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9 「8-8 : 평온한 하루 (3)」 =========================
“역시 옷이 많구만. 근데 세 벌 사면 이제 진짜 돈이 간당간당하겠는데…….”
혼자 중얼거리며 코스튬(방어구)을 살펴봤다. 내가 현재 옷을 보는 곳은 프레그넌트가 아니라 어보션이었다.
정상적인 루트라면 프레그넌트에서 출발해 부카케, 자멘을 거쳐야 하므로 3주나 걸리는 먼 거리. 아이라를 데려온다는 이유라면 모를까 옷 하나 사러 가기에는 너무나 먼 거리였다.
당연한 소리다만 난 머리에 총 맞은 놈이 아니다. 옷 하나 사자고 여기까지 올 정도로 미친놈은 아니란 말이다.
응? 그럼, 그거 외에는 미친놈 같은 요소가 아예 없냐고? 아니라니까. 나는 ‘올바르게 미친놈’이다. 그래,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 새끼 미친 거 아냐? 미치면 미친 거지, 올바르게 미친 건 또 뭐야?’라고 생각하겠지.
거듭 같은 예시를 들어서 좀 그렇다만……. 일본의 초 유명 만화, [드래곤볼]에서 손오공은 초사이어인(슈퍼 사이어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초사이어인[超(スーパー)サイヤ人]으로 각성하기 위해서는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만 했다. 바로 손오공의 가장 친한 친구, 크리링의 죽음이었지.
무술 수련을 할 때부터 불알친구, 죽마고우나 다름없는 크리링을 눈앞에서 죽인 것도 모자라, 멋도 모르고 ‘ㅋㅋㅋ너님 친구 죽었음! 이제 다음은 니들 차례임!’이라고 어그로를 끈 프리더의 최후는……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必要韓紙)?
영광스러운 초사이어인의 희생자 제1호가 됐다.
초사이어인의 영광스런 샌드백이 되어서 죽었을 뿐만 아니라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니 프리더가 얼마나 큰 자충수를 두었는지 아마 이해가 갈 거다.
초사이어인의 변신조건은 ‘평온한 마음’이라고 하지만 나중에 가면 그런 게 없어도 변신할 수 있는 캐릭터들도 나온다. 설정이야 뭐……그렇다 치자.
난 내가 미친놈이라고 생각한다. 원래 있던 세상에서는 아무것도 못 했던 주제에 여기 와서는 마법만 믿고 깝싹대는 병신이라고…….
나 자신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정신상태가 이 따위니 하는 행동도 한심하기 짝이 없겠지.
아마 그 백발(白髮) 여자가 한 짓이겠지만 마법도 미친놈이나 얻을 법한 것이었다. 자지에 키스를 하면 종복이 된다는 ‘자지의 맹세’부터 시작해 낙태, 좆물캡슐 등. 진심으로 자살을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심각한 마법이었다. 지금도 ‘아……참, 맛이 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치만 이걸로 지나가던 여자를 모조리 강간하는 미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적어도 그 부분…….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한테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올바르게 미쳤다’라고 생각한다.
내가 정말 미친놈이었다면 온갖 짓을 해서라도 다른 마을의 여자들을 모조리 범했겠지. 방법이야 뭐 이것저것 있겠지만 여자와의 관계에 탐닉해 내가 해야 할 일, 나한테 소중한 것들을 잊어버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이미지 만들기? 아니, 나 돌아갈 생각 없다니까? 혜린이는 이미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 진심으로 날 사랑하고 있고.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난 정말 뛸 듯이 기뻤다.
한 때 딸감으로만 쓰고 콘서트에는 갈 수조차 없었던 슈퍼 섹시 스타, 이혜린이 내 아내가 되어 나와 사랑을 나누다니. 꿈만 같았지.
현실 세상에서 온 나머지 두 명도 마찬가지였다. 엉덩녀, 축구공녀로 알려진 항희진은 혜린이처럼 스스로를 섹시 스타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틀린 말은 아니었다. 희진이의 인터넷 방송은 꽤나 인기가 있었고, 혜린이와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매력이 돋보이는 여성이었으니까.
