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핵재벌 개망나니-199화 (199/200)

< 일본 열도 수소폭탄 투하 1 >

목요일 오전.

수도방위사령부는 국회의사당을 전격적으로 장악했다.

탱크와 중화기로 무장한 군병력은 야당 의원, 언론인,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의 국회의사당 출입을 절대 불허했다.

그런 탓으로 국회의사당 주변에서는 군인들과 야당 관계자들의 격렬한 몸싸움이 쉴새없이 펼쳐졌다.

"너희들이 뭔데 국회의원들의 의사당 출입을 막는거냐!"

"국가 영토를 방위하는 군인들이 의원들의 국회의사당 출입을 막는다는 게 말이나 될법한 일입니까!"

"정치군인 노릇하지말고 우리를 의사당 안으로 들여보내라고!"

야당 관계자들의 격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군병력은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그같은 대치상황이 수시간이 지났을 무렵, 갑자기 군병력이 본격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군인들은 상부에서 내린 명령대로 야당의원과 기자,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을 목표로 총구를 겨눈 채 날 선 목소리를 토해냈다.

"의사당 주변에서 끝내 철수하지 않는다면, 국법에 의거해 여러분들을 긴급체포 후 구금 조치하겠습니다!"

잠시 뒤, 군인들은 냉정한 자세로 야당 관계자들을 무차별적으로 강제진압하기 시작했다.

***

청와대 관저에서 사랑스런 그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새벽 뉴스에 이목을 집중했다.

-방금 들어온 긴급 속보를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국회에 기습 상정된 종신 대통령 개헌안이 국회에서 전격적으로 가결됐습니다.

-여당인 신화창조당의 214명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로써 이태수 대통령은 안정적인 종신 통령 집권 기반을 획득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뉴스 앵커의 긴급 속보는 계속 이어졌다.

-일주일 내에 종신 통령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부쳐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국민투표는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이 70% 이상 참가하고, 그중에서 과반수 이상의 찬성표를 획득하면 개헌안이 통과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략...

내 뜻대로 만사가 풀려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아직 방심하기에는 이른 시점이었다.

국민투표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민용철에게 콜을 넣었다.

그는 밤시간과 주말에 나를 전담하는 청와대 비서관이었다.

몇분 뒤, 민용철이 내 앞에 나타났다.

그에게 긴급 명령을 내렸다.

"국정원장을 집무실로 호출해."

"예. 각하."

1시간 뒤.

집무실로 들어서자 피곤한 안색의 국정원장이 나를 향해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지금이 몇시죠?"

"새벽 5시 20분입니다. 각하."

"업무에 임하기에는 이른 시간이군요."

그러자 국정원장이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당신은 국가의 막중한 대사를 책임지는 국정원장이에요. 새벽 시간대에도 내 명령이 떨어지면 만사를 제쳐두고 달려와야 하는 겁니다."

국정원장의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런 신분임에도 당신은 명령이 떨어진지 1시간 만에 내 앞에 나타났어요."

"죄송합니다. 각하."

"아무리 못해도 최소 30분 안에는 청와대로 오셔야 하는거 아닙니까?"

"입이 열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거듭 송구합니다. 각하."

국정원장은 그리 답하며 바닥에 머리가 닿을 정도로 허리를 깊숙이 조아렸다.

"좋습니다. 이제 더 이상 싫은 소리는 하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가 당신을 청한 이유는 국민투표 관리 문제 때문입니다."

그리 말하자 국정원장이 두눈을 빛내며 나를 쳐다봤다.

"찬성표가 과반수에 미달할 경우, 전산망을 조작해서라도 반드시 과반수 결론을 도출해 내십시오."

국정원장이 군기가 바짝 든 얼굴로 복명했다.

"명하신대로 준비해 놓겠습니다."

"그럼 이만 가보세요."

"넵. 각하."

***

청남대 사격장에서 김성우 대법원장과 클레이 사격을 만끽할 무렵, 이효상 외교부장관이 면전에 모습을 드러냈다.

라이플을 김성우에게 건네며 넌지시 말했다.

"이 장관과 긴히 할 말이 있으니 자리를 피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김성우는 그리 답하며 장내에서 조심스럽게 물러났다.

곧바로 이효상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왕의 동정은?"

"12월 20일부터 28일까지 영국에 체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에 가는 이유가 뭐지?"

"영국 왕실의 공식 초청을 받은 모양입니다."

