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9 「22-8 : 부활하는 주인공 (8)」 =========================
날 향해 걸어오는 유린을 보니 감개무량(感慨無量)밖에 느껴지지가 않았다. 예전이었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며 호들갑을 떨었겠지만……지금은 그냥 뭐 ‘병신이 나한테 걸어오네’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한때는 힘없는 소시민(小市民). 인터넷에서 자주 거론되는 ‘평범한 닌겐─인간(人間)을 일본어로 발음한 것. 실제로 쓰면 사람한테 [야, 인간!]이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이 되니 일상생활에서는 쓰지 말자. 그 이전에, 저런 말 쓰는 사람 있으면 중2병일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해라─’이었지만……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많은 사람들의 지식과 힘, 영혼을 얻은 나한테 있어 유린의 공격은 예전처럼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물론 대놓고 맞으면 아프겠지만 옛날처럼 반격조차 못한 채 당하기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럴 거 같았으면 되살아나지도 않았다. 날 향해 뻗은 놈의 손에서 붉은색의 불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어익후, 우리 유린님! 빠이어 볼 쓰시려고!? FIRE BALL 쓰시려고? 그거 썼다가 소중한 숲이 활활 불타면 어떻게 하시려고? 괜찮겠어요? 네? 레알? 혼또니(ほんとに)?”
“죽어.”
내 어그로에 어지간히 화가 났던지 놈은 내 질문에 파이어 볼로 답했다. 그걸 맞아줄 생각은 당연히 없었기에 회피를 했고, 내 뒤로 날아가던 파이어 볼은 나무에 부딪치자마자 맹렬하게 주변을 불태워가기 시작했다.
“어이쿠, 무서워라! 좀 놀렸다고 불덩어리를 쏘다니! 이거 무서워서 사람 놀릴 수나 있겠냐? 놀리는데 목숨 걸고 놀려야 한다니! 어휴, 넌 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길래 그러니? 그래서야 다른 시공차원 가서 동료나 만들 수 있겠어?”
“죽어!!”
이번에는 아예 외치며 공격해온다. 놈의 손에는 척 봐도 범상치 않은 무기가 들려져 있었다. 검신이 날카로울 뿐만 아니라 매우 긴 검. 황금색으로 빛나는 걸 보니 어디에선가 본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설마 저거……Fate 시리즈의 ‘약속된 승리의 검 - 엑스칼리버 (約束された勝利の剣 / Excalibur)’은 아니겠지?
내 걱정과는 달리 검에서 레일건이나 레이저 빔 같은 빔 병기 계열의 공격은 뿜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맞으면 골로 갈 거 같다는 느낌은 지워지지가 않았기에 즉시 하늘로 도망쳤다. 예전에 ‘비행’마법을 썼을 때처럼 하늘을 날게 되니 오랜만에 하늘을 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도망가지 마! 죽어!”
아니……너님은 도망가지 말라고 하시는 겁니까, 죽으라고 하시는 겁니까? 도망치지 말고 그냥 죽으라고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분이구만!
입에 비웃음을 가득 띠우며 놈한테 손을 내밀었다. 예전에는 단순히 얻은 마법이나 도구, 코스튬에 의존했었지만……지금은 놈이랑 한 번 붙어볼 만한 힘과 마법이 있었기에 그걸 쓰기로 했다.
손 주위에서 서늘한 느낌이 든다. 손아귀 안에 만들어지는 푸른색의 구체를 보니 침이 꿀꺽 소리를 내며 넘어간다. 저놈은 나한테 뜨거운 불을 선물해줬으니 나는 차가운 얼음을 선물해줘야겠지? 당연한 소리지만, 이 얼음에 맞으면 ‘아이, 차가웡♪’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선물 머겅! 두 번 머겅! 뽜이야!”
내 비웃음과 장난기를 가득 담은 선물. 얼음으로 만든 구체가 날아가자 놈의 눈이 커졌다. 그렇겠지. 비행 마법뿐이라면 단순히 도망치기 위한 힘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공격용 마법까지 쓰는 걸 보니 아마 미칠 지경이겠지.
내가 어떻게 살아났는지도 의문이다만, 놈한테 공격을 할 수 있는 힘까지 갖추어졌다는 것은……놈의 계획에 차질(蹉跌)이 생겼다는 뜻이니까.
