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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106화 (106/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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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스테이지

승한은 옷을 갈아입고 곧장 집으로 돌아갔다. 이틀 동안 제대로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마족들을 사냥하고 다녔더니 옷이 지저분했다.

어머니와 승아는 출근을 했는지 집에 없었다. 승한은 어머니와 승아에게 문자로 집에 도착했다고 연락을 남겨놓았다. 하루면 다녀올 수 있을 거라고 해 놓고 이틀씩이나 자리를 비워서 아마 걱정을 많이 했을 것이다.

승한은 오래간만에 집에서 샤워를 하고는 스마트폰으로 입금 내역을 확인했다.

입금 내역을 확인한 승한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상했던 액수보다 훨씬 더 큰 액수. 아니, 대략 이 정도가 들어올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해 보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22억이라…….’

정확히는 22억이 조금 넘는 액수였다. 승한이 타 지역으로 지원을 가서 잡은 마족들과 그 지역에 지원을 간 연계 수당, 그리고 보스를 잡은 추가 보상까지 더해진 액수였다.

‘보스 하나를 대체 얼마로 친 거지? 보스를 잡은 수당은 따로 친다고 듣긴 했지만, 생각보다 액수가 큰데?’

각 지역마다 보스가 나타나는 지역이 있고, 그렇지 않은 지역이 있었다. 그만큼 정부는 헌터에게 보스가 나타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헌터간에 보상 수당을 따로 측정했다.

한 지역을 연계하는데 돌아오는 보상이 1억, 괴물인 마족 하나에 300만 원. 승한과 윤재는 석수동과 구로구에 있는 보스와 마족들을 잡고 그 보상을 챙겼다.

더군다나 승한과 윤재는 이전에 호계동에 있던 차상민, 이주호, 박향근 헌터를 대신해 호계동 지역까지 맡아 담당했다. 게다가 주희까지 사라져서 그녀에게 돌아올 보상이 승한과 윤재의 몫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많은 액수였다. 보스를 처리하는데 돌아온 보상이 터무니없이 많거나 정부에서 헌터들에게 지급하는 보상을 높인 모양이었다.

‘하긴, 특히나 이번엔 보스도 두 마리밖에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 두 마리의 보스를 모두 승한이 처리했다. 그것은 영상구를 통해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지난 번 괴물들을 처리하고 얻은 돈까지 더하면 25억이 넘는 돈이 승한의 통장에 들어왔다. 한 번도 상상해 보지 못한 거액을 만지게 된 승한은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이 돈을 어디에 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집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쁜 집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집도 아니었다. 아니, 어머이와 승한, 승아 남매가 살기에는 작은 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당장 승아와 어머니만 하더라도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방이 두 개뿐인 집. 당장 살기에 불편함은 없지만 그래도 더 좋은 집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다. 더군다나 승한의 집은 보증금을 넣고 들어간 월세였다.

‘누나가 예전부터 자기 방을 가지고 싶어 했지.’

막 고등학생이 됐을 무렵, 승아는 처음으로 어머니에게 자기 방을 가지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한의 집은 세 개의 방이 있는 집으로 옮길 만한 형편이 되지 못했다.

그 때 당시 승아의 불만은 계속해서 드러났었다. 하지만 대학교에 올라가고, 점점 철이 들면서 공부를 시작하고, 지금은 꽤나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에 속하는 회사에 취직한 상태였다.

하지만 당장 승아가 돈을 모아서 집을 옮긴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어머니도 돈을 모으고는 있지만 집을 구하기까지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승한의 수중에 엄청난 돈이 생겼다. 25억이면 안양이 아니라 강남권으로 넘어가도 멀쩡한 집을 구할 수 있을 정도의 돈이었다.

‘집이라…….’

이십대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으리라고 언제 생각이나 해 봤을까? 그것도 20억이 넘는 돈을 가지고서 말이다.

더군다나 말레이시아에서 이룬 성과에 대한 성과급은 아직 들어오지도 않았다. 게다가 마족의 사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고 그 사체에 대한 추가 보상을 얻을 수만 있다면 보상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괴물의 사체 하나가 2천만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

대체 승한이 사냥한 괴물의 수가 몇이나 될까?

당장 비산동과 안양동, 호계동에서 쓰러뜨린 괴물의 수만 해도 500마리는 넘을 것이다. 윤재가 쓰러뜨린 마족의 수도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적을 테고 말이다.

그렇다면 당장 안양시 내에서 승한과 윤재가 잡은 마족들의 사체에 대한 값어치만 해도 200억에 가까웠다. 승한이 얻은 보상도 만만치 않았지만, 그 보상이 초라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마 말레이시아의 성과급이 들어오고, 괴물의 사체에 대한 추가적인 보상이나 소유권이 인정된다면 지금의 배 이상의 돈이 들어올 것이다. 이런 식으로 몇 번만 더 괴물들을 사냥하면 집이 아니라 아파트 건물이라도 살 수 있을 정도였다.

‘이 정도면 성공한 인생인가?’

성공의 기준을 돈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공한 인생을 따지는 가장 큰 기준을 돈으로 구분 짓곤 한다.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하진 않지만 성공의 요인 중 하나가 돈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승한은 이미 대다수 사람들이 평생 가도 만질 수 없는 거액을 손에 넣었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처럼 나중에 돈 걱정 할 일은 없어진 셈이었다.

