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1 「21-10 : 특별편」 =========================
「21-10 : 캐릭터들한테 욕 오지게 처먹는 특별편」
방 안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숨만 쉬고 있었다. 이 특별편 바로 전의 에피소드. 21-9에서 날 찔러 죽이는 역할을 맡았던 아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 저기. 아빠. 괜찮아요?”
메이가 나를 걱정해준다. 아아, 이게 얼마만일까. 안즈가 나를 납치한 에피소드 이후부터 완전히 남 취급하던 메이가 날 걱정해줄 줄이야. 난 웃으며 메이한테 대답했다.
“전혀 안 괜찮단다.”
분위기가 싸해진다. 그야 그렇겠지. 이래 봬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아내들한테 칼 맞고 죽었는데 괜찮을 리가 없지 않은가? 누가 무슨 말을 꺼내면 좋을지 모르는 사이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내가 죽는다는 망할 엔딩을 적은 작가 새끼다.
“아아, 드디어 다 적었다! 와, 시발! 내가 이거 적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냐? 으하핫!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막장 전개가 되어서 좀 놀랐다만……뭐 어때!? 어차피 계속 쓸 건데.”
“작가아아아아아────!! 이 시발놈아아아────ㅅ!!”
난 들어오자마자 헛소리를 지껄이는 작가를 향해 힘껏 외쳤다. 어딜 봐도 특징 없이 생긴 작가는 움찔하며 날 본다.
“너 때문에……너 같이 한심한 작가 때문에 내가 죽다니! 주인공인 내가! 아내나 딸들한테 칼빵을 맞아 죽다니! 아, 아니……이게 무슨 소리야? 칼빵이라고? 내가……죽었다? 내가 죽었다, 그 말인가?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칼빵이라니……내가 칼빵이라니이이잇!?”
심영 선생님의 ‘내가 고자라니!?’ 드립을 치며 외쳤지만 난 진심이었다. 억울함과 분노를 가득 담아 소리치자 작가는 쿨하게 말했다.
“어차피 특별편 지나고 스토리 진행될 텐데 또 왜 그러냐?”
피눈물을 흘리고 싶다! 나를 포함해 모든 아내들이 한숨을 푹푹 쉬었다. 보다 못한 로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작가님. 이건 아무리 봐도 좀 막 나간 거 같은데요.”
로라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는 머리를 긁어댔다.
“나도 막 나가는 건 알고 있는데……언제까지 질질 끌 수는 없잖아. 막말로 주인공이 윤간이나 강간당하는 장면, 보고 싶냐?”
그건 그랬다. 내가 여자 역할을 한 후로 허리 빠지도록 구른 걸 생각하면 진도를 빨리 빼야한다는 생각은 들었었지. 이러다가 내 몸이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아내들도 틀림없이 내 몸을 걱정해서 그런 말을 한 거겠지.
물론 독자분들 중에는 ‘앞으로도 세린이 고통받는 거 보고 싶어요 오 ^0^/’라며 찬성할 사람도 있겠지만……아내들만큼은 그런 걸 바라지 않겠지?
“아, 그건 보고 싶어요. 세린이 저희 물건을 빨아대며 괴로워하는 걸 보니 마음이 정말 포근했거든요.”
아, 쒸바! 특별편 시작한지 몇 문단 지났다고 너희는 내 생각을 이렇게 멋지게 배신하는 거니!? 바로 윗 문단에 아내들은 내가 고통 받는 걸 바라지 않을 거라 적어놨는데 니들은 어떻게 그리 쉽게 내 기대와 소망을 때려 부수냐?
피눈물을 흘릴 기세로 아내들을 보니 모두 ‘왜 그렇게 보냐?’라는 식으로 날 본다. 저것들이!?
“어……세린을 괴롭히거나 범하는 건 좋은데요. 저희가 묻고 싶은 건 그거 외의 문제거든요.”
이럴 수가! 내가 통수를 맞다니!? 날 사랑하는 아내들은 ‘세린이 강간이나 윤간을 당하다니, 옳지 않아요!’라며 실드를 치고 변호를 할 거라 생각했는데……뭐? 날 괴롭히거나 범하는 게 좋다고!? 이 얼마나 끔찍한 생각이니? 그거 외의 문제를 묻고 싶다고!? 그럼 나는 뭔데?
내가 이렇게 정신적 충격을 받아 데프프 거리고 있는 동안 그녀들은 질문을 계속하고 있었다. 나에 대한 배려와 마음보다는 자기들의 궁금증을 우선시 하다니. 무서운 계집애들 같으니라고!
“어, 저부터 할게요. 왜 타이틀이 ‘지옥(地獄)’인가요?”
그 질문을 들은 작가는 눈을 크게 떴다. 호오……확실히 궁금하긴 궁금했다. 작가가 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물으니 혜린이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나와 작가를 보며 이야기한다. 아니, 왜 나를 보냐고!? 내가 소설 쓰냐? 이 모든 일의 원흉인 작가를 한심하게 봐야지, 왜 나를 그런 눈으로 보니!?