위력이 쩔어주는 황금색의 검으로 내 얼음 마법을 없애려 했지만……잔넨(残念 ; ざんねん - 일본어로 ‘유감’이라는 뜻. 다 큰 성인 남성이 쓸 말은 절대 아니니 일상생활에서 쓰지 말자)! 그건 폭발하는 거거든!?
검이 닿으려던 찰나, 얼음으로 만든 구체가 폭발했다. 검뿐만 아니라 놈의 얼굴이나 몸을 향해 날아가는 얼음은 이쑤시개 같이 작으면서도 뾰족한 형태를 띠고 있었기에 놈의 피부나 옷을 찢으며 데미지를 주었다. 나이스!
“으큭!”
지금까지는 독성(毒性)으로 인해 괴로워하고 있었지만 이번 신음은 직접적인 고통 때문에 나온 것이었기에 더 기분이 짜릿했다. 안 그래도 야만족의 숲은 독 때문에 지속적인 데미지를 받고 있는데 그걸 해결할 생각은 하지도 않고 나한테 덤벼들다니. 너 바보지?
탁한 색의 땅으로 떨어질 것 같던 유린은 간신히 중심을 잡았지만 꼴은 말이 아니었다. 피부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고 입고 있던 옷은 꽤 너덜너덜해졌다. 겨우 마법 한 방으로 저 지경이 된 걸 보니 참으로 우습기 짝이 없었다. 날 향해 분노로 가득 찬 시선을 보내던 유린한테 능글맞은 말을 보낸다.
“야아……이거 완전 좆밥이구만? 왜? 놀랐어? 너한테 당하기만 하던 내가 너한테 데미지를 주니까? 너 진짜 사람을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냐? 일취월장(日就月將)이라는 사자성어가 그냥 생겼겠어?”
멀리 있는데도 불구하고 놈의 손이 덜덜 떨렸다. 분노뿐만 아니라 공포감 또한 놈의 손을 떨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겠지. 나한테 당했다는 분노. 대체 뭐가 어떻게 됐길래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공포감. 여러 가지 감정이 어우러져 놈을 떨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니 짜릿하기 그지없었다.
공포 중 가장 큰 공포는 【미지(未知)에 대한 공포】였다. 사람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것에 매우 커다란 공포를 나타냈고, 그랬기에 모든 것을 자기 통제 하에 두려고 했다. 모르는 사이,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만큼 공포스러운 것은 없었을 테니까.
이 세상의 신으로서 모든 것을 주관하고 파악하던 유린. 그런 신한테 있어 이런 상황은 그야말로 상상도 못했던 일이겠지. 자기가 죽였다고 생각한 놈이 되살아났을 뿐만 아니라 마법으로 데미지까지 줬으니까. 나라도 놀라겠다만 나와 저놈의 다른 점이라면……나는 이미 헬조선이라 불리는 나라에서 살아왔다는 점이지.
“이거 완전히 온실 속에서 자란 도련님이잖아? 야, 그렇게 놀라서야 온라인 게임은 어떻게 하려고 그래? 지금까지 너 혼자 ‘하렘 어드벤처’라는 싱글 플레이 게임만 해왔잖아? 싱글에서는 무적일지 몰라도 대전 상대가 나타나자마자 이 지랄이라니……20년 동안 대체 뭐했냐? 딸만 쳤냐?”
모욕적인 내 언사(言辭)에 놈은 이까지 까득거리며 분노를 표했다. 으음, 좋아. 아주 좋아! 이미 내 【계획】은 진행 중이었기에 놈을 흥분시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시간을 끄는 것도 해야 하는 행동 중 하나였다. 일을 너무 서두르면 망치기 마련이니까.
하늘을 나는 상태에서 조금 내려와 놈과 눈을 마주쳤다.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빛을 보니 분노라는 감정은 호기심이나 공포보다 훨씬 더 앞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화가 나니까 눈에 뵈는 게 없는 거지. 간혹 술 마신 사람들이 저러곤 하는데……쟤는 술 마시면 과연 어떤 상태가 될까?
“죽일 거야……죽여 버릴 거라고……!!”
