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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붉은 거미
오늘 공지는 꼭 읽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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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가는 거지?’
불안한 느낌에 승한은 거미들을 따라갈까 생각했다. 하지만 안족에 있는 차상민과 이주호의 안전을 먼저 확보하는 게 먼저였다.
승한은 부서져 있는 도서관 문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주호와 차상민도 도망만 쳤던 건 아닌 듯, 곳곳에는 거미들과 싸운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거미줄과 체액, 그리고 사람의 혈흔이 곳곳에 묻어있었다.
‘피?’
거미들이 도서관 안으로 들어와 싸움이 있었다는 건 이미 연락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짧은 사이에 꽤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승한은 급하게 혈흔을 쫒아갔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타고 윗층으로 향했다. 그 때, 계단 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무언가가 내려왔다.
‘거미?’
승한은 잠시 집어넣고 있던 검을 들었다. 그 직후, 수많은 거미들이 아래로 내려왔다. 붉은 거미와 검은 거미, 심지어 주황 거미들까지 꽤 많이 섞여 있었다.
승한은 아주 조금이지만 [광휘]의 힘을 몸에 두르고 있었다. 기왕 도서관 내부에 있는 거미들과 마주친 이상, 피할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맞닥뜨릴 일이라면 도서관 안에 있는 거미들은 일찍 정리를 하는 편이 이주호와 차상민을 위해서라도 좋을 테니까.
하지만 거미들은 승한을 보지 않았다. 다른 때라면 살아 움직이는 승한을 보고 바로 달려들었어야 할 거미들이 승한을 무시했다. 그대로 거미들을 공격할까 하던 승한은 시간을 더 끌기보다는 그대로 윗층으로 향했다.
쫒아가던 혈흔이 어느 순간 뚝 멈췄다. 승한은 더 이상 쫒아갈 흔적을 찾지 못해 전음구를 꺼냈다.
“호계도서관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바닥에 피가 보이는데, 혹시 누구 것입니까?”
-…….
이주호에게 연락을 넣은 승한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눈살을 찌푸렸다. 보통 연락을 하고 10초 안으로는 대답이 들려오지 않으면 둘 중 하나로 볼 수 있었다.
연락을 받을 수 없는 상황, 즉 전투중이거나 죽은 경우. 하지만 적어도 전자의 경우에는 승한이 같은 장소인 호계도서관에 있으니 아닌 게 확실했다.
‘설마……?’
승한은 바르게 도서관 내부를 뒤졌다. 한 층을 더 올라가 보니 방금 전까지 거미들이 있다가 내려온 흔적이 보였다. 체액과 함께 무언가가 씹어 먹혀져 피를 흘리며 곳곳에 뿌려져 있었다.
사람의 피와 살점. 뼈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있었고, 찢어진 내장이 살점에 붙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눈알은 먹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 네 개의 눈알은 머리에서 떨어져 땅에 굴러다녔다. 눈을 뜨고 그대로 지켜보기 어려운 끔찍한 광경에 승한은 눈살을 찌푸렸다.
“끔찍하군.”
이주호와 차상민은 거미들에게 물어 뜯겨 먹이가 되었다. 아무래도 거미들과의 싸움에서 잡아 먹힌 모양이었다.
‘그래도 꽤 분투했군.’
시체는 이주호와 차상민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으로는 거미들의 시체도 꽤 많았다. 두 사람의 능력이 뭔지는 확실히 기억하지 못했지만, 주황 거미 한 마리를 비롯해 붉은 거미와 검은 거미들까지 죽어 있는 걸 보면 새로운 능력을 얻지는 못했어도 나름 실력을 발휘한 모양이었다.
갑작스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새로운 능력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 정도 성과를 보였다면, 꿈을 통과하고 새로운 능력을 얻기만 했다면 저들도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승한은 토악질이 나오는 걸 참으며 고개를 숙였다. 죽은 두 사람을 향한 애도였다. 그리곤 안석환을 비롯한 다른 헌터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다른 헌터들도 곧 오겠지.’
호계동에 도착한지도 시간이 꽤 되었다. 다른 헌터들은 몰라도 적어도 윤재와 주희가 도착할 때까지는 시간이 얼만 남지 않았을 것이다.
이주호와 차상민이 죽은 흔적을 발견한 이상, 더 이상 호계도서관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 승한은 곧장 밖으로 나가 호계체육관으로 향할 생각이었다.
