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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어드벤처–당신의 아기를 낳고 싶어-91화 (91/235)

00090 「9-9 : 여왕과 공주 (9)」 =========================

살아오면서 맞은 적은 별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맞는 게 좋은 경험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최근에는 체벌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시대가 변했지만 나 때는 맞았다.

아, 그렇다고 해서 남들도 맞아야 한다는 꼰대 같은 말을 하려고 그러는 게 아니다.

참 궁금하다. 체벌을 내리는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는 사람도 있긴 있다. 그 사람들한테 이렇게 묻고 싶다.

‘너님도 처맞아 볼래요?’

그럼 이렇게 대답하겠지.

‘아니? 나님이 왜 맞아야 함? 내 고귀한 몸에 상처라도 나면 어떻게 하려고? 때리는 건 즐겁지만 맞는 건 싫다능!’

……이 시발 새끼가 뒤질려고 환장했나? 아니,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면서 자기는 왜 때리고 지랄이냐? 세상에 미친놈들 참 많다!

나도 미친놈이라지만 벡터(방향)가 다르다! 내가 늘 정의만을 추구하는 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폭행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응? 억지로 폭행하지 않는다면서 ‘자지의 맹세’로 여자를 범하는 건 뭐냐고? 그거야 이 ‘하렘 어드벤처’가 그러한 행동이 용납되는 세상이기 때문이지! 성범죄자나 할 법한 변명을 지껄이다니, 부끄럽지 않냐고?

하하핫! 물론 부끄럽지! 이곳이 원래 세상이었으면 벌써 철장 신세를 지고 있을 거다.

하지만 내가 아내로 맞이한 사람들은, 내가 ‘자지의 맹세’로 행복하게 만든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의 사정과 이유가 있었다. 내가 무조건적인 정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이유 없이 여자들을 괴롭혀 내 아내로 삼지는 않았다.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긴 하지만…….

근데 왜 때리는 걸로 이야기를 시작했냐고? 아 맞아! 그래, 이야기 참 잘 했다! 까먹을 뻔했지. 난 내 아내들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였다. 수도를 비롯해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자들한테 아기 씨앗을 심어주겠다는, 희대의 병신 소리를 멋모르고 지껄였지.

물론 그 뒤에는 생명의 씨앗을 만들 수 없게 된 마리아와 아테나의 부탁이 있었다. 생명의 씨앗을 대체할 수 있는 아기 씨앗. 내 정액을 수도와 다른 마을에 뿌려주면 되는 것이었고 그 말의 뜻은……내가 수도와 마을을 돌아다니며 상상도 못 할 숫자의 여자들과 섹스를 나누어야만 한다는 뜻이었다.

일단 해보긴 했지만 모두 다 냉정했다. 난 그걸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해봤다. 당장 혜린이나 로라가 나보다 크고 빳빳한 좆에 심취되어, 날 내버려둔 채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 앙앙 거리는 모습……우욱! 시발, 토가 나올 거 같다! 겨우 두 명밖에. 그것도 상상으로만 생각을 했는데 몸이 휘청거렸었지.

그제서야 알 수 있었다. 날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아내들을 내버려둔 채 강간탐방(强姦探訪)이나 하겠다니. 이거야말로 미친놈이 아니겠는가? 대놓고 바람을 피겠다고 선언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내가 왜 때리는 걸 이야기했는지 알 것이라 믿는다. 그래. 내가 당하기 싫은 일은 남도 당하기 싫은 법이다. 난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들의 사랑을 배신하려 했다.

헌데 난 내가 배신당하는 것을 상상만 했는데 정신이 무너질 거 같았다. 그야말로 멘탈 박살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을 정도로!

백발의 여자가 나한테 ‘더 변해라’라는 말을 했을 때 난 그냥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내가 왜 그 여자 말을 따라야 하는 건가부터 시작해 난 원래 세상에서 온 정상인이다. 결코 니 말 따위는 듣지 않을 거라고.