놈은 중2병에 걸린 사람처럼 ‘죽인다’라는 말만을 반복했다. 그래, 이왕 화를 돋우는 거. 확실히 빡치게 해주마. 난 귀를 후비적거렸고 이걸 본 놈은 눈을 크게 뜨더니 더욱 더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내 얼굴이었지만 저렇게까지 분노로 물들 수 있구나 싶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어우, 야. 표정 좀 구기지 마. 표정 구긴다고 뭐가 달라지겠니? 니가 화내봤자 손오공이 초사이어인으로 변하는 것처럼 파워 업 이벤트가 일어나는 게 아니거든요? 게다가……내가 틀린 말 한 건 아니잖아?”
공중에서 천천히 다가가자 놈은 움찔거린다. 내가 이 근거리(近距離)에서 덤벼들까봐 그런 건가?
“지금까지 넌 신(神)으로서 이 세상을 관리하고 즐겨왔어. 맞는 말이잖아? 말로는 싫다, 지긋지긋하다, 벗어나고 싶다고 하면서도 이 세상을 악착 같이 이용해왔지. 니가 생각하는 것, 원하는 것을 모두 만들며 너만의 세상을 만들었잖아. 대전 상대도, 경쟁 상대도 없고. 너한테 덤비거나 반항하는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세상. 오직 니가 최강이자 유일한 절대신인 시공차원을 말이야. 내 말이 틀려?”
유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움찔거리는 눈이 긍정의 표시라고 받아들이자.
“이걸 싱글 플레이 게임이라고 안 부르면 뭐라고 불러야 하냐? 맞잖아? 2P랑 같이 대전하거나 경쟁하는 것도 없어. 협력 플레이(코옵)도 없어. 니가 지루하거나 심심하다 싶으면 괴물 만들어서 사람들이랑 싸우게 해. 그러다 마음에 든다 싶으면 직접 들어가서 개입도 해. 누구 하나 너한테 저항도, 반항도 못 하는 니놈 전용 게임이잖아.”
난 이 세상을 ‘게임’으로 칭하거나 취급하는 건 싫었지만……하렘 어드벤처라는 세상의 진실을 알게 된 후로는 ‘놈이 게임하는 느낌으로 만든 세상’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로라나 메이, 다른 아내들을 게임 캐릭터로 취급하고 싶지는 않았다만 그 성질 자체는 부정할 수 없는 ‘만들어진 것’이었다.
“지금까지 제대로 된 적이랑 만난 적도 없고 자기보다 강한 놈이랑은 붙어본 적도 없으면서 뭐? 다른 시공차원계에 간다고? 너 병신이냐? 20년 동안 딸만 치다보니 뇌수(腦髓)가 좆물로 다 변한 거야? 아니면 뭔데? 그거냐? 다른 시공차원 가서 처맞고 싶다는 욕망으로 가득 찬 거야? 응? 그런 거냐?”
자신의 소중한 소망이 모욕당해서 그런 걸까? 놈은 검을 들고 나한테 달려들었다. 공중에서 검을 가지고 달려드는 걸 보니 어지간히도 화가 났다 보군. 판단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였기에 다시 한 번 얼음으로 만든 구체를 날려줬다. 이번에는 자기 주변에 배리어(방어막)을 만들어 막았지만……난 칭찬 대신 비아냥을 날려줬다.
“어이쿠, 이제야 그걸 막았어요 유린 어린이? 그거 하나 막았다고 의기양양한 표정이라니. 너 너무 병신 아니냐? 그거 하나 막았다고 잘난 척이라니. 후우……너 같은 놈을 상대하고 있는 내가 불쌍하다 불쌍해. 아니지? 불쌍한 건 너인가?”
“……잘난 척하지 맛!”
다시 한 번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피하지 않았다. 나는 놈이 손에 든 것과 똑같은 검은 복제(複製)해 거기에 맞섰다. 자기 손에 들려진 검과 똑같은 물건이 내 손에 쥐어지자 놈은 당황하며 나를 밀쳐냈다.
“야, 내가 말했잖아. 나도 불쌍하지만 너도 불쌍하다고.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은 해봤냐?”
내가 검을 복제해서 그런 것일까? 참격전(斬撃戰)으로 들어갔다간 커다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지 유린은 검은 든 채 내 말에 집중한다. 그래, 그래야지. 이제 곧 커다란 사건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도 모른 채 등신 같이 돌격만 해대다니.
