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17화 (1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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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또 다른 능력자

그렇게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생각해 보면 승한이 얻은 능력은 근접형 검사 같은 능력에 가까웠다. [광휘]라는 능력이 있으니 근접형 성기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같은 능력을 얻었다기보다는 각기 다른 능력을 얻었다는 게 눈앞에 있는 남자를 보면 좀 더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그는 마법과 같은 능력을 얻은 모양이었다.

풀썩-.

[5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마지막 남은 리자드맨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꽤 많은 수의 리자드맨이었는데, 조금씩 호흡을 맞춰가며 둘이 함께 싸우자 꽤 수월하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도합 스물이 넘는 리자드맨들. 승한이 쓰러뜨린 리자드맨은 그 중 절반이 훌쩍 넘었다. 이 한 번의 싸움으로 얻은 타임 포인트만 해도 족히 600포인트에 육박했다.

“괜찮습니까?”

승한은 상처를 입은 남자를 걱정했다. 그는 한바탕 싸움을 거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있다니… 놀랐습니다. 혹시 저번에 괴물들이 나타났을 때에도……?”

“네. 그 때도 지금과 똑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인가 싶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그 역시 꿈을 통해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지 ‘역시나’라는 말을 붙였다. 리자드맨들의 시체를 둘러보던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남자의 이름은 윤재였다. 승한과 같은 김씨로, 나이는 승한보다 한 살이 많았다. 그렇다고 바로 형 동생 하자며 속 편히 말을 놓을 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아,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에게 말을 높였다.

“상처는 괜찮습니까?”

“네. 좀 쓰리긴 한데 못 움직일 정도는 아닙니다. 이걸 좀 바르면 나을 겁니다.”

윤재는 주머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익숙한 물건에 승한이 깜짝 놀랐다.

“그건……?”

“아, 승한씨도 아시죠? 꿈에서 사용해 봤는데, 효과가 좋더군요. 이거보다 더한 상처도 몇 분 되지 않아서 금방 나았습니다.”

“두 개를 사신 겁니까?”

“네. 능력을 하나씩 강화하고 50포인트에 이 지팡이를 구입하고, 돈이 애매하게 남았거든요. 여벌의 목숨이라고 생각해서 큰 맘 먹고 두 개를 샀습니다.”

윤재는 그렇게 말하며 물약을 상처에 붓기 시작했다. 꾸물거리던 상처에서 작은 거품이 일어나더니 눈에 띌 만큼 빠른 속도로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윤재는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별 거 아니라고 하긴 했지만 창에 찔린 상처가 어찌 별 거 아닐 수 있을까? 그도 얼마 전까지는 평범한 일반인이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좀 낫군요. 물약을 하나 더 사 두길 잘 한 것 같습니다.”

“다음엔 저도 여벌로 사 둬야겠군요.”

승한은 윤재를 통해 물약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꿈속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괴물들과의 싸움을 생각해서도 여벌의 물약을 상비약으로 구비해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나저나 능력은 어떻게 된 겁니까? 저와는 전혀 다르던데…….”

“아, 그건 저도 놀랐습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는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아무래도 게임처럼 서로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전 마법사, 승한씨는 전사. 이런 식으로요.”

“게임. 게임이라…….”

승한은 윤재가 말한 ‘게임’이라는 말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보면 게임 속 스테이지 또한 게임과 같은 구조로 생각할 수 있었다.

괴물들은 몬스터고, 놈들을 죽여서 얻을 수 있는 타임 포인트는 일종의 경험치이자 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능력의 레벨을 올리고, 장비와 물약을 구비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럼 대체 다른 사람들은 무슨 능력을 가지고 있는 거지?’

서로 각기 다른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종류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승한이나 윤재와 같이 능력을 얻은 사람의 수는 몇 명이나 될까?

가능한 많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괴물들의 정리가 쉬울 테니까. 어쩌면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전에 모든 괴물들을 정리할 수 있다면, 다시 시간이 움직여도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한 번 찾아볼 필요가 있겠어.’

윤재의 상처가 완전히 낫는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5분 정도가 지나 거품이 완전히 가라앉자, 거품 아래로 드러난 피부는 흉터 하나 없이 깨끗했다.

