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목표를 위해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간다. >
김기현 신화창조당 원내부대표는 종신 통령 개헌안을 격렬히 반대하고 있었다.
민주주의 체제를 뿌리채 뒤흔드는 절대독재 체제라고 판단한 탓이었다.
그는 내심 대통령 중임제 개헌 정도를 받아들일 생각이었다.
허나, 이태수 대통령은 불도저처럼 종신 통령 개헌안을 밀어부치고 있었다.
김기현은 뜻을 같이하는 40명의 국회의원들과 연일 분주하게 대책회의를 이어나갔다.
오늘도 그는 여의도 모처에서 개헌 반대파 의원들과 모임을 가졌다.
김기현은 장내에 배석한 의원들을 향해 모두발언을 내뱉었다.
"대통령 각하에게 대통령 중임제 개헌안을 제안해야 합니다. 그길이 최선입니다."
그러자 좌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명했다.
"제가 총대를 매고 대통령 각하에게 우리의 요구사항을 전달하겠습니다."
김기현의 그 말을 끝으로 대책회의가 종료됐다.
***
청와대 집무실에서 하루일과를 마감할 찰나, 주한수가 눈 앞에 나타났다.
"김기현 신화창조당 원내 부대표가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김기현은 개헌 반대파 의원들의 수장이었다.
녀석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지 한번쯤 들어볼 필요성이 있었다.
"들어오라고 전해."
"예. 각하."
잠시 뒤, 김기현 원내부대표가 내 앞에 나타났다.
녀석은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종신 대통령 개헌안 대신 대통령 중임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하시는 것이 어떠신지요?"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뭐죠?"
김기현이 내 눈을 정면으로 직시하며 똑부러지게 답변했다.
"종신 통령 개헌안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체제를 송두리째 파괴할 우려가 있습니다."
"왜 그렇게 속단하시는 겁니까?"
그리 묻자 녀석이 결연한 얼굴로 재차 답했다.
"절대독재체제는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각하!"
"목소리 높이지 말고, 내 말을 들어보십시오."
그러자 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쳐다봤다.
"저는 대통령직을 수행한지 단 2년 만에 대한민국을 중국에 버금가는 동북아의 초강국으로 환골탈태 시켰습니다."
"그런 내가 대한민국의 종신 대통령이 되는건 당연한 수순이라고 생각해요. 김의원도 그리 생각치 않으십니까?"
김기현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각하께서 단군 5천년사에 길이 빛나는 한민족의 영웅이라는 사실을 저 역시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서, 종신 대통령 개헌을 추진하는 사실이 정당화 될수는 없습니다. 각하!"
김기현은 입만 열면 민주주의 타령을 하고 있었다.
놈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정치 모리배들이 대통령직을 수행한 덕분에 나라가 패망할 지경이었어요."
"그런 대한민국을 동북아 최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 바로 접니다. 그러니 당신 역시 종신 통령 개헌안에 반드시 찬성하셔야 합니다!"
그리 말하며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때, 기현의 단호한 목소리가 귓전에 울려퍼졌다.
"끝내 종신 대통령 개헌안을 밀어부치신다면, 개헌에 반대하는 의원들과 함께 신화창조당을 탈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녀석은 그 말을 끝으로 장내에서 유유히 사라졌다.
곧바로 주한수에게 콜을 넣었다.
"경찰청장을 호출해."
"네. 각하."
40분 후.
이영훈 경찰청장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김기현 원내부대표의 비리혐의를 보고하세요."
그리 명하자 이영훈이 낭랑한 목소리로 구두보고를 올렸다.
"김기현 부대표는 자녀들을 대기업에 입사시키는 과정에서 회사 측에 다수의 압력을 가했으며, 해외 의원 연수라는 명목으로 관계 업체들에게 수억원에 달하는 금품을 수수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국토건설위 상임위장으로 활동하며 건설 업체들에게 수십억원에 달하는 뇌물을 상납받았고, 건설위에서 접한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 대의 부동산 투기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여자 문제는 없나요?"
그리 묻자 이영훈이 은근한 얼굴로 넌지시 답변했다.
"이태원 유엔빌리지에 소재한 비밀 요정을 자주 드나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종신 통령 개헌에 반대하는 신화창조당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하세요. 그리고 놈들의 비위자료도 철저하게 준비하고."
"명하신 대로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
주말을 이용해 청남대를 방문했다.
심신의 피로를 해소하는 한편, 향후 국정운영에 대해 심사숙고하기 위함이었다.