어떤 의미로는 참으로 바보였다. 니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이 세상’ 전체인데.
“내가……불쌍하다고?”
내 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는지 내가 한 말을 중얼거렸고, 나는 기회다 싶어 한껏 입을 놀렸다. 이전에는 놈한테 당하기만 했지만 이번에는 놈을 가지고 놀면서 설득 비슷한 대화까지 시키고 있다니. 정말 즐겁기 짝이 없었다.
“그러엄! 야, 생각을 해봐! 내가 왜 내가 불쌍하다고 말하다 너도 불쌍하다고 했는지 말이야! 아, 모를 수도 있으니 힌트까지 줄게! 내가 아까 게임 운운했잖아! 그걸 생각하면 무슨 뜻인지 바로 감이 올걸?”
유린은 내가 했던 말을 곰곰이 생각하는 것 같았지만 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았다. 그럴 줄 알았다. 온라인 게임은커녕 대전이나 협력 플레이조차 못해봤을 테니까. 이 상태면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지만 이왕 놀리는 거라면 뼛속까지 털어버리자는 생각이 들었기에 답을 입에 담았다.
“니가 그 답을 모른다는 것 자체가 불쌍하다는 일에 포함되는 거지! 아, 알았어! 가르쳐줄게! 가르쳐줄 테니까 그렇게 꼬라보지 마. 그렇게 본다고 눈에서 히트 비전(Heat Vision)이 나가는 거 아니거든? 답 존나 간단하다니까? 답은 말이지……너는 다른 시공차원에 가도 절대 살아남거나 성공할 수 없다는 거야.”
게임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불쌍하다고 하더니 이제는 다른 시공차원에 가도 절대 못 살아남을 거라고? 전혀 연결되지 않는 이야기에 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근거와 이유를 대며 유린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내가 말했잖아? 이 시공차원은 니 전용 싱글 플레이 게임이라고. 기억 나냐?”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는 끄덕였다. 흠, 프레그넌트랑 부카케는 준비 끝났고. 나머지 마을은 아직인가. 좀 더 시간을 끌자. 이왕 할 거 단숨에 몰아붙여야 하니까.
“싱글 플레이 게임의 좋은 점이 뭔지 알아? 바로 혼자 한다는 거지. 다른 사람이랑 협력하다가 손발이 안 맞는다고 화낼 필요도 없고, 대전하면서 서로 얼굴 붉힐 필요도 없어. 그야말로 혼자 게임 즐기는 사람한테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지. 바로 여기처럼 말이야.”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았지만 내심 맞는 말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너한테 반항하거나 저항하는 사람 있었냐? 너랑 경쟁(競爭)을 하는 사람이 있었어? 아니잖아! 너한테 협력하는 사람도 없었고 너랑 싸우는 사람도 없었어! 육체를 얻기 위해 좆뺑이 굴리는 남자. 나 같은 놈 빼고는 전부 다 니 장난감이었잖아? 너 하고 싶은 대로, 꼴리는 대로 마음껏 가지고 놀았잖아?”
물론 나는 놈의 정체를 눈치 채고 저항하려 했지만……모두 알 것이다. 그 행동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바보 같은 짓이었는지를.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저항하는 사람도 없고 너랑 싸워서 데미지를 주거나 하는 일도 없었으니 이런 생각을 했겠지. 아! 내가 존나 쎄구나! 이렇게 강려크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시공차원에 가서도 잘 먹고 잘 살겠구나! 나한테 덤벼드는 놈들을 박살내며 한 가닥 하는 솜씨로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하고 말이지.”
조금이지만 숨이 가빠진다. 말을 너무 빨리 한 건가? 감정까지 실어서 말했으니 지칠 만도 하지.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자멘과 어보션에도 배치 완료. 이제 남은 곳은 세 곳이다.
“그래, 알아. 니 맘 잘 알지! 싱글 플레이에서 존나 좋은 결과 뽑으면 그런 생각도 하게 돼! 내가 존나 세구나! 플레이랑 컨트롤 존나 잘 하는구나! 이 솜씨로 가면 프로랑 떠서 이기는 것도 꿈은 아니겠구나 하고 말이지! 근데 있잖아……그거 아냐?”
