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42화 (42/223)

0042 / 0223 ----------------------------------------------

9. 붉은 거미

붉은 거미와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주 강하지도 않아.’

승한의 몸이 날아올랐다. 주황색 거미는 고개를 들어 승한을 향해 다시금 거미줄을 쏘아냈다. 승한은 거미줄을 검으로 베어내며 튀는 거미줄의 파편은 몸으로 받아냈다. 조금 따끔거리는 정도는 무시했다.

터억-.

거미의 등 위로 올라간 승한은 그대로 검을 아래로 찔렀다.

푸욱-.

키아아아악-!

주황 거미의 등이 검에 꿰뚫렸다. 승한의 검에 맺혀있던 [광휘]의 힘이 주황 거미의 몸속을 휘저었다.

붉은 거미도 마찬가지였지만 주황 거미는 훨씬 단단했다. 그래도 처음부터 능력을 사용한 덕분에 손쉽게 등을 뚫을 수 있었지만, 이 정도면 윤재의 능력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가 어려웠다.

만약 승한이 [강화]와 [광휘]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손쉽게 거미의 등을 뚫을 수 있을지 확신이 어려웠다.

사아악-!

[300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승한의 검이 주황 거미의 몸을 반으로 갈랐다. 체액이 사방으로 터져 나오고, 그 직후 주변에 있던 거미들이 승한을 덮쳤다. 승한은 거미들을 한데 모아 검과 방패를 휘둘러 녀석들을 처리했다.

승한은 주황 거미를 쓰러뜨리고 얻은 타임 포인트를 떠올렸다. 주희의 능력이 사라진 지금, 3000타임 포인트라면 붉은 거미의 딱 3배의 수치였다.

‘이러다 보라색 거미까지 나오면… 꽤 많이 골치가 아프겠어.’

이미 초록색 거미까지 나타났다는 보고가 있었다. 어쩌면 어딘가에는 보라색 거미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승한은 이번 괴물들이 스컬레톤이나 리자드맨과는 다른 형태로 나타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보스도 다른 형태의 괴물일지도 모른다.

‘일단 다른 헌터들부터…….’

거미들을 정리한 승한은 이주호와 차상민이 있는 호계도서관으로 향했다.

과연 도서관 근처로 가 보니, 도서관을 중심으로 거미들이 몰려있었다. 그 중에는 주황색 거미도 몇 마리씩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마리.

‘노란 거미.’

승한의 눈에 검은 거미를 먹고 있는 거대한 거미가 보였다. 다른 거미들보다 족히 서너 배는 더 큰 덩치의 거미는 두 개의 발로 검은 거미를 잡더니 입으로 머리를 물고 체액을 빨아먹고 있었다.

다른 거미들은 그런 노란 거미로부터 멀어졌다. 아무래도 겁을 집어먹은 모양새였다.

주황 거미도 마찬가지였다. 녀석은 옆에 있는 붉은 거미를 덮치더니 노란 거미와 마찬가지로 체액을 빨아먹었다. 검은 거미라고 해서 다른 검은 거미를 잡아먹지 않는 건 아니었다.

아수라장이었다. 거미들은 서로를 잡아먹었다. 그리고 점점 더 강해졌다. 그리고 서로를 잡아 먹으며 어느 순간, 몸의 색을 변화시켰다.

다른 주황 거미를 잡아먹은 하나의 주황 거미가 노란 거미로 변했다. 징그러운 광경에 토악질을 할 것 같아 승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수가 너무 많은데.’

멀리서 지켜 봤지만 거미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족히 오십 마리는 될 것 같았다.

그것도 검은 거미들만이 아닌, 주황 거미와 두 마리의 노란 거미가 섞여 있는 상태였다. 방금 전 한 마리의 주황 거미를 죽이고 왔지만, 그리 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그런 녀석이 여러 마리, 거기다가 노란 거미는 또 얼마나 강할지 알 수 없었다.

지원을 기다릴까?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그 편이 나을 수도 있었다.

‘아니, 더 시간을 끌 순 없지.’

안쪽으로는 이주호와 차상민이 기다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도서관 안쪽으로 거미들이 꽤 많이 들어간 듯, 문이 부서져 있었다.

결국 승한은 망설이고 있던 방법을 선택했다.