청평호의 푸른 물결을 관조하며 산책로를 여유로이 거닐 즈음 김명철 신화창조당 원내총무가 내 앞에 나타났다.
"긴히 보고드릴 사안이 있습니다."
"말해 봐."
명철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40명에 달하는 국회의원들이 종신 통령 개헌 연판장에 서명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습니다."
"말로는 안되는 건가?"
"네. 형님."
"권주(權酒)를 마다하고 벌주(罰酒)를 마시겠다는 심사로군."
"그렇습니다."
"그럼 할수없지. 원하는 대로 벌주를 내릴 밖에."
그리 답하자 명철이 노란 서류봉투를 내 손에 건넸다.
"그 안에 서명을 거부하는 의원들의 명단이 들어있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뒤 청남대 집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명철을 서울로 돌려보낸 뒤 강태호를 청남대로 불러들였다.
집무실에 태호가 나타났다.
녀석은 나를 향해 정중히 인사한 뒤 면전에 공손히 시립했다.
태호에게 노란 봉투를 내밀었다.
그러자 녀석이 의아한 얼굴로 반문했다.
"이게 뭡니까?"
"종신 통령 개헌안을 반대하는 인사들의 명단."
창 밖에 드리워진 푸른 하늘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재차 명을 내렸다.
"종신 통령 개헌에 찬성한다는 자필 서명을 받아내!"
"김기현 원대부대표가 리더니까 제일 먼저 그놈을 잡아!"
"명심하겠습니다."
더 이상의 설명은 불필요했다.
종신 통령 개헌이 10개월 이상 지체된 상황이었다.
해가 넘어가기 전에 반드시 개헌작업을 완료해야 했다.
그래야 속편하게 일본을 도모할 수 있었다.
다음날.
신문사와 방송사 오너들을 청남대로 호출했다.
집무실로 들어서자 대한민국의 언론 거물들이 나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들의 인사를 뒤로 한 채 상석에 자리를 잡았다.
면전에 마주 앉은 언론사 오너들에게 내 의중을 밝혔다.
"대한민국은 탁월한 선견지명과 불굴의 용기를 지닌 지도자가 필요해요."
좌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조심스럽게 쳐다봤다.
"본인은 북한은 물론이고 만주고토마저 일사천리로 대한민국의 영토로 편입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보다 위대한 지도자는 한민족 역사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그리 말하자 언론사 오너들이 차례로 나를 한껏 치켜세웠다.
"각하께서는 반만년 역사에 길이 빛나는 절대 영웅이십니다."
"저 역시 그리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한민족 5천년사를 통틀어 최고의 영웅이십니다!"
"불초소생도 같은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을 동북아의 최강국으로 영도할 위대한 지도자는 대통령 각하 외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오너들의 정확한 판단이었다.
그들의 높은 식견에 내심 높은 점수를 부여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본인은 종신 대통령 개헌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이 국민들에게 바람을 잡아주십시오."
그리 말하며 뒤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주한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한수가 테이블 위에 검은색 가죽 가방 10개를 재빨리 올려놓았다.
언론사 대표들이 기대만발한 얼굴로 가죽 가방을 쳐다봤다.
돈 가방이라는 사실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그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가죽 가방 안에 시중은행에서 언제든지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는 무기명 양도성 예금증서가 각각 300억씩 들어있습니다."
"제가 여러분들에게 드리는 선물이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받아주십시오."
그러자 언론사 오너들이 감격한 얼굴로 나를 향해 머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언론사 대표들과 미팅을 끝마친 뒤, 청남대 헬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울로 향하는 헬기 안에서 옆자리에 동승한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강태호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는지 1시간 단위로 체크해."
"네. 각하."
***
상암동 인근의 건물에 이영훈 경찰청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건물 관리인은 이영훈을 지하에 위치한 냉혈의 본거지로 안내했다.
강태호는 사무실에 나타난 이영훈에게 악수를 청한 뒤 소파를 손짓했다.
태호의 입에서 본론이 나왔다.
"개헌 반대파 의원들의 비리자료를 제공해 주십시오."
영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류 가방에서 두툼한 봉투를 꺼내 태호의 손에 건넸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시면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 청장님."
"별말씀을 다하십니다. 어차피 나라를 위해 일하는 처지에. 헤헤..."
영훈은 간사한 웃음을 흘리며 태호의 눈치를 은밀히 살폈다.
