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89화 (189/200)

< 참을 수 없는 분노 >

평양 대동강 인근의 카페에 냉혈의 핵심 요원인 조기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카페의 창가에 자리를 잡은 뒤, 뜨거운 커피를 여유로이 음미하며 수첩에 뭔가를 끊임없이 써내려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카페에 20대 초반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는 북한 공산당 청년당원 출신인 이영철이었다.

이영철은 창가 테이블로 다가선 뒤 조기상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오랜만입니다. 부장님."

이영철은 인삿말을 전하며 맞은편 의자에 착석했다.

조기상이 테이블 위에 서류 가방을 올려놓았다.

"그 안에 대포폰과 현금 4천만원이 들어있으니까, 일단 받아 둬."

"감사합니다."

이영철은 그리 화답하며 서류 가방을 테이블 밑에 내려놓았다.

"전직 공산당 청년 간부들을 중심으로 언행을 살펴 봐."

"그리고 한국 정부에 불만을 표출하는 놈들도 주시하고."

"명심하겠습니다."

"내일부터 평양대학 총학생회에서 간부로 활동을 시작해."

"네. 부장님."

이영철은 그말과 동시에 장내에서 바람처럼 사라졌다.

***

청와대 관저.

사랑스런 그녀들과 화기애애한 시간을 만끽한 뒤, 밤 9시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오사카와 교토 지역에서 대규모 혐한 시위가 또 다시 발생했습니다.

-시위대는 한국인과 재일교포 등을 향해 반인륜적인 발언을 일삼았으며, 비열한 폭행마저 자행했습니다.

-그럼 현지에 있는 리포터를 연결하겠습니다.

화면은 난장판으로 변한 오사카와 교토의 도심을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한국남자들을 때려죽이고, 여자들은 강간살인 해야한다는 혐한 단체들의 거대한 플래카드가 도심 곳곳에 힘차게 나부끼고 있었다.

피가 거꾸로 치솟는 순간이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성난 야생마처럼 무한질주했다.

나는 그날, 일본 열도를 지도에서 삭제하기로 굳게 다짐했다.

***

청와대 국무회의실로 들어서자 국무위원들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상석에 좌정한 뒤 장수길 부총리에게 지시를 내렸다.

"2011년도 예상 GDP와 성장률, 수출입 실적을 발표하세요."

"네. 각하."

장수길은 그리 답한 뒤 화이트 스크린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스크린에 떠오른 화면을 지시봉으로 가리키며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우리 한국의 2011년도 GDP는 2조 7천억불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성장률은 8.4%, 수출입 예상실적은 총 1500억불에 달하는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중국과 일본의 GDP와 성장률은 어느 정도죠?"

그리 묻자 장수길이 시원하게 즉답했다.

"중국의 2011년도 GDP는 8조 7천억불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은 9.3%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사료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총 3조 4천억불에 육박하는 GDP와 1.2% 정도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일본을 따라잡는 것은 손쉬운 일이었지만, 중국에 근접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해 보였다.

GDP와 경제성장률이 한국을 능가하는 탓이었다.

"북한과 만주의 경제를 한국 수준으로 재건한다면, 5년 이내에 GDP 6조불 달성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수길은 경제학 박사 출신이었다.

그가 이 정도로 말할 정도면 한국 경제는 매우 희망적이란 의미였다.

장수길의 발언이 계속 이어졌다.

"만주와 북한 인구를 합할 경우 한국의 총인구는 2억명에 육박합니다. 내수경제의 기틀이 마련되는 거죠."

박용범 산자부 장관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뒤,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그렇지만 북한과 만주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최소 1조 5천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합니다."

"너무 장밋빛 전망만 말씀하시는 것도 국가경제 정책에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닙니다."

그러자 장수길이 뜨끔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답변했다.

"박 장관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비관적으로 해석하는 것도 그리 좋은 자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장수길은 그리 말하며 박용범의 두눈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대한민국호의 경제를 이끄는 두명의 수장이 치열한 신경전을 펼치는 광경이었다.

결국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두분 모두 제자리에 앉으세요. 이제 북한과 만주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심도깊은 논의를 진행해 봅시다."

그리 명하자 장수길과 박용범이 제자리에 조심스럽게 착석했다.

교육부장관이 자리에서 일어선 채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만주 지역의 초.중.고. 대학에서 한국어를 중점적으로 교육시켜야 합니다."