공중에서 놈을 향해 슬며시 다가간다. 거리가 멀어서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게 귀찮았는데 좀 더 다가가면 숨이 찰 일도 없겠지. 이전에도 다가갔지만 조금 더 다가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유린은 칼로 날 겨냥하지 않았다. 이야기에 푹 빠졌군.
“그런 사람들이 온라인 게임에 들어가면 박살나거든. 아주 철저하게. 뼛속까지 털릴 정도로.”
내가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가 간 거 같다. 입이 크게 벌어지는 걸 무시했다.
“이제 좀 알겠냐? 싱글 플레이 게임에서 좋은 결과나 성적 좀 냈다고 자기가 강한 줄 아는 놈들이 온라인에 오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 박살나. 아주 철저하게. 그야 그렇겠지. 저항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적들. 프로그래밍된 행동밖에 못 하는 놈들만 상대하다가 실제로 생각하고 제멋대로 움직이는 사람들이랑 만났는데……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냐?”
온라인 게임은 말 그대로 온라인(Online). 통신 상태가 연결된 것을 뜻한다. 싱글 모드에서 프로그래밍된 적이랑 싸우던 때와는 전혀 다르다. 말 그대로 사람. 인간 대 인간과의 대결 구도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다.
“단순한 패턴대로만 움직이는 싱글 모드랑은 비교가 안 돼! 그야말로 실력과 생각이 시험받는 거지! 저렇게 움직이니까 이렇게 대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을 빠르게 옮길 만한 실력이 필요하지! 그거 없으면 바로 털리지! 어떻게 아냐고? 내가 온라인 게임하면서 털린 적이 한두 번인 줄 아냐? 내가 아무리 못해도 너보다는 훨씬 더 실력이랑 판단력이 높다 야.”
어쩐지 굴욕적인 말을 들어버렸지만 놈은 그런 것도 인식할 수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유린이 정신을 잃은 채 멍해진 사이, 카미유와 루인에도 도착했다는 신호가 온다. 좋아, 이제 한 곳. 수도만 가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 이해가 가냐? 이해가 가지? 넌 머리가 좋으니까 이제 확실히 깨달았을 거야. 이거 봐! 날 보라고! 이 싱글 게임에서 너랑 비슷한 힘을 갖춘 채 나타난 나를 봤을 때, 니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나냐?”
유린은 어떻게 되살아났냐며 망연자실하게 묻기만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실을 부정했었지.
“야, 웃긴 것도 정도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난 너보다 월등히 강한 게 아냐! 너랑 비슷하거나 약간 강한 정도겠지! 어쩌면 약할 수도 있고! 근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중요한 사실은……니가 나한테 고전(苦戰)을 면하지 못했다는 거지!”
회심의 일격을 날림과 동시에 점점 수도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신호가 온다. 음, 좋군. 이대로라면 이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조건이 완전히 갖추어지겠어.
“니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사람 한 명 나타났다고 이 지랄이라니! 고전을 면하지 못한다고? 그야말로 싱글 플레이만 하던 쪼렙 뉴비 티내는 거잖아! 온라인도 아니고 고작해야 대전! 1:1에서도 못 이기는데……온라인 게임보다 훨씬 더 시궁창인 시공차원계에서는 대체 어떻게 하려고 그러냐, 너님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시원하게 뱉어내자 내 얼굴에는 승리와 달성감이, 놈의 얼굴에는 당혹감과 미지에 대한 공포가 퍼져간다.
“너 내가 날린 얼음 마법에 당했지? 지금은 멀쩡한데……혹시 그 마법이 독이었다면 어쩔 생각이었냐? 아, 걱정 마. 독 안 들어있으니까. 그렇게 놀랄 필요 없다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냐. 그 마법이 독이었다면? 그럼 넌 대체 어떻게 했겠어?”
유린은 차마 말할 수 없겠지. 입 안에서 웅얼거리는 것을 내가 대신 말해준다니. 이러다가 쟤가 똥 싸고 싶은 것도 내가 대신 싸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날린 마법이 독이고 거기에 당했다면? 이미 죽어있거나 중상(重傷)을 입었겠지! 안 그래도 아픈 상태에서 변변한 치료도 못한 채 덤벼들다니! 그것도 웃긴데 역관광을 당해 죽었다고? 농담하냐? 이게 최선이야? 그게 이 하렘 어드벤처의 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처냐고?”
