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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57화 (57/235)

00056 「6-5 : 아이라(4)」 =========================

복수하고 싶다는 감정을 가진 적이 있는가? 난 있다. 그러니까 말해둔다. 복수심(復讐心)이란 매우 무서운 것이다.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입히거나, 아니면 받은 만큼 돌려주겠다는 등 다양한 목적과 사유를 가지고 있지만……‘자기가 당한 일을 그대로 갚아준다’라는 개념은 어느 부분이든 다 같기 때문이다.

복수심이라고 하니까 ‘에이, 무슨 옛날 무협 소설도 아니고. 유치하게 복수심이 뭐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허나 이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소리다.

확실히 옛날 무협 소설에서는 부모님이나 스승, 연인의 원수를 갚기 위해 중원을 떠도는 검객 이야기 등이 유행했었다. 나도 읽어본 적이 없다고는 말을 못 하니까.

허나 그러한 복수를 갚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실력이 있어야 한다. 그냥 무작정 들어가서 ‘XX의 복수를 갚으러 왔다!’라고 말하면 시체가 되어서 그 XX와 만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마련이다. 복수를 갚은 후에 저승에서 만나는 거라면 모를까 ‘미안. 너님 복수 갚으려다 내가 되려 죽었음ㅋㅋㅋ’이라고 말할 순 없잖아.

두 번째. 복수를 하려는 대상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복수를 하려고 해도 죽었거나 우주로 떠났다면 복수를 할래야 할 수조차 없다. 설령 이 세상에 존재한다 치더라도 어디 있는지 모르면 어떻게 복수를 갚냐……. 참으로 답답하다.

대략 두 가지 정도로 간추렸지만 여하튼 복수는 하기도 어렵고 한다고 한들 뒷맛이 매우 달콤한 것도 아니다. 피로 피를 씻는 거라 보면 되겠지.

죽여야 하는 사람들한테도 소중한 사람이 있을 텐데 그 사람들이 ‘아, 내가 복수 좀 하려고 하는데 저 사람(죽여야 하는 사람) 죽여도 되지?’라고 물으면 ‘그러세요’라고 하겠냐? 바보가 아닌 이상 안 그런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복수. 즉, 원수를 용서하는 것 또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걸 잊어야 하니까. 복수하고 후회하느냐, 그냥 그 원수를 용서하느냐.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물론 난 전자(前者)다. 아이라가 사정이 있고 어쩌면 불쌍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당한 건 당한 거다. 확실하게 갚아줘야겠지.

내 아내들과의 섹스까지 마다하며 밤늦게까지 짠 작전. 그걸 말해주니 모두 어이가 없어보였다. 안나와 니나는 ‘우리도 나쁜 짓 하긴 했지만, 그건 좀……’이라며 말을 흐리는 수준이었으니 오죽할까?

로라와 메이는 내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큰 말은 안 했지만 ‘역시 세린이다’라는 말을 했다. 칭찬이지? 응? 욕하는 거 아니지? 칭찬으로 받아들이자. 내가 짜긴 했다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혜린이는 ‘하는 건 상관없는데 아이나한테 욕먹을 텐데? 아이나 좋으라고 하는 짓인데 해놓고 욕 들으면 기분 나쁘잖아’라고 했다. 이 말은 ‘또 좋은 짓해서 욕먹을 필요 있냐?’라는 뜻이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뭘. 용병 모녀까지 식겁하게 만드는 내 작전은 결국 점심을 먹은 후에 실행됐다.

다시 양성소에 가니 예전에 ‘비앙카’라고 불렸던 안경 미녀가 우리를 맞이했다. 다시 아이라와 만나고 싶다고 하니 ‘정말 죄송합니다. 여기까지 발걸음을 옮겨주셨는데……’라며 주저했다. 응? 왜 그러지?

“아이라님께서 예전의 손님들이 오셨을 경우 접대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셔서, 그……정말 죄송합니다만.”

아, 씨발. 온지 3분도 안 됐는데 벌서 혈압이 오르는구나. 혈압 오르게 하는 데에 선수다. 장담한다. 내가 그 시발년을 안타깝게 여겼다니. 당장 과거로 돌아가 내 뇌세포를 다 박살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보통이라면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라며 간다.