“21-1편부터 21-9까지. ‘지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넣고 고작 9편 만에 끝나다니. 한 챕터(10편) 분량도 안 되는데 이럴 거 같았으면 좀 더 얌전한 제목을 쓰는 게 나았잖아요.”
적절한 지적이었다. 내가 여자가 된 후부터 겪은 일들은 지옥이나 다름없었지만……겨우 9편 만에 내가 죽는 것으로 모든 게 끝날 거 같았으면 그냥 다른 제목을 쓰는 게 훨씬 더 적절했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런 제목을 쓴 걸까?
“어……사실은. 이 ‘지옥’ 챕터를 좀 더 길게 쓸 생각이었거든.”
망할 작가! 난 당장 작가의 죽빵을 힘차게 후려갈기고 싶었다. 아니, 뭐라고? 지금까지 겪은 일도 존나 힘들고 빡셌는데 그거보다 길게 적을 생각이었다고? 더 하드코어하게!? ANG!?
“근데. 세린이 좀 바보 같은 짓도 하고 멍청한 생각도 많이 하지만……명색이 주인공이잖아.”
그 말에 모두가 ‘그렇긴 그렇죠’라며 수긍했다. 아아, 얘들 전부 한 대씩 갈기고 싶다.
“아무리 내가 세린을 막 굴린다지만, 주인공을 여자로 만들어 온갖 험한 꼴을 겪게 하는데……정신적으로 좀 힘들더라. 이런 걸 적으면서 과연 내가 이런 걸 적어도 되는 건가, 이걸 보고 누군가 한 소리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딴 소리를 하실 거였으면 처음부터 19금 소설을 안 적는 게 나았을 거 같은데요.”
내가 쏘아붙이자 작가는 ‘나도 그러고 싶었다’라고 했다. 유료 소설 연재 사이트의 대부분은 19금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글을 읽게 하기 위해서는 흥미로운 주제나 이야기부터 시작해 자극적인 전개, 19금틱한 묘사 등이 필요했으니 어쩔 수 없었겠지.
“지옥이라고 타이틀은 붙였는데 적다보니 회의감(懷疑感)이 물씬 들더군. 사람들이 과연 이런 걸 보고 싶어 할까? 주인공이 여자로 변해 온갖 수모를 겪는데……이런 것보다는 주인공이 복수를 하거나 유린한테 반격하는 걸 더 보고 싶어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 바로 그거라고! 난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며 그 말에 동의했다. 그래, 명색이 주인공인데 언제까지 당하고 있어야 쓰나? 내가 여자로 변한 걸 반기는 사람도 없거니와 주인공이 악당한테 험한 꼴을 당하며 고생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 개중에는 ‘여, 여자가 되어서 [너, 너 같은 것한테 굴복하지 않아!]라며 대들다가 암캐로 전락해버린 세린쨩, 카와이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뭐, 취향이나 생각은 사람마다 제각각이니까. 나도 그런 앙칼진 여자가 앙탈을 부리며 타락하는 모습을 그리려 했었으니까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
망할 작가. 지옥으로 떨어져버려라. 속으로 욕하고 있는 건 나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갑작스러운 진행에 어리둥절한 사람은 독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들조차 이렇게 막 나가도 되나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럼 떡밥은요? 하렘 어드벤처의 존재 유무부터 시작해 아내들을 구한다거나, 사람들을 원래대로 되돌린다거나 하는 떡밥이 아직도 남았잖아요. 떡밥을 풀기 위해 노력해도 모자랄 판에 주인공을 죽이면 어떻게 해요?”
메이의 총명한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우……울고 싶다! 우리 메이가 저렇게 총명하고 똑똑하게 자라다니! 카인(유린)이 등장한 후로 제대로 이야기를 나누기가 어려웠던 내 딸이지만 나를 변호하기 위해 저렇게 또박또박 말하다니! 논리를 세워 간결하게 말하다니! 몇 번이고 말하지만……내 딸이라고! 아무한테도 안 준다고!
“그 자랑스런 딸이랑 아내들한테 칼빵 맞아 죽은 니가 할 말이 아닐 텐데……?”
“으허어억! 하지 마! 그 이야기 하지 말라고!”
아이나가 나지막하게 말한 것은 촌철살인(寸鐵殺人)이나 다름없었기에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쳤다. 아아, 진짜 어쩌다가 이 꼬라지가 됐을까?
어, 그래. 죽을 거라는 생각은 했었지. 문제는 최종보스랑 멋지게 싸우다가 뒈지는 게 아니라 아내들한테 칼빵 맞고 죽을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냐?
“떡밥에 관해서는 점차 해결을 할 생각인데……음. 거기에 대해서는 나름 핑계나 변명이 있어. 내가 너무하다고 다들 말하지만 일단 내 이야기도 좀 들어주라. 불만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 없을지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일단 이야기는 들어봐야지.”