유린은 ‘으읏……’이라 신음을 내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잘못된 선택을 해버린 학생을 혼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엄밀히 말해 유린이 한 행동과 선택은 대부분 잘못된 것이었으니 지적할 것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만. 그걸 다 말로 할 필요는 없겠지. 이제 곧 놈은 죽게 될 거니까.
“설마 싶어 묻는 건데, 문제가 이거뿐이라고 생각한 건 아니지? 진심으로 바라는 건데, 그렇게 생각 안 했기를 바라. 너한테는 원한이랑 증오밖에 없지만 그래도 미운 정이 들어서 이렇게 설명해주는 거잖아? 안 그래도 멍청한데 이걸로 끝일 거라 생각했다면……진심으로 걱정돼서 묻는 건데, 괜찮겠냐? 응?”
누군가 본다면 괴롭히려고 이렇게 묻는 거냐고 묻겠지만……완전히 거짓은 아니었다. 원한과 증오가 있는 건 당연했지만 내가 물었던 것처럼 바보 같은 생각을 했다면……나 또한 슬프기 그지없었다. 놈을 사랑해서? 반대다. 저런 바보한테 내가 농락당했다고 생각하니 슬퍼서 그런 거다.
“야. 너한테 적의(敵意)를 가지고 다가오는 놈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 하는데 대체 나 같은 놈이 수두룩한 시공차원계에는 어떻게 가려고? 응? 내가 무슨 조폭도 아니고, 1:1이었잖아. 나랑 남자답게 1대1로 싸웠잖아. 근데 이렇게 고전했다고? 힘겹게 대응했다고? 시력 괜찮냐? 내가 너라면 앞날이 깜깜해서 보이지도 않았을 텐데?”
대놓고 비꼬아서 그런 걸까? 유린은 ‘이, 입 닥쳐!’라며 허세를 부렸다. 으음, 허세를 부릴 정도의 자존심과 의식은 아직 있나보군. 다행이다. 겨우 그 정도면 박살내려고 작정한 보람이 없잖냐. 그렇게 나와야 이쪽도 까고 구박하는 보람이 있지.
“닥치라니? 난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인데? 이봐, 정신 차리라고. 아직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어? 여길 봐. 이 세상은 니가 만든 세상이야. 니가 만든 ‘하렘 어드벤처’라는 이름의 시공차원이라고! 넌 거기서 신처럼 행동했었어. 누구도 너한테 뭐라고 못 했지. 욕이나 비판할 생각조차 없었을 거야. 너라는 존재 자체를 몰랐을 테고, 알아도 저항조차 할 수 없었을 테니까.”
‘옛날의 나처럼’이라는 말은 안 했다. 괜히 이 말 했다가 놈이 좋다고 방방 날뛰는 꼬라지는 안 보고 싶었으니까.
“늘 최강이자 무적이었고, 치트키라고밖에 형용할 길이 없는 힘을 가지고 지 꼴리는 대로 마음껏 놀았겠지. 니가 만든 장난감뿐만 아니라 소환한 남자들이나 여자들도 가지고 놀았을 테니까. 그러고도 양심의 가책이나 죄책감은 전혀 안 받았겠지. 아무렴, 받겠어? 명색이 이 시공차원의 신(神)인데?”
저놈은 최강이었다. 무적이었다. 이 세상의 절대자이자 창조주로서 행동했으며, 자기가 원하던 것의 대부분을 매우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거역하는 자도, 반항하는 자도 없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었을 때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빼앗아 가지려는 생각밖에 하지 않았던……타락한 신이었다.
“근데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에 있을 때 이야기거든? 눈까리 뜨고 잘 보라고. 너랑 비슷한 힘을 가진 내가 나타나자마자 이 지경, 요 꼬라지, 그 지랄이라니! 안 창피하냐? 명색이 신이라는 새끼가 고작 1:1 싸움에서 첫 공격을 빼앗기다니! 비슷한 정도인 나랑 싸워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뭐? 다른 시공차원에 간다고? 거기 가서 뭐하게? 처발리려고? 너 처발리려고 거기 가는 거야? 매저키스트야? M이야? 응? 고통 받고 싶어서 스스로 죽으러 가는 바보 천치 푼수 빙다리 핫바지세요? 네?”
“……입 닥쳐! 입 닥치라고!!”
