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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 6부 : 기사들을 키우다 (9) (41/303)


041. 6부 : 기사들을 키우다 (9)
2022.10.11.


기존의 능력치 정보 아래에 추가되어 깜빡거리는 내용.

<주의! 각성 전 최고 레벨에 도달했습니다. 추가 경험치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필드 보스를 잡으면 높은 확률로 전용 무기가 드랍되며 스킬이 개방됩니다.

-필드 보스는 반드시 직접 쓰러뜨려야 합니다.

그렇다.

차윤성은 드디어 기사로 각성하기 직전의 상태에 도달한 것이다.

‘레벨 30이 기사 각성의 기본 조건이었군.’

거기에 더해 필드 보스를 잡아야 하고. 그러면 나이트 기어가 주어지는 거였다.

돌이켜 보니 사신 기사단의 기사들도 그랬다.

갑옷이나 신발 등 다른 장비는 대한 전자나 제일 전자 제품을 쓰기도 하지만, 나이트 기어만은 모두 드랍 아이템이었다.

손태준의 낫 모양 병기, 블랙 사이드.

이진욱의 거대 장창, 임프로누스.

최혜인의 활인 주몽궁까지.

셋 다 A급 이상의 인베이더를 사냥하고 얻은 것들이다.

각성의 비밀이 여태 밝혀지지 않을 만도 했군.

나야 세파시 게임의 기능이 있으니까 레벨을 볼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오직 장본인만이 이때다 하는 느낌을 받는 정도일 테니까.

그걸 다른 이에게 설명하기도 어렵고.

각성이 코앞인 사람조차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쳤을 확률이 높다.

최악의 경우,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30레벨이 되어 필드 보스를 맞이하고 죽임당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상한 감각에 얼떨떨해하는 윤성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했어. 기사 각성이 코앞이다.”

“저, 정말?”

“그래. 이제 높은 등급의 인베이더를 잡아서 나오는 아이템을 갖기만 하면 돼. 그게 아마 네 나이트 기어가 될 거야.”

“나이트 기어…….”

차윤성은 살짝 달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와, 축하해 윤성! 좋겠다. 정우야, 나는 언제 윤성이처럼 되는 거야?”

조설아는 차윤성을 축하해주면서도 부러움과 질투를 솔직하게 드러냈다.

“음.”

설아의 현재 레벨은 28이다.

애초에 시작점이 윤성이는 25레벨, 설아는 15레벨이었다.

아마 윤성이는 타고난 마력 신체를 가진 상태에서, 윤철진의 괴롭힘과 구타로 인해 레벨이 오른 것 같았다.

어떤 면에서는 도움이 된 셈이지만, 그로 인해 윤성이가 정신적 고통을 받고 ‘분노를 억누른 투귀’ 어쩌고 하는 이상한 칭호가 생긴 걸 생각하면 전혀 고맙지 않다.

역시, 윤철진 녀석에게는 조기 고자형이 적당했다. 내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그러고 보니 그 후 유토피아 그룹이 한참 조용하다.

깡패 둘이 다 죽어서 몸 사리는 것인지, 최혜인이 잘 처리해준 것인지 모르겠군.

<‘지나친 신중함’ 특성이 발동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방심하지는 말아야겠지. 항상 경계 상태로 살고 있다.

아무튼, 같은 인베이더를 잡아도 레벨이 낮을수록 경험치 상승분이 크다.

덕분에 설아가 많이 따라잡았지만, 함께 사냥하는 이상 10레벨 차이 나던 윤성이를 추월하기란 불가능한 것이다.

나는 설아를 달래듯 말했다.

“너도 얼마 안 남았어.”

“진짜? 더 열심히 해야겠다.”

“좋은 자세다.”

슬슬 해도 넘어갔겠다, 눈에 띄는 세눈박이 늑대는 다 잡았겠다.

오늘 사냥은 이만 접으려 할 때였다.

<주의! 필드 보스가 출현합니다.>

“응?”

처음 보는 메시지와 함께, 카페 거리 한쪽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 일그러진 공간을 뚫고 거대한 짐승의 주둥이 같은 것이 비죽 튀어나왔다.

아아, 나는 저 광경을 기억한다.

죽어서 과거로 돌아오기 직전.

편의점에 마공작이 출현할 때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문득, 힘겨워하던 은백색 기사 문정호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는 듯했다.