헌데 결과는 어떤가? 아무렇지도 않게 섹스탐방을 즐기겠다는 말이나 지껄이는 미친놈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점점 정상인에서 변해가는 나 자신에 대한 후회와 경멸감, 환멸부터 시작해 상상으로 겪은 그녀들의 배신. 그 때문에 혼란해하던 나는 아스카의 말을 듣고 결국 울어버렸다. 눈을 뜨니 그곳에는 날 걱정해주는 아내들. 나를 사랑해주는 여자들로 가득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변해버렸는지 나 자신이 더욱 궁금해질 정도로 후회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그녀들의 신의를 저버리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었다. 그렇기에 다른 방법을 쓰기로 했다. 바로 마법으로 만드는 ‘좆물 캡슐’이었다. 좆물 캡슐은 내가 쓸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다. 만드는 건 가능하지만 그 효능은 여자한테만 적용된다.

아니, 상식적으로 내가 만든 좆물 캡슐을 ‘아삭!’소리 나게 깨물고 싶겠냐 시발?

좆물 캡슐이라면 내가 직접 가지 않아도 여자들을 임신시킬 수 있었다. HP와 MP의 회복기능과 더불어 임신을 가능케 하는 능력까지 있었으니까.

그러나 문제라면……수도를 비롯해 아무리 작은 마을이라도 100명 이상의 여성이 있을 것이다. 그럼 그만큼 내가 정액을 뿜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혼자서는 무리다.

마력증폭기가 없어진 현재, 내 마력은 7,500. 나까지 합쳐도 76명이지만 프레그넌트의 난교 파티를 마친 후에나 캡슐을 만들 수 있겠지. 게다가 만드는 데에도 MP가 따로 소모되기 때문에 MP의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아이라한테 이걸 말하면 ‘우, 우쒸! 언제까지 지난 이야기 꺼낼 거야!’라며 날 패겠지.

언니를 미워하는 중2병 말기의 아이라 덕분에 마력증폭기는 더 이상 쓸 수 없게 됐다. 홀라당 태워버린 덕분에 조각조차 안 남게 됐지. 그렇기에 캡슐로 임신을 시키는 계획은 매우 많은 마력을 지녀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갖추어야만 쓸 수 있는 계획이 됐다.

난 마력(MP)을 회복시켜주는 무기나 도구가 있냐고 마리아한테 물었다. 여왕이니 그 정도의 도구는 가지고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물은 거였다. 다른 마음은 없었다. 빌려달라고 하니 내 정신을 박살내는 말을 했다. 뭐냐고?

여왕인 자신을 아내로 삼았으니 나는 왕이고, 왕이 자기 물건을 쓰자는데 왜 빌리냐는 말을 쓰냐며 웃더라. 하하하. 아하하핫!

……왕? King 말이냐? 난 그 말을 듣고 정신줄을 놓아버렸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그런 걸 믿을 수 있겠는가?

아, 물론 내가 그녀들한테 ‘자지의 맹세’를 걸긴 했지만 실제로 쓰지는 않았다! 내가 왕이 되고자 하는 마음 따윈 추호도 없었다! 믿어라! 아니, 믿어주세요! 난 그런 귀찮은 거 싫다고!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숲의 괴물을 모두 죽이고 이제 평화로운 일상을 사는 것만 남았는데 왕이라니?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내가 왕이라니? 앍흐앍흐……이 어찌 말도 안 되는 상황이란 말인가? 왕이라니? 왕도 시켜야 할 놈을 시켜야지 나 같은 새끼한테 왕 맡겼다가 나라 망할 일 있냐?

장담컨대 내가 왕이 되면 나라를 3분 안에 말아먹을 거다. 3분 안에 말아먹는다고 하니 누군가 컵라면을 연상할 수도 있겠지. 그건 옳으면서도 틀린 생각이다.

옳은 면에서는 3분 만에 결과를 알 수 있다는 거다. 3분이 지나면 나는 나라를 막아먹을 수 있고, 컵라면에 물 부은 사람은 라면을 말아먹을 수 있겠지.

근데 그거 아냐?

시발, 컵라면은 먹을 수나 있지!

나는 말아먹지도 못하는 병신이라고! 나 같은 놈한테 왕이라고? 다 미친 건가? 단체로 히로뽕이라도 빨았냐?

