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81화 (8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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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족

[불굴의 육체]의 효과는 단순히 몸이 단단해지고, 힘이 강해지는 것만이 아니었다. 승한이 더 오래 싸울 수 있게끔 지구력과 기력, 그리고 오감을 비롯한 감각까지 도구 날카롭게 벼려놓았다. 그것이 바로 단순히 힘과 방어력만을 강화시켜주는 [강인함]과 [불굴의 육체]가 가진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승한이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의 기습에 대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였다. [불굴의 육체]의 감각은 승한에 대한 살기나 적의와 같은 모든 무형의 기운까지도 감지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뭐, 네가 괜찮다면…….”

“이제 비산1동까지 정리 된 거죠?”

승한의 물음에 윤재는 지도를 펼쳐 주변을 둘러봤다.

“비산2동은 끝났고, 비산1동이 조금 남았네.”

“남은 비산1동과 안양1동, 안양2동 한꺼번에 정리합시다.”

“……그럼 거의 2백 마리는 넘을 텐데?”

“버틸 수 있어요.”

자신감 가득한 승한의 말에 윤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나도 이번에 두 번째 능력을 얻었으니… 가능하겠지.”

“두 번째 능력을요? 설마 여우비가……?”

“그래. 10레벨 달성해서, 다음 능력을 얻었다. 아주 끝내줘.”

위험한 일에 도박을 즐기지 않는 윤재였다. 웬일로 쉽게 승낙을 하나 했는데, 여우비가 진화한 두 번째 능력에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렇지 않아도 백염을 두른 여우비는 마족들을 반절 가까이 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 위력이 강하고, 범위가 넓었다. 백염이라는 힘이 더해졌다고 해도, 여우비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인 능력이었다.

그런 여우비가 10레벨을 달성해서 진화한 능력이라면 그 힘이 어느 정도일지는 감히 생각하기가 어려웠다. 당장 승한이 가진 4스테이지의 능력인 [광휘]만 하더라도 10레벨을 달성하고 성화로 바뀌지 않았던가?

“좀 더 무리해도 되겠네요.”

“안전하게 안양2동까지만 하자. 차차 범위를 넓혀 가면 되잖아? 이 정도만 해도 지난번보다 두 배는 더 빨리 돌 수 있을 거다.”

“음… 알았어요. 그럼 안양2동까지만 하죠.”

“좋아.”

윤재가 씩 웃으며 주작의 등을 쓰다듬었다. 주작은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흘리며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승한은 아래쪽에 마족들이 보이자 성화의 힘을 이끌어냈다. [불굴의 육체]가 2레벨로 오르면서 아주 적은 양의 성화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큰 부담이 들지 않았다.

주작은 마족들을 한 차례 끌어 모으며 움직였다. 마족들의 움직임은 제법 빨라서 주작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움직일 정도였다. 그 중에는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이 꽤 있었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다섯 놈인가?’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은 생각보다 그 수가 많았다. 반면 한 동에 있는 마족의 수는 이전에 나타난 거미들에 비해서 적은 편이었다.

‘네 개의 뿔을 가진 녀석은 보이지 않아.’

세 개의 뿔을 가진 녀석이 끝인 걸까? 아니면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은 보스라서 수가 많지 않은 걸까?

그거야 보스가 나타나면 알게 될 일이었다. 승한은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에 대한 정보를 안석환에게 보고했다. 안석환 역시 이미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만나보았는지 승한의 보고에 그리 놀라진 않았다.

오히려 놀란 쪽은 승한이었다.

-조심하십시오. 네 개의 뿔을 가진 녀석도 있는 모양입니다.

“네 개요? 벌써 마주친 헌터가 있는 겁니까?”

-네. 석수동에 나타난 모양입니다. 다행이 그곳에 있던 차재훈씨와 이소영씨가 힘을 합쳐 처리한 모양입니다.

“사상자는 없습니까?”