[16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광휘’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32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광휘’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64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광휘’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64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강화’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보유 타임 포인트 : 6785p]

승한은 [광휘]의 레벨을 무려 3개나 올렸다. 3레벨에 머물러 있던 [광휘]의 레벨에 단숨에 6레벨까지 도달했다.

‘어서 정리하고, 체육관으로 간다.’

사실 승한의 목적은 이곳 도서관이 아니었다.

승한이 맡은바 구역인 안양6동을 버리고 달려온 이유는 호계체육관 근처에 있다는 보스를 잡고 호계체육관에 대피해 있는 사람들과 승한의 가족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함이었다.

차상민과 이주호는 덤이었다. 그들이 이곳 지역을 맡고 있는 이상, 그들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정부와의 계약 위반이 되니까 말이다.

우우우웅-.

승한의 몸에서 [광휘]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조금 힘을 사용했을 뿐인데 이전보다 훨씬 더 진한 노란 빛이 사방으로 퍼졌다.

승한은 순식간에 힘을 끌어올려 앞으로 뛰어나갔다. [광휘]의 빛은 검은 거미들의 움직임을 완전히 묶어내는데서 그치지 않고 붉은 거미조차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들은 승한의 존재감과 환한 불빛에 압도되었다.

주황 거미들과 노란 거미는 [광휘]의 빛만으로 움직임을 구속할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진 건 있었다. 걸음걸이가 꼬이고, 조금이지만 비틀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

물론 노란 거미는 예외였다.

‘일단 잔챙이들부터!’

쉬이이익-.

스걱-.

추아아아악-!

승한의 몸이 좌에서 우로 빠르게 움직였다. 역수로 쥐고 있던 검이 거미들의 몸을 베며 이동했다.

순식간에 검은 거미와 붉은 거미 십여 마리가 베어졌다. 승한은 그 길로 지체하지 않고 가장 뒤쪽에 있는 노란 거미에게로 향했다.

타닥-.

쐐애애액-!

주황 거미들이 승한을 향해 거미줄을 쏘아냈다. 주황 거미는 총 다섯 마리였는데, 다섯 줄기의 거미줄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승한은 방패를 들었다.

위이이이잉-.

방패에 맺힌 [광휘]의 빛이 주황 거미의 거미줄을 녹여냈다. 주황 거미는 공격이 실패하자 승한에게서 피해 뒤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그 동작이 마치 잘 훈련된 병사를 보는 것 같았다.

승한은 좌우로 흩어지는 주황 거미들을 쫒지 않았다. 주황 거미들도 쉽게 볼 순 없지만 [광휘]의 레벨이 올라간 이상 녀석들의 거미줄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지금은 먼저 가장 큰 위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노란 거미부터 쓰러뜨릴 때였다.

까가가가각-.

노란 거미가 승한을 향해 다가왔다. 녀석은 가장 먼저 승한을 향해 거미줄을 쏘았다. 주황 거미와는 달리 넓게 퍼져서 쏘아진 거미줄은 제법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승한의 [광휘]에 이기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승한은 방패를 옆으로 들고 검을 내밀었다. 달려드는 속도 그대로 노란 거미의 머리와 함께 몸을 베어버릴 생각이었다.

헌데,

추악-!

승한이 노란 거미에게로 도달한 그 순간, 노란 거미의 몸에서 백 가닥의 가시가 튀어나왔다.

“허억!”

깜짝 놀란 승한이 서둘러 방패를 앞으로 내밀었다. 아무리 승한이라 해도 달려가던 스스로의 속도를 순식간에 무마시킬 순 없었다. 아무리 [수호신]의 방어력이 있다고 해도 저 가시에 스스로 뛰어든다면 치명적일 것이다.

꾸웅-!

갑작스럽게 앞으로 내민 방패와 노란 거미의 가시가 부딪혔다. 방패에도 역시 [수호신]의 문양이 씌워져 있었는데, 이전과는 달리 주희가 걸어준 ‘대지의 가호’가 없어서인지 방어력이 이전만 못했다.

콰직-.

가시와 부딪힌 방패 한쪽이 찌그러졌다. 노란 거미의 몸에 돋아난 가시는 상당히 길었는데, 단단하기는 또 엄청나게 단단했다.

‘그렇다면…….’

