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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족
키아아오-!
주작의 날개를 공격한 마족은 비행 능력이 따로 없는지 그대로 땅 아래로 떨어졌다. 건물의 옥상을 밟고 십여 미터를 도약했던 마족은 한 차례 건물 난간에 매달리더니 다시 땅 아래로 훌쩍 떨어졌다.
날개가 찢어진 주작은 잠시 휘청거렸다. 승한은 윤재가 떨어지지 않게끔 꽉 붙들었다. 윤재는 서둘러 다시금 힘을 불어넣어 주작의 날개를 회복시켰다.
“봤어?”
“네. 저 녀석, 뿔이 세 개에요.”
“벌써부터 보스의 등장인가?”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조금 센 녀석이겠죠.”
“붉은 거미 같이?”
“네. 느낌은 조금 다르지만 비슷한 것 같아요.”
승한의 눈이 마족들 사이에 있는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응시했다. 녀석은 다른 마족들처럼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고, 하늘 위를 배회하는 주작의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하긴, 지난 번에도 그렇고… 보스 외에 다른 놈들이 나타나지 말라는 법도 없지.”
“뿔 세 개를 가진 녀석이 있으면, 네 개 다섯 개를 가진 녀석도 있을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럼 보스는 몇 개를 가진 건데?”
“모르죠.”
승한은 검과 방패를 들고 주작의 머리 위에 섰다. 그리곤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보며 뛰어내렸다.
“서포팅 잘 해주세요!”
쉬이이이익-.
승한은 몸에 [수호신]을 두르고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향해 [백검]을 날렸다. 연거푸 빠르게 검을 십여 번 휘두르자, 마족은 황급히 옆으로 움직여 [백검]을 피해냈다.
‘이것 봐라?’
움직임이 다른 마족들과 확실히 다르긴 했다. 승한이 땅 아래로 내려오자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비롯해 다른 마족들이 일제히 승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승한은 눈을 빛내며 사방에서 원을 그리며 달려드는 마족들이 더더욱 가까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한 방에 쓸어버린다.’
이윽고 마족들이 승한을 중심으로 10미터 반경 안으로 들어왔을 때.
쐐애애애애액-!
승한의 검이 원을 그리며 크게 휘둘러졌다. [백검]을 머금은 검격이 마족들의 목을 노리고 날아갔다. 워낙 순식간에 이루어진 기습이라 마족들의 목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머릿속에 타임 포인트 획득 메시지가 연달아 떠올랐다. 하지만 승한은 거기에 신경을 쓰지 않고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찾았다.
‘어디 갔지?’
마족들 사이에 숨어든 녀석은 쉽게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승한은 마족들을 베어가며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찾았다.
까앙-!
“찾았다.”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승한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어오다 승한이 들어올린 방패에 막혔다. 다른 마족들 사이에 숨어서 기습적인 공격을 한 것인데, 승한의 반응이 한 발 빨랐다.
막 녀석을 검을 휘두르려던 승한은 묘한 이질감에 아미를 찌푸렸다. 방패 사이로 드러난 녀석의 입매가 비틀어져 있었던 것이다.
‘웃어?’
그리고 그 순간, 승한의 감각이 또 다른 위험을 감지했다. 불길한 느낌에 승한은 날카로운 감각이 느껴지는 곳으로 검을 휘둘렀다.
까앙-!
피잇-.
승한이 휘두른 검이 승한의 머리를 향해 뻗어오던 마족의 팔을 쳐냈다. 녀석의 팔은 완전히 베어지지 않고 강철 같은 소리를 내며 반쯤 베어졌다.
‘한 놈이 더?’
승한의 머리를 공격하고 들어온 마족 역시도 세 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다. 두 마리의 마족은 아깝다는 듯이 표정을 짓고는 승한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승한은 자신이 베어낸 마족의 팔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반도 채 되지 않을 만큼 베어진 팔은 어지간히도 단단했다. 더군다나 검과 팔이 부딪힌 충격은 지금까지 승한이 느껴본 그 어떤 힘보다도 강했다.
