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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새로운 능력, 그리고 성화
백검에 대한 능력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지만 승한은 당연히 [백검]이 엑티브 능력일 것이라 생각했다. 검의 길이를 바꾸거나, 검에 두른 힘을 쏘아낼 수 있는 능력이 엑티브가 아닌 패시브라니, 상상도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대체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어떻게 능력을 사용하는지는 이미 감각이 알고 있었지만 머리와 감은 알아도 직접 눈으로 보지는 못했으니 어서 확인해 보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쓸 만한 능력인 건 확실해.’
[백검]은 승한에게 부족한 범위 공격 능력과 살상력에 한층 더 힘을 실어주었다. 사실 부족한 공격력은 이미 [성화]를 통해 충분히 메워질 수 있었지만, [성화]는 힘의 소모가 너무 컸다.
위험한 순간에, 반드시 필요할 때가 아니면 아껴둬야 하는 능력이었다. 어찌 보면 [성화]를 얻은 대신 승한의 주요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던 [광휘]가 사라졌으니 썩 좋은 일이라고만 생각할 순 없었다.
승한이 놀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성화] 때문이었다.
‘정말로 [성화]에 필요한 요구 타임 포인트도 줄었잖아?’
[성화]의 다음 레벨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는 512000점이었다. 입이 쩍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수치였지만 원래라면 100만이 넘는 타임 포인트를 요구해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 타임 포인트가 절반으로 뚝 떨어져 있었다. 지금 당장은 꿈도 꾸지 못할 만큼 높은 수치였지만, 만약 추후에 [성화]의 레벨을 올릴 일이 있다면 이번 보상은 단순히 능력의 레벨 하나 차이가 아닐 것이다.
“일단… 능력부터 시험해 봐야 하나?”
승한은 다른 것보다 [백검]을 먼저 시험해 보고 싶었다. 다른 능력들과는 달리 이 힘이 어떤 능력인지, 패시브와 엑티브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에 대해서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승한은 아침도 먹지 않고 준비를 마친 채 서둘러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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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한이 향한 곳은 대학교 근처에 있는 인적이 드문 산이었다. 사람이 다닐 수 있게끔 길이 나 있지만 산길이 험하고 등산을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산길을 알고는 있지만 다니는 사람은 없는 곳이었다.
산길이 험하다고는 하지만 승한에게는 평지나 크게 다름이 없었다. 애초에 허공을 자유자재로 밟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경사가 높고 낮음은 승한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이쯤이면 되려나?”
한참을 올라가자 산의 중간쯤에 조금 평평한 땅이 나타났다. 그리 넓지는 않지만 검 하나를 휘두르기에는 충분했다.
승한은 방패와 갑옷은 집에 두고 검 한 자루를 가지고 나왔다. 어차피 다른 능력들보다는 [백검]의 능력을 확인해 보고자 나온 자리였다. 방패나 갑옷도 승한의 장비였지만 지금 당장은 검 외에는 필요가 없었다.
휘익-.
승한은 검을 한 번 가볍게 휘둘렀다. 평소와 다름없이 깔끔하게 허공을 베어간 검은 새하얀 검신을 반짝이며 자신의 날카로움을 뽐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와 다를 게 없는데…….”
승한은 검끝에서 시선을 떼고, 눈앞을 바라봤다.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를 향해 검을 횡으로 휘둘렀다.
사악-.
그그그그그-.
쿵-!
승한이 검을 휘두른 궤적을 따라 새하얀 검격이 뿜어져 나갔다. 마치 바람이 쏘아져 나간 듯한 모습이었는데, 나무의 절단면이 제법 깨끗했다.
“대충 이런 느낌인가?”
마치 검이 길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느낌으로 검을 휘둘렀다. 머릿속에는 [백검]이라는 능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그 사용 방법이 정확하게 들어있었고 그 감각도 마치 원래 자신의 것인 마냥 자연스럽게 손에 배어있었다.
승한은 검을 이리저리 휘둘러 보다 다시금 자세를 잡고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아래에서 위로, 검을 올려치듯 휘둘렀다.