아니지? 마약은 요즘에 빨아먹는 것도 있지만 주사기로 주사를 놓는 타입도 있으니까……. 그치만 이 세상에 마약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그런 건 필요 없다.

결국 정신줄을 놓은 가운데 헤벌레 하고 있었는데 강려크한 충격을 느끼며 쓰러졌다. 기억의 바다를 허우적대며 필사적으로 찾은 결과, 내가 너무 정신줄을 놓은 게 걱정돼서 아이라가 약한 마법을 나한테 쐈다는 거였다. 문제는 그 ‘약한 정도’가 자기 기준이였다는 게 문제지.

사람을 향해 마법을 날린 이유가 ‘정신을 차리게 하기 위해’라는 점에서……어, 음. 솔직히 용서할 수가 없지만. 그래, 난 남편이잖아? 아내의 실수는 너그럽게 봐줘야지! 그렇게 나 자신을 위로하려는 찰나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였던 모습을 생각한다. 분명히…….

‘앗, 실수했다. 너무 세게 날렸나……? 세린, 좀 아프겠지만 용서해줄 거지? 데헷♪’

“‘데헷♪’ 같은 소리하고 앉아있네! 이 빌어먹을 계집애! 이리 안 와!? 다리 벌려! 내 정의의 욕봉(Justice Meat stick)으로 앙앙대게 해주……마?”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기에 분노의 일갈(一喝)과 함께 내가 일어난 곳은……내 방이었다. 아, 음. 로라 방이지 참. 난 로라 방에 붙어 사는 기생충……데, 데프프……!? 아, 아니다! 난 기생충이 아냐! 남편이지! 기, 기둥서방이 아니란 말야……!

아무도 듣지 않는 변명을 해가며 상반신을 일으켰다. 멋진 달빛이 창문으로 들어와 방안을 운치 있게 만들어준다. 내 옆에는 혜린이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방의 구조는 방마다 다르지만 경비대장인 로라는 내가 온 후, 네 명이 함께 누워 잘 수 있을 정도로 큰 침대를 들여놨다. 그런 곳에 나와 혜린 두 명밖에 없는 걸 깨달으니 하반신에 피가 쏠렸다.

……멍청한 놈. 아내들을 안심시켜준다면서 일어나자마자 하는 게 발기라니. 생리 현상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이 경우에는 생리 현상이라기보다는 이 시츄에이션에 흥분한 거겠지. 새근대는 혜린이의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니 ‘우웅……’거리며 뒤척였다.

원래라면 볼이나 이마에 키스를 하고 함께 잠을 청하는 것이 보통이지만……난 보통이 아니라서. 분기탱천한 좆으로 그녀의 이마부터 뺨까지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움찔거리는 걸 보니 자면서도 좆맛을 잊지 못하는 거겠지.

하아……나는 정말 변해버렸다. 원래 세상에서 왔을 때는 여자한테 손 하나 못 대던 겁쟁이가 지금 와서는 13명이나 되는 아내를 가지게 되다니. 그것뿐만 아니라 밤중에 일어나 좆으로 사랑하는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는 짓까지 하고 있다.

인정해야 한다. 나는 변해버렸다. 안 좋은 쪽으로 아주 많이…….

이 세상에 와서 변한 건 나뿐만이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혜린이를 비롯해 원래 세상에서 이곳으로 온 사람들은 모두 변했다고 느꼈다. 이것 또한 이 ‘하렘 어드벤처’의 영향일까? 원래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너무나 가볍게 포기하게 만드는 힘이라니.

희진이야 원래부터 무속인이었고 그녀가 처했던 상황은 이미 시궁창이었기에 그렇다 치자. 좀 심한 표현이긴 하다만……. 하지만 혜린이는? 은채는?

혜린이는 퇴물이긴 하지만 한국 최고의 섹시 가수였다. 내가 혜린이를 이렇게 만든 탓도 있지만……정말로 그녀는 포기하고 싶어서 포기한 걸까? 아니면 이 세상 때문에?

은채는? 비록 내가 증오하는 여당에 들어갔지만 독재당은 최고의 파워를 자랑하는 당(黨)이다. 금수저로 태어나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면서 살아왔던 은채는 미래까지 확실하게 보장받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한국에 있는 노예들은 무조건 독재당을 찍어줄 거니까. 밝고 아름다운 미래가 기다리고 있었다.

