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8화 (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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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 번째 꿈

“어디 갔지?”

승한이 주위를 둘러봤다. 바로 한 발짝 안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문이 사라지고 없었다.

나가는 문이 없다. 승한은 혹시나 싶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승한에게 주어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진짜 문을 찾으라는 미션. 그런데 문자체가 없어져버렸다. 승한은 혹시 자신이 선택한 주황색 문이 진짜 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그그그-.

쿵-.

“……아닌가보네.”

하지만 곧 승한은 자신의 그 생각을 버려야했다. 피라미드 모양의 지붕 아래에 널려있던 관들이 하나 둘씩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으어어어어-.

괴상한 울음소리를 흘리며 관 속에서 몸에 뭔가를 칭칭 감은 미라가 몸을 일으켰다. 이미 살아 움직이는 뼈다귀도 본 마당에 뭐가 더 신기할까 싶었지만, 막상 눈앞에 괴물들이 나타나자 승한은 바짝 긴장했다.

‘할 수 있다.’

승한은 손에 쥔 장검을, 그리고 자신의 능력을 믿었다. 승한의 몸은 더욱 단단해지고, 강해지고, 날렵해졌다. 더군다나 [강화]를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몽둥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력을 낼 수 있는 검도 있었다.

“후웁!”

승한은 미라들이 모두 몸을 일으킬 때까지 기다리지 않았다. 미라들이 관 속에서 몸을 일으키는 속도는 매우 굼떴다.

서걱-.

승한의 목이 막 상체를 일으킨 미라의 목을 쳐냈다. 중간에 단단해 뼈 느낌이 있었는데, 힘을 주어 강제로 잘라냈다.

일어나던 상체가 다시 관 속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미라 한 마리를 쓰러뜨린 승한은 관을 밟고 다시 도약했다.

그어어어-!

승한을 발견한 미라는 몸을 칭칭 감고 있는 붕대를 찢으며 입을 크게 벌렸다. 그 속으로는 누렇게 썩은 치아가 드러났는데, 승한은 무시하고 그대로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미라의 머리 하나가 또 다시 뎅겅, 잘려나갔다. 승한은 자신이 강해진 건지, 아니면 미라들이 스컬레톤보다 약한 건지 알 수 없었다.

‘어렵지 않아.’

관은 총 스무 개였다. 미라들은 굼뜨지만, 공격하는 한 순간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빨라졌다. 하지만 승한의 움직임은 미라들보다 훨씬 빨랐고, 손에는 검이라는 무기도 있었다.

스무 마리의 미라들을 처리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모든 미라들을 다 처리하자, 승한은 다시 모습을 드러낸 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구조인가?”

만약 문이 그대로 있었다면 승한은 미라들을 보는 즉시 문 밖으로 도망쳤을 것이다. 쓸데없이 괜히 괴물들과 싸워봤자 득 볼게 없으니까.

하지만 문이 사라짐으로서 승한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미라들과 싸워야했다. 그리고 모든 미라들을 다 쓰러뜨리자, 다시 밖으로 나가는 문이 생겨났다.

‘이 문 하나하나나 미션인 셈이군.’

빨간색 문은 화살.

주황색 문은 미라.

승한은 문 밖으로 나가 노란색 문을 찾았다. 빨간색과 주황색 문을 열었으니, 이번엔 노란색, 그리고 그 다음은 초록색이었다.

‘헛수고를 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빨간색부터 보라색까지 차례대로 문을 열어보겠다는 생각이 잘못된 것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문들 사이에 다른 힌트가 주어져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승한은 자신의 판단이 맞을 거라고 믿었다.

노란색 문을 열자, 그 안쪽은 길게 늘어져 있는 동굴이었다. 군데군데 횃불이 걸려있는 동굴의 끝으로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였는데, 승한은 안으로 들어갈까 하다가 결국 발을 들여놓았다.

“……역시.”

노란색 문 안으로 들어가자, 승한의 뒤쪽으로 있던 문이 바로 사라졌다.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진짜 문을 골랐다는 증거이지 않을까 싶어서 들어온 건데, 이번에도 역시 꽝인 모양이었다.