모두 작가를 봤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한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음, 일단 이야기를 하기 전에……너희도 알겠지만 이 특별편은 세 번째 적는 거야. 13-3와 13-4. 타이틀은 【약 한 사발 거하게 빨고 적는 특별편】이었지. 상하(上下)편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니 두 편이었던 거, 다들 기억나지?”
손을 들었다. 질문이 있다는 뜻이다. 작가가 질문을 허가했고 난 궁금한 걸 물었다.
“예전에 나왔던 신세린(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은 어떻게 됐나요?”
내가 궁금한 것 중 하나는 바로 다른 팬픽의 주인공이었다. 나와 같은 이름을 지녔던 신세린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한 것도 있었다만……워낙 이 소설에 집필 활동이 편중되어 있다 보니 어떻게 된 건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어……이 소설 끝나면 적을 것도 이미 생각해뒀거든. 사실상 무기한 연기야. 오리지널 요소 넣어서 진행하는 것 따윈 꿈도 못 꿔. 아주 특별한 때 아니면 아마 못 적을걸?”
아! 소드 아트 온라인 팬픽에서 건너온 그 신세린한테는 꿈도 희망도 없구나! 소설의 주인공한테 있어서 소설이 연중(연재중지)되는 것만큼 무서운 건 없지! 나처럼 TS당해 임신당하는 것도 좀 그렇다만, 아예 연중되면 진짜 아무것도 안 되니까. 그 사람은 과연 어떤 기분일까?
뭐? 남 걱정 말고 내 걱정이나 하라고? 시발, 칼빵 맞아 뒈졌는데 내가 어떻게 내 걱정을 한단 말인가? 서든 어택이나 스페셜 포스에서 리스폰도 안 되는 상태에 빠졌는데 그게 열심히 한다고 해결되냐? 아군 서포트나 하면 그나마 나은 거지.
“어, 다시 이야기로 들어갈게. 너희 마음은 잘 알아. 어떻게 아냐고? 작가니까. 20-10에서 세린이 몸을 빼앗기면서 중반부가 끝난 곳까지는 어떻게든 적절한 속도를 유지했다고 생각해. 초반 100편, 중반 100편. 이렇게 100편씩을 소요했으니까. 원래라면 후반에도 100편을 적을 예정이었어.”
예정이었다는 말은 그 예정이 어긋났다는 걸 뜻한다. 내가 생각해도 9편 만에 날 죽이는 건 좀 무리수였다고 생각한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니까……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대체 후반부에 왜 100편을 써야 하는 걸까? 왜 주인공이 당하고 험한 꼴 보고 이리저리 구르는 걸 몇 십 편이나 써야 하는 걸까 하고. 까놓고 말해서……주인공 죽이는 걸로 엔딩 쓰는 작가는 별로 없잖아.”
“제 눈앞에는 한 분 계시는데요.”
동의를 바라는 작가한테 ‘너님이 그 주인공 죽이는 엔딩 쓰는 작가입니다’라고 대놓고 말한 거다. 작가는 ‘에이, 그건 아니지’라며 웃었다.
“그게 엔딩이라면 특별편을 쓸 이유도 없었겠지. 이제 코즈믹 호러냐? 주인공이 미치거나 죽는 엔딩으로 끝나는 건 코즈믹 호러에서 자주 볼 수 있지만 이건 19금 판타지라고. 아무리 내가 막장이라지만 그런 식으로 작품을 끝낼 리는 없잖냐.”
자기가 막장이라는 사실은 인정했군. 확실히 그랬다. 크툴루 신화로 유명한 코즈믹 호러에서는 주인공이 그야말로 동네북에 불과했다. 운이 나쁘면 죽음. 운이 좋아도 미쳐서 정신병원에서 살아가게 됐지.
정신병자가 되어 영원히 정신병원에 갇히게 됐는데도 그게 그나마 해피 엔딩이라니. 내 인생도 암울하지만 그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참 불쌍하구나 싶었다.
“세린아. 너 드래곤볼 애니메이션 봤지?”
갑자기 왜 드래곤볼 이야기가 나오는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대답은 해야 했다.
“어, 보기는 봤죠. 전부 다 봤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근데 왜요?”
작가는 웃음을 머금은 채 질문을 계속했다.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으로 변하는데 애니에서 시간이 얼마나 많이 걸린 줄 아냐?”
그 질문을 받자마자 난 작가의 의향(意向)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렇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작가도 내가 자기 생각을 눈치 챘다는 걸 깨달았는지 ‘알겠지?’라며 물었다. 난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네요’라고 대답했다.
“저기……저희한테도 좀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아이라가 ‘너희만 알지 말고 우리한테도 좀 알려줄래?’라는 식으로 물었기에 더 이상 고개만 끄덕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어, 쉽게 말해서……【질질 끄는 전개】를 방지하기 위해 무리해서 나를 죽였다는 거야.”