내가 사실상 억지에 가까운 강요로 희진이와 은채를 범했지만 그래도 은채는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 다시금 그 미래를 거머쥘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실상 포기해버렸다. 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더더욱 이곳으로부터. 나한테서부터 도망치고 싶었을 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현실을 가볍게 인정하게 만드는……그게 이 세상의 힘일까. 무섭다. 나 또한 그 힘에 매료됐다. 우연히 얻은 ‘자지의 맹세’로 이렇게까지 미친 짓을 벌이다니. 여기서 이 정도로 미친 짓을 해댔는데 현실 세상에 돌아가면 얼마나 미친 짓을 저지를지 상상도 안 가는군.

나 자신을 두려워하면서도 좆으로 그녀의 이마와 볼을 쿡쿡 찌르자 결국 혜린이는 일어나버렸다.

“몸은……괜찮아?”

부드럽게 내 남근을 어루만지며 몸이 괜찮냐를 묻다니.

“어느 쪽이냐고 하면……기분은 좋네.”

“변태. 그거 말고, 아이라 마법 맞은 거.”

팔과 상반신을 가볍게 움직였다. 안 아프다.

“아프지는 않아.”

“하반신 껄떡대는 거 보니 그런 거 같네.”

베시시 웃으며 말하는 혜린이를 끌어안았다. 그래. 비록 달라졌지만 나는 나도 혜린이는 혜린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어제 이야기할 때 있잖아. 왜 갑자기 안색이 창백해진 거였어?”

어제? 아, 새벽이니까 하루가 지나간 거군. 정확한 표현에 속으로 감탄했다.

“그게……좀. 한심한데.”

“이미 한심한 모습 많이 보였잖아. 이제 와서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아.”

“그건 그렇네. 후우……. 그, 이상한 상상을 했거든.”

“상상? 뭐? 아내들 놔두고 다른 마을에 가서 바람 피다가 칼 맞는 거?”

“그건 아니지만……차라리 그게 나을 정도로 끔찍한 상상이었어.”

정말 끔찍했다. 그저 상상. 2명밖에 안 했는데 난 휘청댔지. 생각하기도 싫다.

“무슨 상상인데?”

“……듣고 화낼 거 같은데.”

“말 안 해도 화낼 거야.”

그렇죠. 이런 때는 혜린이가 나보다 강하다. 이야기를 나누어서 해결책을 찾는 건 나보다 아내들이 더 잘했다. 나야 정말 무언가를 해야만 할 때 자동적으로 해결책을 떠올리지만 그 외의 일에서는 젬병이니까. 원래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궁금하다.

“너랑 로라가……. 다른 남자들이랑 그……. 섹스 파티를 즐기고 있는 거.”

혜린이의 얼굴이 구겨졌다. 역시 화났잖아…….

“나랑 로라가 뭐라면서 그러던데?”

“그거 꼭 말해야 해?”

“응. 듣고 싶어.”

상처를 아주 칼로 후벼 파는구나. 끔찍한 기억이어서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그……내 쬐그마한 좆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고. 섹시 스타인 너한테는 특대급 좆이 어울린다면서……그 특대급 좆을 지닌 남자의 자지에 키스하면서……충성을 맹세한다고 했어.”

“……로라는?”

“그거까지 말해야 해!?”

“응.”

그래, 칼로 팠는데 총으로 못 쏠 이유는 어디 있겠어?

“임신한 배를 문지르면서……내 아기가 아니래. 누구인지 모를 놈들이랑 섹스하며 얻은 아기라며……. 내 작은 좆에서 나온 병신 같은 아기는 키울 필요조차 없다고……하, 하하…….”

눈물이 나온다. 젠장. 나 진짜 유리 멘탈 아냐? 겨우 상상이다. 그 상상 중 일부를 말로만 옮겼는데 이렇게 슬프다니. 작정하고 아내들이 덤벼들면 정신이 파괴되어서 영원히 바보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약하구나, 내 멘탈(정신).

