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75화 (75/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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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새로운 능력, 그리고 성화

승한의 몸을 노리던 송곳과 창이 승한에게 닿지 못하고 녹아내렸다. 승한은 마치 그게 당연하다는 듯 덤덤히 그 모습을 바라봤다.

그 기이한 현상에 나르샤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나르샤는 승한의 몸에서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성화?’

승한의 몸을 은은하게 머금고 있는 붉은색 빛. 그것은 분명 나르샤가 가지고 있는 힘과 같은, 성화의 불이었다. 아직까지 그 힘이 미약하고 불길이 크지 않아 황금색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그 기운은 보통의 다른 불들과는 전혀 달랐다.

‘어떻게?’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승한은 성화를 사용하지 못했다. 성화와 비슷한, 그 빛을 사용할 수는 있어도 성화를 다루는 것과 성화의 빛을 다루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아무리 그 힘이 미약한 수준이라고 해도 직접적으로 성화를 피울 수 있다는 것은 신(神)의 힘, 그 일부를 다룰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르샤에게는 일생에 단 한 번만이 허락된 그 힘이 승한에게서 발현된 것이다.

치이이이이-.

승한의 몸과 닿아있는 분신들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성화의 불길을 아포피스도 아닌, 그 작은 분신 정도가 버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성화인가?

아포피스가 처음으로 당황했다. 성화의 빛을 가지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역시나 성화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불빛은 단순히 어둠을 밝힐 뿐이지만, 불은 모든 것을 태울 수 있으니까 말이다.

-……아직은 미약한 정도군.

“하지만 봉인된 아포피스 하나 정도는 충분히 태울 수 있지 않겠어?”

승한은 씩 웃으며 손에 성화의 불을 피웠다. 그리고 손을 뻗어 뱀 인간을 향해 뻗어가자, 뱀 인간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뱀 인간은 승한의 검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성화를 머금은 승한의 손은 뱀 인간이 다시 재생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포피스의 의지를 받은 뱀 인간은 본능적으로 승한의 성화를 무서워했다.

“그렇지?”

-건방지군.

“건방질 만 하단 말이지. 예를 들어, 이런 것도 가능하고.”

승한이 나르샤의 몸에 손을 댔다. 성화를 머금은 손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나르샤는 깜짝 놀랐다.

“뭐, 뭐 하는 거예요?”

아무리 성화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나르샤 역시 마족이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악(惡)을 품고 있는 마족들은 성화에 닿으면 소멸하거나,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나르샤는 마족들 중에서도 연약한 몸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그녀는 성화에 닿으면 자신의 몸을 성화로 불태우게 될 운명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승한의 성화에 닿는 것은 죽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화륵-.

승한의 손이 나르샤의 볼을 어루만졌다. 뜨겁다기보다는 따뜻한 느낌이 볼을 타고 전해지자, 나르샤가 깜짝 놀랐다.

‘뜨겁지 않아?’

나르샤는 승한의 성화에 닿으면 그대로 자신도 함께 성화가 되어 타버릴 줄 알았다. 헌데 뜨겁다는 느낌은 없고, 오히려 따뜻한 느낌이 볼을 타고 몸 속으로 전해졌다.

도리어 몸이 한결 편안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금방 숨이 끊어질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런 느낌이 전혀 없었다. 승한의 성화가 닿은 후부터였다.

“성화는 태우고자 하는 것만 태웁니다. 전 나르샤님을 태울 생각이 없습니다.”

“독을… 태운 건가요?”

“네. 그대로 두면 여길 나가기 전에 먼저 나르샤님이 죽을 것 같아서요.”

나르샤의 몸을 갉아먹던 독은 성화의 불에 의해 소멸되었다. 독 역시 아포피스의 일부여서 성화의 불길로 충분히 집어 삼킬 수 있었다.

승한은 다시금 나르샤를 등에 업었다. 아포피스의 분신들은 승한에게 가까이 다가오지 못했다. 그 주위를 방패처럼 감싼 성화의 불길 때문이었다.

“비키지?”

승한의 검에 성화의 불이 머금어졌다. 아포피스를 봉인했던 성화처럼 황금색도 아니었고, 불길도 크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로운 불길이었지만, 그것은 신의 불이라는 성화였다.