무속인을 하고 있지만 독립영화 등에 출연해 여전히 아름다운 미모를 뽐냈다. 연기력도 예전에 비해 상승했고. 안타까운 점이라면 그걸 마지막으로 더 이상 활동은 할 수 없게 됐다는 거겠지. 이 세상에 소환 당했으니까.
하지만 희진이한테 있어서는 ‘자기가 하던 활동을 그렇게까지 유심하게 살펴본 팬이 있었다’라는 점이 매우 뜻 깊은 거 같았다. 그 팬이 바로 나고. 혜린이가 연예계의 밝은 곳에서 활동하는 여자였다면, 희진이는 어두운 곳에서 활동하는 여자였다.
엉덩이를 까놓고 다녔던 걸로 유명하지만 이것에는 웃긴 에피소드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항희진. 성씨(姓氏)는 항문(肛門)의 항(肛). 똥구멍 항 자(字)였다. 그래서 무속인 활동 때 받은 이름도 ‘항문선녀’라고 하는 듯했다. 그 말을 듣고 항문에 내 물건을 넣어봤다. 결과?
……쩔어주더라. 항문이 질보다 더 조이는 힘이 강한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쭉쭉 빨아 당기는 그 힘과 조임은 지금까지 거친 엉덩이 중에서 최상위급의 명기(名器)였다. 순간적이지만 혼이 빨리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다니까?
덕분에 희진이와 함께 운우지락을 나눠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앞으로 그녀의 엉덩이는 내 전용의 아름다운 항문으로 활동할 것이리라. 그치만 엉덩이로만 하니 ‘좆물을 거기에만 뿌리면 어떻게 해?’라며 토라지기도 했지. 귀여운 것.
무속인으로서 가졌던 힘은 현재 사라졌다고 했다. 더 이상 혼령이나 거기에 관련된 것을 볼 수 없으며 힘조차 잃은 일반인. 그런 걸 감안할 때 희진이가 마법소녀 흉내나 관련 대사를 말했던 건 아마 ‘특별한 힘’에 대한 동경이었겠지.
한때 케이블TV에서 이런 방송을 한 적도 있었다. 의과대학생들이었나? 앞으로의 미래가 창창한 남자들한테 이렇게 말했지.
[여기 미인이 있습니다! 남자 친구 없고! 게다가 돈도 많이 법니다!]
그러자 남자들은 환호했다. 나라도 속으로 좋아했겠지. 저렇게 말하는 이상 남자친구가 될 가능성이 0(제로)라고는 할 수 없으니까. 하지만 그 다음 사회자의 말에 모두가 할 말을 잃었었다.
[단! 이 여성의 직업은……무속인입니다!]
대부분의 남성은 ‘그럼 좀……그런데’라며 난색을 표했다. 사실……그랬다. 대한민국은 유교를 포함해 이상한 쪽으로 문화가 발달한 나라다. 옛것에 매우 큰 가치를 두면서도 그 옛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에는 난색을 표한다.
무속이나 전통 신앙 등은 확실히 소중하고 훌륭한 것이다. 오랜 시간을 통해 쌓아 올려진 것이니까. 그야말로 ‘전통이 살아 숨 쉰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달아도 이상할 것이 없다.
하지만 그걸 직접 하면서 살래 라고 물으면 거의 대부분이 ‘싫다’라고 한다. 전통도 좋고 역사도 소중하다.
하지만 그걸로 먹고 살기에는 너무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는 것이 힘들어지고 세상이 각박해지며 사람의 최고 우선순위는 ‘돈’이 됐다. 돈이 있으면 살아가는 데에 지장이 없으니까.
직업에 대한 천대(賤待)부터 시작해 복잡한 계급 사회 및 똥군기. 상하관계를 이용한 직권 남용 등이 너무나 유명하다. 대기업에 들어갔는데 그곳의 군기(軍紀)부터 시작해 이상한 규칙 등에 진절머리가 난 사람들이 퇴사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도되고는 했다.