“하아……. 그런 생각, 지금까지 안 해본 거야? 한 번도?”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참 빌어먹을 놈이군. 아내들 앞에서 다른 아내들이랑 몸을 섞는 건 기본이요, 분신 만들어서 마을 여자들과 난교 파티를 벌이면서 정작 내 아내들이 다른 남자들과 몸을 섞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다니. 내가 좋아하는 것만 생각하는 바보잖아.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강간탐방이라는 희대의 병신 발언 때문에 이렇게 과거와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됐다만, 이 세상에는 남자가 없었다. 날 제외하고. 그렇기에 나는 늘 우위에 있었고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경쟁자가 없었다는 소리다.

“……하긴, 그렇네. 확실히 커다란 좆을 보며 황홀해하는 것도 괜찮겠네.”

내 아내가 직접 확인사살을 해주니 고맙다고 해야 할까? 눈물을 닦으면서도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뭘 말해야 하나 생각하던 중 갑자기 느낌이 온다.

“읍, 쮸릅……쬬롭! 후우, 우리 세린의 좆. 역시 좋네……?”

“효, 혜린아……?”

갑자기 남근을 탐하다니? 어, 왜?

“왜, 왜 그래 갑자기……?”

“왜라니? 힘든 남편 위로해주는 거야 아내 역할이잖아? 진짜……그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이나 하고. 그러니까 아이나나 아이라한테 바보 소리 듣는 거라고. 쪽♡”

화를 내는 건지, 위로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귀두에 키스를 하는 건 좋다만.

“로라랑 메이가 화해했던 날, 기억해?”

기억한다. 모녀가 서로의 보지를 비벼대며 사랑을 논했는데 잊을 리가 있겠냐? 그걸 생각하자 다시금 음경이 불끈댔다.

“와오♪ 후후, 우리 세린도 참. 완전 어린애잖아……? 버림받는 걸 상상한 것만으로 울다니.”

뭐라 할 말이 없다. 사실이니까. 그렇지만 그 말에 비난의 기색은 없었다.

“그런 현실도 어쩌면 있을 수 있었겠지. 그치만……지금 내 남편은 너야. 단순히 좆이 크다고 너와 나눈 섹스. 함께 했던 시간이 사라지지는 않아. 크기는 중요하겠지만 그건 살아가는 데에 아주 작은 일부분이야. 그렇잖아?”

“그렇긴 하지만……크기뿐만 아니라 사람의 문제도 있잖아. 아내들 놔두고 다른 여자들과 질펀하게 즐기겠다고 선언한 시점에서 쓰레기잖아. 언제 정나미가 떨어져도 이상할 거 없다고…….”

“어머, 자기가 쓰레기라는 건 자각하고 있었나 보네? 응, 확실히 쓰레기이긴 하지. 신혼 첫날밤을 대낮에. 그것도 사람들 앞에서 강간하며 보냈는데 그게 쓰레기가 아니고 뭐겠어?”

“……미안하다.”

젠장. 난 어찌된 게 새벽부터 일어나 사과만 하냐.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혜린이는 계속 웃고 있었다. 여전히 입으로 가끔씩 내 걸 빨면서…….

“근데 세린. 뭐 잊고 있지 않아?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넌 최선을 다했어. 니가 했던 짓 중에는 쓰레기 같았던 짓도 있지만 그 밑에는 다른 사람들을, 우리를 도와주고 싶다는 마음이 깔려 있었잖아.”

내가? 금시초문인데요? 혜린이는 내 표정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내가 한숨 쉬는 걸로 충분하거든? 너님이 한숨 쉬면 그건 그거대로 상처를 받거든요?

“여기 처음 떨어져서 날 구하려고 했던 것부터 시작해서……로라랑 메이 사이를 화해시켜주고. 아이나가 힘들 때 위로하고 동생까지 데려왔잖아? 안나랑 니나 때도 우리를 위해 그 역겨운 연기까지 다 했었고.”

“그 사이에 즐기긴 했으니 더 쓰레기지.”

“그건 그래.”

정말 다행이라고 느꼈다. 내가 잘못된 점을 하나씩 집어주며 ‘확실히 이 부분은 쓰레기 같았어’라고 말하는 혜린. 반대로 말하자면……내가 잘한 행동, 멋졌던 점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적어도 나 자신의 가치를 나보다 잘 알아주는 사람 한 명은 이 세상에 존재했다. 바로 내 눈앞에.