이번 문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미션은 뭘까? 승한은 그 답이 동굴의 안쪽으로 보이는 반짝이는 무언가라고 생각했다.

“일단 저기까지 가 봐야 하는… 응?”

승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승한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는데 눈에 보이는 반짝이는 물체가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었다.

“뭐지… 저건?”

승한의 눈에 들어온 반짝거리는 물체가 점점 가까워졌다. 이윽고 그 물체를 육안으로 확인한 순간, 승한은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다.

“젠장! 이번에도 함정이냐!”

드르르르르르-.

거대한 바위가 승한을 향해 굴러왔다. 동굴을 가득 메울 정도로 거대한 바위였는데, 내리막길도 아닌데 빠르게 굴러오고 있었다.

높이만 해도 5미터는 될법한 동굴이었다. 좌우 폭도 그 정도는 되었다. 그 공간을 꽉 메울 정도로 거대한 바위니,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울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다.

승한의 힘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저만한 바위가 굴러온다면 깔려 죽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승한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전력으로 뛰는 것밖에는 없었다.

[민첩함]에 하나를 더 투자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들었다. 이번 미션은 아무래도 [민첩함]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었으니까.

승한과 바위의 거리는 꽤 되었다. 바위가 굴러오는 걸 확인한 즉시 망설이지 않고 뒤돌았기 때문이었다.

승한이 달리는 속도는 보통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승한의 다리라면 당장 세계 대회에 나가 상을 탈 수도 있을 것이다. 100미터를 10초대에 주파할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선수들과는 달리, 승한은 그 속도를 장거리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거리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뛰는 선수들과는 달리, 승한은 긴 거리를 달리는데 그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만 따라와라-!”

열심히 다리를 움직이던 승한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금방이라도 바위에 짓뭉개질 자신의 모습이 떠올라 있는 힘껏 뛰었다.

바위와 승한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아무리 승한이 빨리 뛰어도 근소한 차이나마 바위는 승한에게 가까워졌다.

‘어디까지 가야 되는 거지?’

바위는 멈출 생각도, 느려질 생각도 하지 않았다. 한 십 분 정도 죽어라 뛰자 바위는 승한의 바로 뒤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 순간, 승한의 눈에 멀리 노란색 문이 보였다. 분명 문이 사라진 자리에서는 아까 벗어났는데, 아무래도 문이 다시 나타나는 자리는 한 곳으로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으아아아아-!”

마지막 힘을 쥐어짜 승한은 노란색 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누가 손을 대지 않았음에도 노란색 문을 저절로 닫혔다. 문 안쪽에서 쿵, 하고 바위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하악, 하악.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승한은 바닥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전력으로 십 분이 넘게 뛰었더니 죽을 맛이었다. 자신이 이렇게 빠르게, 오래 뛸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잠시 자리에 앉아 쉬던 승한은 다음 문을 열기가 무서워졌다. 빨간색 문과 주황색 문까지는 괜찮았는데, 노란색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에서는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만약 노란색 문이 나타나는 시간이 몇 분만 더 늦었다면 그대로 바위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

‘난이도가 점점 높아진다.’

승한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러면서 다음에 열게 된 초록색 문에 점점 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난이도가 높아진다는 건, 정답에 가까워진다는 소리겠지?’

추측일 뿐이지만 그런 느낌이 들었다. 승한은 처음 생각한 대로 다음 번 문을 초록색 문으로 선택했다.

초록색 문은 노란색 문 바로 옆에 있었다. 체력이 꽤 회복되자 승한은 곧장 문을 열었다.

“……이번에도 역시 꽝인가?”

안쪽은 거대한 콜로세움 같은 공간이었다. 승한은 이 문이 진짜일 리 없다는 생각에 곧장 도로 문을 닫았다. 그리곤 주위에 있는 문중에서 파란색 문을 찾아 열었다.

덜그럭-.

“응?”

