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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104화 (10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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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말레이시아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타임 포인트를 소모한 승한은 [불굴의 육체]의 레벨 하나를 올릴 수 있었다. 벌서 4레벨에 도달한 [불굴의 육체]는 승한의 몸에 또 하나의 날개를 달아준 격이나 마찬가지였다.

[불굴의 육체]는 단순히 승한이 힘을 더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능력이 아니었다. 그밖에 승한의 근력이나 맷집과 같이 신체 능력을 전반적으로 끌어올려 주었다.

특히나 능력은 타임 포인트를 더 많이 소모하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능력의 레벨 하나하나의 차이가 더더욱 크게 나타났다. 4레벨의 [불굴의 육체]는 3레벨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거면… 되겠어.’

가능하면 [백검]의 레벨을 10레벨까지 올리고 두 번째 능력을 각성시키고 싶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70만이 넘는 타임 포인트가 필요했다. 승한의 [백검]은 고작 6레벨에 머물러 있었다.

‘베이모와 같은 마족이 둘이라면, [백검]에 필요한 타임 포인트를 모으는 것도 금방이겠지.’

승한은 마화를 가진 두 마리의 마족이 점차 가까워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주작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녀석들이 주위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건…….”

“아시겠습니까?”

“네. 성화의 힘을 가진 마족이…….”

거리가 꽤 가까워지자 나르샤는 마화의 힘을 가진 마족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승한은 성화의 힘을 잃어버린 그녀가 마족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자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직 성화가 몸속에 남아있는 건가?’

그건 아니었다. 지금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도 나르샤의 몸에는 아주 조금의 성화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의 몸속에 있던 성화는 승한이 직접 모두 흡수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것은 그녀가 가진 능력일지도 몰랐다. 다른 마족들은 성화의 힘을 몸에 품는 것만으로도 타 죽을 텐데, 그녀는 한 평생 그 거대한 성화의 힘을 품고 있었다. 그것은 그녀의 육체가 성화라는 힘에 가장 어울리는 육체이기 대문일 것이다.

“둘입니다.”

“둘이요?”

“네. 베이모에게서 느껴졌던 기운 둘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녀석들도 제가 뿜어내고 있는 성화의 힘을 느낀 모양입니다.”

“둘이라면… 아마 그들일 거예요.”

“그들이라뇨?”

“쌍둥이 마족이 있어요. 저와 같은 일족은 아니지만 그들에 대한 이야기는 멀리까지 전해질 정도로 유명해요. 성화의 힘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부터 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마족들이에요.”

“베이모와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비슷할 거예요. 다만 문제라면 그들은 둘이고, 함께 싸우는게 익숙하다는 거지만요.”

쌍둥이 마족. 더군다나 합공을 잘 한다고 한다. 나르샤의 이야기에 승한은 베이모가 둘인 것보다 더 골치 아플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곧 말라카에 있는 마족들 모두와 마화를 가진 두 마리의 마족이 주작의 아래로 몰려들었다. 다른 마족들은 몰라도 마화를 가진 마족은 주작을 바로 공격할 수 있음에도 바로 나서지 않았다. 아무래도 성화의 힘을 꽤 크게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휘유. 많네, 많아.”

“보스가 둘인데 정말 괜찮겠냐?”

“괜찮아요. 문제없어요.”

“하여간 문제있다는 소리는 언제쯤 나오려나. 진짜 사기 캐릭터라니까.”

“형, 먼저 크게 한 방 날려주세요. 이번엔 좀 신중하게 해야겠어요.”

승한은 윤재가 먼저 능력을 쓰기를 기다렸다. 다른 때라면 마족들이 모여든 즉시 아래로 뛰어내려 그 가운데서 무작정 검을 휘둘렀을 텐데, 이번 싸움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 알았다.”

승한의 요구에 윤재가 능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후끈한 열기가 윤재의 근처로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마족들이 움직였다.

그 중 승한의 시선은 당연하게도 마화를 가지고 있는 두 마리의 쌍둥이 마족에게로 향해있었다. 그들은 베이모처럼 다섯 개의 뿔을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로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딜!”

주작을 향해 뛰어오른 두 명의 쌍둥이 마족을 향해 승한이 뛰어내렸다. 2레벨의 [귀신]은 마화를 가진 쌍둥이 마족들에 비해 절대 부족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빠른 감도 있었다.

