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후 회담 >
정종진 삼군총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이 심각한 얼굴로 반론을 제기했다.
"북한과 만주의 요처를 스텔스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로 타격한다 해도, 그 광대한 면적을 단시일 내에 점령하는 게, 거의 불가능합니다."
"한국의 육군병력은 겨우 54만명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54만명에 달하는 병력을 단기간에 만주로 이동시키는 것도 만만찮은 일입니다."
이동익 공군 참모총장이 말을 덧붙였다.
"공군 수송기가 이동시킬 수 있는 병력은 최대 12만명 안팎입니다. 그 정도 병력으로는 북한 지역만 간신히 점령할 수 있습니다."
김상철 해군 참모총장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해군이 수송시킬 수 있는 병력도 5만명 정도에 불과합니다. 공군과 해군이 힘을 합한다 하더라도 17만명이 한계라는 말씀입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화이트 스크린 앞으로 걸어나갔다.
스크린에 떠오른 스텔스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내 의중을 밝혔다.
"북한과 중국의 레이더망을 피할 수 있는 스텔스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로, 북한과 만주 전역의 군부대와 핵무기, 생화학무기 저장고를 융단폭격할 계획입니다."
좌중을 휘 둘러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공군 수송기와 해군 함정으로 17만명 가량의 육군 병력을 북한과 만주지역으로 신속하게 이송시킬 생각입니다."
"또한 나머지 47만명에 달하는 육군 병력에게 4인승 군용지프를 지급한 후 북한과 만주 전역으로 총진격을 감행한다면."
잠시 말을 끊은 뒤 국가안보 비상회의 멤버들의 면면을 정면으로 차례로 직시했다.
그들은 내 강렬한 시선을 감당하지 못한 채, 하나같이 고개를 푹 숙였다.
좌중을 향해 단호한 언사를 이어갔다.
"계획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3일 안에 북한과 만주 전역을 점령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순간 장내에 팽팽한 긴장감이 세차게 휘몰아쳤다.
상석에 착석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
"한국군이 38선 이북으로 총진격을 감행함과 동시에, 15만명에 육박하는 미군 역시 만주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투입될 예정입니다."
그제서야 좌중이 다소 안심한 얼굴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우선적으로 공수특전단과 해병대, UDT, 특임대 등의 특수부대를 북한과 만주 전역에 신속하게 실어보내야 합니다."
그리 말한 뒤 말석에 자리잡은 이병호 공수특전단 사령관과 김인수 해병대 사령관에게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라는 손짓을 보냈다.
이병호 사령관에게 지엄한 명을 하달했다.
"공수특전단과 특임대 용사 전원을 만주 지역의 요처로 급파하십시오."
그러자 이병호가 군기가 바짝든 얼굴로 복명했다.
"명하신 대로 특전사 대원들을 만주 지역으로 급파하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김인수 사령관에게 명을 내렸다.
"해병대와 UDT 대원들을 평양을 비롯한 요처에 투입하십시오."
"넵. 각하!"
그들에게 앉으라는 눈길을 보낸 뒤 공군 참모총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공수부대와 특임대 요원들을 만주 지역으로 안전하게 이송하십시오."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각하!"
곧바로 김상철 해군 참모총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해병대와 UDT 대원들을 평양과 북한 요처로 안전하게 이송하세요."
"말씀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좌중을 향해 이순신 장군님의 금과옥조를 나직한 목소리로 설파했다.
"이순신 장군님은 임진왜란 당시 이런 명언을 남기셨습니다."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요, 죽고자 하면 살 것이다!"
그리 말한 뒤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우리 모두 사즉생의 각오로 북한과 만주를 도모합시다!"
목소리를 높이자 좌중이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충성!"
"필승!"
***
삼청동 도감청 방지룸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주일미군 사령관인 버나드 셀릭 대장과 비밀 회동을 갖기 위함이었다.
버나드 셀릭 대장은 사복차림이었다.
한국내에서 암약하는 중국과 북한의 간첩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기 위함이었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곧바로 본론에 돌입했다.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모두 합할 경우 대략 15만명 정도의 병력입니다. 그리고 미 7함대를 동원할 경우, 개전 3일 안에 만주 전역을 장악할 수 있습니다."
셀릭 대장의 자신만만한 확언이었다.
허나,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중국의 핵반격을 사전에 봉쇄해야 합니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7함대 항모인 USS 워싱턴에는 수소폭탄 120기가 실려 있습니다. 중국 전역을 일시에 초토화 시킬 수 있는 양이죠."
셀릭 대장과 미팅을 끝마친 뒤 청와대로 발길을 돌렸다.
집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미국 백악관으로 핫라인을 연결했다.
트램프에게 내 요구사항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했다.
-개전이 시작되자마자 성명서를 발표하십시오.
-중국이 한국을 목표로 핵무기를 발사할 경우, 미국 역시 중국 전역을 목표로 핵무기를 발사할 것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공표해 주십시오.
-그 점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개전이 시작되자마자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공식적인 성명을 밝히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각하.
그 말을 끝으로 핫라인을 종료했다.
창가를 서성이며 담배 연기를 자욱이 말아올릴 무렵, 조상현 국가안보 수석이 면전에 나타났다.
그가 고심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중국이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세계 3차 대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개전이 시작되기 전에 러시아를 우군으로 확보하셔야 합니다. 각하."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자 조상현이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러시아는 미국에 맞먹는 핵전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중국과는 차원이 다른 핵강국입니다."
그의 말대로 러시아는 미국의 방공망을 뚫을수 있는 대량의 핵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
중국과는 천양지차의 핵전력을 구축한 상태였다.
"3일 후, 멕시코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에 러시아의 푸탄 대통령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그곳에 참석해서, 푸탄 대통령과 담판을 지으라는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각하."