다들 이해할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나마 혜린이나 희진이, 은채는 약간 이해하는 것 같았지만……다른 애들은 드래곤볼이나 드라마 등을 본 적이 없으니 이해하기가 어려웠겠지.
“생각해봐. 아무리 떡밥을 회수하거나 너희와의 갈등을 그려야 한다지만……그걸 몇 편 정도 적으면 될 거라 생각해?”
이 질문에 바로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갈등이나 떡밥 회수가 필요한 건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었지만 거기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하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으니까.
“내가 괴로워하는 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없겠지만……그걸 위해 몇 십 편이고 적다 보면 독자들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아, 시발. 이딴 건 됐다고. 빨리 주인공이랑 최종보스랑 싸우라고. 대체 언제까지 이딴 걸로 질질 끌 건데? 지가 무슨 드래곤볼의 토리야마 아키라인 줄 아나?’하고 말이야.”
일본의 전설급 만화 & 애니메이션인 ‘드래곤볼’. 누구나 명작이라고 인정하는 것이지만……애니메이션을 무조건 명작이라고 하기에는 여러 가지로 많은 한계가 존재했다. 오리지널 스토리를 넣거나 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스토리나 전투를 질질 끄는 것이었다.
손오공이 초사이언으로 변신하는 건 만화에서는 순식간이다. 몇 페이지 안 걸린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은? 1~2편은 가볍게 잡아먹었다. 프리더와의 전투에서 ‘앞으로 이 별은 5분 후면 사라진다!’라고 말했으면서 애니에서는 전투를 9화씩이나 끌었다. 20분짜리 애니메이션이라 해도 9화면 180분. 3시간이나 됐다는 이야기다!
더군다나 일본에서 방영하는 애니메이션은 1주에 1회. 즉, 9주 동안 프리더와 손오공이 전투하는 것만 봐야 했다는 거다! 거기에 회상 장면이나 이상한 것까지 모조리 넣어서! 그야말로 인간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길이 없는 전개였다.
“이 소설이 막장이긴 한데……아무리 그래도 내가 당하는 걸 30편, 40편씩 적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여자가 된 내가 반격이나 저항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싫다고 왕궁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사면초가(四面楚歌)나 다름없는 상태인데 이런 나를 30편~40편씩 적고 싶겠냐? 이런 걸 30~40편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긴 있겠냐?”
이 말에는 작가를 이해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 자신을 변호하려는 마음도 존재했다. 9편 동안 온갖 좆뺑이를 쳤는데 30편 정도 더 하라고? 미쳤냐? 아니, 주인공이 막 구르는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래, 그건 이해한다 쳐.
그치만 반격이나 역전의 방법이 없는데 그걸 몇 십 편이나 질질 끄는 사례는 없었다! 장난 치냐? 나한테 전설급 무기가 있는 것도 아냐, 유린한테 약점이 있는 것도 아냐! 나는 내 몸을 되찾지 못한 상태도 아내들은 정신지배를 받고 있는데 이 상태를 몇 십 편이나 더 겪어야 한다니!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걸 다른 애들도 이해한 것 같았다. 날 괴롭히던 유린마저 ‘이제 괴롭힐 건덕지가 별로 없어서 뭘 해야 하나 싶었는데……잘 됐지 뭐’라며 끄덕인다. 아아, 특별편이든 본편이든 간에 쟤는 왜 저렇게 주는 거 없이 미운 걸까? 확 패버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좀 무리수도 많고 전개가 너무 막 나가는 것 같았지만……어쩔 수가 없었어. 남은 떡밥도 얼마 없었거니와 그거 하나 풀자고 계속해서 세린을 굴리는 건 작가로서 할 짓이 아니더라고. 세린은 누가 뭐래도 이 작품의 주인공이잖아. 그런 주인공을 여자로 만들어 굴리는데 내 마음이 편하겠어?”
원래라면 ‘작가님……흐윽! 죄송해요, 작가님의 깊은 생각을 모르고 욕해서 정말 죄송해요!’라며 사죄를 해야 했으나……내가 그럴 놈으로 보이냐? 지금까지 작가 때문에 험한 꼴 못 볼꼴 등을 당한 게 너무 많았기에 한숨을 푹푹 쉬었다. 그럴 거면 처음부터 하지 말았어야지!!
“떡밥은 얼마 남지 않았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것은 스토리 진행을 하며 언급하거나 고쳐나갈 생각이야. 죽음이 너무 허무하다고 생각되는 건……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지. 침대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데 장렬하게 죽는 장면을 적으면 좀 그렇잖아.”
내가 죽는 장면을 보며 ‘꼭 이렇게 죽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들어보니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숨이 넘어가려는 여자가 갑자기 하늘을 붕붕 날아다니며 에너지탄을 발사하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니까.
