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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60화 (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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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여섯번째 꿈

헌터 연합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보여주기, 그리고 헌터들의 교류에 있었다. 함께 뭉쳐서 함께 영리를 추구하자는 단체이지, 그 속에서 무언가 이득을 취하고자 만든 단체가 아니었다.

물론, 단순히 소꿉놀이처럼 모이고자 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그 속에서는 승한의 생각보다 큰 후원사가 있었다.

화안기업.

국내 제일 기업이자,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기업이었다. 그가 무슨 일로 헌터들에게까지 관심을 가지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화안기업이라면 헌터들을 정부 대신 먹여 살릴 능력이 있었다.

물론, 화안기업은 그런 자선사업을 할 기업이 아니었다. 무언가 돈이 되기 때문에 움직인 것일 터. 하지만 승한은 그런 부분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헌터 연합, 그리고 화안기업은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지.’

애초에 정부와 기업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이면서도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화안기업이 무언가 영리를 취하기 위해 헌터 연합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도 승한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감투는 거절했다. 아니, 보류했다. 안석환을 비롯한 현 헌터 연합은 승한을 원했지만, 승한은 헌터 연합이 확실하게 자리를 굳힐 때까지 그런 자리를 갖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그래도 승한을 섭외하는데 성공했다는 고무적인 성과에 안석환은 흔쾌히 수긍했다. 일단 헌터 연합에 이름을 올리기만 한다면 감투야 언제든 기회가 될 때 씌울 수 있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헌터 연합이 필요한 건 대표할 수 있는 실력자이지, 사무적인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감투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승한의 실력이 어디로 사라지는 게 아니었다.

“김현수 중령님. 저 승한입니다.”

승한은 그 직후 바로 김현수 중령에게 연락을 넣었다. 헤어질 때 받아놓은 연락처로 전화를 걸자, 김현수 중령이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 반갑습니다. 생각은 다 끝나셨습니까?

“네. 저와 윤재 형, 그리고 주희, 세 명 모두 참여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급한 일을 하던 중에 받은 전화였는지 김현수 중령은 승한과 다음에 볼 약속을 잡고는 금방 전화를 끊었다. 막 안석환과 함께 밖으로 나온 승한은 김현수 중령과의 이야기가 끝나자 할 일이 사라졌다.

‘벌써 화요일인가?’

정신없이 일요일과 월요일을 보냈다. 다른 일을 할 시간도 없었다. 이틀 동안 가족들의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밖에를 다녔다.

다른 친구들도 안 본지가 꽤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는… 때려 쳐야하나?’

괴물들의 등장에 헌터들과 정부의 대응으로 세상은 다리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아마 지금쯤이면 다시 학교도 문을 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학교와 너무 멀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승한은 평범한 학생과는 달랐다. 무엇보다 승한은 아예 헌터로서 사는 게 평범한 대학을 나와 취직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당장 다음 주부터 괴물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혹은 앞으로 영원히 괴물들이 계속해서 나타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세상이 아예 멸망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세상에 아포칼립스가 도래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모르겠다. 내 일이나 잘 해야지. 당장 다음 스테이지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차라리 복잡한 생각할 필요 없이 몸만 고생하면 되었던 이전이 편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승한은 그 길로 집으로 돌아갔다. 3시밖에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더 이상 밖에서 용무가 없었다.

집으로 돌아와도 반기는 사람은 없었다. 다시 세상이 멀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지금, 승아와 어머니 두 사람 모두 일을 나갔기 때문이었다.

아직 사회 초년생인 승아나, 출퇴근 시간이 늦는 어머니나 아마 밤이 되어서야 돌아올 것이다. 언제나처럼 승한은 아마 혼자 밥을 먹어야 할 것이다.

‘조용하다.’

학교를 다녀왔을 때, 알바 가기 전에 잠시 한적하게 집에 있던 때가 떠올랐다. 승한은 그 어느 때와 같이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누웠다.