“이제 정말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시 움직일까요?”

“그래야죠. 가능하면 이 주변은 다 정리하고 싶습니다. 가족들이 위험하지 않으려면 말이죠.”

윤재 역시 승한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을 다 정리하고 가족들이 위험할 만한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바로 그의 첫 번째 목적이었다.

다행히도 승한과 윤재가 쓰러뜨린 리자드맨들은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의 대부분이었다. 두 사람이 싸우는 기척을 느낀 예민한 리자드맨들이 꽤 멀리서부터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아직 남아있는 리자드맨들은 무수히 많았다. 직접 발로 뛰며 찾아다닌다면 훨씬 더 많은 리자드맨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승한과 윤재는 주변에 남아있는 리자드맨들을 정리한 후, 좀 더 떨어진 동네로 넘어갔다. 처음 승한이 집 주변에 있는 리자드맨들을 정리하고 향하려던 곳으로, 학준이 살고 있는 지역이었다.

‘어차피 이 녀석은 이렇게 이른 시간에 밖에 싸돌아다니진 않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어차피 집 주변을 정리하고 나면 타임 포인트를 획득하기 위해 더 많은 리자드맨들을 사냥할 생각이었다. 승한과 윤재는 눈앞에 보이는 리자드맨들을 하나 둘씩 죽이며 움직였다.

그렇게 몇 번씩 함께 싸우다 보니, 어느 정도 호흡이 맞춰졌다. 정말로 게임처럼 승한이 윤재를 보호하고, 윤재가 멀리 떨어져 있는 리자드맨을 멀리서 공격하는 방식이었다.

“대단하네요.”

마지막 남은 리자드맨 하나를 검으로 베어 넘기는 승한을 보며 윤재가 말했다. 승한은 무슨 뜻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검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뭐가 말입니까?”

“승한씨가 싸우는 모습이요. 전 아직도 이 녀석들이랑 싸우다 보면 무섭고 그런데 말입니다. 무엇보다… 잘 싸우십니다.”

“잘 싸워요?”

“네. 그것도 아주요.”

윤재는 승한이 싸우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가끔씩이지만 승한은 겁이 없어보이기까지 했다. 리자드맨들이 모여 있는 중심으로 파고들어 거침없이 검을 휘두르는데, 멀리서 보고 있으면 위험천만해 간이 떨어질 지경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승한은 꼭 리자드맨들의 목을 두셋 베어넘겼다. 그것도 단숨에, 아주 깔끔하게 말이다.

“겁이 없으신 겁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승한은 어떻게 대답할 수가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자기 스스로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승한씨의 능력 레벨이 저보다 높은 것 아닙니까?”

“레벨이요?”

“네. 제가 보기엔 승한씨가 저보다 더 강해 보이는데… 혹시 실례가 되지 않으면 능력들의 레벨을 알 수 있을까요?”

윤재의 질문은 승한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승한 역시 자신과 같은 다른 사람의 능력이 무엇인지는 물론, 어느 정도 수준까지 레벨을 올렸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다.

“첫 번째 능력의 레벨은 3레벨, 두 번째는 2레벨, 세 번째도 2레벨입니다. 네 번째 능력은 아직 레벨을 올릴 기회가 없었고요.”

승한의 대답에 윤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은 했지만 승한이 가진 능력의 레벨이 자신보다 높았다.

“노, 높으신데요?”

“그쪽은요?”

“첫 번째 능력의 레벨이 2레벨, 두 번째가 2레벨, 세 번째가 1레벨입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가 각각 1레벨씩 차이가 나지만, 타임 포인트로 계산하면 차이가 꽤 나겠습니다.”

윤재의 말에 승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단계라고는 해도, 1레벨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가 두 배씩 올라가는 이상 한 단계를 무시하기가 어려웠다.

첫 번째 능력을 처음 올리는데 필요한 타임 포인트가 50포인트, 그리고 2레벨에서 3레벨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는 100포인트였다. 3레벨의 능력은 그보다 더 많은 200포인트였고 말이다.

결국 승한과 윤재 사이에는 300타임 포인트라는 격차가 있었다. 능력의 레벨 하나가 가지는 차이가 꽤 크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차이는 싸움에서 여실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승한씨와 같이 싸우게 된 이후로 싸움이 편해진 것 같습니다. 단순히 승한씨가 괴물들을 막아주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은데…….”

