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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했더니 무능한 적국 왕자였다-232화 (에필로그) (232/232)

232화 에필로그

다르센 왕국과 가멜다 왕국의 전쟁을 틈타 대족장 세네카가 주도하여 일으킨 혼란과 전쟁. 사람들은 이 사건을 '카멜 산 전쟁'이라고 불렸다.

카멜 산 전쟁은 세네카의 죽음과 함께 카멜 산의 패배로 끝났다. 하지만 그 여파는 어마어마했고, 여파를 수습하기 위해 긴 시간과 수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했다.

먼저 다르센 왕국은 큰 피해를 입었지만, 울렌 섬의 주도권을 잡았다. 가멜다 왕국은 멸망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났고, 카렐 산은 전쟁에서 패배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가멜다 왕국은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가멜다 왕과 가르시아 남매, 세드 자작 등 '왕당파 가 안소니 백작의 반란군을 물리치고 왕국 수도를 되찾았다.

하지만 전쟁의 여파로 가델다 왕국 국토 대부분이 쑥대밭이 되었다.

다르센 왕국과 더 이상 전쟁을 계속할 수 없게 된 가멜다 왕은 다르센 왕 마렌에게 자비를 구했다. 다르센 왕국이 울렌 섬의 주도권을 잡는 것을 인정하고, 또 적절한 대가를 치르는 대가로 평화를 구한 것이었다.

다르센 왕, 마렌은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다르센 왕국도 엄청난 피해를 입은 터라 가멜다 왕국을 완전히 점령하고, 완벽하게 통제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몇 번의 협상 끝에, 가멜다 왕국은 다르센 왕국에 영토를 일부를 넘겨주고, 또 조공국이 되는 조건으로 평화 협상을 맺었다. 그렇게 가멜다 왕국은 멸망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삼백 년 전쟁 역시 종지부를 찍었다.

카렐 산과 중립 지대, 두 곳의 상황도 바삐 흘러갔다. 이종족의 우두머리인 세네카의 흉계로 말미암아 율렌 섬 전체가 죽음의 땅이 될 뻔했다. 그 때문에 카멜 산을 쓸어버리는 건 물론, 이종족을 다시 인간의 노예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왔다.

사울은 이러한 의견에 누구보다 앞장서 반대했다.

‘당분간 이종족을 관리하고 감시할 필요는 있겠지만, 지나친 탄압은 또 다른 피를 부를 뿐이다.’

사울은 이러한 논리로 반대파들을 설득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카멜 산 전쟁의 대장으로서 누구보다 큰 공을 세운 사울의 발언권은 매우 컸다. 또 마렌 국왕도, 루시아 왕녀를 비롯한 다른 왕실 사람들도 사울의 뜻에 찬동했다.

왕실 대부분이 사울의 뜻에 찬동하고, 왕실을 따르는 귀족들이 동조하면서 카멜 산과 이종족들은 최악의 운명은 피했다.

카멜 산 전쟁에 깊이 관여하고, 책임이 큰 자들은 대가를 치렀다.

하지만 카멜 산은 살아남았고, 이종족이 그곳에서 살아가는 것도 허락되었다.

또 일정 기간 다르센 왕국이 직접 카멜 산과 이종족들을 감시하고, 또 관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카멜 산은 살아남았다.

그리고 중립 지대는 다시 바쁘게 흘러갔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들의 힘이 필요했다.

"으음....”

아침 햇살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난 사울은 졸린 눈을 비볐다.

잠에서 깨어나기 무섭게 왼쪽 팔의 불편한 느낌도 고스란히 느껴졌다.

세네카와의 결전에서 크게 다친 부위다.

팔을 잃거나 아예 못 쓰게 되지는 않았지만, 카멜 산 전쟁이 끝나고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부상은 완전히 낫지 않았다.

식탁에서 포크를 들거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것 정도는 문제없었지만, 검을 휘두르거나 손으로 마법을 시전하는 건 여전히 불편했다.

의사나 치료 마법사에 따르면 최소 몇 년은 재활이 필요하고, 어쩌면 평생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사울에게는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카멜 산 전쟁이 끝난 후 전장에 나간 적은 없으니까.

"천하 일어나셨습니까?"

"그레이, 잘 잤어?”

항상 사울을 따라다니며 걱정 섞인 소리를 늘어놓던 그레이는 요즘에 많이 푸근해졌다. 더 이상 사울이 목숨 걸고 위험한 행동을 하진 않아서이리라.

곧 사울은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마쳤다. 방 밖을 나가니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전하."

"카스텔.”

카스텔은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스텔을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고, 이름을 부르게 된 것도 몇 달 되었다. 처옴에는 조금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그만큼 친근해졌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더 기분이 좋았다.

사울은 자신의 약혼자 겸 호위대장인 카스텔과 함께 걸음을 옮겼다.

지금 사울이 머무르는 곳은 대신전 인근에 만들어진 다르센 왕국 대사관이었다.

대신전, 카멜 산, 그리고 중립 지대 전체를 조율하고 또 감시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사울은 대사관의 우두머리인 특명 전권 대사 역할을 맡았다.