승한은 아예 방패를 내렸다. 돋아난 가시 때문에 방패를 휘둘러 공격하는 건 먹히지 않았다. 애초에 방패를 이용한 공격은 검을 이용한 공격을 보좌할 뿐, 주공격 수단은 아니었다.

방패는 어디까지나 방어를 위해서. 승한은 검을 들고 노란 거미의 머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 순간, 주황 거미들도 승한을 향해 덮쳐왔다. 노란 거미까지도 마찬가지였다. 승한이 잠시 주춤한 사이, 모든 거미들이 승한을 노린 것이다.

노란 거미와 부딪히는 그 순간, 승한은 방패를 위로 들고 몸을 숙였다. 순식간에 수많은 거미들이 승한의 위를 눌러앉았다.

콰직-.

쿵-.

승한의 방패 위를 가장 먼저 노란 거미가 짓눌렀다. 노란 거미의 몸에 돋아난 가시들은 승한의 방패 위를 찍어 눌렀는데, 애초에 방금 전 승한의 방패가 찌그러진 이유는 승한이 달려드는 힘 때문이었지 노란 거미때문은 아니었다.

콰득, 우드드득-.

또 다른 노란 거미가 승한의 위를 짓누르며 이빨로 방패를 씹었다. 아무래도 가시로는 어떻게 되지 않자, 이빨로라도 승한을 어찌 해 볼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하지만 될 리가 없었다. 노란 거미는 방어력 자체는 뛰어날지 몰라도 거미줄이나 다른 공격 수단은 미미했다. 몸에 있는 가시도 공격 수단이라기보다는 고슴도치처럼 자신의 몸을 보호하는 수단에 가까웠다.

승한의 위를 수많은 거미들이 짓눌렀다. 노란 거미가 둘, 주황 거미가 다섯, 그리고 그밖에 붉은 거미들과 검은 거미들이 수십이었다.

꾸득, 꾸드득-.

‘조금만 더.’

승한은 몸을 가리고 있는 방패 위로 노란 거미가 완전히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무겁게 느껴져서 방패를 지탱하고 있는 팔이 터질 것 같았지만 계속해서 참아냈다.

‘지금!’

푸욱-.

승한의 검이 노란 거미의 머리를 꿰뚫었다. 방패를 비집고 올라온 검은 [광휘]를 가득 머금고 있었는데, 그 힘은 순식간에 노란 거미의 몸을 잠식해 나갔다.

[600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노란 거미가 주는 타임 포인트는 주황 거미의 딱 2배였다. 노란 거미가 다른 주황 거미 두 마리를 잡아먹는 모습을 보았던 승한은 최소한 9000타임 포인트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타임 포인트를 주었다.

그래도 이 정도가 어디인가? 어차피 남은 노란 거미도 하나 남아있었다. 승한은 검에 붙어 있는 노란 거미의 머리를 베어냈다.

촤악-!

노란 거미의 머리가 떨어졌다. 아무리 단단한 껍질과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고 해도, 아무리 민첩하게 움직인다고 해도 방패를 비집고 들어온 갑작스러운 기습에는 어찌 할 수 없었던 모양이었다.

우드드득-.

승한의 팔에 힘줄이 돋았다. 어마어마한 완력으로 몸 위를 짓누르던 노란 거미를 밀어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검을 크게 휘둘렀다.

까앙-!

사악-!

노란 거미의 몸에 돋아나 있던 가시가 부러지며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승한은 자신을 향해 튀는 파편을 방패로 보호하며 그대로 다른 한 마리의 노란 거미를 베어냈다.

그리고,

콰앙-!

승한이 왼 손에 들고 있는 방패와 검을 무작위로 휘둘렀다. 두 마리의 노란 거미가 문제였을 뿐, 주황 거미나 붉은 거미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녀석들이 쏘아내는 거미줄을 온 몸으로 맞으며 승한은 거미들을 베어내기 시작했다.

한 번 노란 거미를 베어내고 학살을 시작하자 그 뒤부터는 거미들이 맥을 쓰지 못했다. 여유를 찾은 승한은 남은 거미들을 정리하기보다는 도서관 안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그리고 그 순간.

끼긱, 가가가각-.

“어라?”

승한은 거미들의 이상한 움직임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하게 자신을 쫒아올 줄 알았던 거미들이 마치 호계동으로 향하던 거미들처럼 어느 한 곳을 향해 우르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