"당분간 일왕의 동정을 1시간 단위로 체크해."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이효상을 서울로 돌려보낸 뒤, 주한수 비서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이해소 박사를 청남대로 호출해."

"예. 각하."

1시간 뒤, 이해소가 청남대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왼손에는 여전히 핵가방이 들려있었다.

이해소는 하루 24시간, 일년 365일 동안 핵가방을 한시도 수중에서 떨어뜨리지 않았다.

청남대의 경내를 거닐며 그에게 넌지시 말했다.

"금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일본을 도모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박사님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십시오."

그의 얼굴에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각하."

이해소의 믿음직한 확언이었다.

***

청와대.

집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트램프에게 핫라인을 연결했다.

그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12월 크리스마스 시점을 기점으로 일본의 도쿄와 오사카에 핵폭탄을 투하할 예정입니다.

수화기에서 무거운 침묵이 흘러나왔다.

그러기를 얼마나 했을까, 트램프의 긴장된 목소리가 폰에서 울려퍼졌다.

-정말 일본에 핵폭탄을 투하하실 계획입니까?

-네. 오래전부터 생각한 일입니다. 그러니 한중 국경과 오키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도록 철저히 제어해 주십시오.

-최소 수백만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할 겁니다. 그렇게 될 경우 국제사회는 각하를 전쟁 학살자로 규정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세인들이 저를 학살자 혹은 전쟁 범죄자라고 매도해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일본에 왜 그렇게 원한이 많으신 겁니까?

-각하께서는 한일 간의 처절한 과거사를 모르셔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일본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인과 재일교포들을 대상으로 잔인한 반한테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저히 이런 현실을 묵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을 핵무기로 벌하려는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핫라인을 종료했다.

***

백악관.

트램프는 이스트윙의 기다란 복도를 거닐며 뭔가를 골똘히 심사숙고했다.

그는 일본 열도에 핵무기를 투하하려는 이태수의 무자비한 면모에 내심 커다란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트램프가 생각하기에 이태수는 히틀러의 재림이었다.

그 정도로 잔인한 남자였다.

그런 탓일까? 그는 자신이 히틀러의 야욕에 허무하게 굴복한 영국의 체임벌린 수상이 된 기분이었다.

체임벌린은 1930년대 후반, 영국의 수상으로 재직한 인물이었다.

그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폴란드를 전격적으로 침공한 히틀러와 평화협정을 체결한 인물이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히틀러가 세계 2차대전을 일으키는 광경을 넋놓고 지켜보는 신세로 전락한 위인이었다.

그런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자 트램프는 등줄기에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이태수를 제어하지 못할 경우 세계 3차대전이 발발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트램프는 태수에게 여러가지 커다란 약점을 붙잡힌 상황이었다.

그에게 저항하는 순간 대통령 권좌에서 하루아침에 굴러떨어지는 형국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미국 사법당국의 엄혹한 심판을 받을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런 탓이었을까, 트램프는 이태수의 행사를 모른척 하기로 결심했다.

그 수가 최선이었다.

그는 마음의 결정을 내린 뒤, 한중 국경에 주둔 중인 미군 사령관에게 핫라인을 연결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일 간의 전쟁이 발발한다 해도 미군을 절대 움직이지 마십시오.

-정말 한일 간의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각하.

-더 이상 묻지 마시고, 내 명령대로 하십시오. 그럼 이만.

트램프는 통화를 끊자마자 오끼나와에 주둔 중인 미군 사령관에게 핫라인을 연결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한일 간의 전쟁이 발발해도 오끼나와 미군을 절대 출동시키지 마십시오.

-갑자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하여튼 한일 간에 전쟁이 발발해도 오끼나와 미군은 중립을 지키셔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그 말을 끝으로 트램프는 모든 핫라인을 종료했다.

***

서울에 사는 김모씨, 부산에 사는 박모씨, 광주에 거주 중인 이모씨 등은 국민투표에 참가하기 위해 집 주변의 투표소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동북아의 최강국으로 탈바꿈시킨 이태수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였다.

그런 탓으로 김,이.박씨 등은 종신 통령 개헌안에 적극 찬성했다.

당연히 그들은 투표소에서 종신 통령 개헌안 찬성표에 도장을 찍었다.

20대 미혼 여성과 30대 40대 가정 주부 대다수도 종신 통령 개헌안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이태수 대통령 덕분에 양질의 일자리가 수백만개 이상 늘어난 탓이었다.