원래의 아포피스라면 이 정도 자그마한 성화쯤은 작은 콧김만으로도 꺼뜨릴 수 있겠지만, 아포피스는 봉인된 상태였다. 승한은 아무리 작다고 해도 자신의 성화가 아포피스에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크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포피스의 웃음소리가 동굴 안에 쩌렁쩌렁 울렸다. 성화의 힘 덕분인지 이전처럼 몸이 떨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그 웃음소리는 만 명의 사람을 겁에 질리게 할 만큼 거대했다.

-웃기는군. 내가 그런 자그마한 성화 따위에 당해야 한다니. 하긴, 작다고는 하나 성화는 성화인가?

“잘 아네.”

-인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힘일 텐데, 잘도 허세를 부리는군. 크크크.

“난 보통 인간은 아닌 것 같단 말이지.”

성화의 힘은 한낱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힘이 아니었다. 인간은 본래 악(惡)보다는 성(聖)에 속하는 종족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성화의 힘을 가질 정도의 그릇은 아니었다.

하지만 승한의 첫 번째 능력이 바로 [불굴의 육체]였다. [강인함]의 두 번째 능력인 [불굴의 육체]는 승한의 몸을 인간 이상의 것으로 끌어올려 놓은 상태였다. 그 덕분에 승한은 성화를 사용하면서도 버틸 수 있었다.

“다시 출발합니다.”

화륵-.

승한은 나르샤를 등에 업은 채, 검 대신 방패를 들었다. 그리고 방패에 성화의 열기를 머금고, 앞을 가로막고 있는 분신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사사삭-.

치이이-.

방패에 부딪힌 분신들이 밀려나며 녹아내렸다. 몇몇 분신들이 몸을 내던져 막아냈지만, 방패에 닿자마자 힘을 잃었다. 아무리 작고 작은 분신이라지만 대악마 아포피스의 분신들이 말이다.

그 뒤로 승한을 막을 수 있는 건 없었다. 분신들이 아무리 달려들어봤자 그대로 성화의 불길에 녹아내렸고, 나르샤의 독은 이미 치유되었다.

그렇게 승한이 아포피스의 입구에 다다를 무렵.

-크하하하하! 내가 꼭 너를 기억하고 있으마. 하하하하하하!

억눌러져 있던 아포피스의 음성이 다시금 터져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아포피스의 몸속에 있던 수많은 분신들이 아포피스의 본체로 스며들며 사라졌다.

밖으로 나오자 검은색의 황무지가 붉은색으로 변해있었다. 아포피스의 봉인이 조금씩 풀리며 검게 물들었던 대지가 원래의 색을 찾은 것이었다.

“허억. 허억.”

승한이 그 자리에 쓰러져 숨을 골랐다. 방패와 함께 온 몸에 둘러져 있던 자그마한 성화의 불길이 꺼지며 온 몸에 피로감이 밀려왔다.

‘많이 쓰면 안 되겠군.’

[광휘]는 비교적 능력을 사용해도 큰 부담이 없었다. [강인함]이 [불굴의 육체]로 변한 뒤에는 아무리 능력을 사용해도 피로한 느낌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성화 역시 두 번째 능력이라서 그럴까? 그리 오랜 시간 동안 능력을 사용한 것도 아닌데 피로감이 상당했다.

‘하긴, 성화의 힘을 생각해 보면 이 정도는 당연한가?’

[광휘]가 바로 성화의 불빛이었다. 단순히 비춰지는 불빛만으로도 그 정도 힘을 낼 수 있었던 힘이, 완연한 제 모습을 찾아 발휘되었다.

태우고자 하는 모든 것을 태우고, 악(惡)을 소멸시키는 힘. 그 힘은 태양신과 대적했다고 알려진 대악마 아포피스를 봉인할 정도였다.

그 정도 힘을 아무런 패널티 없이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최근 별다른 무리 없이 힘을 사용해 왔던 승한은 성화로 인한 몸의 피로가 익숙하지 않았다.

‘[불굴의 육체]도 레벨을 올리긴 해야겠군. 성화를 다루려면 그게 먼저야.’

성화를 자유자재로 무한하게 사용할 수만 있다면 괴물들을 사냥하는 게 한결 수월할 것이다. 승한은 성화를 이용하면 전에 나왔던 보라색 거미라도 단숨에 태워버릴 자신이 있었다.