-네. 안타까운 점은 서울 지역에도 네 개의 뿔을 가진 녀석이 몇 마리 나타난 모양인데, 사망한 헌터가 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아! 그리고 네 개의 뿔을 가진 녀석은 보스가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그렇겠죠. 보스라고 하기엔 너무 많아요.”

승한은 약하다는 말을 뒤로 삼켰다. 차재훈과 이소영이라면 승한도 잘 아는 헌터였다. 이소영은 몰라도 차재훈은 윤재와 비교해도 될 만큼 실력이 뛰어난 헌터였는데, 아무리 그라고 해도 보스를 이렇게 쉽게 잡았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서울 지역에만 해도 벌써 몇 마리. 너무 빠른 시간 내에 많은 수가 나타났다. 승한은 거미들의 보스인 거대 거미를 떠올렸다.

‘적어도 그 녀석보다는 더 까다로운 녀석이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일 수도 있지만 승한은 불길함을 지울 수 없었다. 오히려 승한은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이렇게 쉽게 처리했다는 사실이 더욱 불안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혹시라도 네 개 이상의 뿔을 가진 괴물을 발견하면 바로 보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승한은 마족을 괴물이라고 부르며 연락을 끊었다. 대부분의 헌터들은 이들이 마족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을 게 뻔했으니 말이다.

“자, 그럼 얼마나 모였으려나…….”

안석환과의 연락을 끊고 전음구를 주머니에 넣은 승한은 주작의 아래쪽에 있는 마족들을 바라봤다. 대체 몇 마리나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어느새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하나 더 늘어있었다.

“이번엔 내가 먼저 시작할게.”

“형이요? 괜찮겠어요?”

“나도 처음 사용해 보는 능력이라서 말이야. 위력을 보고, 네 [수호신]으로 버틸 수 있는지 확인을 해야지. 그리고 이 정도 범위면… 한꺼번에 공격이 가능할 것도 같고.”

윤재는 꽤나 자신이 있는 모양이었다. 마족들이 흩어져 있는 범위가 제법 넓은데도 먼저 공격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말이다.

승한은 윤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면 [강화]나 [백검]이 아니라 [수호신]에도 투자를 할 때가 되긴 했다. 9레벨의 여우비는 슬슬 승한에게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뜨거워져 있었는데, 그 상위의 능력이라면 화상을 입을 가능성도 있었다.

[128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수호신’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승한은 내친 김에 [수호신]의 레벨을 하나 올려두었다. 좀 더 마족들을 잡고 한꺼번에 능력을 올릴 생각이었는데, 적어도 [수호신]을 7레벨까지는 올릴 필요성을 느꼈다.

그 사이, 윤재는 능력을 준비한다고 눈을 감고 있었다. 범위가 넓고 강력한 능력을 사용하는 만큼, 윤재는 능력을 사용하기 전까지 필요한 시간이 길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이어진 후.

고오오오-.

땅에서 백염의 불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작게 일어난 불길은 곧 승한과 윤재가 볼 수 있는 시야 가득히 넓어져 땅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그 속에 있던 마족들은 불길을 피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건물의 밟고 위로 움직이기도 했고, 순간적으로 불바다를 피해 위로 뛰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족들은 윤재가 만들어낸 불바다에 휩쓸려 나갔다.

“……엄청난데요?”

“그러게. 여우비와는 다르게, 피하기도 훨씬 어려워보이네.”

하늘에서 떨어지는 여우비는 범위가 워낙 넓긴 했지만 피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비라고는 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지는 불덩어리기에 비라는 말을 쓸 뿐, 진짜 비처럼 촘촘하게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불바다는 여우비와는 달리 진짜로 불로 이루어진 바다를 연상케 만들었다. 이 광범위하고 촘촘한 불길은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보였다.

승한의 [귀신]처럼 비행 능력이 있어서 허공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다 죽은 거 아니에요?”

“아니. 다 죽지는 않았어. 범위는 훨씬 넓고 위력도 더 강하긴 한데, 그렇다고 위력이 아주 강해지지는 않은 모양이야. 절반 넘게 살아남았는데?”

“절반이라… 능력 한 번 사용한 것치고는 어마어마한데요?”