그런 대우를 받으면서까지 돈을 벌고 싶어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은 ‘보여주기 식 문화’. 즉, 겉멋에도 너무 많은 비중을 두었다. 참으로 웃긴 일이었다. 당장 힘들어서 죽을 거 같은 놈들이 ‘그래도 내가 잘 살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해!’라는……미친 의식에 찌들어 사치를 부리니 웃기지 않겠는가?
돈도 없으면서 비싼 시계나 자동차 등을 사 다른 사람들한테 자기 경제력을 과시할 정도로 한국은 미쳤다. 오죽하면 ‘아, 한국인! 가진 건 좆도 없으면서 술이랑 여자 좋아하는 놈들!’ 같은 대사가 영화에 나왔을 정도니까. 미국 영화에 말이다. 오히려 외국인이 우리를 더욱 더 확실하게 꿰뚫어보다니. 참…….
음란한 것은 안 된다면서 포르노와 AV 시청을 그토록 사랑하는 건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것과 마찬가지였다. 겉이나 밖의 이미지는 정의로우며 옳은 말을 하지만, 속으로는 온갖 더러운 것에 탐닉하며 황금만능주의에 빠진 자들. 그게 바로 한국인이다.
이런 말하는 나 또한 그 한국인의 습성이 꽤 많이 남아있다. 이거 진짜 안 좋은 건데…….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무속인이 되기 전부터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노출과 자기 인생의 길을 걸어온 희진이 또한 사랑하게 됐다. 그녀한테 어울리는 옷을 찾느라 지금 고생 중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늦게 나를 사랑하게 된 아내, 박은채. 여전히 가끔 틱틱대며 짜증을 내지만 처음 왔을 때 그 철부지 아가씨를 생각하면 정말 많은 발전을 했다. 전투에 참여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올바른 마음을 되찾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어렸을 때부터 자기가 금수저의 딸이며 그 힘을 사용해 부족한 것 없이 살아온 은채는 내가 가장 경멸하던 부류 중 하나였다.
여기서 ‘하나였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그녀는 달라졌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때 같은 방약무인함은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려웠으니까.
권력의 힘을 쓰며 살아왔으면서 신기하게 남자관계는 없었다고 했다. 부모님께서 ‘남자와 사귈 거라면 우리처럼 덕망 있고 돈이 좀 있는 남자를 찾아라’라고 말했다나. 내가 예전에 말했듯이 상류층은 상류층과 사귄다. 절대 신데렐라 스토리 따위는 없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눈총, 비난, 멸시에 의해 곧 소멸되는 것.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나 만화를 통해 꿈꾸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진실이다. 게임의 PV나 데모 버전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할 수 없듯이, 신데렐라 스토리의 앞부분. 결혼까지의 이야기만 보고 그게 모든 것이라 판명 지을 수는 없는 것이다.
자기처럼 금수저에 돈 많은 남자라니. 그런 사람이 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자기가 다녔던 학교는 대부분 여학교였다. 돈 많은 사람들이 다닐 수 있는 학교에 불화(不和)를 가지고 들어오는 건 학생이든 선생이든 학부모든 달가워하지 않았다. 남자관계부터 시작해 안 좋은 일은 좀처럼 없었다고 한다.
대신 여자들 간의 파벌 싸움이나 적대적 태도 등이 상당했다나. 여자가 사는 세상은 남자가 사는 세상보다 훨씬 더 무섭고 힘든 곳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남자야 ‘뭐, 어쩌라고. 내가 이렇게 산다는데 불만 있냐?’라는 식으로 가도 큰 상관이 없다. 저러다 정신 차리겠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단지 ‘여자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남자보다 훨씬 더 힘들게 세상을 살아간다.