‘그건 뭐였지?’
도서관 밖으로 나가는데 문득, 방금 전 거미들의 움직임이 생각났다. 무언가를 향한 맹목적인 이동은 바로 눈앞의 적이라고 할 수 있는 승한조차도 무시했다.
[광휘]의 레벨이 오르면서 승한의 힘은 거미들을 유인하기보다는 옭아매는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광휘]의 레벨을 올리고 보니 그 힘을 어떻게,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승한이 능력을 사용하는 정도에 따라 달랐다.
분명히 승한은 거미들을 유인하고자 [광휘]를 사용했다. 그 힘은 아주 미미한 정도라 검은 거미라면 몰라도 붉은 거미 이상은 승한을 주목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거미들은 마치 무언가에 더욱 강하게 이끌리는 것처럼 승한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했다. 이 방향은 한 곳으로 일정하지 않고 나뉘어져 있었는데, 꽤 많은 대다수의 거미들이 호계체육관 쪽으로 향했다.
‘느낌이 좋지 않아.’
승한의 발이 빨라졌다. 거미들의 뒤를 쫒듯이 승한이 호계체육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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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계체육관은 호계도서관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지리상으로 보면 호계도서관의 정 반대편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승한의 다리로는 금방 도착할 만했다.
더군다나 중간에 승한을 방해하는 거미도 없었다. 호계동에는 다른 지역보다 거미들의 수가 훨씬 많았다. 가는 중에 길에서 만난 거미만 해도 족히 백 마리는 될 것 같았다.
‘역시 다른 지역에 있는 거미들이 이쪽으로 몰려왔어.’
이주호와 차상민은 운이 없었다. 하필이면 그 많은 지역들 중, 호계동을 맡게 되다니.
한 마리라고는 하나 주황 거미를 잡았을 정도라면 그 둘의 실력도 썩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었다. 그들 역시 검은 거미를 잡으며 능력의 레벨을 올렸을 테고, 그만큼 강해진 덕분에 다섯 번째 능력을 얻지 못한 갭을 조금이나마 매울 수 있었다.
역시나 다섯 번째 능력을 얻고, 얻지 못하고는 차이가 큰 모양이었다. 당장 승한만 하더라도 새로운 능력인 [수호신]을 얻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몇 번이고 죽을 위기를 겪었을 것이다. 붉은 거미의 거미줄이나 노란 거미의 가시 등, 그 모든 것들을 막아낼 수 있었던 건 [수호신]의 덕이 가장 컸다.
만약 그들이 다른 지역을 배정받아 적은 수의 거미들을 상대했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들은 안타깝게도 호계 지역을 배정받았다. 그 결과가 바로 이주호와 차상민, 그리고 가장 먼저 죽은 박향근의 목숨을 앗아갔다.
‘보스 때문인가?’
그 추측이 가장 유력했다. 다른 지역과 호계동을 비교해서 다른 점이라면 그것뿐이었으니까.
아직까지 보스를 보지는 못했다. 하지만 거미들을 보면 스컬레톤과 리자드맨, 두 차례에 걸친 괴물들의 보스와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노란 거미만 하더라도 그 정도라면 보스는 얼마나 대단한 녀석일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일단 호계체육관의 안전 확보가 먼저야.’
승한은 지체하지 않고 호계체육관으로 향했다. 박향근과 차상민, 이주호가 죽은 이상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있는 거미들을 정리할 헌터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승한이 처리할 문제였다.
호계체육관 인근에는 꽤나 많은 군인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시간이 멈춰 있는 상태라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그들은 긴장을 풀지 않고 꽤 근처를 경계하고 있었다.
호계체육관은 아파트 단지 안쪽으로 들어가는 외곽에 위치하고 있었다. 완만한 경사의 언덕으로 올라가 호계 체육관 근처를 살폈는데, 거미는 보이지 않았다.
‘뭐지?’
한 마리도 없었다. 오히려 그 점에 더 오싹했다.
분명 호계체육관 방향으로 이동하는 거미들을 꽤 많이 보았다. 그 많은 거미들 중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는 건, 그 많은 거미들이 전혀 다른 곳으로 향했다는 뜻이었다.
이렇게 거미들을 처리하지 못한 채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호계동에 몰려든 거미들이 언제 풀려나 호계체육관으로 향할지 모른다.
‘군인들만으로는 못 막아.’