“그러게. 근데 그만큼 힘도 많이 사용하네. 여우비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건 그보다 훨씬 커. 이거 주희가 그리워지는데.”

윤재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방전이 빠르다는 점이었다. 승한은 성화를 남발하지만 않으면 [불굴의 육체]로 인해서 오랫동안 싸울 수 있었지만, 윤재는 그게 아니었다.

그런 윤재의 단점을 보안해 주던 헌터가 바로 주희였다. 그녀의 능력인 회복은 독이나 상처를 치료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밖에 헌터의 힘을 회복시키는데도 효과가 있었다. 그 대신 주희의 힘이 소모되지만, 자신의 힘을 소모해서 다른 사람을 치료하고, 힘을 회복시키는 것은 어차피 주희의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주희의 공백을 아쉬워하는 건 멍청한 짓이었다. 윤재가 힘을 회복할 때까지 기다릴 시간이 없었다. 승한은 주작 아래로 훌쩍 뛰어내리며 [귀신]을 이용해 허공을 미끄러지듯 밟았다.

“형은 좀 쉬고 있어요.”

“그래.”

승한의 눈이 마족들 중, 세 개의 뿔을 가진 녀석들을 쫒았다. 절반가량의 마족들이 윤재가 만들어낸 흰색의 불바다에 휩쓸려 죽었지만,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 중 죽은 녀석은 한 놈뿐이었다.

승한이 아래로 내려오자 마족들은 승한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백염의 불바다는 한 번 크게 타오르더니 잔잔한 여운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은 승한의 주위를 포위하듯 주위를 빙 둘러섰다. 여섯 마리 중 한 마리가 죽고, 다섯 마리가 남아있었는데 그들은 윤재는 안중에도 없고 승한만이 적으로 간주하고 있었다.

“니들도 이 힘이 마음에 안 드냐?”

화륵-.

승한은 씩 웃으며 검 끝에 성화의 불을 작게 피웠다. 성화의 불꽃이 나타나자 마족들은 눈을 빛내며 이를 드러냈다. 고통도, 감정의 변화도 느끼지 않는 마족들이 유일하게 성화의 불에는 반응하고 있었다.

승한은 그들의 눈빛을 받으며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아무리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이 강하다고 해도, 정면으로 달려드는 이상 승한에게는 손쉬운 먹잇감일 뿐이었다. 다만 조금 처리하기가 귀찮은 먹잇감이었는데, 성화를 조금 사용하면 그마저도 어렵지 않았다.

[불굴의 육체]가 2레벨이 되었다. 이제 성화의 사용이 조금은 자유로웠다. 힘을 크게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조금씩 사용하며 마족들을 상대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승한의 힘은 비약적으로 상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굴의 육체]의 레벨이 더 오르고, 성화의 사용이 더 자유로워진다면…….’

그 때는 어느 괴물들도 두렵지 않을 것이다. 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는 성화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불굴의 육체]의 레벨을 올리고, 성화의 레벨도 덩달아 조금씩 올려야 한다.

“자, 덤벼 봐. 이 조무래기들아.”

승한이 그렇게 말하며 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큰 원을 그린 검격은 승한을 중심으로 빠르게 뻗어갔다.

다른 마족들은 몰라도,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두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에 비해 감각도 훨씬 더 예민한지 승한이 날린 [백검]을 미리 눈치 채고는 위로 뛰어올라 [백검]의 검격을 피해냈다.

그리고 그 순간, 승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귀신]을 이용해 위로 뛰어오른 마족 하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단숨에 베어버리기 위해, [백검]을 이용하지 않고 직접 공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콰드득-.

‘어?’

승한이 달려든 마족의 머리 위로, 또 하나의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원래는 오늘 1연재를 하려고 결정하고, 공지를 올렸으나..

도저히 그럴 수가 없네요. 받은 게 이렇게 많은데 돌려드리지는 못할망정 평소보다 연재를 적게 하기는 염치가 없습니다. ㅜㅜ

다들 즐거운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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