헌데 그거 아냐, 아이라 시발년아?

난 그 ‘보통’이 아니거든?

미친 변태 새끼거든?

미친놈도 위험하고 변태도 위험한데 두 개를 모두 합친 나한테서 도망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냐? 똑똑히 가르쳐주마. 여기서 ‘아쉬운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너라는 사실을……!!

“우와, 이거 안타까워서 어쩌면 좋을까요! 정말 안타깝네요!”

“그, 죄송합니다…….”

비앙카라는 여자는 정말 죄송한지 고개를 연신 숙여댔다. 난 전혀 상관없었다.

“아뇨, 아뇨. 비앙카 씨 잘못이 아니니까요. 그치만 정말 아쉽네요. 설마 이걸 전해드릴 수 없게 되다니…….”

“저어……전달하실 물건이 있다면 저한테 맡겨주시면 됩니다. 제가 추후에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하하, 아뇨. 실은 이게……엄청난 물건이거든요. 이렇게 전해주실 수 있나요?”

앞으로 벌어질 일을 생각하니 웃음이 멈추지가 않는다. 난 정말 기분 좋게 웃었다. 지금까지 그 도도한 계집애의 면상이 엄청나게 구겨질 것까지 생각하며 말이다.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회복시켜주는 멋진 아이템이 있다고 말입니다.”

† † † † † † † † † †

머리가 흐트러졌는데도 그걸 고칠 생각조차 없을 정도로 급했던 걸까? 숨을 조금 몰아쉬며 나타난 아이라는 여전히 매력적인 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차이나 드레스도 매력적이며 아이라 자체도 매력적이다. 최고군…….

“안뇽! 왜 그렇게 급해?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느긋하게 즐겨야지?”

일이 내 뜻대로 진행되자 난 너무 즐거웠다. 생각해 보라! 우릴 하대하며 바보 취급했던 여자가 저렇게 헉헉대며 내려올 정도로 다급해 하다니! 최고잖아? 니가 아무리 잘나봤자 ‘소비자’에 지나지 않지만……난 공급자이며 창조자거든……큭큭!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모두 무장 상태로 왔다만 그건 별로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았다. 이곳에서 소란을 피웠다간 죽을 수도 있으니 알아서 처신하라는 뜻일까? 뭐 어때.

내 계획대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한껏 즐기며 비웃음을 담은 채 웃는다. 어제까지는 니가 위에 있었을지 몰라도 앞으로는 영원히 내가 니 위에 있어주마. 영원히 말이지……!!

“너, 그게……그게 사실이야?”

놀라는 얼굴 봐라. 하긴, 무리도 아니지. 안나와 니나마저 내가 체력과 마력. 두 힘을 모두 회복시키는 ‘좆물 캡슐’을 만들 수 있다고 했을 때 엄청나게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었으니까.

보통 게임에서는 회복 포션이랑 마력 포션이 따로 나뉘기 마련이지만 작품에 따라서는 두 게이지를 모두 회복시키는 아이템도 존재한다. 좆물 캡슐이 그러한 물건이지.

마력 포션도 있을까 말까인데 체력까지 회복시킨다니 아주 좋아 죽겠지. 아, 물론 난 먹을 수 없다. 내 좆물을 먹을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라니까? 내가 미친놈은 맞지만 미쳐도 그 방향은 정하고 미치거든요?

“죄송합니다만 고귀하신 아이라님께서 사실이냐고 묻는 게 무엇에 대해 여쭈시는 건지 우매(愚昧)한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르침을 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공경스럽다 못해 매우 예절 바른 말이지만 내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비앙카와 아이라는 안다. 내가 지금 비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지. 그렇지 않고서야 이따위 말투까지 쓸 필요가 있겠냐?

아이라는 이런 내 말투에 표정을 구겼다. 비앙카한테 손님 대접을 준비하라고 한 후 예전처럼 그녀를 따라간다. 접대실에 가니 예전처럼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오오, 이거 어떻게 내가 좋아하는 건지 알았지?

게걸스럽게 다과까지 먹으며 냠냠 소리를 내니 참으로 좋구나! 존나 꿀맛이다! 아, 혹시나 싶어 말하지만 아이라는 여전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마력 회복을 위해서는 쉬거나 잘 먹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이곳에는 포션의 개념이 없기 때문이다. 끽해봐야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마력 회복이 빠른 음식을 먹는 것 정도가 지름길이다.