화륵-.

승한의 검에 성화의 불길이 맺혔다. 승한은 절대 대충 할 생각이 없었다. 어중간한 힘으로 싸워봤자 시간만 질질 끌릴 뿐이었다.

승한의 검에 맺힌 성화의 불길은 이전과는 달리 붉은색이 아닌, 황금색에 더 가까워진 주황빛이었다. 본격적으로 끌어낸 힘에 쌍둥이 마족은 깜짝 놀랐지만, 이미 한 발 늦은 후였다.

쩌엉-!

승한의 검이 더 가까이 있던 마족의 팔 위를 두드렸다. 성화의 불길이 그의 팔을 타고 번지며, 동시에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쌍둥이 마족은 급히 승한과 거리를 벌렸다. 쫒아갈까 하던 승한은 윤재의 능력이 발현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화아아아악-.

구구구구-.

거대한 재앙이 펼쳐졌다. 말라카의 대지 위로 흰색의 거대한 불바다가 들이닥친 것이다.

윤재의 불곷은 말라카의 구조물들을 태우지 않았다. 다만 마족들을 까맣게 태울 뿐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화의 힘을 가진 두 마리의 쌍둥이 마족에게는 그 힘이 통하지 않았다.

마족들이 타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승한은 쌍둥이 마족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 중 하나는 승한의 검에 당한 상처로 성화의 불길을 안고 있었는데, 처음에 비해 불길이 꽤 약해진 상태였다. 아무래도 그 역시 마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 만큼 성화에 대한 면역이 조금은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문제는 없었다. 단 한 번의 격돌이었지만 승한은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베이모처럼 완전히 방어해내진 못하는군.’

베이모의 육체는 성화를 머금은 승한의 검과 충돌해도 큰 상처를 입지 않았다. 그것은 애초에 그가 마화의 힘을 가지고 있어서 승한이 가진 성화의 힘을 상쇄시켰기 때문이었다. 베이모의 육체는 성화의 힘이 상쇄된 승한이 벨 수 없을 만큼 단단했다.

하지만 쌍둥이 마족에게는 승한의 검이 통했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마화의 힘보다 승한의 성화가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었다. 고작 1레벨의 차이일 뿐이었지만 승한의 성화는 나르샤와 베이모의 성화를 흡수한 힘이었다.

“네놈이 바로 성화의 힘을 가진 인간인가?”

쌍둥이 마족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승한은 검에 맺힌 성화를 흔들며 대답했다.

“보면 모르겠냐?”

“……말투가 건방지군. 그 힘을 어디서 얻었지?”

“나도 몰라. 자고 일어나 보니 누가 줬더라고. 이거 예전에도 누가 물어봤던 것 같은데, 이젠 매번 대답하는 것도 귀찮다. 그냥 싸우자.”

“하긴. 어차피 널 죽이는 건 변하지…….”

승한은 쌍둥이 마족의 말을 끊고 둘을 향해 [백검]을 날렸다. 2레벨의 성화를 머금은 [백검]의 검격은 쌍둥이 마족에게도 꽤나 위협이 되는 공격이었다.

쌍둥이 마족이 좌우로 갈라지며 승한의 검격을 피해냈다. 승한은 그 중 오른쪽으로 향한 마족에게로 달려들었다. 녀석은 방금 전 승한과의 충돌에서 팔에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놈…….”

“피하지 말고 싸우자니까?”

승한은 오른쪽으로 피한 마족을 향해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쳤다. 성화의 힘이 넘실거리는 검은 단순히 성화의 힘만이 담겨있는 게 아니었다. 4레벨에 달한 [불굴의 육체]는 승한의 근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콰드드득-.

위에서 내려친 승한의 검이 마족의 팔을 파고들었다. 승한의 검은 순식간에 마족의 팔을 반쯤 베어냈다. 그리고 그 상처 사이로 승한의 성화가 스며들어 마족의 몸속을 괴롭혔다.

그 때, 다른 쌍둥이 마족이 승한을 향해 뒤에서 달려들었다. 녀석은 마화의 힘을 온 몸에 두른 상태였다. 승한에 비하면 그리 강하지 않은 힘이었지만 그래도 직접적으로 얻어맞으면 적잖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승한은 마족의 팔에 박혀있는 검을 크게 휘둘러 검을 떨어뜨렸다. 그리곤 뒤에서 달려드는 마족을 향해 방패를 들이밀었다.