콰과과과과과-!
검이 휘둘러진 방향으로 광범위한 검격이 뿜어졌다. 승한이 휘두른 검의 반경 2미터 정도가 파괴되어 땅이 뒤집힐 정도로 수많은 검흔이 생겨났다.
“길이는 짧지만 범위는 더 넓군. 대충 어떤 느낌인는 알겠어.”
앞으로 벤다고 생각하면 검이 길게 늘어난 것처럼 벨 수 있었고, 파괴한다는 느낌으로 휘두르면 원하는 범위 내를 파괴할 수 있었다. 한 가지 능력이었지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단 두 번 능력을 사용해서 검을 휘둘렀을 뿐이지만 승한은 엑티브와 패시브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그 둘은 아주 간단하지만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따로 힘을 소모하지 않는 능력은 패시브로 취급되는 건가?”
승한이 가지고 있던 능력 중 두 가지는 패시브로 분류되었다. 지금은 두 번째 능력이 된 [불굴의 육체]와 [귀신]이었다.
두 개의 능력은 온전히 승한의 육체에 각인된 능력이었다. 따로 힘을 사용하지 않는, 오히려 승한의 힘이 되는 능력이었다.
패시브와 엑티브의 차이는 간단했다.
힘을 사용하느냐, 사용하지 않느냐. 사소한 차이였지만 그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힘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백검]을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추가적인 살상력의 증가는 기본이고, 범위를 넓힌 공격도 힘을 사용하지 않고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승한은 혀를 내둘렀다.
“사기군.”
승한은 검을 잠시 잡은 상태에서 다시금 능력과 보유한 타임 포인트를 확인했다. [백검]의 다음 레벨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는 1600이었고, 승한이 가지고 있는 타임 포인트는 9985점이었다.
현재 승한이 가지고 있는 타임 포인트로는 [백검]의 레벨을 2단계밖에 올리지 못했다. 만약 [광휘]에 타임 포인트를 투자해 [성화]를 얻지 않았다면 더 많은 레벨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문득 들었다.
‘뭐, 그랬다면 이 능력도 못 얻었을 테지만.’
[16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32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승한은 아쉬운 데로 [백검]의 레벨을 두 개만 올려두었다. 5천 타임 포인트는 쓸데가 없어서 남겨두었다.
능력의 레벨 하나가 얼마나 큰 차이가 나는지 알고 있는 만큼 승한은 다시금 능력을 확인했다. 가장 먼저, 검의 앞에 있는 범위를 공격했다.
콰과과과과과-.
승한의 검이 닿은 범위 내의 5미터 가량이 날아갔다. 가볍게 휘두른 것만 해도 이 정도인데, 만약 힘을 더 쏟아 부었다면 더 큰 범위를 날려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승한은 이번엔 더욱 큰 힘으로 검을 휘둘렀다. 전방에 있는 나무들을 쓰러뜨리겠다는 생각으로, 넓은 범위를 공격했다.
촤아아악-!
그그그그그-.
쏘아진 백검의 검격이 나무들을 베어내 쓰러뜨렸다. 우수수 쓰러지는 나무들을 보던 승한은 황당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진짜 말도 안 되는 능력이군.”
과연 [백검]의 레벨이 더 높아진다면 어떻게 될까? 승한은 적어도 운동장 하나 범위를 통째로 공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 정도 범위를 잘못 공격하다가는 자칫 괴물들이 아닌, 함께 싸우는 다른 헌터들까지 말려들 위험이 있었지만 말이다.
승한은 쓰러지지 않은 조금 떨어져 있는 나무들을 바라봤다. 반쯤 베어져 흔들거리고 있는 나무들을 발견한 승한은 베어진 나무들을 향해 다가갔다. 자세히 보니 가까이 있는 나무들은 절단면이 깨끗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절단면이 투박했다.
“뒤로 갈수록 위력이 약해지는 건가?”
아쉬운 단점이었다. 하긴, 이게 게임도 아니고 범위 내에 있는 대상에게 똑같이 일정한 피해를 입힌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쏘아 보내듯이 날린 검격이 뒤로 갈수력 위력이 약해지는 건 당연했다.