하지만 내가 만든 캡슐은 알약 크기였고 성능 또한 종래의 것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기에 그녀를 이렇게 애타게 만든 거겠지. 성능이 좋다는 의미에는 ‘다른 의미’도 있지만 말이지…….

다과까지 다 먹으니 잠 오는군. 그래도 저런 눈으로 날 보는 아이라를 보니 대놓고 자지는 못하겠다. 슬쩍 졸아볼까?

“말했던 건 사실이야?”

“그 ‘말했던 것’이 뭘 말하는 건지 난 잘 모르겠는데.”

“체력과 마력을 동시에 회복시켜주는 아이템.”

내가 대놓고 반말하며 시치미를 떼자 짜증을 냈다. 너 그런 성격으로 사회생활 어떻게 했냐? 내가 씨발놈인 건 사실이고 널 대하는 태도가 좆같겠지?

근데 그럴 거 같았으면 처음부터 너도 이런 대접 안 받도록 잘 했었어야지. 자기는 마음대로 해도 되고 난 하면 안 되냐? 지랄 뽕을 까세요.

“아아, 그거 말이구나! 야, 진작 말을 하지 그랬어? 그저께 내쫓을 때는 매몰차게 굴었으면서 뭘 이제 와서……어쨌든 참. 미안하게 됐수다! 우리 아이라님의 소중하디 소중한 시간 빼앗아서 말입니다……큭큭.”

맨 마지막에 아예 대놓고 웃었다. 안 그래도 질질 끄는 내 태도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대놓고 과거까지 언급하며 웃으니 표정이 엄청 구겨진다.

와아, 아이나는 비록 너보다 약할지는 몰라도 나름 최선을 다하려고 했는데……어쩔 수 없지. 아이나가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못했으니 내가 베풀어주마, 시발년아.

아이템 창에서 캡슐을 꺼냈다. 알약과 비슷한 캡슐을 보니 이 안에 혹시 무슨 가루 있나 싶었지만……이 캡슐은 내가 살던 시대의 캡슐과는 달랐다. 약이 위(胃)까지 갈 수 있도록 캡슐로 감싼 게 아니라 그 자체로 캡슐이었다. 내가 삽질한 거 깨달았을 때는 한숨밖에 안 나오더라.

내가 한 말과 꺼낸 것이 거짓말이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하는 것인지 그녀의 눈이 커진다. 그걸 주니 신기해하며 만지는 게 꼭 애 같아서 웃음이 나온다.

싸가지 없는 년이라는 게 걸리긴 한다만……아아, 아이나랑 무지 닮았는데 완전히 다른 성격이라니. 틱틱대는 아이나라고? 상상조차 어려운데.

“이걸 먹으면……회복하는 거야?”

“못 믿겠으면 먹어보든가. 그거 얼마든지 만들 수 있어.”

툭하고 캡슐이 떨어졌지만 그걸 주울 생각조차 없는 거 같았다. 멍하게 날 바라보는 모습은 한때 ‘내가 니 동생 데려올게’라는, 희대의 무리수를 뒀을 때 날 바라보던 아이나와 비슷했다. 이 자매는 왜 맨날 내 말에 놀라는 걸까. 내가 뭐 사람 죽인 것도 아닌데.

“만들 수 있다고……?”

“어. 왜? 못 믿겠어? 믿기 싫으면 믿지 말든가.”

안 믿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내가 이곳에 있다’니까.

“그걸 믿고 말고는 니 자유인데……너, 마력 좀 썼냐?”

갑작스럽게 마력을 썼냐는 내 질문에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그건 왜 묻지?”

답답하군. 내가 뭐 선생도 아니고 하나하나씩 다 친절하게 가르쳐 줘야 하나?

“멍청하긴……지금 니 손에 있는 물건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니, 애초에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키는 아이템이라는 것 자체가 거짓말인지에 대해서는 생각도 안 해봤냐? 말해줘도 안 믿는데, 그럼 먹어보는 수밖에 없잖아?”