“그치만 아기를 걱정해서 일어났을 때 니 모습, 정말 멋졌던 거 알아? 현실 세상이었다면 늘 몸만 사리면서 나한테 발정하던 놈들이랑은 달랐어. 다른 사람을 위해 헌신적으로 싸우고, 자기 몸을 그렇게 던지면서까지 아내들을 지키려 했으니까 우린 너를 사랑하게 된 거야.”

“……널 죽이려던 안나를 사랑한다고 지껄였고, 낙태까지 했는데?”

“필요했으니까 한 거겠지. 반대로 말하자면 목숨은 안 뺏은 거잖아. 자기가 잘못한 거, 못난 점만 그렇데 들면 한도 없고 끝도 없어. 중요한 건…….”

그녀와 내 입이 겹쳐졌다. 비록 내 자지를 빨던 입이지만……달콤하다.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그 달콤한 타액과 내 쓰레기 같은 타액이 섞일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혀를 갈구했다. 하나가 될 수 없고 설령 하나가 된다 하더라도 극히 짧은 시간밖에 함께 할 수 없는 그 키스가 이토록 감미로웠다니.

“후우……. 중요한 건 말이지. 같이 보낸 시간, 함께 지낸 경험으로 쌓아진 사랑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거야. 이 세상에 남자는 너밖에 없어. 그치만……새로운 남자를 찾는다고 우리가 보지를 활짝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릴 거라 생각해?”

아니, 그럴 리가 없다! 단언할 수 있다! 내 아내들은 남자에 미친 그런 발정 난 년들이 아니다!

그녀들이 몸을 허락하는 건 서로를 사랑하니까, 서로를 믿을 수 있으니까 그런 거지, 아무런 믿음도 없고 사랑도 없는 남자들한테 그 소중한 몸을 내어주는……그런 걸레가 아니다!

“그 얼굴 보니까 깨달은 거 같네. 알겠어? 상상은 결국 상상이야. 불안한 마음은 알겠지만……믿어봐. 니 아내들은 널 사랑하고 있어. 니 자지가 크냐 작냐의 문제가 아냐. 확실히 넌 쓰레기야. 그치만 그러면서도 아내들을 위해, 사람들을 위해 늘 노력하고 있어. 니 능력 이상으로 말이지. 그렇게 필사적이고 헌신적인 너를 놓고 다른 바보들이랑 몸을 섞을 리가 없잖아? 그러니까……울지 마.”

난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 그 말이 끝나기 전부터 펑펑 울던 나는 그녀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은 채 끅끅댔다.

기뻤다.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왜 나를 사랑해 주는지에 대해 알게 되어서.

난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멋진 아내들을 뒀다는 안도감에.

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가치 있는 인간이었다는 기쁨에.

말로 다 할 수 없고 셀 수 없는 이유와 감정이 내 눈물샘을 자극했고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혜린을 끌어안았다. 혜린이도 나를 끌어안는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건 다 거짓말이다. 서로에 대한 감정과 마음을 말하지 않으면 우리는 서로를 확실히 이해할 수 없다.

난 내 고민과 아픔을 말했고 혜린은 그런 나한테 진심을 말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마음과 육체를 공유하고 있는 거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말과 행동으로 자신을 나타내지 않으면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존재니까…….

내 어리석음과 병신 같았던 행동을 반성하며. 하지만 동시에 내 사랑스러운 아내들을 평생 지켜내겠다고 생각하며 울었다.

“이제 진정이 좀 됐어?”

대답도 못 하겠군. 코를 조금씩 풀며 고개를 끄덕이자 ‘으이구……아이나랑 아이라가 울면 진짜 놀려 대겠어’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쒸! 난 어린애 아니라니까!?

“그치만 이렇게 보니까 우리 서방님, 의외로 멘탈이 약하네? 괴물한테도 꿋꿋하게 달려들던 니가 겨우 상상 좀 했다고 그렇게 비틀거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 난 그때 진짜 몸 아픈 건가 싶었어.”

