 정부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닙니다."
"왜 그렇게, 한국만 편애하시는 겁니까?"
트램프는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야베가 독이 잔뜩 오른 얼굴로 트램프에게 엄중히 항의했다.
"핵무장을 허용한 것도 모잘라, 대륙간 탄도탄과 스텔스 미사일까지 한국에 제공하는 진정한 의도가 뭔지 알려 주십시오!"
그러자 트램프의 입에서 짜증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미국의 내정에 함부로 간섭하지 마십시오. 그러니 이만 일본으로 돌아가세요. 당신과 더 이상 할 말이 없으니까."
트램프는 그 말을 끝으로 찬바람을 풀풀 날리며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그런 모습에 야베가 허탈해진 얼굴로 제 자리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
청와대 집무실.
트램프의 긴급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에서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우리 미국이 한국에 제공한 최첨단 무기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눈치를 챘습니다.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한국 군부에, 일본과 협력하는 쥐새끼가 있는거 같으니, 자체적으로 조사를 진행하세요.
트램프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거의 확실하다는 의미였다.
-고맙습니다. 각하.
-정보 관리에 각별히 유념하십시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봅시다.
핫라인을 종료한 뒤 국정원장을 면전에 호출했다.
국정원장에게 단호한 언사를 내뱉었다.
"일본과 중국 쪽에 기밀 정보를 팔아넘긴 군장성들이 있으니까. 국정원을 총동원해서 조사를 진행해!"
"명하신 대로 전방위적인 감찰에 돌입하겠습니다."
***
육해공 고위 장성들을 암중에서 감시하던 국정원 요원들의 이목에 김원룡 중장과 오철민 공군 참모총장 일가의 수상한 행적이 감지됐다.
그들의 직계 존비속들이 해외에서 초호화판 생활을 향유한다는 첩보를 입수한 탓이었다.
그들의 직계 가족들은 군인 월급으로는 꿈도 못꿀 정도의 호화 별장에서 날마다 값비싼 파티를 즐기는 한편, 고급 명품 쇼핑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해외 주재 국정원 요원들은 그런 사실을 파악한 뒤, 국정원장에게 자신들이 보고 들은 내용을 상세히 보고했다.
***
청와대 집무실.
국정원장이 제출한 극비 보고서에 시선을 집중했다.
수백여 장의 고화질 사진들과 상세설명이 첨부된 보고서를 세심히 살핀 뒤 면전에 서 있는 국정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김원룡과 오철민 일가가 해외에서 초호화판 생활을 즐기는 돈이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그들의, 직계 존비속들의 재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돈이 나올 구멍이 전혀 없었습니다."
국정원장이 확신이 가득한 얼굴로 재차 말을 이었다.
"그들은 일본과 중국의 정보기관에 군기밀을 팔아넘겼음이 틀림없습니다."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지엄한 명을 내렸다.
"소리소문없이 그들을 잡아들여. 그리고 그놈들과 접촉한 일본과 중국의 쥐새끼들도 신속하게 체포해!"
"물리적인 심문을 허용해 주십시오."
"당신이 알아서 해."
"고맙습니다. 각하."
***
국정원 서빙고 대공분실.
김원룡과 오철민의 입에서 모골이 송연한 비명이 애처롭게 울려퍼졌다.
-크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악...!
국정원 심문관들은 그들의 비명을 모르쇠로 일관한 채 혹독한 매질에 오롯이 집중할 뿐이었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그런 탓일까? 원룡과 철민은 극한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들이 지은 죄를 낱낱이 토설했다.
그날 밤.
이태원 유엔빌리지 고급 주택에 중화기로 무장한 국정원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자택에서 곤한 잠에 취한 마스모토를 신속하게 제압한 후 모처로 긴급 이송했다.
같은 시각.
연희동 고급 주택가에 총기로 무장한 기관원들이 나타났다.
얼마후 왕성진 역시 모처로 이송됐다.
남산 모처.
국정원 심문관들은 손과 발을 이용해 마스모토와 왕성진의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처참하게 짓이겼다.
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퍽...!!