외모에 신경을 안 쓰면 ‘넌 여자면서 왜 외모에 신경을 안 쓰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렇다고 외모에만 몰빵. 흔히 말하는 ‘모든 힘을 다 쏟을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어머, 외모만 좋아서야 되겠니? 요즘에는 외모가 안 좋아도 성형 수술 같은 걸로 어떻게든 할 수 있어. 그보다 학교는? 직업은 뭐야? 남자를 잘 잡아야 해. 물론 좋은 남자 만나기 위해서는 너 자신을 가꾸고……’
아아……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짜증 이빠이다. 대체 왜 그 따위 걸 다 신경 쓰면서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아니, 뭐 보태준 것도 없고. 보태줬다 하더라도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것이다. 다른 사람 말을 따라서 기계처럼 살아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단 말이다.
그런데 일단 하는 말이 외모, 성적, 돈, 집안, 남자, 결혼, 집 등. 여자들은 진짜 대화할 거리가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물론 그 대화 거리가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닌,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좀 슬프다만.
은채는 상류층이었기 때문에 은채한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은채가 비록 무개념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기가 잘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생각할 정도의 지능은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정계(政界)에 입문하는 것이었다.
정계에 입문해서 위로 올라가면 거기에 따라 특권을 받을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여당(與黨)에 들어감으로써 보다 자신의 미래와 재산을 확고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 자신했겠지.
나 같은 흙수저한테는 너무나 안타깝지만……국민을 위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지 한 몸 잘 먹고 잘 살자고 들어가는 거다. 이러니까 국민이 더 죽어나가는 거지.
대학생일 때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로 나름 얼짱으로 알려진 금수저 얼짱 미인. 그런 미인이 여당인 독재당(獨裁黨)에 들어가니 좋아하는 건 주로 늙은 꼰대와 남자들이었다. 능력에 관계없이 잘 생기거나 예쁘면 ‘저렇게 생겨야 정치를 잘 하지!’ 같은 병신 소리를 지껄이며 표를 던졌다.
청년들은 안 그래도 자기들 미래가 힘든데 정치에 대해 알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저 예쁜 여자가 독재당 대표로 나오니 ‘오오, 예쁜데! 오빠가 응원해줄 테니 힘내!’라며 표를 던졌겠지. 정작 그 미인 후보 박은채는 그들한테 고맙다거나 은혜를 갚고 싶다는 생각 따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게 커다란 문제다만.
은채는 앞으로 창창한 미래가 펼쳐져 있을 거라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바보고 스스로 지배받기를 바라는 노예……아니. 노예조차 아니다. 노예는 생각이나 할 줄 알지.
스스로 지배받기를 바라는 가축들의 위에 서서 앞으로도 즐겁고 멋진 인생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이 세상에 소환될 때까지는.
그녀 또한 현실과 ‘하렘 어드벤처’의 괴리감을 이기지 못해 여러 가지로 바보짓을 했지만 지금은 매우 나아진 상태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간다고 한들 이미 임신을 해버린 데다, 복잡한 세상보다야 모두와 더불어 살아가는 이곳의 분위기를 꽤나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독점욕은 여전한지 ‘현실 세상에서는 절대 못 만났을 테고, 사귀는 건 상상조차 못 했던 내가 아내가 되준 걸 감사히 여기라구……!’라며 자주 말했다. 나도 ‘고맙다’라고 하니 얼굴 뻘개져서 허둥대더라. 얘도 허당 기질 있는 거 아닐까?
허당이라고 하니 생각나는 게 아스카다. ‘자지의 맹세’ 및 ‘몬스터 테이밍’으로 내 것이 된 아스카는 까놓고 말해 ‘이런 허당 주제에 어떻게 살아남았지?’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더 이상 괴물을 만들 수 없게 되어 사실상 내 전용 육노예가 된 그녀는 참으로 고압적인 여왕님 스타일이었다.
무엄하다부터 시작해 주제도 모르는 놈, 너 같이 미천한 인간 등. 만약 보통 여자였다면 중2병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폭언을 마구 뱉었다.