콰앙-!

뒤에서 달려든 마족의 주먹과 승한의 방패가 부딪혔다. [올림포스]의 힘이 깃든 승한의 방패는 마화를 두른 마족의 주먹에 작은 흠도 나지 않았다.

그 때, 두 쌍둥이 마족의 움직임이 조금씩 맞춰지며 승한의 주위를 맴돌았다. 쌍둥이라면 태어날 때부터 함께한 사이일 것이고, 그런 만큼 호흡이 꽤나 잘 맞았다. 검과 방패를 들고 있는 승한이라지만 둘의 합공이라면 어떻게든 사각을 내줄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보통 상대와는 달리, 승한에게는 수적 우위나 합공의 묘리가 전혀 소용이 없었다.

“잔재주는.”

쿠우우우-.

승한은 자신의 주위를 빠르게 움직이는 두 쌍둥이 마족을 향해 [올림포스]의 힘을 사용했다. 그 힘은 단숨에 쌍둥이 마족의 몸을 짓눌렀다. 비록 아예 움직이지 못할 정도의 압력은 아니더라도 승한의 눈을 속이고자 부산하게 움직이던 둘의 발을 묶을 정도는 되었다.

“크윽.”

“이건…….”

승한은 [올림포스]의 힘을 최대로 이끌어냈다. 비록 힘의 소모는 조금 클지 몰라도 어중간하게 힘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한번에 힘을 사용하는 게 더욱 효율이 높았다. 이전에는 이만큼 갑작스럽게 힘을 이끌어 내는 게 부담스럽게 느껴졌을지 몰라도 [불굴의 육체]가 4레벨로 올라서 그런지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승한은 발이 묶여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쌍둥이 마족을 향해 다시금 [백검]을 휘둘렀다. 성화를 머금은 검격은 동시에 쌍둥이 마족 둘에게로 날아가 그들의 몸 위를 베었다.

촤악-!

두 마족의 가슴에 큰 상처가 생겨났다. 마화의 힘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둘은 상처를 입었다. 그것도 제법 큰 중상을 말이다.

승한은 쌍둥이 마족을 압박하고 있는 [올림포스]의 힘을 멈추지 않았다. 둘의 몸은 여전히 승한의 힘이 구속하고 있는 상태였다.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힘을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는 터라 힘이 쭉쭉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지만 승한은 애초에 싸움을 길게 끌 생각이 없었다.

쉬익-.

상처를 입은 두 마족 중, 승한은 팔 하나를 너덜거리는 마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녀석은 팔과 가슴에 난 상처에 휘청거리더니 승한을 향해 힘겹게 팔을 뻗었다.

하지만 상처를 입은데다가 [올림포스]의 힘에 억눌려 있는 마족의 공격이 승한에게 통할 리 없었다. 승한은 가볍게 마족의 팔을 피해내고 그대로 달려들던 힘을 이용해 검을 크게 찔러넣었다.

푸욱-.

“커억!”

가슴에 박힌 검을 통해 성화의 힘이 흘러들어갔다. 그리고 그 힘에 저행히 몸속에 꿈틀거리고 있던 마화의 힘이 저항했다.

승한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럭키.’

화르르륵-.

승한의 성화와 마화가 만나 서로 공명하기 시작했다. 서로 비슷한 성질을 가진 두 힘, 그리고 그 힘에 끼어있는 이질적인 또 하나의 힘이 느껴졌다.

이미 익숙한 일이었다. 승한은 순식간에 마족의 몸속에 있던 마화의 힘을 정화했다. 이번에는 따로 힘을 힘수하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정화시킬 수 있었다. 몇 차례에 걸쳐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요령이 생긴 것이다.

그리고 성화에 적응이 되지 않은 마족이 몸속에 멀쩡한 성화를 머금은 결과는 처참했다.

화악-!

“끄아아아아아-!”

마족의 몸속에서 정화된 성화의 힘이, 제 기능을 찾았다. 그리고 성화는 마족과 같은 악(惡)과 마(魔)의 존재들을 불사르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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