그녀들은 투표소에서 종신 통령 개헌안에 찬성하는 도장을 힘차게 찍었다.

***

집무실의 창가를 서성이며 대화면 TV에 이목을 집중했다.

-국민투표 개표결과 투표권자의 82% 정도가 종신 대통령 개헌안에 찬성한 것으로 잠정집계됐습니다.

-이로써 이태수 대통령은 내일부터 종신 대통령으로 신분이 격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중략...

예정된 시간표대로 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

벽면에 내걸린 달력을 슬쩍 쳐다보자 오늘 날짜가 시야에 들어왔다.

2012년 12월 16일.

일본을 도모하기 일주일 전이었다.

그날 밤.

대전 인근의 비밀 미사일 기지를 불시에 방문했다.

지하 광장을 가득 메운 스텔스 미사일이 망막 가득 스며들었다.

미사일의 숫자는 어림잡아 1만여기가 넘었다.

한국은 미국이 제공한 기술 덕분에 스텔스 미사일과 전투기 등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였다.

한켠에 위치한 미사일 컨트롤 센터로 들어서자 이해소 박사가 나를 반겼다.

전면에 내걸린 레이더 스크린에 시선을 집중하자 이해소가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보고를 올렸다.

"일본의 이지스함과 열도의 군부대, 생화학무기, 미사일 저장고 등의 위치를 스텔스 미사일의 통신칩에 입력했습니다."

"스텔스 미사일의 탄두에 수소폭탄 2개를 장착하세요."

"말씀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서울로 향하는 헬기 안에서 옆자리에 동승한 주한수에게 지시를 내렸다.

"강태호를 청와대로 호출해."

"네. 각하."

30분 후.

청와대 집무실로 들어서자 강태호가 나를 향해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각하."

"당신에게 시킬 일이 있어."

"하명해 주십시오."

"영국에 요원들을 급파해."

"목표물이 뭡니까?"

"일왕."

그러자 태호가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일왕을 왜...?"

고개를 저으며 단호한 언사를 내뱉었다.

"12월 23일 00시 기준으로 일왕의 신병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그제서야 태호가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복명했다.

"명령대로 조치하겠습니다."

***

영국 런던 버킹검궁 인근에 냉혈단 요원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검은색 벤 차량 안에서 심각한 얼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기상이 결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각하의 명령이니, 반드시 이번 일을 완수해야 한다."

그러자 구렛나루가 인상적인 남자가 곤혹스런 얼굴로 말했다.

"일왕의 경호가 보통이 아닙니다. 그의 신병을 확보하려면 병력이 최소 30명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희 병력은 고작 8명에 불과합니다. 부장님."

조기상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인 뒤 단호한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렇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23일 00시까지 일왕의 신병을 확보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그 점을 잊지 말도록!"

"일이 잘못될 경우, 우리 모두 현장에서 사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장님."

눈썹이 진한 남자가 그리 말하자 조기상이 고개를 완강히 저으며 재차 격한 어조를 내뱉었다.

"우리는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는 냉혈단원이다. 그러니 더 이상 이러쿵 저러쿵 잔소리를 늘어놓지 말도록!"

그 말을 끝으로 차 안에 깊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다음날.

조기상은 런던 시내의 호텔에서 노트북을 이용해 서울에 있는 강태호와 화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단원들의 숫자를 20명 이상 증원해 주십시오."

"숫자가 부족한가?"

조기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일왕의 경호인력이 4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게다가 영국 왕실에서도 일왕의 경호를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단주님."

강태호의 얼굴에 곤혹스런 표정이 떠올랐다.

"무슨 말인지 알겠으니까, 당분간 정중동의 자세로 일왕을 주시하도록."

"넵. 단장님."

***

12월 21일.

청와대 집무실로 들어서자 강태호가 긴급 보고를 올렸다.

"일왕의 신병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사유가 뭔가?"

"영국 왕실의 근위병들이 일왕 경호를 서포트하고 있습니다."

태호의 말대로 일왕을 확보하는 게 만만치 않을거 같았다.

"도리어 냉혈단원들이 당할 우려가 높습니다."

중요한 건, 일왕과 담판을 하는 것이었다.

냉혈단이 그의 신병을 꼭 확보할 필요성은 없었다.

트램프를 통한다면, 영국 왕실을 얼마든지 컨트롤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일본 열도 수소폭탄 투하 1 > 끝

ⓒ 방탄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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