“아, 그거라면 제 능력 때문일 겁니다.”

“능력이요?”

“네. [광휘]라는 능력인데, 괴물들의 힘을 약화시키고, 제 힘은 반대로 괴물들에게 더 강한 피해를 입히는 능력입니다. 어느 정도 힘을 쓰느냐에 따라서 다르긴 한데, 기본적으로 발휘하고 있는 힘만으로도 조금씩 움직임이 둔해지거나 반응이 느려지긴 합니다.”

승한의 설명에 윤재는 눈을 깜박였다. 서로간의 능력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듣는 건 처음인지라 신기한 모양이었다.

“그거 꼭… 천적 같네요.”

“천적이요?”

“음… 천적보다는, 포식자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리려나요? 그거 혹시 승한씨에게 겁을 먹고 움츠러드는 것 아닌가요?”

“겁을 먹어요?”

승한은 처음엔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저런 괴물들,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덩치도 큰 녀석들이 고작 이런 빛에 겁을 먹는다니?

‘잠깐. 정말 그럴지도…….’

생각해 보면 리자드맨들의 피부색은 물론, 스컬레톤 또한 어두운 느낌의 괴물이었다. 아니, 애초에 괴물이라는 것 자체가 빛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다.

그런 점을 생각해 보면 빛이 어둠의 상극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도 있었다. 포식자라기보다는, 상극이라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이었다.

“비슷하긴 한 것 같습니다.”

“그 능력, 레벨을 올려두면 꽤 쓸만할 것 같네요. 부럽습니다.”

“타임 포인트가 궁하죠.”

“지금까지 잡은 괴물들만 해도 꽤 되지 않습니까? 대부분 승한씨가 잡은 걸 생각하면, 2천 타임 포인트는 훌쩍 넘을 텐데요?”

“글쎄요. 저도 중간부터는 세지를 않아서…….”

몇 타임 포인트나 획득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보유 타임 포인트 : 2210p]

‘응?’

승한은 머릿속에 저절로 떠오르는 타임 포인트에 눈을 깜박였다. 분명히 차곡차곡 쌓이던 타임 포인트를 까먹었는데,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굳이 셀 필요 없겠는데?’

신기하면서도 편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굳이 몇 포인트나 모았을까 하면서 계산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싸우다 보면 몇 마리나 되는 괴물을 쓰러뜨렸는지 까먹을 수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2210포인트라…….’

리자드맨들이 나타나고 얼마 되지 않았다. 느낌상 아직 한 시간 정도가 흘렀을 뿐이었다.

조금씩 쉬면서 움직이긴 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쓰러뜨린 리자드맨의 수가 꽤 많았다. 스컬레톤처럼 적은 양의 포인트를 주는 것도 아닌 터라, 획득한 포인트가 상당했다.

‘이거면 능력을 꽤 올릴 수 있겠어. 장비도 맞추고, 물약도 몇 개 사고…….’

승한은 벌써부터 타임 포인트를 사용할 궁리를 했다. 벌어둔 포인트가 많은 만큼 능력의 강화나 장비, 각종 소비 물품 등, 사용 범위는 넓었다.

“전 1050포인트 벌었네요. 제가 잡은 괴물만 스물 한 마리인 모양입니다.”

“전 2200포인트 벌었습니다.”

“역시, 승한씨가 훨씬 많이 잡으셨네요. 하긴, 제 능력은 비교적 위력이 그리 강하지 않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검을 휘둘러 목을 베어내는 승한과는 달리, 윤재의 능력은 살상력이 떨어졌다. 그런 점에서 직접 검을 휘둘러 급소와 목을 노리는 승한이 더 많은 리자드맨의 숨통을 끊는 건 당연했다.

“그나저나 이번엔 그런 녀석이 없는 걸까요?”

“그런 녀석이라뇨?”

============================ 작품 후기 ============================

다들 많이 사랑해주시네요..

전작 더 플레이어에서부터 봐주신 분들도 있고.. ㅎㅎ;

마땅히 드릴 건 없고 한동안 연참이나 하렵니다. (츤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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