거미들은 리자드맨과는 다르다. 녀석들은 리자드맨보다 덩치도 훨씬 클뿐더러 단단하기도 훨씬 단단했다. 승한의 생각에 노란 거미는 총이 통하기나 할지도 의심스러웠다.
무엇보다 보스의 존재.
아직 승한의 눈으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보스는 반드시 잡아 놓을 필요가 있었다. 정부에서 군인들에게 괴물들의 상대로 어떤 장비를 준비했을지 알 수 없지만, 승한의 생각에 이번 보스는 미사일이라도 가지고 오지 않는 이상 어찌하지는 못할 것 같았다.
‘찾아야 해.’
호계체육관 인근을 뒤지던 승한은 좀 더 범위를 넓혔다. 중간에 거미들이 호계체육관이 아닌 아파트 단지 안으로 이동하는 걸 본 터라 그곳으로 향했다.
사각, 사각-.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가자 승한의 귓속에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를 갉아 먹는 소리였는데, 승한은 본능적으로 소리를 향해 따라갔다.
까가가각-.
치이익-.
승한의 고개가 돌아갔다. 고층 아파트 곳곳에 붙어 있는 거미들이 승한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검은 거미는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먹이사슬의 가장 최하층에 위치한 검은 거미는 이미 먹잇감이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이제는 붉은 거미가 대다수였고, 주황 거미와 노란 거미들도 상당히 많았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보지 못하던 초록 거미가 있었다. 그것도 두 마리나.
무엇보다…….
‘파란 거미?’
그 중 하나, 파란 거미의 존재는 승한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초록 거미만 하더라도 제법 긴장할 텐데, 노란 거미보다 무려 두 단계나 높은 파란 거미는 승한이라 하더라도 쉽게 보기 어려웠다.
대체 몇 마리나 되는 거미들을 먹어 치운 걸까?
노란 거미가 준 타임 포인트가 9000이었다. 더군다나 노란 거미는 주황 거미가 같은 주황 거미 세 마리를 먹어치우고 만들어졌다.
초록 거미는 보통 검은 거미 백 마리 정도를, 그리고 파란 거미는 그 배는 되는 검은 거미들을 잡아먹은 녀석이었다. 물론 일일이 검은 거미를 잡아먹고 다니지는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검은 거미를 잡아먹던 녀석을 잡아먹었으니 그 힘은 그대로 가지고 있을 터였다.
‘검은 거미 백 마리라…….’
초록 거미와 파란 거미를 바라보던 승한이 씩 웃었다.
초록 거미가 둘, 파란 거미가 하나.
파란 거미를 검은 거미 이백 마리라고 생각하면 검은 거미 사백 마리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할 만한데?”
가장 처음에도 검은 거미 백 마리 정도는 사냥할 자신이 있었다. 조금 힘들겠지만,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강인함]의 레벨이 올라 체력적으로나 힘으로나 그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그밖에 다른 능력을도 몇 단계씩이나 올랐다.
충분히 가능하다. 새로운 미지의 적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승한은 파란 아파트에 붙어 있는 파란 거미를 노려보며 검과 방패를 들었다.
사각, 사각-.
그 때, 승한의 귀를 자극하던 섬뜩한 소리가 더욱 가까워졌다. 소름이 돋은 승한은 두 손에 들고 있던 검과 방패를 살며시 내리며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사각-.
“……미친.”
파란 거미와 두 마리의 초록 거미를 봤을 때도 평정심을 유지했던 승한이 욕설을 내뱉었다. 그리곤 충격적인 장면에 할 말을 잃었다.
다른 거미들이 귀엽게 보일 정도로 거대한 거미였다. 아파트 옥상을 통째로 덮고 있는 거대한 거미는 안석환이 알려준 거미들의 보스와 모습이 흡사했다.
무엇보다 승한을 놀라게 한 건 덩치가 아닌, 색이었다.
“……흰색이라며?”
사각-.
노란 거미를 입에 반쯤 물고 있는 보스의 색은 바로 남색이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밤 12시 연재와 동시에 제목을
헌터 타임 -> '헌팅 타임'으로 바꿀 예정입니다. 헌터 타임이 현자 타임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는 댓글과 '사냥 시간'이라는 의미가 좀 더 낫겠다는 생각에서입니다. 혹여라도 제목이 바뀌는데 혼동이 오시는 분이 계실까봐 미리 후기에 남깁니다.
덧. '~헌터'라는 부분을 전면 수정했습니다.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때문입니다. 제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