여기서 먹어본다는 말은 직접 캡슐을 먹어 효과를 경험한다는 말이다. 내 말에 그녀는 ‘그것도 그렇군……’이라며 캡슐을 삼켰다. 캡슐이 목을 타 신체 내부로 사라지는 걸 본 순간, 터져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느라 고생했다. 그리고 생각했다.

[끝났다]

이미 내 계획의 반 이상은 성공했다. 나머지는 자잘하면서도 그녀를 설득시키기 위한 것들이다. 그것들 또한 중요하지만……‘싸움’이라는 것은 늘 두 수, 세 수 앞을 봐야 하는 것이다. 이건 싸움은 아니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미래를 내 뜻에 맞게 고쳐 나가야 하는 것이니 그 나름대로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너는 이유나 사정이 어찌 됐든 나와의 싸움에서 노력을 게을리했다. 아니지? 애초에 니 입장에서 날 ‘적’으로 생각이나 했을까? 기껏해야 촌구석에서 올라온 전령(傳令)이라고 생각했겠지.

이제부터 그게 니 크나큰 착각이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앞으로는 사람을 볼 때는 겉모습이 아니라 성격을 봐야 한다는 교훈을 니 몸으로 치르게 해주마.

“우, 왓. 굉장해……회, 회복하고 있어……내 마력이……!?”

미리 말해두지만 저 캡슐은 안나와 니나에 의해 제작된 것이었다. 한때 ‘자멘’에서 그녀들이 우리를 납치했을 때 만든 거다. 우리 멤버는 원래 아이템에 의존하지 않았고, 의존 안 해도 될 정도로 강했다.

그 외에도 큰 이유가 있다면 아내들을 만족시키느라 입이나 아기 보금자리에 뿌려도 모자랄 판에 아이템으로 만들 여유가 없었으니까. 아내가 두 명 이상만 되어도 미칠 지경이다. 아이템 만들 여력 없다고 젠장.

회복되는 마력과 체력에 기뻐하는 걸 보니 동생을 만나게 되어 기뻐할 아이나가 떠올랐다. 그 정도로 나는 이미 나의 승리. 즉, 우리 여행의 목적인 ‘아이라 귀환’을 이루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다.

“정말 놀라워……체력과 마력이 이렇게 금방 회복되다니……? 꿈을 꾸는 건 아니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도중 메시지가 떴다. 응? 좆물 캡슐의 내용이잖아. 근데 좀 달라진 부분이 있는데……?

[좆물 캡슐 / 소비 MP 50 / Active]

- MP 50을 소모하여 발동. 발동 시 사정(射精)하는 좆물이 쌓여 하나의 캡슐이 된다. 캡슐을 통해 여성 캐릭터의 HP / MP를 회복할 수 있으며, 회복 수치는 여성 캐릭터가 가진 HP / MP 최대 게이지의 절반이다.

사용한 여성 캐릭터는 ‘임신’ 상태가 된다. 플레이어는 회복의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캡슐을 사용해도 효과는 없다. 마찬가지로, 이미 ‘임신’ 상태의 여성 캐릭터한테는 회복 효과만 적용된다.

오오, 그렇군. 지금까지 사용해본 적이 없었는데 누군가 사용하니 내용이 구체적으로 변했다. 쉽게 말해 최대 HP와 MP의 반에 해당하는 수치가 회복된다 그거군. 이 정도면 꽤 대단한데.

최대 레벨이 높으면 높을수록 HP와 MP는 비례한다. 아무리 레벨이 낮아도 HP와 MP가 반 이상 회복된다는 건 대단한 메리트다. 하물며 레벨이 높으면 그만큼 회복하는 양도 늘어나니까 더 이득이잖아?

효과를 알게 된 것뿐만 아니라 데이터까지 갱신된 것도 기뻤다만……나를 가장 기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녀가 캡슐을 먹었다는 사실이었다. 캡슐을 써서 임신을 하게 되는 첫 빠따군. 후후, 기뻐하라고 개년아……. 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그 소중한 아기를 낙태시켜줄 테니까.

“효과는 어때? 그 표정과 반응을 보아하니 생각 이상인 거 같은데.”

자기가 그렇게까지 천진난만하게 좋아했던 게 부끄러웠던 건지 그녀는 살짝 표정을 구기려 했다. 하지만 커다란 기쁨 앞에서 조그마한 슬픔이나 분노 따위는 금방 사그라지듯, 두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며 기쁨을 나타낸다. 어지간히 좋았나 보네.