“어, 작가님. 그럼 세린을 그렇게 허무하게 죽인 이유가……괜히 스토리 질질 끌다가 사람들이 ‘아, 뭐가 이렇게 질질 끄냐! 그냥 죽일 거면 확 죽이라고!’라며 화낼 거 같아서 그러셨다는 거죠?”
가장 마지막에 내 아내가 됐던 이루이가 그녀답지 않은 말투까지 쓰며 의견을 정리하자 작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희는……저희는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희 차례는 완전히 없는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이루이의 그 말을 듣자 내 눈이 커졌다. 으응? 그게 무슨 말이지? 이해하는 듯한 애들도 있었고 이해를 못 하는 사람들도 있었기에 이루이는 부연 설명을 곁들였다.
“4명씩 나와서 세린을 범하는 부분에서는 맨 앞의 네 명을 제외하면 그냥 적당히 글로 때운 수준. 묘사도 ‘성폭행했다, 윤간했다’ 정도에서 그쳤잖아요. 저나 안즈 씨는 제대로 활약도 못 했는데 완전 겉절이 취급당하고……. 묘사도 만족 못 할 수준이지만 아예 세린도 죽여 버렸으니 이게 세린을 죽이려고 적은 건지 의무적으로 남은 사람들을 위해 적은 건지 모르겠어요.”
그 말을 들으니 모두 ‘그건 그렇지’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린이와 로라, 메이. 미카까지 더해 네 명의 경우 나를 범하는 장면이 자세하게 묘사됐지만 다른 아내들은 그런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서로가 가진 불만이나 갈등이 폭발되는 장면. 게다가 내가 여자라는 약자(弱者)의 위치에 있으니 지금까지 했던 일을 그대로 당하며 용서를 빌거나 하는 장면이 펼쳐져야 했었는데……그런 묘사나 장면이 완전히 없어지고 ‘성폭행했다’라는 것 정도로 그쳐버렸다.
16명 중 12명과의 정사 장면 & 주인공을 갑자기 SAL★HAE!! 이걸 모조리 한 편에 집어넣다니. 아무리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라지만 너무 급작스럽게 나간 게 아닌가 싶었는데 그거 외에도 이런 문제가 있었을 줄이야.
남자였지만 여자로 변한 후 험한 일을 당하기만 했던 나는 ‘나만큼 심각한 문제를 가진 등장인물은 없겠지’라고 생각했었지만……그렇지도 않았던 모양이다. 나는 그나마 한 명이고 죽으면 땡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아내들은 그렇지 않았다.
아내들은 소설 속에서 여전히 정신지배를 받고 있으며 나와의 갈등 또한 해소되지 않은 상태였다. 자기들의 등장 장면이 줄어든 것은 약과였다. 맨 처음 나온 네 명은 그나마 급전개가 시작되기 전에 어떻게든 활약했다고 봐야 하나?
“사람이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인데요. 괴물로 변한 사람들이나 죽은 야만족들부터 시작해 아내 16명을 어떻게 챙길 것인가에 대한 떡밥도 남아 있잖아요.”
작가는 머리를 잡은 채 부르르 떨고 있었다. 생각할 게 이렇게 많은데 등장인물한테 저런 질문을 듣는다는 건 ‘야, 작가. 너 소설 연재할 마음은 있냐? 적는다고 그게 다 소설이냐? 작가면 작가답게 스토리나 캐릭터의 비중 분배를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니냐? 좆으로 타자 치냐?’라고 갈굼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나를 지옥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작가라지만 이 이상 괴로워하는 것을 볼 수는 없었기에 난 크게 소리쳤다.
“얘들아, 그만둬! 작가님의 라이프는 벌써 제로(0)야! 생각해봐! 처음으로 장편 소설을 연재하는 쪼렙─저레벨(低 LEVEL)을 강하게 발음하여 줄인 단어. 레벨이 낮은 유저나 사람을 칭한다. 사람한테 쓰지 말자. 무례한 단어다─작가한테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필력(筆力)이나 아이디어가 있을 리가 없잖아!!”
작가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내 변호에 감동한 거겠지.
벅차오르는 감동을 맛보느라 정신이 없을 테니 이대로 나가자!
“너희가 말한 건 다 맞아! 안즈나 이루이는 소설 후반에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14명과는 대화나 만나는 장면도 거의 없었어! 접점(接點)이라고는 쥐뿔도 없으면서 쓸데없이 여자 캐릭터만 늘리는 작가의 멍청하고 등신 같은 전개 방법에는 나도 혀를 내둘렀지! 그치만 어쩌겠어? 아직 초보잖아! 등장인물인 우리가 따뜻한 마음으로 지켜봐줘야 하지 않겠어?”
뒤에서 신음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 변호가 감동스럽다 못해 눈물까지 흘리게 한 건가.
후후, 좋아. 피니쉬(Finish)다!!
“아무리 이 소설에 무리수가 많고 19금 정사 씬이 꼴릿꼴릿하지 않다고 쳐도 우린 이 소설의 등장인물이야! 모자라는 작가님을 최대한 보좌(補佐)해서 독자(讀者) 모두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설이었다’라고 느끼게 만들자!”