“강하네.”
보스 정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붉은 거미 수준도 아니었다. 두 개의 뿔을 가진 마족과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의 차이는 두세 배가 아니라, 열 배 이상의 차이가 있었다.
단단하기는 파란색 거미 이상이었고, 기습을 할 정도로 지능이 있었다. 혹시라도 다른 마족이 더 있을까 싶어 승한은 더욱 긴장했다.
‘그래도……’
승한은 검을 들고 두 마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습만 아니면, 별로 위험한 상대는 아니지.”
콰과과과과-.
승한의 돌진과 함께 하늘에서 백염의 여우비가 떨어졌다. 마족들은 여우비를 피해 사방으로 흩어졌고, 승한은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을 쫒았다.
두 마족은 오히려 피하지 않고 승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한쪽 팔이 너덜거리지만 마족은 오히려 승한을 향해 정면으로 달려오며 너덜거리는 팔을 뻗어왔다.
승한도 오히려 이리저리 재며 피해 다니는 것보다는 정면에서 달려드는 게 반가웠다. 한 번 부딪혀 봐서 알지만, 아무리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라도 승한은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화륵-.
두 명의 마족과 충돌하는 순간, 승한의 검에 작게나마 성화의 불길이 감돌았다. 아주 미약한 정도에 불과했지만 그 힘은 승한의 검에 이전보다 훨씬 큰 힘을 실어주었다.
두 명의 마족도 성화의 불길에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는지 몸을 피하려 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사악-!
화아아악-!
승한이 휘두른 [백검]을 통해 두 명의 마족을 향해 검격이 날아갔다. 그 속에는 자그마한 성화의 불길이 깃들어 있었는데, 범위는 좁더라도 그 힘은 마족들에게 있어서 치명적이었다.
더군다나 검은 피부를 가진 마족들은 기존의 마족들보다 악(惡)의 성향이 더욱 짙은 괴물들. 성화는 악(惡)에 더더욱 가까울수록 치명적인 힘으로 적용되었으니, 그들에게 있어서 성화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였다.
순식간에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 둘이 타들어갔다. 검에 베일 때는 아무리 피를 흘려도 전혀 고통스러운 기색을 보이지 않던 마족들이, 성화에 타들어가기 시작하자 입을 크게 벌리며 몸부림쳤다.
그리고 그들이 마침내 재가 되었을 때.
[1250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250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승한은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처리하고 획득한 타임 포인트에 깜짝 놀랐다. 12500타임 포인트, 무려 다른 마족들에 비해 10배나 되는 타임 포인트를 주는 것이었다.
‘보스가 보통 30배였으니, 준 보스 정도는 되겠는데?’
물론 전에 나타났던 거미들의 보스는 색에 따라서 획득할 수 있는 타임 포인트가 다르긴 했다. 이야기에 따르면 아무런 색이 없던 흰색 거미는 고작 7500타임 포인트를 준 게 전부라고 하니 말이다.
‘보스는 뿔을 4개 가진 녀석이려나?’
승한은 생각에 잠겨있다가 주위에 남아있는 마족들을 향해 무작위로 [백검]을 날렸다. 흩어져 있던 마족들은 윤재가 뿌려대는 백염의 여우비를 피하던 중이라 승한의 [백검]의 검격은 피해내지 못했다.
한 무리의 마족들을 모두 처리하는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한 무리에 여우비를 한 번, 그리고 승한이 [백검]을 무작위로 휘두르자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보유 타임 포인트 : 146435p]
승한은 획득한 타임 포인트를 확인하고는 미소를 지었다.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을 처리한 것도 그렇고, 한꺼번에 많은 수의 마족들을 잡은 덕분에 10만이 넘는 타임 포인트를 일거에 획득할 수 있었다. 이미 어디에 타임 포인트를 투자할지 미리 정해놓은 상태기에 승한은 지체하지 않고 타임 포인트를 소모했다.