참았냐고? 미쳤냐? 내 정의의 육봉으로 마구 쑤셔주니 ‘그, 그만하거라……! 내가 잘못했다……!’라며 용서를 빌더군. 나중에는 좋아서 빨아주니 나도 좋고 아스카도 좋고.
여왕일 때에는 오직 번식과 인간의 고기만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지의 맹세’를 사용해 그녀의 번식 방법 및 사고방식을 바꿔버렸다. 더 이상 인간의 고기는 필요 없고, 정액을 통해 임신을 하게 만들었으니 예전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 아내들 중 제일 바보가 누구냐고 물으면 난 주저 없이 ‘아스카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테이밍에 의해 나한테 귀속되고 있지만 인간에 대한 의식은 여전히 고치기 어려운 것인지 ‘사람은 자기들 괴물보다 아래에 있다’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놀려먹으려고 ‘아아……그럼 이 미천한 인간의 자지는 필요 없겠지? 혼자서 잘 해보라규!’라며 가려 하니 자지를 꽉 잡은 채 ‘가, 가지 말아다오……너의 자지가 없다면 더 이상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느니라!’라며 다급해하는 그 모습이란……크으으으!
아스카쨩 모에에에!
로라가 줬던 ‘회복의 반지’ 덕분에 사정 시간이나 횟수는 늘어났지만, 사람과 다른 생물인 아스카를 상대하는 건 꽤나 힘든 일이었다. 꼬리에 달린 촉수로 내 물건을 칭칭 감은 후 힘을 조금 주니……으윽! 질이나 항문에 들어간 것도 아니었는데 마치 실로 묶은 것 마냥 엄청 조였었지!
그런 플레이는 처음이었기에 꽤 약한 모습을 보였고, 아스카는 기회다 싶어 기고만장한 태도를 취했다.
‘후후……역시 인간. 이 몸의 촉수에조차 이기지 못하는 무력한 모습이라니. 얼른 너의 소중한 좆물을 다오……몸이 달아올라서 버틸 수가 없구나……!’
우쒸! 걍 ‘좆물 죠오오오!’라며 아헤가오 더블피스를 해도 되는데 왜 그렇게 귀엽게 행동하냔 말이다!? 덕분에 나는 바로 달려가 그녀의 소중한 곳에 마구 박아줬고, 떡실신이 되면서도 위엄을 차리려고 하는 그녀를 보며 ‘진짜 살리길 잘 했다’라고 느꼈다.
그런 소중한 아스카와 아내들을 놔둔 채 왜 어보션에 왔냐고? 아이라를 데리고 올 때 미카, 안나, 니나, 아이라. 이렇게 네 명이나 늘어났으니 네 벌의 옷을 샀다. 하지만 생각해보니……미카는 시라누이 마이의 코스튬을 입고 있었다. 게다가 아이나도 새로운 옷이 필요했다.
여기에 희진이와 은채, 아스카까지 가세했으니 적어도 7~8벌의 옷을 사야만 했다. 옷은 미리 네 벌 정도 사뒀으니 또 네 벌 정도. 예전, 자멘에서 우리를 납치하는 걸 묵인했던 여관주인을 죽인 후 그 돈을 얻어서 다행이었지. 그 돈까지 합치니 일단 옷을 살 수는 있었다.
모자라는 건 기존의 쓸모없는 옷을 팔아서 충당해야 했다. 안나와 니나한테 줬던 플러그 슈트는 두 개 다 팔았다. 쓸모없는 것, 돈 되는 건 모조리 팔아서 마련한 돈. 그 돈으로 옷을 네 벌이나 사야 하니 하나하나 꼼꼼히 따지며 사야만 했다.
텔레포트를 써서 어보션에 온 것도 웃기지만, 여기 온 이유가 옷을 사러 오다니. 맨 처음 그렇게 부정했다만……아무래도 머리에 총 맞은 거 같다.
그나마 변명이라면 ‘옷 하나’가 아니라 ‘옷 네 벌’을 사러 왔다고 해야 하나? 그것도 프레그넌트에서는 팔지 않는 진귀한 옷을 말이다.