대신전, 카멜 산, 중립 지대를 잘 알고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어 온 사울에게는 더없이 적절한 역할이었다.

차기 왕위 같은 건 관심이 없던 사울도 기꺼이 그 역할을 맡았다.

"오늘 일정은?"

"오전에는 아미스 신관과 회담이, 오후에는 대신전에서 카멜 산 쪽과의 회담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근 한 달 만에 아미스와 다시 만나는 날이다.

여동생과 좀 더 자주 보고 싶었지만, 사울이나 아미스나 둘 다 바브기에 지금은 가끔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미스와 만나기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있을 것 같았다.

사울은 대사관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잠시나마 느긋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

사울은 자신에게 은 사적인 편지들을 뜯어 보았다.

"아이나에게 편지가 왔어요."

"아이나는 어떻게 지낸답니까?"

"잘 지내는 것 같아요.”

전쟁에서 이기고 살아남았지만, 아이나의 처지는 좋지 않았다.

가족 모두가 반역자가 되었고, 또 모두 잃어버렸으니 말이다.

홀로 살아남은 아이나는 카델 산을 새 일터로 삼았다.

이종족에 대해 잘 알고 중립 지대도 잘 안다는 점을 인정받아, 다르센 왕국에 소속된 카멜 산 관리자 중 한 명이 되었다.

아이나가 반역자의 딸이라는 이유로 공무를 맡는 것을 반대하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사울이 힘을 써 준 덕분에 아이나는 새로운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분명 아르멜도 아이나와 함께였지요?"

"그래요. 요즘은 둘이 아주 잘 맞는 것 같더군요. 아이나를 의심스러워하던 다른 관리자들도 이젠 아이나를 더 의심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전하."

"정말 그래요.”

사울은 아이나의 마음을 받아 주지 못했다.

하지만 여전히 친구로 생각했고, 그 친구가 슬픔을 딛고 일어나 새 삶을 잘 살아가기를 바랬다.

아르멜이 그런 아이나를 곁에서 돕는다면 안심이다.

잠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사이, 본격적인 공무 시간이 되었다.

사울은 오전에 할 수 있는 일을 마치고, 아미스의 방문을 기다렸다.

"전하, 아미스 신관이 오셨습니다."

그렇게 사울, 카스텔, 아미스가 집무실에 모여 앉았다.

사울은 그런 아미스에게 물었다.

"잘 있었어?"

"네. 오라버니.”

"후훗.”

사울은 일단 카스텔, 그리고 아미스에게만 자신의 전생에 대한 것을 밝혔다.

물론 둘 다 크게 놀랐다.

특히 카스텔은 자신이 전생의 사울을 죽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절망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울은 그런 카스텔을 용서했다는 것을 밝히며, 자신의 마옴을 고백했다.

그렇게 카스텔은 사울의 약혼자가 되었다.

처리해야 할 일이 많아 제대로 된 약혼식마저 치르지 못해 아는 사람만 아는 수준의 관계였지만 말이다.

"아미스, 요즘 중립 지대는 어때?"

"언제나 그렇듯 해야 할 일도 많고, 손 쓸 부분도 많지요."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

"네.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건 정말 신께 감사할 일이지요."

아미스는 문득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리고... 소식 들었어요."

"안소니 백작 말이야?"

“네.”

사울의 원수이자 가멜다 왕국의 반역자, 안소니 백작은 반란에 실패한 후 자취를 감췄다.

가멜다 왕국에서 꾸준히 그의 행방을 쫓았고, 얼마 전 마침내 행방이 드러났다.

체포에 불응한 안소니 백작은 전투 끝에 왕국군에게 목이 잘렸고, 이후 효수되었다고 들었다.

"자업자득이야.”

“....그럴지도요. 그가 죽기 전 죄를 뉘우치고, 신께서 그를 용서하시길 바랄 뿐이에요."

"죄를 뉘우쳤다면야.”

안소니 백작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도 통쾌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사울은 그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진 그쪽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카멜 산 전쟁이 끝난 후, 복수가 아닌 새 세상을 만드는 데 삶의 의미를 두었으니까.

"그럼 슬슬 일 이야기를 해 볼까?"

“네, 오라버니. 그러니까..”

삼백 년 전쟁도, 카멜 산 전쟁도 끝났다.

하지만 울렌 섬이 완전히 평화로워지려면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

특히 율렌 섬을 주도하게 된 다르센 왕국이 해야 할 일은 정말 많았고, 사울도 많은 책임을 짊어졌다.

아마 최소 몇 년은, 어쩌면 그보다 오랫동안 이처럼 바쁜 나날이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사울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지금의 삶에 감사했다.

전생의 악연도 끝났고, 새로운 삶의 의미도 찾았다.

자신의 전생과 현생 모두를 알고 자신을 이해해 주는 자들도 있다.

거기에다 왕자로서 높은 지위, 자신을 우러러보는 자들도 많다.

이 정도면 충분히 훌륭한 삶이 아닌가.

오늘도, 또 남은 평생을 뜻있고 값지게 살아가리라.

그것이 사울의 새로운 목표였다.

「환생했더니 무능한 적국 왕자였다. 完.

『환생헀더니 무능한 적국 왕자였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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