“나도 내 멘탈이 이렇게 유리일 줄은 몰랐어. 이건 뭐 누가 쳐대면 바로 부서질 수준이잖아.”

내 장난기 섞인 말에 혜린이는 씩 웃는다. 왜 그렇게 웃냐? 아까 전에는 자애로운 웃음이었는데 이젠 날 놀려먹을 걸로 궁리하는 웃음이다. 그러지 마라…….

“앞으로 아내들한테 말해야겠네~? 섹스할 때는 격하게 우리를 사랑하던 남편님이 알고 보니 우릴 잃어버릴까봐 질질 짤고 울고……킥킥!”

“아, 안 그랬거든? 질질 안 울었거든?”

“에이, 부끄러워하기는! 괜찮다니까? 다 이해해줄 거야. 아마도.”

“아마도는 또 뭔데 아마도는!? 아니, 왜 잘 나가다가 그러는 거냐고? 야, 하지 마라? 진짜 그러면 가짜 인격 꺼낸다?”

“가짜 인격은 더 좋아할걸? 너 괴롭힐 건수가 들어왔다고. 너 걔한테 불알 빨려서 한 방에 KO된 거 기억 안 나?”

아, 서로간의 사랑을 확인하며 이제야 상호이해의 경지에 이르렀나 싶었는데 단숨에 바닥으로 내려왔군!

그렇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이게 바로 ‘우리’니까. 서로를 사랑하니까 이런 말을 하며 웃을 수 있는 거겠지.

원래라면 ‘이게 내 인생 퀄리티죠 시발!’이라며 욕을 해야겠지만……지금은 아니다. 지금만큼은……지금 같은 인생이 계속된다면, 그것이야말로 축복이 아닐까 싶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달빛은 우리를 계속 비춰주었다.

============================ 작품 후기 ============================

애니든 소설이든 간에 하나의 작품이 끝난다는 것은 참 많은 감정을 유발합니다. 좋은 작품이면 '2기나 후속작이 나왔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안 좋은 작품이면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어떻게든 끝났네'라고. 어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떠오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망작, 졸작이라 불리는 경우에는 다릅니다. 이 경우에는 앞서 말씀드린 아쉬움이나 시원섭섭한 감정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망작이나 졸작이라고 불릴 정도면 이미 안 좋은 감정은 다 산 후일 테니까요. 그리고 현재, 눈부신 세 개의 망작이 빛을 발하며 저희를 맞이합니다.

토리야마 아키라 선생님의 초 유명 대표작인 드래곤볼의 후속작인 「초(슈퍼) 드래곤볼」

많은 듀얼리스트들을 열광시킨 유희왕의 최신 후속작 「유희왕 아크 파이브」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인 건담의 최신작 「철혈의 오펀스」

놀랍게도 적어도 거의 20년 넘게 이어진 작품군들의 후속작입니다만, 셋 다 예외 없이 쫄딱 망해버렸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슈퍼 드래곤볼은 현재진행형으로 전작의 위상과 인기를 망가뜨리고 있으니 '망하고 있는 중'이라고 해야겠네요.

아크 파이브의 경우, 보지 않은 저조차 슬쩍 보기가 무서울 정도의 좆망테크트리를 타버렸습니다. 오죽하면 스마일 월드 화형식이 유튜브에 올라왔을까요.

물론 저야 드래곤볼 자체를 매우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 후속작을 직접 보지는 않았습니다. 아크 파이브도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그 완성도가 얼마나 낮은지는 애니 리뷰를 보며 깨닫게 됐습니다. 팬이 아닌 저조차 '이건 아닌데 =_=;'라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팬분들이 겪은 고통과 허탈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겠죠.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저 세 개의 작품군 중 마지막. 건담 계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통받아야만 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현역 건덕으로서 건담의 리얼타임 실시간 시청을 놓칠 수는 없었거든요.

1기에서 초반까지만 해도 좋았던 철혈의 오펀스였지만……그 진행과 평가가 어떻게 됐는지는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잘 모르니까 요약해달라고요?

그거(철혈) 건담 아닙니다.

건담 이름에 똥칠하지 마라.