“솔직히 말해서……이런 건 처음이야. 오랫동안 마법 공부를 했지만 이런 도구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어.”

“그럼, 당연하지. 내가 만든 건데 그 정도의 효능도 없어서야 섭섭하잖아?”

“어떻게 만든 거야? 그런 마법과 도구가 있다는 것 자체도 몰랐었어. 가르쳐줘.”

저렇게 반말만 찍찍하니까 아이나가 진짜 가정교육 하나는 잘 받았구나 싶었다. 아이나도 반말을 하긴 했다. 하지만 필요 여하에 따랐지 평소에는 존댓말을 썼다. 반말을 쓰더라도 그 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배려했지. 저렇게 대놓고 자기 하고 싶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이거 뭐 가정교육이랑 예절이 출타(出他)하신 것도 아니고.

“내가 왜 가르쳐줘야 하지?”

“……뭐?”

오오, 레어한 표정 GET! 마치 ‘이 새끼가 방금 뭐라고 지껄인 거지……?’와 같은……어, 어? 이 시발년이? 레어한 표정 속에서조차 나라는 존재를 자기보다 아래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거지? 이런 빌어먹을 계집애를 보았나!?

“이봐, 너무한 거 아냐? 너 말 한 번 잘 했어. 지금까지 이런 아이템(도구)을 본 적이 없다고 했지? 그렇지?”

“그, 그래.”

내가 자세를 바로 잡아 심각하게 물으니 그녀도 조금 기세가 줄어든 것 같았다. 니 실수는 내 기회다.

“장담컨대 이런 물건,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고. 그건 너도 알고 있겠지?”

“……알아.”

내가 진실만을 말하자 그녀는 조용하게 수긍했다. 조금 전 기뻐했던 기색은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었다. 내 기백에 눌린 걸까, 아니면 수틀리면 그런 도구를 두 번 다시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긴장감 때문일까?

망할. 난 답을 알고 있다. 후자(後者)다.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유리한 위치라는 건 변함없었기에 밀고 나가기로 했다.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혁신적인 도구를 가져왔는데 넌 거기에 대한 감사의 말 따윈 단 한 마디도 안 하더군. 그런 주제에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그토록 묻고 싶어 하다니……예의범절을 뭐 어떻게 배워먹은 거냐? 마법사란 놈들은 하나 같이 마도(魔道)의 길을 걷는 대신 싸가지를 제물로 바치기라도 하냐? 응? 아……잠깐만.”

난 내 아내들을 둘러보며 말한다.

“얘들아. 너희한테 말한 거 절대 아니다? 오해하지 말고.”

“이 와중에 우리를 또 챙기냐? 그런 말 안 해도 알아.”

혜린한테 고맙다고 한 후 다시 아이라를 본다. 인정하긴 싫지만 실제로 그녀는 ‘고맙다’라는 단어 따윈 단 한 마디도 입에 담지 않았다. 니 실수는 내 공격의 기회이자 반성의 발판으로 삼아주마.

“너님이 ‘해주시는’ 말은 감사히 새겨듣고 내가 ‘바치는’ 물건은 감사하는 마음조차 없이 막 쓰냐? 내가 시발 기분 존나 나빠져서 돌아가면 뭐 어쩔 건데? 이런 물건, 너만 쓰고 입 싹 닦게? 인성 보소 시발년이. 뭐? 그렇게 보면 어쩔 건데? 어? 말해봐. 난 그냥 돌아가면 그만이니까. 자기 잘못한 건 하나도 생각 안 하면서 남 잘못한 것만 찝어내는 인성 보소 개년이…….”

기분 최고였다. 응? 이러다 진짜 돌아가라고 하면 어쩔 거냐고? 설마. 이미 그녀는 내 좆물캡슐에 의해 ‘임신’ 상태가 됐다. 이 와중에 내가 마력 낭비 없이 낙태만 발동시키면 바로 내 노예로 만들 수 있다. 낙태는 소비되는 마력조차 0이었기에 다음 내 ‘계획’에는 아무런 차질도 없었다.

지금까지 자기 하고 싶은 일만 하다가 예절을 지키지 않은 것 때문에 이렇게 욕을 들으니 기분이 어떨까? 아마 더럽겠지.