내 멋진 연설이 끝나자 뒤에서 누군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뒤를 보니 작가는 쓰러져 있었고 아내들은 아연실색(啞然失色)한 표정으로 나와 작가를 번갈아봤다. 난 만면에 웃음을 띤 채 작가를 본다. 작가는 한손으로는 가슴을 잡은 채 한손으로는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후후, 어떤가……내 변호는? 내 악의(惡意)와 살의(殺意)가 가득 담긴 변호를 받으니 기분이 어떠신가, 작가 양반?”
작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꺽꺽대고 있었다. 지금까지 당한 모든 울분과 분노를 풀어서 크게 외쳤다.
“그래, 내가 변호했다! 내가 변호했다고! 작가를 불쌍하게 여기며 도와주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작가의 모자란 부분, 나쁜 점을 지적하는 내 변호를 받아라!”
작가는 테이블을 잡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났지만 난 거리낌 없이 작가의 복부에 주먹을 꽂아넣었다.
“후후……이미 좆망해버린 4대강 사업 곁으로 보내주지. 받아라, 창조경제 펀치!”
“으, 헉! 개새끼! 하필 때려도 그딴 걸로 때리다니잇!?”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찬 목소리로 비명을 질러대던 작가는 결국 자리에 쓰러져버렸다. 잠시간의 침묵이 지난 후 모두가 웅성거린다. 잘 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건 너무 심한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조금씩 들려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일은 이미 벌어졌는데. 난 목소리를 가다듬은 후 작가의 말을 대변하기로 했다.
“음, 우선……이 글을 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여러 가지로 험한 꼴을 당하다 못해 결국 죽어버린 주인공, 신세린입니다.”
죽어버리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아내들한테 칼빵 맞고 죽은 것이니 ‘살해당했다’라고 말해야 옳았다. 주위에 아내들이 있으니 그건 너무하다 싶어 말은 못 했다만……16명이나 되는 아내들한테 난도(亂刀)질 당해 죽다니. 이건 이거대로 참 기구한 팔자구나 싶었다.
“서장(序章) 100편, 중장(中章) 100편. 이렇게 글을 쓰던 작가가 체력적·정신적 한계를 느껴 결국에는 21-9 시점에서 저를 죽여 버렸습니다. 원래라면 날 죽였다고 길길이 날뛰어야 하지만 한 번 적을 때 100편 적기 전까지는 잘 쉬지도 않는 작가를 보니 뭐라고 하기도 참 뭐하더군요.”
작가가 늘 힘들다면서 투덜댔던 게 생각난다. 자기 팔자는 어떻게 못 하지만 그래도 소설만큼은 열심히 적고 싶다며 매일 같이 타자를 두드리던 걸 생각하면……뭐라 할 수가 없었다.
“중장 100편을 다 적고 종장(終章)을 시작하기까지 대략 10일 정도밖에 안 쉬었다고 했으니 이건 이거대로 참 막장인 것 같습니다. 주인공을 여자로 만들어 굴리는 것도 심적(心的)으로 힘들지만 자기가 생각하는 스토리 진행을 위해서는 너무 글을 질질 끄는 것도 좋지 않겠다 싶어 결국 이런 길을 선택해버렸네요.”
이미 정신을 차린 작가는 한숨을 쉬며 날 보고 있었다. 나보고 대신 하라는 거군.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소설가라는 것은 상당히 힘든 것입니다. 팬픽이나 가볍게 적을 경우 약간의 시간을 들이면 그만이지만 전업작가나 전문적인 부분을 지향하고 글을 적는 사람의 경우 그와는 사정이 다르게 됩니다. 스토리 진행이나 플롯부터 시작해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으며, 소설뿐만 아니라 시대의 트렌드나 독자들의 선호 작품 및 주제에도 신경을 써야만 합니다.”
팔을 쭉 뻗으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는 작가를 보니 또 떠오르는 게 있었다.
“2017년 11월 10일을 기점으로 말씀드리고 있습니다만, 일본의 유명한 소설가나 라이트노벨 작가, 애니메이터 분들이 사망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개인의 건강이나 병 등이 문제가 되긴 했지만 그만큼 크리에이터 계열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가혹한 작업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소설가의 경우 늘 앉아서 타자를 치는 것뿐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늘 같은 자세로 일을 해야 하기에 건강이 좋지 않게 되거나 허리에 부담 및 무리가 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는 작가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일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주 있는 일일 것입니다.”
허리를 똑바로 세우고 일을 하면 그나마 좀 낫겠지만……24시간 하루 내내 허리를 똑바로 세운 채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의자에 편하게 앉아 일을 하는 사람부터 시작해 소설이나 활동에 몰두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자세가 바뀌거나 하는 경우가 있었으니까.