유린은 크게 외치며 내 말을 끊었다. 하아……괴롭히는 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 회개(悔改)할 수 있도록 간단한 예시까지 들며 말했건만. 역시 바보를 계몽(啓蒙)시키는 것은 무리였나? 유린은 숨을 가쁘게 쉬며 날 노려봤다. 놈이 날 보며 얼굴을 찡그림과 동시에……수도에 도착했다는 신호가 왔다.
저렇게 노려보고 있는 유린을 보고 난 ‘히익! 요, 용서해주십시오!’라며 무릎을 꿇었다……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겠지? 난 내 모습으로 날 노려보는 유린을 보며 피식 웃었다. 저 바보는 아무것도 모른다. 이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자기가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그 무엇도 모르고 알 수도 없으며 알려 하지도 않겠지.
유린은 이곳(하렘 어드벤처)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 번째로는 독에 중독된 땅을 잘라낸 후 남은 하렘 어드벤처를 흡수할 정도로 놈의 머리는 빠릿빠릿하게 돌아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갑작스런 내 등장(부활)과 알 수 없는 힘. 내 모욕에 유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날 죽이겠다는 마음을 품고 있겠지. 지금까지 날 보고 병신이라 놀렸는데 그 병신한테 농락당하다 도망친다니? 유린 같이 늘 승자(勝者)의 입장에 있던 자한테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선택지일 것이다. 뭐, 도망친다고 편해질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두 번째로는 다른 시공차원에 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 날 쓰러뜨려야만 했다. 내가 했던 말은 완전히 들어맞았다. 나 같은 놈한테 쩔쩔 매는 수준이어서야 다른 시공차원에 가서 어떻게 될지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나보다 강하다고 하더라도 유린한테 호의(好意)만 가지고 있는 사람들만 있을 리가 만무했다. 당장 나를 봐라. 눈앞에 있는 유린을 없애기 위해 온갖 생각을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나보다 더 사악하고 무시무시한 놈이 있으면 있었지, 없지는 않을 테니까.
자신의 안전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고, 그 힘은 하렘 어드벤처를 온전히 흡수했을 때 갖추어지는 것이었다. 자존심 문제도 있지만 힘을 얻기 위해서는 방해하는 놈을 없애야 했다. 이 경우에는 내가 그 ‘방해하는 놈’이 되겠다만……실제로 방해를 하고 있었기에 그 이상으로 적절한 표현은 없었다.
“너만 죽이면 돼……너만 죽으면 그걸로 다 끝이라고! 싱글 게임? 온라인 게임? 하핫, 웃기지 마! 개소리 집어치우라고! 그딴 거 난 몰라! 난 내 꿈만 이루면 돼! 내가 원하는 것만 손에 넣으면 그걸로 그만이라고! 너나 지금까지 뒈져간 놈들처럼 꿈이나 희망도 없는 쓰레기들한테 좋은 경험이랑 추억 선물해줬으니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면 또 모를까, 그런 모욕을 들을 이유는 없다고! 죽어! 죽으라고!”
……하아. 결국 끝끝내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군. 아주 조금이지만 자기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기를 바랐던 내가 바보 병신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니 끝내야겠다. 나도 언제까지고 시간을 끌 수는 없거든. 니가 바보 같은 짓하고 내 이야기를 자~알 들어주신 덕분에 이쪽도 준비가 끝났어.”
수도를 포함한 일곱 개의 도시와 마을. 그곳에서 ‘우리’는 땅에 손을 짚었다. 유린은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1분 내로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금방 이해하게 될 거다.
“끝내자. 내 생각인데……길어도 한 시간이면 끝날 거 같다.”
“뭐가? 니 목숨?”
숨을 가쁘게 몰아쉬면서도 건방진 말을 지껄이는 유린한테 나는 웃으며 답했다.
“아니.”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제외한 ‘일곱 명의 신세린’은 동시에 주입(注入)했다. 야만족의 숲을 탁한 색으로 만든 그 독(毒)을. 프레그넌트, 부카케, 자멘, 어보션, 카미유, 루인, 레이프. 일곱 곳에서 퍼지기 시작하는 독의 속도를 떠올리며 정말 기쁘게 웃었다. 내 목숨이 끝난다고? 천만에. 진짜 끝나는 것은…….