한가롭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기분인지 모르겠다. 괴물이 나타나고 나서, 한동안은 이런 기분을 느껴보지 못했다. 항상 두렵고 무언가에 쫒기는 듯했지.

“졸리네…….”

침대 위에 누워있던 승한의 눈이 스르륵 감겼다.

**

언제 잠이 들었을까?

승한은 꿈을 꾸었다. 그것도 꽤나 생생한 꿈이었다.

승한은 붉은색 땅에 서 있었다. 모래알이 갈색이 아닌, 옅은 붉은색 빛이 감돌아 있었다. 황무지처럼 아무것도 없던 그곳은 하늘까지 붉었다.

‘꿈인가?’

일요일도 아닌데, 꽤나 생생한 꿈을 꾸고 있구나 싶었다. 승한은 간혹 이렇게 꿈을 꿈이라 생각하는 자각몽을 꾸곤 했다. 그리고 보통 그런 꿈들은 행복한 꿈으로 이어졌다.

‘오랜만이네, 이것도.’

요즘 들어서는 꿈을 잘 꾸지 않더니 오래간만에 이런 식으로 꿈을 꾸게 되니 신기했다. 그것도 이 정도로 생생한 꿈이라니…….

‘꿈이 그게 아니잖아?’

승한은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자각몽이라 해도, 생생해도 너무 생생했다.

무엇보다 승한의 손에는 어느새 검과 방패가 하나씩 들려 있었다. 승한이 스테이지를 진행하거나 현실에서 괴물들과 싸울 때 사용하던 장비들이었다.

아무리 승한이 근래 들어서 괴물들과의 싸움과 스테이지의 통과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해도, 이런 자각몽에서까지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걸 아무렇지 않게 여길 순 없었다. 이건 마치 다음 번 스테이지가 시작된 것 같았다.

[스테이지 6.1]

달성 조건 : 한 시간을 버텨라.

제한시간 : -

남은시간 : 1시간

보상 : 6.2스테이지로의 이동

“……뭐야 이건?”

승한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분명 오늘은 화요일이었다. 그것도 밤도 아닌, 낮. 승한은 그저 나른함에 잠깐 잠이 들었을 뿐이었다.

승한은 머릿속에 입력된 스테이지 내용에 눈을 깜박였다. 이 쯤되면 단순히 꿈이라고 생각하고 넘길 수 없었다. 분명 6스테이지는 시작되었다. 지금 이 순간만 하더라도 남은 시간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난데없이 갑자기 왜……?’

승한은 문득 거미들을 떠올렸다. 보스는 물론, 괴물들의 출현 방식까지 바뀐 이상 스테이지의 진행 방식도 바뀐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었다. 애초부터 매 주 일요일에 스테이지가 시작될 것이라고 누군가와 약속이 되어 있던 것도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럼 설마 괴물들도?’

어쩌면 괴물의 출현이 매 주 일요일로 고정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갑작스럽게 나타난 괴물들로 인해 세상이 다시 아수라장이 될 것이다.

“일단 이것부터 통과하는 게 먼전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걸까?

스테이지의 달성 조건은 1시간을 버티라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1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고, 아직까지도 시간은 계속해서 흐르고 있었다.

그그그그그-.

그 순간, 승한은 발밑에서 느껴지는 미미한 진동에 발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쩐지, 아무런 일도 없이 시간이 흘러갈 때부터 뭔가 있겠구나 싶었다.

‘온다.’

역시 시작은 괴물인 모양이었다. 승한은 검과 방패를 들고, 발에 힘을 주었다.

그렇게 잠시 후, 황무지 아래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콰아앙-!

쉬이이이이-.

거대한 뱀이었다. 일전에 4스테이지의 남색 문에서 보았던 뱀보다 배는 두껍고, 길이도 훨씬 길어보였다.

“……양심상 한 마리만 나오지?”

그런 녀석이 몇 마리일까? 모래밭을 뚫고 나온 뱀은 한 마리가 아니었다. 승한의 눈에 보이는 녀석만 해도 족히 열 마리에 가까웠다.