그녀는 손을 부들거리고 있었다. 예전에 안나와 니나한테 아부까지 떨어야 했던 내 모습과 비슷했다만……저런 년과 나를 비교하다니. 나한테 실례다. 나는 내 소중한 사람들을 살리고자 했지 자기 사리사욕만 챙기려는 마음은 없었다.

“어? 사과 안 해? 시발년이 자존심은 높아가지고……그래 뭐 좋아. 이 멋진 도구가 없어서 앞으로도 마력 부족으로 겔겔대며 지내다 죽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지? 아니다. 죽으면 정신도 못 차리려나? 내 알 바는 아니지. 얘들아, 슬슬 가자. 우리 고귀하신 아이라님께서 예절을 못 배워먹으셔서……”

“기, 기다려!!”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물론 나나 내 아내들은 아니었다. 아이라의 표정은 오늘 다급하게 내려왔던 때와 비슷했다. 고작해야 예절 하나로 이렇게까지 쪼인트를 까이니 영문을 모르겠지? 근데 이를 어쩌냐? 난 널 까고 싶은 이유가 많다. 이 예절조차 그 이유‘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미, 미안해.”

“뭐가 미안한데? 다짜고짜 미안하다고 하는 게 이 마을 전통이냐? 나 간다? 앞으로 그 약 없이 실컷 잘 살아봐. 뭐, 이 약을 어디에 얼마나 팔지 앞으로 기대해봐. 혹시 아냐? 여기 말고 다른 곳에 잔뜩 팔릴지…….”

독과점은 이래서 안 되는 거다. 횡포를 부려도 그 횡포에 따를 수밖에 없으니까. 지금은 내가 갑(甲)이지만 솔직히 이런 역할은 마음에 안 들었다. 난 그저 평화롭게 살고 싶은 뿐이지, 갑질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럼 왜 하냐고? 필요하니까 하는 거지.

“그 알량한 자존심과 병신 같은 예의범절 때문에 이런 좋은 도구를 그 누구도 쓰지 못하게 되다니! 아아, 안타깝구만! 근데 그런 짓을 한 병신이……오우! 그 병신이 요기 잉네? 그럼, 잘 있어라.”

“미안해……미안해! 가지 마!”

큰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아내들은 아이라와 나를 번갈아 본다.

“미안하다라……뭐가 미안하냐니까?”

“예의를 차리지 않고……내가 묻고 싶은 것만 물어서……미안해…….”

이년이 끝까지 반말이네. 게다가 내가 말한 걸 짧게 요약해서 말하다니. 당장 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그래. 참자. 하지만 난 ‘참자’고 했지 ‘상관없다’라는 말은 안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사과를 하며 굴욕으로 젖은 그 얼굴에 내 물건은 꺼덕거렸다. 바지를 벗자 아내들의 교성(嬌聲)이 들렸다.

“무, 무슨 짓이야……!?”

“물었었지? 어떻게 그런 약을 만들 수 있냐고. 간단해. 바로 이 좆을 통해 만드는 거지. ‘자지’라고도 부르지만…….”

“새, 생식기의 형태가 틀려……뭐, 뭐야 그건……?”

“오오, 너. 생식기라는 말도 알고 있구나? 역시 배운 사람은 달라. 유식하다니까? 어쩌면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겠다만 그건 별 문제가 아니지. 사과를 한 건 좋은데 내 기분은 아직 덜 풀렸거든?”

“어, 어쩌라는 거야……?”

심상치 않은 기운이 좋지 않은 미래를 점치게 한 걸까? 조심스럽게 묻는 그녀한테 난 웃으며 대답한다.

“진실된 사과의 키스를 해주실까? 바로 이……자지에 말이지.”

내 계획은 더욱 더 가속된다.

내가 바라는 미래로.

내가 원하는 결과로.

이 힘든 여행의 골을 향해……!!

============================ 작품 후기 ============================

월요일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백수긴 하지만 월요일은 반갑지 않아요. 다들 출근하고 새로운 희망을 나아가는데 너(작가)는 뭐하냐, 이런 눈으로 보여질 거 같거든요. 실제로 그렇기도 하구요.