-도망치십시오.

뒤이어 메시지창이 어느 때보다 빠르고 어지럽게 눈앞에 나타났다.

<각성 대상 이외의 파티원과 이레귤러 감지. 필드 보스 레벨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주의! 신경증, ‘트라우마’가 발동합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하락하고 일시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집니다.

-트라우마로 인해 스트레스 수치가 40 증가했습니다.

현재 수치는 70입니다.

뭐라고?

호흡이 가빠오고 팔다리가 저린다. 가슴이 뻐근해서 손으로 눌렀다. 그 손이 덜덜 떨린다.

머릿속이 새하얘지며 옆에서 다급히 뭐라 외치는 아이들의 목소리도 알아들을 수 없다.

빌어먹을.

이게 트라우마 발동인가.

트라우마란 과거에 겪었던 위기나 공포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당시의 감정을 느끼면서 강렬한 불안을 겪는 증상이다.

나를 구하려던 기사가 죽임당하는 모습을 봤을 때의 절망감.

내 몸이 강대한 마력에 흩어지던 순간의 허망함이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으, 어어…….”

“정우야, 왜 그래! 정신 차려!”

“꺄악! 저, 저게 뭐야?”

그사이 필드 보스는 차원 장막의 간섭에서 벗어나, 완전히 신형을 드러냈다.

덩치는 보통 세눈박이 늑대의 다섯 배 정도.

머리부터 꼬리까지의 길이가 15미터는 족히 될 듯하고, 발 디딘 바닥에서부터 머리까지의 높이는 10층짜리 건물만 했다.

“헉, 허억.”

나는 숨쉬기가 어렵고 온몸의 기운이 빠지는 와중에도, 이를 악물고 진실의 눈으로 필드 보스를 확인했다.

[레벨 50 펜릴]

-성향 : 혼돈 악
-클래스 : 투사
-등급 : 마남작
-칭호 : 늑대들의 왕
-스테이터스
출력 : 125,000 ADE
힘 : 250
속도 : 250
지능 : 120
행운 : 3
생명력 : 2500
마력 : 1200
지구력 : 1000

-스킬
??? ??? ??? ??? ???
??? ??? ??? ??? ???

-특이사항 : 세눈박이 늑대의 왕. 수많은 동족의 죽음으로 분기한 상태입니다.

미친. 능력치 보게.

윤성이가 투사니까, 같은 투사 클래스의 필드 보스가 나온 모양인데.

저건 애들이 절대로 잡을 수 없다.

나와 설아로 인해 보정된 듯한, 윤성이보다 20이나 높은 레벨이나.

ADE라는 뭔지 모를 수치는 차치하고.

마남작이라는 등급 자체가 밸런스 붕괴다.

인베이더는 통상 F급부터 A급까지 분류하며 그 이상은 S급이라 퉁친다.

S급 초과의 등급은 지금의 시간대에서는 출몰한 적이 없다.

그런 등급을 일컬어 마귀족이라 하는데 귀족 안에서도 다시 공작, 후작, 백작, 자작, 남작, 기사의 여섯 단계로 세분한다.

이는 공교롭게도 세파시 게임의 보스인 악마 분류법과 같다.

마공작 정도 되면 런던이나 파리, 서울 같은 거대 수도를 한 시간 내로 소멸한다.

같은 일을 하는 데 후작은 반나절 정도 소요된다. 백작은 하루면 광역시 규모의 도시를 초토화할 수 있고.

마 귀족 중에서는 가장 하위의 남작이라도 제압하려면 기사단이 필요하다.

지금, 그런 괴물이 눈앞에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기사 각성이라는 과정의 일부로써.

나는 겨우 숨을 고르고 힘껏 외쳤다.

“도망쳐!”

하지만 마백작 등급 인베이더의 화등잔 같은 눈알을 마주한 윤성이와 설아는 굳어버렸다.

크르르르.

펜릴이 땅까지 울리는 것 같은 소리로 으르렁대며 앞발을 윤성이의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나는 확신했다. 저걸 맞으면 윤성이는 각성이고 뭐고 무조건 죽는다.

한 달 넘게 순조로이 이어온 사냥에 너무 안일했나.

좀 움직여라, 이 쓸모없는 몸뚱이야!