내 마력으로 왕복은 불가능했기에 아이라와 함께 왔다. 오랜만에 차이나 드레스로 갈아입은 그녀는 마법사 양성소에 잠시 들르고 오겠다고 했다. 나야 좋지. 여자가 쇼핑하는 것에 참여하면 남자는 죽어 나가니까.
비싼 옷도 많고 좋은 옷도 많았지만 그 중 두 벌은 큰 걱정이 필요 없을 거 같았다. 희진이와 은채는 초보자고 레벨도 아직 10이 되지 못했다. 그런 그녀들한테 좋은 마법이나 능력이 붙은 코스튬을 사준다 치더라도 쓸 기회는 별로 없겠지. 가격 면에서 볼 때 고급은 아니지만 싸구려도 아닌 중간 수준이 딱일 것이다.
아이나와 아스카 또한 코스튬에는 선택 기준이 있다. 두 명은 근접전은 그야말로 젬병 수준이다. 아이나야 노력하면 어떻게 된다지만 여왕인 아스카는 전투가 아니라 생산에 중점을 둔 여성이다. 따라서 전투 능력이 있는 코스튬을 주더라도 접근전은 영 아니겠지.
시라누이 마이의 배틀 코스튬은 팔기에는 아깝고, 입자니 좀 능력이 모자라다 싶었다. 어보션에 오기 전부터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었는데……역시 아스카한테 주는 게 제일 알맞을 거 같았다. 부채를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화염 속성 공격도 가능하고. 여차하면 접근전을 벌일 수 있는 힘도 끌어낼 수 있으니까.
전투를 할 기회도 이젠 별로 없을 테니 아이나가 입을 옷을 생각해야겠지. 아이나는 공격 마법도 쓸 수 있고 치료도 쓸 수 있으니 마력이나 마법에 관련된 옷을 줘야겠군. 메이가 입고 있는 페이트 테스타로사의 배리어 재킷처럼.
아 참! 마법소녀라고 하니 희진이도 의외로 관심을 보였었지. 정신 이상에 걸렸을 때 마법소녀가 외칠 법한 말을 외치며 마법을 썼었으니까. 그럼 아이나와 희진이는 마법 관련. 희진이의 경우 마법소녀에 가까운 옷을 찾아보자.
아내가 많으니 옷을 사는 데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군. 하지만……현실 세상에서는 전혀 생각도 못한 일이었기에 오히려 즐겁다.
이건 내가 좋아서. 내가 하고 싶으니까 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아내들의 옷을 고르며 ‘이 옷이 어울리지 않을까? 이 옷을 마음에 들어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건 상상 이상으로 즐거웠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내 엄마를 비롯해 많은 여성들이 옷을 사며 ‘내 자식이나 가족한테 어울리는 옷은 뭘까? 이 옷은 겨울에 입기에는 좀 얇지 않을까?’ 등을 생각했겠지. 빚을 멋대로 만들어 넘긴 건 용서할 수 없지만……날 생각해준 엄마의 배려에는 감사함을 느낀다.
혜린이 없어졌다는 건 내 육체도 없어졌다는 뜻이겠지. 설마 태어나서 부모님께 처음으로 드리는 거금이 내 보험금이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냐?
부모보다 먼저 죽는 건 불효라고 하지만, 사실 죽지는 않았다. 물론 내가 살던 세상에서 나나 혜린이의 사정을 알 리가 없으므로 실종사망으로 처리되겠지.
옷을 산 나는 주변을 잠시 둘러보기로 했다. 오랜만에 와플을 팔던 아가씨한테 가서 인사도 하고, 주변에 있는 가게를 둘러보며 구경도 한다.
아이라가 이곳에서 보낸 시간은 5년. 여기서 마법부터 시작해 다양한 것을 깨달았기에 프레그넌트보다 고향에 가까운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
5년이나 지냈는데 그냥 볼 것만 보고 가자는 건 좀 그렇잖아. 시간이 늦어지더라도 기다려주는 게 예의겠지. 양성소 주변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라가 나오는 걸 금방 알 수 있으니까 가볼까…….