"초.중.고와 대학기관에서 중국어를 전면적으로 금지시키는 것이 최선책입니다. 각하."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그 문제는 교육부장관이 책임지고 진행해 주십시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

"이제 만주와 북한 지역의 현안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봅시다."

그리 말하자 좌중이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그들은 만주의 교육 문제를 시급한 현안이라고 생각하는 눈치였다.

허나, 내 생각은 그들과 전혀 달랐다.

"만주와 북한 지역의 부동산을 한국 정부에 귀속시킬 계획입니다."

그러자 장준기 국무총리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북한과 만주 지역의 부동산을 국유화 하실 생각입니까?"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당분간 만주와 북한의 부동산을 모두 국가로 귀속시킬 예정입니다. 그들 부동산을 지렛대 삼아 북한과 만주 지역의 재건 자금을 조달하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제서야 국무위원들이 저마다 고개글 끄덕이며 납득하는 표정을 지었다.

"북한과 만주의 재건을 위해서는 최소 1조 5천억불에서 최대 2조불 이상의 어마어마한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단 1조불에 달하는 자금을 저의 개인 사재로 충당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순간 좌중이 감탄한 얼굴로 나를 향해 뜨거운 박수갈채를 쏟아부었다.

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짝...!!

국무회의를 종료한 뒤 집무실로 발걸음을 돌렸다.

책상에 좌정한 뒤 저녁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사수처의 법정 판결을 근거로,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관계 기업에 강제 징용자에 대한 피해배상금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배상금의 총액은 미화 4500억불(5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중략...

***

동경 수상 관저.

일본 내각의 주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채 심각한 얼굴로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야베의 입에서 거친 억양이 쏟아져 나왔다.

"개같은 조센징이 감히 대일본 제국을 협박하다니! 절대 용서 할 수 없습니다!"

야베가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면전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야마모토 국방상이 고심이 역력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태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입니다. 그의 경고를 허투로 받아들이시면 절대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 일본이 한국에 4500억불에 달하는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제 말은 그게 아니라, 이태수의 진의를 시급히 파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진의고 나발이고, 나는 한국에 단 한푼의 배상금도 지불할 생각이 없어요."

그러자 기시무라 외무상이 야베의 말을 거들고 나섰다.

"총리 각하의 말씀대로 한국 법원이 판결한 사안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책이 최선입니다."

그제서야 야베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그려졌다.

"기시 외상의 말대로 우리 일본은 한국 정부의 헛소리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어요. 그러니 한국 정부에 일체의 대응을 하지 마십시오."

야베는 회의를 종료한 뒤 미국 대통령에게 핫라인을 연결했다.

-한국의 이태수 대통령이 말도 안되는 사유를 빌미로 우리 일본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러시는 겁니까?

트램프의 물음에 야베가 저간의 사정을 소상히 피력했다.

***

청와대 관저에서 여유로이 휴식을 취할 무렵 트램프의 전화가 걸려왔다.

수화기에서 트램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과 일본은 대중국 전선을 형성하는 중요한 우방국입니다. 그러니 쓸데없는 분란을 자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문제는 우리 한국이 알아서 할테니 각하는 신경쓰지 마십시오.

-정말 일본 정부에 4500억불을 징용 배상금으로 청구하실 생각입니까?

-네. 이미 일본 주재 한국 대사관을 통해 일본 정부에 공식 문서를 전달한 상탭니다.

-일본이 끝내 배상금을 지불하지 않는다면, 어쩌실 생각이시죠?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생각입니다.

-합당한 조치가 무엇을 뜻하는 겁니까?

-그건 나중에 말씀드리죠.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

트램프는 겨울 휴가를 즐기기 위해 캠프 데이비드를 방문했다.

캠프 데이비드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 휴가지였다.

골프장과 사격장, 낚시 등을 즐길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구비한 곳이었다.

트램프는 캠프 데이비드의 잘 조성된 정원을 거닐며 이태수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그는 이태수의 영향력이 날이 갈수록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피부로 체감하고 있었다.

한국의 국력이 중국과 러시아에 맞먹는 수준으로 격상된 탓이었다.

이태수는 한반도와 만주를 아우르는 절대 권력자였다.