“이제… 끝난 건가요?”

“네. 끝났습니다.”

승한은 지친 와중에도 대답했다. 드디어 끝났다는 사실에 입가가 씩 벌어졌다.

그렇게 나르샤가 주저앉은 순간.

[6.4스테이지를 완료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白劍)’을 획득하였습니다.]

**

눈을 뜨고 일어난 승한은 깜짝 놀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자기 전과는 달리 하늘이 시커멓게 물들어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승한은 새로 얻은 능력에 대해 중얼거렸다.

“……이게 뭐야?”

능력의 정보는 승한의 머릿속에 입력되었다. [백검(白劍)]이라는 이름의 능력은 지금까지 승한이 가지고 있던 능력과는 또 다른 종류의 능력이었다.

“성기사인가? 이건 거의 성검이나 마찬가진데?”

[백검]은 [강화]와 비슷한 능력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검에만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활용 범위는 좁았지만 능력의 힘은 [강화]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검을 통한 살상력의 증가는 물론, 악마나 마족, 괴물과 같은 악(惡)에게 더 큰 피해를 입힌다는 효과가 있었다.

그것 뿐만이라면 승한이 이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승한이 놀란 이유는 [백검]의 활용성 때문이었다.

“검의 길이를 자유자재로 늘린다라… 특이한 능력인데.”

검의 크기는 일정하고, 위력이 아무리 강해도 공격 범위는 한정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검은 승한이 가진 검의 공격 범위를 효과적으로 늘려주었다.

아니, 사실상 검이 늘어나는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검격을 날린다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검에 맺힌 [백검]의 힘을 날려 상대를 베어내는 것이었다.

아직까지 제대로 능력을 사용해 보지는 않았지만 꽤나 효과적인 능력임에는 분명했다. [강화]와 함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다수의 괴물들과 싸울 때 더욱 효과적이었다.

‘가진 포인트가 얼마 없는 게 아쉽군.’

[광휘]의 레벨을 올려 [성화]로 만드는데 승한은 51200타임 포인트를 소모했다. 그 결과 승한이 가지고 있는 타임 포인트는 고작 9985점밖에 되지 않았다.

이것만 해도 이전같았다면 꽤나 많은 타임 포인트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점차 능력의 레벨이 올라가면서 승한에게 요구되는 타임 포인트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무엇보다 두 번째 능력은 첫 번째 능력과는 달리 요구하는 타임 포인트가 10배로 늘어났다.

[스테이지 1 - 불굴의 육체]

* 등급 : 上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128000p

[스테이지 2 - 귀신]

* 등급 : 上

* 분류 : 고유 지속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256000p

[스테이지 3 - 강화]

* 분류 : 엑티브

* 레벨 : 7

* 요구 타임 포인트 : 12800p

[스테이지 4 - 성화]

* 등급 : 上

* 분류 : 엑티브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512000p

[스테이지 5 - 수호신]

* 분류 : 엑티브

* 레벨 : 5

* 요구 타임 포인트 : 12800p

[스테이지 6 - 백검]

* 분류 : 패시브

* 레벨 : 1

* 요구 타임 포인트 : 1600p

[보유 타임 포인트 : 9985p]

승한은 자신의 능력을 다시 한 번 점검했다. 새로 얻은 능력과 이전에 가지고 있던 능력, 그리고 [광휘]가 [성화]로 변하면서 바뀐 능력을 확인하고자 함이었다.

능력을 확인하던 중, 승한이 놀란 점은 두 가지였다.

‘패시브?’

백검은 엑티브가 아닌, 패시브 능력이었다.

============================ 작품 후기 ============================

깜짝 놀랐습니다. 확인해 보니 원고료 쿠폰 베스트 1위라니.. 그저 순위 안에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너무나도 큰 선물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한 분도 아닌, 수많은 분들께요.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읽어주시고, 부족한 글 더 재미있고 열심히 써 나가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앞으로 열심히 하는 것으로밖에 보답할 길이 없네요 ㅜㅜ

연참은.. 이번 주 일정이 너무 바빠져서 당장은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꼭 시간을 내서 다음 주 안으로 하도록 하겠습니다.

다들 너무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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