담배 연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킨 뒤 유리 재떨이에 꽁초를 내던졌다.
직후 조상현에게 넌지시 물었다.
"푸탄을 어떤 식으로 포섭해야 할까요?"
"푸탄은 오래전부터 시베리아의 원유와 가스를 한국에 공급하고 싶어했습니다. 그 문제에 관해서 확답을 주신다면 소기의 성과를 달성 할 수 있을 겁니다."
"그 정도 제안으로는 푸탄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좀 더 강력한 당근이 필요해요."
"염두에 두신 복안이 있으신지요?"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죠. 일단 나가 보세요."
"네. 각하."
조상현을 내보낸 뒤 주한수 비서실장을 면전에 불러들였다.
"멕시코시티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에 누가 참석하지?"
"장준기 국무총리가 각하를 대신해 G20 정상회의에 참석할 예정입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지시를 내렸다.
"장준기 국무총리를 호출해."
"알겠습니다. 각하."
30분 뒤, 장준기 총리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멕시코에서 개최되는 G20 정상회담의 참가를 보류하세요."
그러자 장준기가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G20 정상회담에 누굴 보내시려고 그러십니까?"
"내가 참석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내가 없는 동안 국정에 전념하세요."
그리 말하며 장준기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해보였다.
***
멕시코시티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비밀 계좌에 50억불 상당의 미화를 예치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모든 작업을 끝마친 후, USB 메모리에 계좌와 클라이언트 코드를 은닉했다.
침실에서 3시간 정도의 숙면을 취한 뒤 수행원들이 모여있는 라운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는 G20 정상회담에 기자단을 대동하지 않았다.
푸탄 대통령과 은밀한 만남이 예정된 탓이었다.
전용기 안에는 이효상 외교부장관과 청와대 비서진, 경호원들만 동승하고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휴식을 취하는 수행원들을 위무한 뒤 이효상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보냈다.
우리는 침실 옆에 붙어있는 사무용 공간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효상이 기합이 잔뜩 들어간 얼굴로 보고를 올렸다.
"푸탄 대통령 측과 1시간 정도의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를 봤습니다."
"푸탄의 영어실력을 말해 봐?"
"영어로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럼 통역관이 필요없겠군."
이효상이 내 눈치를 살피며 입을 열었다.
"푸탄 대통령 측에 통역관을 배제하자는 전언을 넣겠습니다."
"기자도 안되고 측근 인사들도 안돼. 무조건 단 둘이 비밀 회담을 해야 하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
G20 정상회담은 멕시코시티의 유서깊은 대통령 궁에서 개최됐다.
전 세계에서 몰려온 상위 20개국의 정상들은 회의에서 경제 현안을 집중 논의한 뒤, 자유로은 양자 정상회담에 돌입했다.
나는 한국 정상에게 배정된 방에서 푸탄을 기다리고 있었다.
대략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푸탄 대통령이 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악수를 교환한 뒤 통역관과 수행원 등을 일체 배제한 채 비밀회담에 돌입했다.
푸탄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유창한 영어로 입을 열었다.
"비밀 회담을 하시려는 의도가 뭐지요?"
"대통령 각하에게 긴히 드릴 말씀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리 말하며 USB 메모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순간 푸탄의 눈에 짙은 의혹이 스쳤다.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내 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곧바로 내 의중을 가감없이 전달했다.
"한국 시간 7월 1일 01시를 기해, 북한과 만주 전역을 전격적으로 도모할 계획입니다."
순간 푸틴이 경악한 얼굴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사실입니다. 이미 미국과 모든 조율이 끝난 상황입니다."
푸탄이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제 자리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직후 그의 입에서 날 선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미국과 협의를 끝내셨으면, 얌전히 입을 다물 것이지, 이런 비밀스런 정보를 나에게 흘리는 저의가 뭡니까?"
"대통령 각하와 거래를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거래라고요?"
그가 얼척이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날카롭게 반문했다.
"그렇습니다. 중국의 핵반격을 막아주신다면 각하에게 미화 100억불을 제공할 의향이 있습니다."
순간 그가 혀를 길게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모든 걸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솔직히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 답하며 푸탄의 손에 USB 메모리를 건넸다.
"USB 안에 미화 50억불이 예치된 계좌의 클라이언트 코드가 들어있습니다."
푸탄은 USB를 손에 꼭 쥔 채,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
"중국은 분명 대통령 각하에게 도움을 요청할 겁니다. 그때, 각하께서 중국의 핵반격을 저지해 주신다면, 성공 사례금 조로 50억불을 더 드리겠습니다."
"흐음..."
푸탄의 입에서 깊은 한숨 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러기를 얼마 후, 탐욕이 그득한 얼굴로 넌지시 말했다.
"미화 100억불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군요."
"원하시는 게 더 있으십니까?"
푸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시베리아의 가스와 원유를 연간 200억불 이상 수입해 주십시오."
"그리고 내몽고 지역을 우리 러시아가 차지하는 문제에 대해서 전방위적인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내몽고는 중국령이었다.
러시아는 그 곳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
내몽고 지역에 대량으로 매장된 우라늄과 텅스텐, 희토류 등의 값비싼 광물자원 때문이었다.
푸탄의 굵직한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퍼졌다.
"한국이 북한과 만주를 점령한다면 중국 정부는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겁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한국이 개전함과 동시에 내몽고를 우리 러시아가 점령할테니, 한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푸탄은 냉철한 비지니스맨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그는 돈과 영토, 에너지 판매라는 일석삼조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언론에 비친 모습과 전혀 딴판이었다.
"좋습니다. 러시아의 내몽고 점령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푸탄의 입에서 호탕한 광소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우하하하하하하...!"
< 막후 회담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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