양성소로 발걸음을 옮기며 생각한다. 이 옷들을 가져다주면 좋아하겠지. 기뻐할 아내들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오네. 원래 세상에서는 사람들이랑 제대로 사귀지도 못했고, 여자랑 함께 살게 되는 건 먼 세상 다른 나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마법이나 섹스, 여자. 현실 세상에서 꿈도 꿀 수 없었던 것들이 이렇게 들어오니……행복하다. 그저 행복했다. 이곳에 오길 잘 했다고 몇 번이고 느꼈지만,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괴물도 토벌에 성공했고 아내들의 임신 상태도 좋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린다면 그 백발 여자지만……희진이와 은채가 초야를 지낼 때 이후로는 안 나타나고 있다. 신경 쓰면 쓸수록 힘들어지니 그냥 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지금 행복하다. 그거면 된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하며 양성소로 발을 옮겼다. 백발의 여자가 아무리 신경 쓰인다지만 그거만 신경 쓰며 평생을 살 수는 없다. 지금은 힘겹게 얻은 평화와 행복을 만끽하자.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며 사랑하는 여인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행복이다.
나는 그렇게 자신을 위로하며……현실도피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다른 사람한테 현실도피를 하면 안 된다고 말하던 내가 그런 짓을 한다는 것도 웃겼지만, 진짜 커다란 문제가 닥칠 때까지 나 자신이 현실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는 걸 몰랐다는 사실이었다.
============================ 작품 후기 ============================
별로 안 좋은 말이지만 '별창녀'라는 말은 참 직설적이면서도 문제점을 잘 꼬집은 단어라 생각합니다. 소설에 나오는 항희진의 모델부터 시작해 여성BJ는 그런 쪽으로 관여될 수밖에 없는 거겠죠.
본인 입장에서는 노출이나 춤 등으로 시청자들을 즐겁게 하니 당연한 노동의 보수라고 생각하겠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꽤 문제가 되는 생각입니다. 개인BJ이므로 방송의 컨텐츠나 퀄리티는 당연히 떨어집니다만, 그 떨어지는 부분을 노출이나 음담패설로 때우려고 하니 말입니다.
힘들게 노력해서 무언가를 얻으려는 생각보다는 다른 사람들(주로 여성BJ들)이 하는 노출이나 섹시 댄스, 음담패설로 돈 좀 편하게 벌어보자!……라는 게 일반적인 생각입니다.
남자긴 하지만 이해는 해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안 그래도 청년실업 작살나는 헬조선 시대입니다. 손쉽게 돈을 벌려고 하는 자세나 태도를 욕할 수만은 없습니다. 이런 시대니까요.
문제는 이러한 태도나 생각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는 겁니다.
손쉽게 돈을 버는 거? 좋습니다.
노출이나 섹시댄스, 음담패설? 예, 좋죠.
여성 BJ들이 활약하는 걸 싫어하는 남성분들은 없다고 봐도 되잖아요.
그치만 그게 워낙 널리 퍼지니 너도나도 노출, 섹시댄스, 음담패설. 별 몇 개에서 몇 개까지는 댄스, 몇 개에서 몇 개까지는 노출. 이런 BJ분들이 많아지니 결국 인터넷 방송 사이트 자체에서 규제를 가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좀 심한 말이긴 하지만 별풍선+창녀를 합친 '별창녀'라는 명칭. 그 명칭만큼 여성 BJ를 잘 묘사한 단어는 없다고 생각되네요.
별창녀는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발전하게 됐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초등학생들이 BJ 같은 흉내를 내며 노출이나 섹시댄스를 추게 된 거죠. 단순히 개인이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면 상관이 없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은 BJ에 영향을 받은 상태. BJ처럼 노출이나 섹시댄스를 추는 걸 보니 사회적으로도 발칵 뒤집어지게 됐습니다. 이것 또한 BJ의 심한 노출 등을 규제하게 된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돈을 손쉽게 버는 건 좋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정도를 넘어선 것을 포함해 개나소나 노출+섹시댄스+음담패설 방송. 퀄리티는 떨어지고 컨텐츠는 별로 없는 주제에 돈은 쉽게 벌고 싶어서 앞서 말한 세 개를 반복하다니. 인생 참 쉽게 살려고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막 듭니다.