[1280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불굴의 육체’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승한은 한쪽 손을 펼쳐 보이며 씩 웃었다. 고작 하나의 레벨이 상승했을 뿐인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육체를 가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타임 포인트를 투자한 보람이 있는데?’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마족들을 유인하고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을 상대하느라 성화를 사용한 바람에 조금 피로감이 느껴지던 참이었다. 헌데 타임 포인트를 투자해 [불굴의 육체]의 레벨을 올리자, 그 피로감이 말끔히 사라졌다.
몸도 훨씬 단단해지고 힘도 더 강해졌다. [강인함]의 레벨을 하나 올렸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연한 차이가 느껴졌다.
‘아직 성화를 남발할 정도는 아니지만… 레벨을 하나 정도만 더 올리면 그래도 더 쓸 만하겠어.’
[불굴의 육체]의 다음 레벨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는 256000점이었다. 아무리 마족들이 타임 포인트를 많이 주는 편이라고 해도 이만한 타임 포인트를 모으기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이 더 많이 나오고, 이제 막 동 하나를 돌았을 뿐인 만큼 256000타임 포인트를 벌 수 있는 방법은 분명 있었다. 문제는 그만한 타임 포인트를 능력 하나에 투자하기가 아깝다는 것이었다.
‘다음 번에는 [강화]와 [백검]에 투자를 해야겠지.’
[백검]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고작 3레벨밖에 되지 않으면서도 그 효율성은 마족들을 상대로 이미 입증이 끝난 상태였다.
좀 더 레벨이 올라가면 더 큰 효율을 볼 수 있을 터. 범위가 넓어지면 위력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오히려 위력이 더 강해질지도 모른다.
마족들의 수는 이전에 거미들에 비해 그리 많은 편이 아니었다. 승한의 성화에 이끌려 온 마족들은 승한이 맡은바 구역 안에 있는 마족들 외에도 옆 동에서까지 넘어왔다. 그럼에도 이 정도 수의 마족들이 몰려들었다는 건, 그 수가 아주 많지는 않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인데…….’
다른 마족들은 그리 신경 쓸 필요 없었다. 아무리 다른 헌터들의 수준이 승한이나 윤재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6스테이지를 통과한 헌터라면 충분히 두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을 쓰러뜨리고도 남았다.
하지만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은 예외였다. 그들은 승한이 6스테이지에서 만난 다른 마족들보다도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대충 마족들의 장로였던 자르고보다 조금 못한 수준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 정도만 해도 다른 헌터들에게는 위협적이겠지.’
헌터들의 생존을 위해 정부는 세 명의 헌터를 한 틈으로 이루었다. 아마 웬만큼 수준이 떨어지는 헌터가 아니라면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두 마리 정도까지는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이 몇 마리나 있을지 모를뿐더러, 다른 마족들과 함께라는 것이었다. 거미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혹시라도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나 다섯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 승한은 다른 헌터들이 걱정되었다.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헌터라면, 다들 한가닥 실력이 있다는 뜻이겠지.’
이미 헌터들 중 수준이 낮은 이들, 능력을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이들은 헌터를 포기하거나 이전 괴물들과의 싸움으로 대부분 걸러진 상태였다. 지금까지 헌터로서 괴물들과 싸우는 이들은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있는 헌터들뿐이었다.
“형.”
“응?”
“이번엔 좀 더 많이 모으죠.”
승한의 요청에 윤재가 표정을 굳혔다. 방금 전만 해도 무려 100마리가 넘는 마족들을 모았다. 더군다나 윤재는 승한이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을 상대로 아슬아슬하게 싸우는 모습까지 보았다.
“괜찮겠냐? 뿔 세 개를 가진 녀석이 있으면, 네 개도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쉽게 당하진 않을거에요. 아까보다 능력의 레벨도 올랐고.”
“능력의 레벨이 올랐으면, 혹시 두 번째 능력이?”
“네. [불굴의 육체]가 2레벨로 올랐어요. 혹시라도 네 개의 뿔을 가진 녀석이 있어도, 당하기 전에 먼저 알아차릴 수 있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