그는 냉혈단의 수장인 태호가 이태수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탓으로 그를 웃사람으로 대하며 겸손을 잃지 않았다.
태호는 그런 영훈의 조심성이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술이나 한잔 합시다."
"불러만 주시면 만사를 제쳐두고 한달음에 달려가겠습니다. 단주님. 하하..."
영훈은 그리 답하며 허리를 정중히 숙였다.
다음날, 상암동 모처.
강태호의 면전에, 200명에 달하는 건장한 남자들이 모여들었다.
태호는 전면의 대화면 스크린을 손짓하며 엄한 목소리를 흘려보냈다.
"화면에 등장한 신화창조당의 의원들은 대통령 각하에게 감히 역심을 품은 반역자들이다."
"그러니 제군들은 지금 당장 반역도당들을 신속 정확하게 체포해야 할 것이다!"
그의 엄명이 떨어지자 냉혈단원들이 두눈을 번뜩이며 일사불란하게 복명했다.
"넵. 단주님!"
***
청와대 집무실로 들어서자 책상 위에 잔뜩 널려있는 조간 신문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푹신한 가죽의자에 착석한 채 조간 신문의 1면을 차분히 살폈다.
<대한민국을 동북아 최강국으로 발돔음시킨 이태수 대통령은 종신 통령의 자격이 충분하다!>
<대한민국호의 운명은 이태수 대통령에게 달려있다!>
<이태수 대통령은 한민족 5천년 역사에 길이 빛나는 절대영웅이다!>
<국민들은 이태수 대통령이 종신 통령을 맡아주길 소망한다!>
나를 찬양하는 용비어천가가 조간신문 1면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나름 흡족한 심경이었다.
언론인들이 제대로 일을 하는 탓이었다.
신문들을 휴지통에 내던진 뒤 TV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뉴스 앵커들과 리포터, 시민들 역시 입에 침을 튀기며 나를 열렬하게 찬양했다.
그들 모두 내가 대한민국의 종신 통령이 되어주기를 간절히 원하는 모양새였다.
당연한 귀결이었다.
***
미국 대선 4일전.
가장 많은 선거인단을 보유한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 민주당 당사에 로이드 대선후보가 나타났다.
그는 수만명의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선 유세를 시작했다.
-공화당의 트램프 대통령은 매우 부도덕한 인물입니다.
-그는 자기 멋대로 한국 정부에 미국의 최첨단 미사일과 전투기 기술을 유출했으며,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했습니다.
-물론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한국이 공산주의자 집단인 북한과 만주를 흡수 합병한 행위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허나, 트램프 대통령은 한국에 미사일과 전투기 기술을 유출하는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습니다!
그가 목소리를 높이자 장내에 빼곡히 들어찬 민주당 관계자들과 지지자들이 열렬한 찬사와 박수갈채를 쏟아 부었다.
-로이드 민주당 후보를 백악관으로!
-로이드 후보께서 악당 트램프를 박살내 주십시오!
-사랑해요. 로이드!
짝짝짝짝짝짝짝짝...!
로이드는 박수 소리와 환호성이 가라앉자 다시 연설을 이어갔다.
"제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트램프와 이태수 한국 대통령의 비리 커넥션을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여러분들에게 약속하는 바입니다!
-와와와와와...!
-로이드! 로이드! 로이드...!
-로이드 대통령 만세!
또 다시 열광적인 환호성이 장내에 길게 울려퍼졌다.
바로 그때, 연단에서 다음 연설을 이어갈 준비를 하던 로이드가 게거품을 토해내며 제자리에서 짚단처럼 허물어졌다.
그날 밤, 백악관 집무실.
트램프는 CNN, ABC, NBC, FOX 뉴스에서 쏟아지는 긴급속보에 이목을 집중했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고에서 대선 유세를 펼치던 민주당의 로이드 대선후보가 연설 도중 쓰러졌습니다.
-관계자들은 로이드 후보를 인근의 존스홉킨스 병원으로 긴급후송했다고 밝혔으며, 로이드 후보가 쓰러진 이유를 대선 유세 강행군에 따른 피로누적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로이드 대선후보가 쓰러진 광경을 목격한 의료 관계자들은 로이드 후보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습니다. 중략...
트램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그려졌다.
잠시 뒤, 그는 한국에 있는 이태수 대통령에게 핫라인을 연결한 후 감사 인사를 전달했다.
< 내 목표를 위해 묵묵히 앞만 보고 달려간다.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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