존나 진지하게 적는 겁니다. 위에 형식상 적긴 적었지만 철혈의 오펀스는 건담이라 불릴 가치가 없습니다. 야쿠자들 미화시키며 총 50화 분량을 받다니. 나가이 타츠유키랑 오카다 마리는 좆잡고 반성해야 합니다. 토미노 감독님의 레콘기스타가 50화라면 또 모를까, 저딴 것에 50화 4쿨 분량을 주다니. 선라이즈는 망해봐야 정신을 차리겠죠? ^^

혜린과 세린이 이야기를 나눕니다만, 까놓고 말해 제가 적은 소설이 철혈의 오펀스보다는 상호이해를 더 잘 드러내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감히 제 소설 따위를 건담에 비유할 수 있냐고요? 아, 아니라니까요? 전 철혈의 오펀스랑 비교한 거라니까요? 철혈의 오펀스를 건담으로 치다니. 그건 건덕에 대한 모욕입니다. 그거 건담 아닙니다.

제 어설픈 소설보다 더 어설픈 게 철혈입니다. 그 철혈도 이번 주로 끝나게 되네요. 과연 어떤 식으로 마지막까지 암을 유발시킬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도 기체는 잘 뽑았어요. 개인적으로는 슈발베 그레이즈나 시덴이 엄청 매력적이에요.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로리콤MK님, 쩔렁거리는 건 설마 은팔찌는 아니겠죠? 저희는 YES 로리  NO 터치의 정신을 지키는 신사─라는 이름의 변태─. 경찰한테 잡혀 철컹☆철컹을 당할 만한 인물이 아닙니다. 앞으로도 활기차게 뛰어노는 애들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읍시다. 분명 이 웃음과 훈훈한 마음은 모두를 따뜻하게 감싸겠죠.

네? 약 팔지 마라구요? 하핫, 그렇지 않습니다. 기계를 포함해 대부분의 물건은 소형화를 궁극의 목적으로 칩니다. 즉, 저희가 작은 여자애를 좋아하게 된 것은 궁극의 목적인 소형화가 인간에 적용된 것! 저희가 로리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어쩔 수 없는 선택지입니다. 함께 외칩시다! 지크──로리! 지크──로리! 누님 연방 따위는……나중에 로리에 질렸을 때 보는 거로 충분합니다!

배신자요? 어허, 이분이!? 사람이 밥만 먹고 살아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가끔은 밥도 먹고 가끔은 과자도 먹고 가끔은 떡도 먹어줘야죠. 이건 바람을 피우는 게 아닙니다.

사람이 때때로 입맛을 바꾸듯이 저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뿐입니다! 함께 갑시다! 신세계로! 라이토가 인간 관악기로 활동하고 있는 새로운 세상으로!

로리!

다이스키이이이잇────!

루인sv님, 바라보면 흐뭇하지만 실제로 키우면 엄청난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겠죠. 농담 삼아 썼지만 실제로 아이들을 좋아하기는 합니다.

단, 장난 치거나 짓궂은 아이들은 별로 안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런 장난을 많이 받아주면 주변 사람들한테 피해를 끼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점을 뿌리뽑을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요즘 어른들은 자기 자식 귀한 줄은 알면서 남 자식 귀한 줄은 모르거든요.

패밀리 레스토랑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워킹」의 주인공, 타카나시 소타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갑니다. 어리면 순수해서 귀여운데 그 순수함이 금방 악이나 나쁜 것에 물들어버리면……여러 모로 힘듭니다. 역시 어린아이는 천진난만한 게 제일 좋습니다.

이상입니다. 일본에서조차 까이고 있는 철혈의 오펀스. 부디 정의구현이 되기를 바라며 일요일만 기다립니다. 감사합니다.

P.S - 쿠델리아 아이나 번스타인의 성우분은 대놓고 주인공인 미카즈키를 싫어하더군요. 더빙을 하면서 얼마나 심적 고통을 받았을지 상상도 못 하겠네요. 주인공으로 발탁된 미카즈키 성우분도 '아, 시발……이게 아닌데……건담 주인공으로 나왔는데 내가 어쩌다 이런 사이코패스 새끼를 맡게 됐지?'라며 고민하고 계실 겁니다. 안 그럴 리가 없습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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