“독자분들 중 일부는 작가의 비겁한 변명이자 핑계라고 욕을 하실 수도 있겠지만……글을 적으시거나 적어본 적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창작 슬럼프부터 시작해 건강문제, 개인 사정, 신경 써야 하는 부분 등에 대해 공감이 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늘 무적완벽초인처럼 글을 거침없이 적을 수 없다는 것 정도는 누구나 다 알 거라 생각되고요.”
전업작가들조차 글을 막 적다 보면 예전에 적은 내용과 맞지 않다거나 설정충돌 및 오류가 나는 경우가 허다했다. 글을 적는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힘든 것이었으며, 이를 아무런 어려움 없이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나았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늘 완벽한 퀄리티로 거침없이 작품을 낼 수는 없었다.
“이 특별편이 끝난 후 다시금 스토리가 시작됩니다만……까놓고 말해 지금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아내들을 되찾거나 떡밥을 회수하는 등, 지금까지 제가 하지 못했던 일을 하게 되는 이야기가 될 겁니다. 등장인물한테 욕이나 다름없는 질문까지 처들은 작가가 책임감 없이 ‘존나 강해진 주인공이 유린을 처발랐다! 하렘 어드벤처에는 평화가 돌아왔다!’라는 식으로 적을 리는 없을 테니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적으면 내가 죽여야지. 장난 빠냐? 그딴 식으로 적을 거 같았으면 아무나 소설가 하게? 작가도 내 마음을 아는지 그럴 일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자기 목숨 아까운 줄도 알지만 자기도 그렇게 적기는 싫은 거겠지.
“앞으로 펼쳐질 하렘 어드벤처는 본격적으로 종장(終章)에 들어가게 됩니다. 떡밥의 회수, 되찾지 못한 아내들. 파멸로 달려가는 세상. 그 모든 것을 풀기 위해 최선을 다해 적을 생각이니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구독,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공손하게 말하며 고개 숙여 인사했고 모두 박수를 쳤다. 아, 이거 말하는 거 잊었다.
“덧붙여 작가는 동정(童貞)이니까 19금 장면을 너무 기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야 이 개새끼야!!”
뒤에서 욕설이 들려왔지만 쿨하게 무시했다. 치졸한 내 복수가 성공한 것에 쾌락을 느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야기의 끝을 향해 달리기 위한 휴식은 끝났다. 이제……모든 것을 끝낼 때다.
“아내들한테 칼빵 맞아 뒈진 후에 그렇게 폼 잡아도 별로 안 멋있는데.”
저 멀리서 유린이 분위기 잡치는 소리를 던졌고 난 조용히 대답했다.
“……입 좀 닥쳐줄래?”
모처럼 쉬는 에피소드. 특별편 끝에서까지 이 지랄이었다.
============================ 작품 후기 ============================
특별편이긴 합니다만 개인사정 등을 완전히 드러낸 것은 아닙니다. 원래 구상한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부터 시작해 회의감을 느낀 것도 있고, 슬슬 반격하는 거 안 그리면 독자분들이 떨어져나가겠구나 하고 느낀 것도 있고. 단적으로 말하자면 '맞긴 맞는 말인데 그게 전부는 아니다'겠네요.
드래곤볼을 비유로 들었습니다만 사실 질질 끄는 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내들을 네 명씩 내보내 세린을 괴롭히는 것과 '으아아아아!'하며 기합만 질러대며 언제 초사이어인으로 변할지 몰라 마냥 기다리는 것과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제 글이 드래곤볼처럼 명작이라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만, 화수 떼워먹기로 치자면 드래곤볼을 따라갈 작품이 별로 안 보입니다. 있어봤자 나루토 오리지널 에피소드, 블리치 땜빵용 에피소드, 원피스 정도겠죠.
원나블(원피스-나루토-블리치) 애니메이션은 원작을 따라잡을 수 없으니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진행할 수밖에 없긴 합니다만, 그것도 너무 심하면 욕먹기 일쑤죠. 그러다 설정붕괴가 일어날 수도 있고 그러면 또 그거 땜빵하느라 고생이니까요. 그렇다고 원작 따라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 여러 모로 갑갑할 겁니다.
아, 그래도 세린이 카승사자(카카시 + 저승사자. 실제로 카카시는 카승사자도 아니고 카레기도 아니니 이런 말은 가능하면 자제합시다) 흉내를 내며 '후후, 어떤가 내 펀치 맛이……? 그래, 내가 죽였다! 내가 린을 죽였다고! 린을 죽인 내 펀치를 받아라! 린의 곁으로 보내주지……죽어라, 안면장애인!' 레파토리를 쓰는 건 꽤 괜찮았습니다.