물론 그런 점을 감안해도 충분히 쓸 만한 능력임에는 분명했다. 무엇보다 승한이 [백검]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화륵-.
승한의 검에 성화의 불길이 타올랐다. [백검]이 좋은 점은 승한의 검격을 넓게 퍼뜨릴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은 [성화]도 마찬가지였다.
화악-!
성화를 머금은 검이 전방으로 흩어졌다. 검격과 함께 머금어진 힘은 나무들을 베어버리는 대신, 그대로 빠르게 타올랐다.
타닥, 타다다닥-.
나무에 옮겨 붙은 성화의 불은 나무들을 아름답게 타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산불이 날 것처럼 보였지만, 신기하게도 불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나무를 태우지도 않았다. 승한은 애초에 나무를 태울 생각도 없었다. 그저 성화를 멀리 보낼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꺼져라.’
승한은 속으로 성화에게 명령했다. 그러자 나무에 붙어있던 성화의 불길이 마치 처음부터 없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글거리는 불길이 붙어있던 나무들은 어디 한 군데 그을린 곳도 없었다. 나뭇가지 하나, 나뭇잎 하나까지도 모두 멀쩡했다.
만약 승한이 나무를 태울 생각이 있었다면 진작 그러했을 것이다. 하지만 산불을 낼 것도 아니고, 승한이 성화를 이용해서 나무에 불을 붙일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굳이 성화를 날린 이유는 [백검]을 이용해 성화를 날리는 것을 시험해 본 것이었다. 광범위한 범위로 성화를 날릴 수만 있다면, 아직까지 성화의 힘을 크게 사용하지 못하는 승한에게 큰 무기가 될 것이었다.
“……역시, 이것도 자주 사용하긴 글렀군.”
한 번 사용하니 금방 피로함이 느껴졌다. 너무 성화의 힘을 많이 끌어다 쓴 탓이었다.
생각해 보면 승한이 [광휘]와 [강화]를 쉼 없이 펑펑 사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번째 능력인 [불굴의 육체] 덕분이었다. [강인함]과는 차원이 다른 내구도와 힘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준 능력 덕분에 두 가지 능력을 계속해서 사용하면서도 별로 힘을 들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성화도 마찬가지로 두 번째 능력이었다. 더군다나 1스테이지의 능력인 [불굴의 육체]와는 달리, 성화는 4스테이지의 능력이었다. 투자한 타임 포인트에서부터 확연한 차이가 있는 만큼 [성화]의 사용이 이전보다 훨씬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먼저 [불굴의 육체]부터 레벨을 올려야 하나?’
만약 성화를 별다른 부담 없이 무한정으로 사용할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할 것이다. 성화를 검에 두르고, [백검]을 이용해 사방에 뿌리면 괴물이 얼마나 강하든, 얼마나 많든 순식간에 썰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성화는 위력 하나만은 확실했다. 설령 보스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성화를 담은 검격을 뿌려낸다면, 어쩌면 단칼에 보스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윤재 형 능력은 뭐가 나왔으려나.”
승한은 아직까지 윤재의 능력을 알지 못했다. 윤재가 승한이 능력을 얻게 되면 함께 공개하자며 말했던 것이다.
표정을 봐서는 꽤나 좋은 능력을 얻었을 게 분명했다. 연락해 보니 주희도 스테이지를 통과한 것 같았다. 주희도 윤재와 마찬가지로 승한에게 능력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아직까지 두 사람은 승한과 같이 두 번째 능력을 가지지 못했다. 공통적인 1스테이지의 능력인 [강인함]은 두 사람에게 필요가 없는 능력이었고, 2스테이지의 능력부터는 요구하는 타임 포인트가 워낙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이걸 어쩐다…….”
승한은 [백검]을 휘둘러 자신이 베어낸 나무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위력을 확인해 보기 위함이라고는 하나, 산속에 있는 나무들을 무작정 베어낸 건 엄연히 범죄나 마찬가지였다.
“불은 안 났으니 그나마 다행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