더구나 한국은 히말라야전자를 앞세워 GPD 2조 7천억달러를 돌파한 상태였다.

일본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경제 수준이었다.

공식적으로 한국은 전 세계 경제규모 4위권을 자랑하고 있었다.

더구나 한국은 만주를 편입한 영향으로 2억명에 달하는 내수시장마저 구축한 상황이었다.

그런 탓으로 전 세계 경제석학들은 한국 경제를 예의주시했다.

중국에 버금가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한 탓이었다.

트램프는 이태수의 기를 한번쯤 눌러줄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를 통제하지 않을 경우, 일본에 무슨 짓을 저지를지 감히 상상조차 못할 지경이었다.

한국은 스텔스 미사일과 전투기, 대륙간 탄도탄을 자체생산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었다.

또한 300여기의 수소폭탄과 2700여기의 플루토늄 핵폭탄마저 한국은 실전에 배치한 상황이었다.

반면, 일본은 이렇다할 전력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었다.

스텔스 미사일과 전투기, 대륙간 탄도탄 등이 전무하다시피 했다.

더불어 핵무기마저 없는 형편이었다.

트램프는 정원 한켠의 벤치에 착석한 뒤 푸른 하늘에 시선을 고정했다.

잠시 후, 그가 결연한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는 별장 안에 마련된 집무실로 들어간 뒤 백악관 비서실장을 면전에 호출했다.

"이태수 대통령을 빠른 시일 안에 백악관으로 초청해."

"그리 조치하겠습니다. 각하."

***

청남대를 방문했다.

겨울 휴가를 즐기기 위함이었다.

청평호의 푸른 물결을 조용히 관조하며 겨울 낚시에 몰입할 무렵, 주한수가 면전에 나타났다.

그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보고를 올렸다.

"트램프 대통령이 미국에 국빈자격으로 방문해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이유가 뭐야?"

"백악관 비서실에서 한미간의 긴급 현안을 조율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알았다고 전해."

"네. 각하."

***

백악관에 들어사자 트램프가 한줄기 미소를 입가에 휘날리며 나를 친근하게 포옹했다.

우리는 인사를 교환한 뒤 이스트윙(동쪽 별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트램프는 이스트윙 집무실로 들어서자마자 수행원과 기자단, 통역관을 전부 내보냈다.

비밀스런 대화를 하려는거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입에서 거북스런 언사가 쏟아져 나왔다.

"일본을 더 이상 압박하지 마십시오."

"만약 일본에 털끝 만한 상처라도 남기신다면 우리 미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트램프는 일본을 도모하려는 내 의도를 어느 정도 눈치챈 모양이었다.

허나, 그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각하께서 제 앞길을 막으신다면 대통령 재선이 거의 불가능할 겁니다. 그래도 좋으십니까?"

순간 그가 뜨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말 속에 비수가 있으시군요?"

"각하께서 먼저 저를 공격한거 아닙니까?"

"저는 단지 일본에 손을 대지 말라고 충고를 드렸을 뿐입니다."

"그 말이, 그 말 아닙니까?"

"하여튼 제 앞길을 막지 마십시오. 만약 저와 척을 지신다면, 각하의 낯부끄러운 비밀을 전 세계 매스컴에 낱낱이 공개해 버릴 테니까!"

그리 반박하자 트램프가 성난 얼굴로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

"지금 나를 협박하시는 겁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그럼 이만."

그 말을 끝으로 이스트윙을 박차고 나왔다.

***

트램프는 재선이 코앞이었다.

그런 탓일까? 이태수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가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감히 예측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그는 이태수에게 천억불이 넘는 뇌물과 여자들을 상납받았다.

그런 현실을 직시하자, 자신이 커다란 실책을 범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본이 공격을 받듣지 말든지 내가 알게 뭐람. 그냥 모른척 하면 그만이라고!'

그날 트램프는 이태수에 대해서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하기로 결론내렸다.

***

한국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트램프 대통령과 전화를 교환했다.

수화기에서 트램프의 조곤조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커다란 실수를 범했습니다. 그러니 노여움을 푸십시오. 대통령 각하.

-괜찮습니다. 그러니 마음에 두지 마십시오.

-그리 생각해 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트램프는 통화내내 저자세로 일관했다.

알아서 기는 모양새였다.

대통령 재선에 목을 매는 탓이었다.

< 참을 수 없는 분노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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