-쿠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마스모토와 왕성진은 고문에 견디는 훈련을 오래전에 이수한 일급 정보요원 이었지만, 매 앞에는 장사 없다는 격언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그런 탓일까? 그들은 온몸에 우박처럼 떨어져 내리는 매서운 손길과 발길질에 허망하게 굴복했다.
***
늦은 밤.
청와대 관저에 국정원장이 나타났다.
그가 심각한 얼굴로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정원장이 올린 보고서를 살피자 일본과 중국에 기밀정보를 팔아넘긴 군장성과 영관급 장교들의 이름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났다.
거의 200명에 육박하는 숫자였다.
내심 경악을 금치 못할 지경이었다.
군부의 요직을 독차지한 자들이 한국군의 기밀정보를 아무렇지않게 일본과 중국의 정보기관에 팔아넘긴 탓이었다.
애국심이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것들이 군부의 핵심요직에 앉아 있다는 사실에, 열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이자들을 지금 당장 잡아들여!"
국정원장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국정원 요원들의 숫자가 태부족합니다. 게다가 그들은 거의 모두 군부의 핵심 실셉니다."
"총격전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각하."
관저의 잘 조성된 정원을 거닐며 군부에 암약하는 반역자들을 일망타진할 묘수 찾기에 골몰했다.
그러기를 문득 쓸만한 아이디어가 뇌리를 스쳤다.
"다음 달 중순경에 열리는 국군 창군 60주년 행사에서 개자식들을 일망타진하는 게 어떨까?"
"복안이 있으십니까?"
"국군 창립기념일을 명분삼아 개놈들을 청와대 연회장으로 불러들일 생각이야."
긴 말이 필요없었다.
국정원장은 내 의도를 단박에 눈치챘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놈들에게 청와대 연회에 참가하라는 초청장을 발부해."
"명하신 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중국의 정보요원들을 눈에 보이는 족족 모조리 검거해."
"네. 각하."
***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역에서 중국과 일본 정보요원을 목표로 한 검거선풍이 태풍처럼 휘몰아쳤다.
허나, 그같은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한국땅에서 제멋대로 날뛰는 일본과 중국의 정보요원들을 사수처 법정에 세울 생각이었다.
또한 그들에게 협력한 군부의 요인들 역시 사수처의 엄한 법률로 다스릴 계획이었다.
***
국군 60주년 창군기념일이 열리는 청와대 춘추관으로 들어서자 산해진미와 고급 샴페인, 포도주 등을 즐기는 군부의 핵심 요인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들과 차례로 악수를 교환하며 의미없는 잡담을 길게 늘어놓은 뒤 장내를 유유히 빠져나왔다.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춘추관을 비추는 폐쇄회로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잠시 후, 장내에 총기로 무장한 국정원과 청와대 경호원들이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들은 비무장 상태로 연회를 즐기는 군부의 요인들을 신속하게 제압한 후, 그들의 부관마저 벼락처럼 체포했다.
30분 뒤, 국정원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200명에 달하는 용의자와 그들의 부관 등을 전원 체포했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나?"
"남산 서빙고동으로 이송 중에 있습니다."
"인정사정 봐주지말고 무자비하게 짓밟아. 자신들이 지은 죄를 순순히 실토할 때까지."
"넵. 각하."
국정원장을 내보낸 뒤 국방장관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삼군 참모총장과 군부 요직을 독차지한 실세들을 전원 물갈이할 생각이니까 새로운 인물들을 물색해."
국방장관이 경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군부 숙청 작업에 돌입하시는 겁니까?"
고개를 끄덕인 뒤 준엄한 언사를 내뱉었다.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검증된 야전부대 사령관들을 중심으로 인선을 시작해."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나가 봐."
"넵. 각하."
국방장관을 내보낸 뒤 이효상 외교부장관을 면전에 호출했다.
"일본과 중국 대사관에 한국군의 군기밀을 빼돌린 스파이들을 사형에 처할 거라는 사실을 전달해!"
단호한 언사를 내뱉자 이효상이 공손히 복명했다.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
북한을 흡수통일하기 전에, 군부에 암약하는 매국노들을 모조리 처단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들은 한국의 국익에 심대한 피해를 끼치는 반역도당이었다.
결코 용납할 수 없었다.
< 군부숙청(軍部肅淸)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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