뻑뻑하게 열리지 않는 문에 승안은 안쪽으로 힘을 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은 잠기기라도 한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동시에 두 개의 문은 열 수 없다는 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다. 지금까지 잘만 열리던 문이 제 멋대로 잠겨 있다는 건, 하나의 문을 열고 그 안에 있는 미션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은 다음 문을 열 수 없다는 뜻이었다.

혹시나 싶어 승한은 다른 파란색 문을 열어보았다. 역시나 안에서 잠기기라도 한 것처럼 열리지 않았다.

“하나씩 돌아보는 수밖에 없나.”

혹시 이대로 하나씩 문을 열어 보라색 문까지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승한은 결국 처음에 선택한 초록색 문으로 향했다.

끼익-.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돌리자, 작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결국 승한은 초록색 문 안쪽의 콜로세움 안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순식간에 파란색 문이 사라지고, 승한은 콜로세움 한 가운데에 혼자 서게 되었다. 관객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승한 온자만이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이번엔 또 뭐가 나오려나…….”

그르르르르-.

그 때, 승한의 눈에 콜로세움의 한쪽 구석에 있는 거대한 짐승이 보였다.

마치 거대한 늑대를 보는 것 같았다. 아래쪽 어금니가 코까지 올라와 있었고, 먹이를 발견한 사냥꾼의 본능인지 꼬리는 위쪽으로 곤두서 있었다.

승한은 보는 녀석은 입에 침이 고이는지 쩝쩝거리며 한 발자국씩 다가왔다. 승한은 장검을 들어 올리며 녀석의 눈을 응시했다.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데…….’

실루엣이 낯이 익었다. 하지만 저 정도 덩치의 늑대가 현실에 있을 리는 없었다.

그 순간, 승한의 머릿속에 얼마 전 보았던 뼈 괴물이 떠올랐다.

‘설마?’

실루엣이 익숙하다. 덩치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승한은 뼈 괴물과 눈앞에 있는 괴물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생각해 보면 뼈 괴물도 아래쪽 어금니에 저런 거대한 송곳니가 돋아나 있었다. 어쩌면 이번 문에서 만난 괴물이 현실에서 만난 괴물과 같은 종류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아있을 때가 강할까, 아니면 죽은 후가 강할까.’

승한은 뼈 괴물의 심장을 공격해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어디까지나 뼈 괴물이 가죽이 없고, 심장을 뼛속으로 훤히 드러내 놓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렵다.’

하지만 살아있는 괴물은 가죽과 살점이 그대로 붙어있었다. 승한은 과연 괴물의 가죽과 살점을 뚫고 심장을 공격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심장의 위치는 기억하고 있어.’

녀석의 심장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왼쪽 가슴에 있었다. 그리 깊은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라 파고들 수만 있다면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다.

승한은 손에 있는 검을 꽉 움켜쥐었다. 다행히 자신의 손에 날카로운 쇠붙이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손에 있는 무기가 검이 아닌 몽둥이였다면, 저 덩치 큰 괴물을 때려 잡았어야 할 테니까.

‘[강화].’

승한은 한 단계 레벨이 상승한 세 번째 능력 [강화]를 사용했다. 지금까지는 달리 어려운 상대가 없어서 사용할 일이 없었지만, 눈앞에 있는 괴물은 한 눈에 봐도 까다로운 상대였다.

1레벨의 강화와는 달리, 2레벨의 강화를 사용하자 작은 빛이 흐르는 것 같았다. 워낙 희미해서 제대로 색을 구분할 수 없었는데, 분명 1레벨의 강화와는 차이가 있었다.

크르르르르-.

찌익-.

괴물의 머리 위로 그어져 있던 선이 벌어지며 또 하나의 눈이 드러났다. 이마 위의 눈은 좌우를 번갈아 보더니 곧 승한에게로 초점을 맞췄다.

괴물이 더 괴물같이 변했다. 덩치도 지금까지 만난 스테이지 속 어떤 괴물보다도 거대했다. 다행히 현실에서 본 뼈 괴물보다는 덜 징그럽다는 게 위안이었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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