나루토 팬이라면 구미가 '지금까지 수많은 쓰레기를 봐왔지만 카카시 저 자식이 최고야……짐승인 나보다도 짐승같구만. 나루토, 절대 카카시한테 뒷통수는 보이지 마'라고 말하는 장면도 바로 떠오르실 겁니다. 이거 보고 미친 듯이 웃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설마 나루토가 그렇게 끝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어제 김관진 전 국방장관의 사이버 댓글부대 운용이 뉴스로 나왔습니다. 방산비리는 생계형 비리라고 지껄이던 한민구도 그렇거니와 2MB-503 시대의 국방장관들은 왜 이 모양 요 꼬라지일까요. 한심하다 못해 한숨이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 북한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쓰레기들만 모아놓았네요.
카승사자는 재미삼아 말하는 거지만 전 국방장관들이 자기들 정치권력과 몸보신을 위해 그 따위로 행동하다니. 대한민국은 애저녁에 망했어요. 전쟁 나면 주제에 윗대가리라고 명령할 걸 생각하면 열불이 터지네요.
국민과 장병을 지키지는 않고 국가에 이익이 되는 일도 안 하지만 적들한테는 죽으러 가라며 명령을 내리다니. 군 간부들한테 총알과 수류탄 세례부터 날아가도 불평불만은 말 못 할 겁니다.
4대강 펀치는 현재의 상황을 비꼬기 위해 넣은 겁니다. 다스는 누구 것인지 모른다고 하는데 이제 얼마 안 가 밝혀지겠네요 ^^ 2MB과 죄수번호 503이 나란히 앉아 겸상할 거 생각하면 행복해효 ^^
덧붙여 개인사정에 불펌텍본 + 조아라의 병크를 넣지 않은 것은 이미 후기에서 언급해 그런 것도 있지만, 대놓고 조아라 까는 글을 적으면 잘리지 않을까 싶어 뺐습니다. 특별편이라는 이름의 땜빵 + 변명 + 후기 콤보라 좀 불안한데 조아라 까는 글까지 넣으면 삭☆제! 될 거 같은 느낌이 좀 들었거든요. 너그럽게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코멘트에 대한 답변입니다.
나락이되고파님, 나락님이나 zxc54님 같이 날카롭게 예언하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진짜 무섭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서 세린이 싸울 길은 당연히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밖에 없습니다만, 그 힘을 ‘외부요인’이라고 칭한 게 참 무서웠습니다.
물론 ‘그런 거야 누구나 예상할 수 있지. 그럼, 이 상황에서 세린이 혼자 힘으로 부활하겠냐?’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 외부요인에 대해 언급하신 분들은 별로 없던 걸로 기억납니다. 여러 모로 ‘역시 조아라’라고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고양이새벽님, 세린이 반격합니다만 안타깝게도 유린이 ‘히익, 드, 드러와! 쓰레기 같은 세린의 좆망 좆물이 유린의 자궁을 채우고 이써어어어! 이딴 쓰레기의 아기를 낳아버려요요요옷!’이라며 아헤가오 더블피스 아기 만들기 섹스를 하는 장면은 없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상황에서 유린까지 범해버리면 좀 그렇겠지 싶었거든요.
아내들 다 빼앗고 자기 육체랑 영혼도 빼앗고. 돌림빵 당하게 만든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빼앗은 유린을 범하며 아내(or 육노예)로 삼는 엔딩은 아무리 약빤 저라도 좀 적기 그래서 제외시켰습니다.
덧붙여 위의 대사(아기 생겨버렷!)는 그냥 적은 겁니다. 결코 유린을 굴복시키는 장면을 쓰지 못한 억울함을 후기에서 풀려는 게 아닙니다. 믿으세요. 믿는 자는 구원받는다고들 하지 않습니까.
아! 물론 엿 먹이기는 확실히 적었습니다.
너도 나도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한 자루의 창, 죽창.
너도 나도 누구나 마음속에 품은 비장의 대책, 엿 먹이기.
말씀드릴 필요도 없습니다만…….
세린이 성질 존나 더러운 놈입니다. ^^
zxc54님, 상당히 신선한 발상이네요. 과거회귀 소재를 ‘에이, 이건 아니지’라며 넘겼습니다만 외전으로 쓴다는 생각은 전혀 못 해봤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써보고 싶네요. 유린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발버둥치는 세린을 생각한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라는 챕터 제목을 붙여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음 주부터는 세린의 반격이 시작되네요. 초기 구상과는 다르지만 이미 시작해버렸으니 끝까지 가야죠.
이렇게 된 이상……완결까지 간다!
독자님들, 여기서 '그래야 약 존나 빠는 작가답지!'라며 말씀해주시면 행복할 겁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를!
……응? 근데 잠깐만.
위의 코멘트 내용을 잘 합치면……?
과거회귀 + 유린의 육노예화 → 아기, 가! 생겨버렷! 세린 같은 좆변태 개씹창 쓰레기의 아기를, 낳, 아버렷! 으, 응끼익! 헤, 헤엑! 나, 나을께요! 유린이가 세린의 아기 낳을 테니까……세린의 쓰레기 정자가 우글대는 좆물 빨리……싸죠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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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좋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