저요? 저는 니코니코동화나 게임실황에 몰빵한 타입입니다. BJ랑 직접 만나는 것도 아니고, 말해봤자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환금성 아이템(별풍선이나 코인, 초콜릿 같은 거)이나 요구하고.
컨텐츠도 별로 없고 퀄리티를 향상시킬 생각은 없으면서 돈은 많이 챙기려 하다니. 제가 뭐가 아쉬워서 인터넷 방송을 봅니까? 차라리 게임이나 니코니코동화를 보고 말지.
니코니코동화는 가끔 혐한성 코멘트가 달리긴 하지만 그걸 제외한다면 매우 많은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유튜브도요. 니코동부터 시작해 유튜브에서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많은 조회수나 추천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컨텐츠 수가 많거나 퀄리티가 뛰어나야 한다는 조건이 있죠.
여성BJ의 인터넷 방송과 똑같지만 성질은 전혀 다른 겁니다. 노출이나 그런 게 없이도 재미있는 동영상을 만들 수 있다는 반증이니까요. 이런 영상들이 많으니 BJ쪽에 갈 이유가 없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갈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아직 못 본 크툴루TRPG랑 게임영상이 많아서……초고교급 크툴루 TRPG 후속작 빨리 나와요……카사·카사 레이무쨩 귀엽다능! 마리사는 점점 상식인이 되어간다능! 나에쨩의 도약(99)는 겉치레가 아니라능!
나도……나도 메가진화 할 거야!
메가진화(10)→디지몬의 Butter Fly!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대! 메가진화!
크툴루 TRPG 진짜 쫌 ㅋㅋㅋ
보면서 미친 듯이 웃었습니다. 아직도 못 본 작품들이 너무 많으니 가능한 한 많이 즐기고 싶네요.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루인sv님, 옆집이라고 말씀하셨지만 죄송스럽게도 누구인지를 모르겠네요 ㅠㅠ 소설 쓰는 것 외에는 대부분 구직 활동에 쏟아붓고 있어서 문피아나 사과박스는 커녕, 조아라의 작품조차 못 읽고 있는 상태입니다. 쓰고 싶기도 하고 재미있어서 쓰기도 하는 소설이지만 다른 분들의 작품을 읽을 시간은 거의 없는 상태거든요.
언젠가 상황이 안정된다면 추천작이나 유명작품을 단숨에 독파할 생각입니다. 괜찮다면 어느 사이트의 누구인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문피아라고 하더라도 약간 언급하는 정도인데 제재가 들어오지는 않겠죠 ^^;
詭計智將님, 주인공을 비롯한 아내들이 말초적. 본능적으로 섹스를 갈구하게 되는 모습은 상당히 즐겁게 썼습니다. 게임이나 만화, 애니메이션이나 소설, 영화나 드라마. 어느 매체든 간에 공통적으로 다루는 '사랑'이지만 그 사랑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습니다. 보통은 결혼이나 연애를 다루지만 제 경우에는 '결혼이나 연애에 에로는 필수불가결한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집에서도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지내는데 에로나 섹스야 오죽하겠습니까? 사회적인 굴레나 규칙으로부터 벗어나 그저 헐벗은 채 서로를 탐닉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좋겠지 싶어 열심히 묘사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인간 본연의 모습을 나타내려 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작가인 제가 개변태 씹노답 새끼인 겁니다.
마지막 줄을 비롯해 점차 상황이 좋지 않아질 거라 복선을 흘렸습니다만, 그 복선은 점차 나타나게 될 겁니다. 당장 누군가 죽거나 하는 것은 없을 테니 즐거운 마음(!?)으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앞으로도 즐길 수 있는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