이전같으면 한 마리만 나왔어도 기겁을 했을 것이다. 당장 4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승한은 남색 문에서 만난 거대한 뱀 한 마리와 싸워 죽기 진전까지 가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상하게 그 열 배에 가까운 뱀이 나타났음에도 승한은 무섭다거나 하지가 않았다.

‘이 정도면 할만 하지.’

승한의 검에 무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몇 마리 되지 않는 뱀들, 일찍부터 힘을 사용해서 잡아버릴 생각이었다.

승한의 몸이 미끄러지듯 허공으로 떠올랐다. [민첩함]이 10레벨에 도달하면서 [귀신]으로 변화해 생긴 능력이었다.

도약이 아닌, 허공을 밟았다. 뱀들은 승한을 보더니 움찔했다. 녀석들은 본능적으로 승한이 단순한 먹잇감이 아님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망치는 녀석은 없었다. 뱀들은 거대한 입을 벌리며 승한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승한이 귀신처럼 움직였다.

서걱-.

거대한 뱀의 머리가 베어졌다. 마치 단단한 가죽이 아닌 두부를 베듯, 승한의 검은 뱀의 머리를 깨끗하게 베어냈다.

다른 거미들이 입을 벌리고 다가오자 그대로 검의 궤적을 옮겨 검을 내려쳤다. 입을 벌리고 다가오던 뱀의 머리가 몸과 함께 길게 베어졌다.

캬아아아악-!

동료의 죽음에 분노한 것인지, 아니면 승한의 저항에 분노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뱀들이 난리를 쳐도 소용 없었다.

콰득-.

뱀의 송곳니가 승한의 어깨를 깨물었다. 단단한 바위를 씹어먹는 송곳니였지만, 승한의 어깨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입고 있던 옷이 조금 찢겨 나갔을 뿐이었다.

사악-!

승한의 어깨를 물었던 뱀의 머리가 베어졌다. 뱀의 송곳니는 승한의 [수호신]을 뚫을 만큼 강하지 못했다. 애초에 열이든 백이든 승한의 방어력을 뚫을 만큼 강하지 않은 이상 수는 의미가 없었다.

‘이 정도면 굳이 [강화]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어.’

[불굴의 육체]로 인해 승한의 힘은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해졌다. 승한은 단순히 완력만으로 바위를 부술 수 있을 만큼 힘이 강해졌다.

그런데도 굳이 승한이 [강화]를 검에 두른 이유는 검이 부러질까봐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뱀들이 파란 거미 이상의 방어력을 가지고 있다면 자칫 승한이 휘두른 검이 부러질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불굴의 육체]로 변한 승한은 레벨이 낮은 [강화]를 아무리 사용해도 별로 지치지 않았다. [강화]와 [광휘], [수호신]까지 모두 사용한 상태라 하더라도 1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틸 것이다.

열 마리가 넘는 뱀들을 모두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3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 승한은 검에 묻은 뱀들의 검은색 피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

“이놈들에게서 1시간을 버티라는 거였나? 너무 쉬운데……?”

승한은 잘 몰랐지만 뱀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았다. 4스테이지의 남색 문에서 만난 뱀과는 덩치도 덩치지만 질적으로 차이가 있었다.

가죽이 훨씬 질기다는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송곳니에 있는 독이 문제였다. 수적으로도 열 마리나 되어서 한 명을 옭죄어 오는데, 조금이라도 이빨에 당하면 극독이 묻어 금방 사망하게 되어버린다.

하지만 애초에 승한에게는 그 송곳니가 통하지 않을뿐더러, [불굴의 육체]와 [귀신]을 통한 강한 힘과 움직임은 뱀들이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애초에 6스테이지에 하나의 능력을 10레벨까지 달성했다는 것 자체가 승한이 보통 헌터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했다.

‘단순히 괴물로부터 살아남는 게 이번 스테이지의 내용인가? 너무 단순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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