이번 주가 고비네요. 부디 입사지원한 곳에서 서류합격 통보가 오면 좋겠습니다. 안 오면요? 알바라도 해야죠. 안 그래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해결 안 돼 어지러운 국내상황입니다.

살기 힘들게 만들어 놓았으면서 이제 와서 피해자 행세라니. 탄핵기각 되면 진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날 때 같이 참여할까 싶습니다. 요즘에는 소설도 걱정이지만 탄핵도 걱정입니다. 기각되면 진짜 이 나라 썩어빠졌다는 거죠. 어, 장난 아니라……진짜로요.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입니다만……지금 이 상황 자체가 존나 심각한 거죠. 노력해서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것도 사실상 매우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대기업 외의 중소기업 등은 들어갈 가치가 없는 곳으로 만들어버렸으니까요. 그럴 수밖에 없죠.

박근혜와 최순실이 삼성 같은 초 대기업을 팍팍 밀어주며 돈을 받을 정도입니다. 나라가 기업과 은밀한 관계를 맺으며 푸쉬를 해주니 다른 곳은 당연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사회의 기본원칙을 아예 국가와 정부부터가 박살낸 상황인데 저희 같은 소시민이 뭘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정치, 경제, 인사, 외계, 안보, 국방사업 등. 안 건드린 데가 없을 정도로 썩어빠진 사태입니다. 이런 사태에서 온갖 증거물이 발견되고 있죠. 탄핵이 기각되면……어,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 같은 소시민은 이민 못 갑니다. 이민도 돈 있어야 가는 거죠.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죠. 이 나라에 애정 따위는 절대 가지지 않을 생각입니다. 정말로, 절대로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에요 이거.

백수가 그딴 거 걱정하지 말고 니 미래(제 미래)나 걱정하라고 한 마디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전 이렇게 답해드리고 싶네요.

탄핵이 기각되면 누가 곤란해지는지 아나요?

우리가 좆됩니다.

제가 아닙니다. '우리'입니다.

이 글 읽고 계시는 분, 안 읽고 계시는 분. 전부 다요.

농담 같아 보이죠?

장난치는 것처럼 보이죠?

진짜입니다.

민주주의국가는 국민이 주인입니다. 헌데 저희를 개돼지 노예로 취급하며 국가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연놈들. 정부관계자라는 놈들이 자기들 세상 좀 더 누리겠다고 활개를 치고 앉아 있습니다.

진심으로 진지하게 묻고 싶네요. 저 사람들이 우리 국민을 위해 노력할 거 같습니까? 아니겠죠. 그럼 이 상황까지는 오지도 않았습니다.

정당이나 정치방법도 문제지만 이미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그 수준을 뛰어넘은 거죠. 국가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았으니까요.

국민인 저희가 힘들어 죽어가는데 그딴 건 관심도 없습니다. 명품과 TV드라마 스토리 or 설정. 거기에 푹 빠져서 일도 제대로 안 하죠.

이런 년을 탄핵 안 시키면 어떻게 될까~요?

끝납니다. 어, 사실 반 이상은 끝난 거죠. 대한민국.

어지간하면 이런 거 안 쓰려고 했는데 너무 답답해서 씁니다. 일단은 이익을 위해 노블레스 성인란에 소설을 올리는 작가이긴 한데……이건 작가이기 이전에 국민으로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겠죠.

국가의 주인이자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제가 개돼지 노예취급을 받고 있답니다. 그 개돼지 노예들의 표로 정부에 갔다고는 생각도 안 하는 국회의원, 대통령 연놈들. 참으로 가증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여러분. 막말로 제 소설 안 보셔도 됩니다. 재미가 없기도 하고 막장이기도 하니까요. 인정할 건 인정해야죠.

하지만 현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탄핵관련으로는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이런 개막장 사건은 있지도 않았고 두 번 다시 있어서도 안 됩니다. 그런 식으로 치자면 엄청난 역사의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는 게 됩니다만……별로 영광스럽지는 않네요. 이런 영광과 역사적 사건은 안 겪고 싶었습니다.

정치 관련으로 조아라가 소설을 중단시킬지 어떨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적고 싶어 적어둡니다.

여러분은 이 나라의 주인입니다.

주인이라면 주인의 권리를 행사하세요.

저희는 개돼지 노예가 아니라 국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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