그러나 내 머리와는 별개로, 죽음의 공포를 세포에 새긴 몸이 움직이기를 거부하고 있다.

그래, 엄밀히 말해 나 혼자라면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다.

금강불괴는 어떤 공격이라도 몇 번은 막아줄 터. 그 틈에 전력을 다해 도망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혼자 달아나서 살아봐야 뭘 하겠다는 건가.

그러면 결국 회귀해오기 전의 나와 다를 바 없다.

겁에 질려 아무것도 못 하고 기사의 등만 바라보던 나와.

지금 나는 그때보다 가진 것도, 지켜야 할 것도 훨씬 많잖아.

주접 그만 떨고 정신 차리자.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나이트 태그를 움켜쥐었다. 그러자 공격 수단이 떠올랐다.

딱히 몸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도 대상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바로 내 인벤토리에 수만 장은 쌓여 있을 마법 스크롤이다.

‘인벤토리 검색. 광속성 공격 마법 스크롤.’

주르륵 나열되는 스크롤 가운데 하나를 터치했다.

떨리는 손 위에 익숙한 마법 스크롤이 소환되었다.

아무리 트라우마의 고통에 시달리는 중이라도 이거 하나 찢을 기운은 있다.

눈으로 타깃을 지정한다. 당연히 내 친구이자 제자를 해치려는 저 거대한 늑대 놈이다.

쫘악!

스크롤을 찢자 곧바로 마법이 발동했다.

<스크롤에 의한 공격 마법이 발동합니다.>

-빛 속성 공격 마법, 세인트 캐논이 발동했습니다!

앞에 나타난 원형 마법진 가운데서 신성력의 빛줄기가 이름 그대로 대포처럼 발사되었다.

내가 현재 레벨에서 사용 가능한, 가장 강력한 광속성 공격 마법 스크롤이다.

콰앙!

세인트 캐논이 펜릴의 머리를 때렸다. 워낙 거대해서 공격이 빗나갈 우려는 없다.

차윤성을 내리찍으려던 펜릴이 휘청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뿐.

놈은 타격을 거의 입지 않은 상태로 내게 고개를 돌렸다.

그걸로 충분하다. 인베이더의 주의를 내게 돌릴 수 있다면.

크아아앙!

펜릴이 분노하여 울부짖었다. 그 울음소리를 들은 것만으로도 귀가 먹먹하고 정신이 아찔하다.

<주의! 펜릴이 피어를 발동했습니다.>

<패시브 스킬, 금강불괴가 발동했습니다. 피어를 무효화 합니다.>

<트라우마 상태에서 회복했습니다.>

어라?

갑자기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오며 몸이 자유로워졌다.

아하, 어떻게 된 일인지 알겠다.

피어는 울음소리로 상대에게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정신계 공격 마법이다.

그러나 내게는 모든 종류의 물리, 마법 충격으로부터 부정적 영향을 받지 않는 금강불괴 스킬이 있다.

피어에 의해 금강불괴가 발동하면서, 상태 이상인 트라우마까지 회복된 것이다.

폐렴 치료하려고 항생제를 먹었는데 여드름까지 나아버린 경우라고나 할까.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자 머리도 빠릿하게 돌아갔다.

나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연달아 아이템을 소환했다.

‘인벤토리, 아레스의 투구. 토르의 장갑. 발키리의 창. 헤라클레스의 반지. 아킬레우스의 반지. 헤르메스의 부츠.’

촤라라라락!

모든 부위에 순식간에 아이템이 착용되었다.

발키리의 창에서 성스러운 느낌의 빛이 뿜어져 나와 차윤성과 조설아를 비추었다.

더 강한 무기도 많은데 굳이 발키리의 창을 택한 이유다.

<고유 스킬, 발키리의 빛이 발동했습니다.>

-동조하는 이들을 일정 시간 전사로 만듭니다.

내가 혼자서 펜릴을 때려 잡아봐야 의미 없다.

놈의 힘을 최대한 빼는 동시에 조설아가 전투에 참여하여 경험치를 어느 정도 먹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윤성이가 막타를 치게 하는 것이다.

크아아앙!

발키리의 빛을 본 펜릴이 거슬린다는 듯 울부짖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러고 보니 발키리와 펜릴은 둘 다 북유럽 신화 카테고리면서 앙숙 관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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