“전부 다.”
그렇게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모든 것을 끝낼 카운트다운이…….
============================ 작품 후기 ============================
페이트 그랜드 오더. 약칭 페그오(F/GO)가 드디어 한국에도 출시됐습니다. 어제 정오 좀 넘어 플레이해봤는데 사전예약 덕분인지 세이버 릴리도 주더군요. 리세마라를 하자니 사전예약 릴리를 잃을까봐 함부로 지우지도 못하는 신세입니다.
아, 물론 회사에서 몰래 플레이한 겁니다. 출근 시간도 더 빨라지고 해야 하는 일도 많아지게 됐는데 몰래 게임이라도 해야 스트레스 발산이 되지 않겠습니까.
제가 스트레스 발산을 하듯이 세린도 유린을 패며 스트레스 풀기에 바쁩니다. 신이라며 세린을 범하고 임신시킬 때는 언제고 1:1로 붙게 되니 수모와 치욕만 겪게 되는 유린. 세린 말마따나 20년 동안 싱글 모드만 하다보니 '나님이 최강임! 아무도 나님 못 이김 ㅎㅎㅎ' 마인드를 가지게 된 게 아닐까 싶네요.
게다가 세린의 말도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세린도 잘못된 걸 알면서도 '자지의 맹세'를 비롯한 마인드 컨트롤, 낙태 마법을 마구 써왔듯이 유린도 하렘 어드벤처를 통해 나름 자기가 원하던 걸 손에 넣어 왔었습니다. 자기 혼자 원맨쇼 플레이를 하며 마음껏 즐겨왔죠. 게임으로 치자면 치트키를 듬뿍 쓰며 온갖 방법으로 컴을 발라왔겠죠.
헌데 세린이 힘 좀 갖추고 나타나니 처발리기 시작합니다. 이런 사람이 온라인으로 들어간다면? 세탁기로 탈수하듯이 정신과 자존심이 탈탈 털리겠죠. 안 그래도 멘탈이 약한 유린인데 과연 이 이상 털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그런 상상을 하며 코멘트를 준비합니다.
sckgjjjDrthcjfjdj님, 로리콤MK님, 본문의 내용이 맛보기 + 깝싹대기가 늘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죄송하다는 마음을 담아 그나마 배틀을 좀 썼습니다만 이내 또 세린의 깝죽대기가 시작되네요.
마무리에 서두르다보니 싸움이 끝난 후의 일상과 이야기를 그리는 쪽에 중점을 두게 됐습니다. 얼마 안 있어 유린과의 싸움이 끝나겠네요. 그나마 변명이라면 한 에피소드가 25~30kb니 보통 소설(13~14kb)가 두 편씩 들어간 게 한 편 분량이라는 것 정도네요.
변명이 너무 궁색한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초창기부터 일부를 제외하고는 꾸준히 20kb 이상을 유지해왔습니다. 그런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딱히 베스트에 올라가는 것도 아닌데 꾸준히 그렇게 글을 써왔죠.
헌데 후반부에 돌입하니……여러분이 보시는 대로입니다. 초기 구상과 다른 스토리 라인으로 간 덕분에 싸움은 앞당겨졌고 내용은 그다지 충실하지 못한 상태. 이것도 꽤 타격이 큽니다만 회사 업무와 개인 사정이 닥치니 진짜 정신이 없더군요.
실망이 크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누구보다 착잡한 건 바로 접니다. 첫 연재부터 분량과 후기를 빵빵하게 쓰며 노력해왔는데 마지막에 와서는 이런 형태가 되어버리다니. 혹시나 싶어 말씀드리지만 작가라고 해서 'ㅎㅎㅎ 존나 날로 먹네 ㅋㅋㅋ'라며 마냥 기뻐하지는 않습니다. 그럴 거 같았으면 평균 20kb 이상 쓰지도 않았죠 =_=;
그나마 현 상태에 대해 양해를 받을 수 있는 변명이라면 '지금까지의 분량과 스퍼트가 너무 높았다' 정도겠네요. 30kb임에도 불구하고 전투보다 대화가 더 많은 걸 보니 죄송합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싸우는 것만 넣을 수도 없는 신세입니다.
조회수와 추천도 뚝뚝 떨어지고 제 건강과 텐션도 팍팍 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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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 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