“모르겠다. 그래봤자 세상이 망하면 다 무슨 소용이냐.”

승한은 침대 위로 풀썩 쓰러졌다. 동시에 방문이 열리며 동그란 붉은 눈동자를 가진 여인이 들어왔다.

“저 정말로 여기 있어도 되는 거예요?”

나르샤였다.

승한은 그녀를 어디로 보내기보다는 며칠 동안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할 생각이었다. 가능하면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빈 집을 구해서 들어가야 할 것 같았다.

“어머니나 누나와 같은 방을 쓰게 할 수는 없으니까요. 어쩔 수 없죠.”

“그래도…….”

“잘못 밖에 나가셨다가 헌터라도 만나게 되면 큰일 나실 수 있습니다. 아니, 헌터가 아니라 무장한 다른 인간을 만나게 되더라도 마찬가집니다.”

“얼마나 여기 있어야 해요?”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따로 방을 마련해 드릴테니까요.”

승한은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이사할 수 있는 집을 알아볼 생각이었다. 당장 큰 집은 아니더라도 나르샤가 머물 수 있는 집이 필요했다.

‘짐을 떠안은 기분이군.’

처음 나르샤를 살린 이유는 그녀에 대한 조금의 호감, 그리고 그녀가 가진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비록 인간은 아니더라도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그녀의 외모와 목소리,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꼭 필요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녀는 인간도 아니었고, 정보도 이미 얻어낸 만큼 나르샤의 존재는 짐 덩어리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해서 얻을 정보를 다 얻었다고 냅다 베어버리기엔 승한의 성격이 그렇게 모질지는 못했다.

결국 승한은 가능한 빨리 큰 집으로 이사를 해서 그녀에게 따로 방을 줄 생각이었다. 이대로 몇날며칠 계속해서 그녀와 같은 방을 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승한은 나르샤를 위해서 바닥에 이불을 깔아주었다. 방 자체가 그렇게 넓은 편이 아니라 바닥에 이불을 깔자 방 안이 꽉 차보였다. 승한은 통장 잔고와는 달리 방이 많이 초라하다고 느꼈다.

나르샤는 승한의 집을 이리저리 기웃거렸다. 승한은 그런 나르샤를 잠시 지켜보다 다시 침대에 몸을 뉘었다.

‘한가하다.’

이틀 동안 승한은 말레이시아에서 정신없이 돌아다녔다. 그 전까지도 시간이 멈춰 있을 때 조금도 쉬지 않고 마족들과 싸웠다.

쉬지 않고 능력을 사용하고 싸운 터라 몸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도 꽤나 지친 상태였다. 오래간만에 푹신한 침대에 누워 할 일이 없어지자, 승한은 노곤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고 보니 지난주에도 이렇게 잠들었다가 스테이지가 시작됐었지?’

정확히 일주일 전이었던 수요일, 그 때도 낮잠을 자다가 스테이지를 처음 겪었다.

그 때처럼 이른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른 시간임에는 확실했다. 승한은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었다.

‘이번에는 또 뭐가 나오려나…….’

승한은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덮었다. 푹신한 느낌과 함께 저절로 눈이 감겼다.

승한의 정신이 아늑하게 멀어졌다.

**

다시 눈을 떴을 때, 승한은 전혀 다른 세상에 떨어져 있었다. 이제는 익숙한 일이라 전혀 놀랄 것도 없었다.

‘다시 시작인가?’

벌써 일곱 번째 스테이지였다. 승한은 먼저 주위를 둘러봤다.

새하얀 피부를 가진 사람들 여럿이 행과 열을 맞춰 걸어가고 있었다. 승한은 그런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는 이들 중 한 명이었다.

‘5스테이지 때처럼 다른 사람의 몸을 빌린 건가?’

[수호신]을 얻었던 스테이지 속에서 승한은 곽영이라는 장군의 몸을 빌려 스테이지를 진행했다. 아무래도 이번 역시 그 때와 같은 형식을 빌린 모양이었다.

주위는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하지만 밤이라서 어두운 것과는 조금 달랐다. 거대한 지붕, 혹은 동굴 속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무언가에 해가 가려져서 어두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들고 있는 횃불 덕분인지 조금은 앞이 밝혀져 보였다.

‘특이한 곳이군.’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쯤, 승한의 머릿속에 새로운 스테이지의 내용이 전해져 들어왔다.

[스테이지 7.1]

달성 조건 : 첫 번째 알을 부숴라.

제한시간 : 24시간

남은시간 : 24시간

보상 7.2스테이지로의 이동

역시나 이번에도 여려 단계고 구분된 스테이지였다. 애초에 화요일부터 스테이지를 진행하기 시작한 것부터 예상한 일이라 승한은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알을 부수라고?’

다른 때와 비교해도 너무 짧고 간단한 달성 조건이었다. 어떤 알을 부숴야 할지, 왜 부숴야 하는 건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하긴, 있을 필요가 없었다. 또 다른 육체로 들어온 승한은 이미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왜 여기 있는 건지, 그리고 어떤 알을 부숴야 하는 건지도 알고 있었다. 그 육체의 기억들과 승한의 기억들이 공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승한은 더 이상 스테이지 속 인물들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스테이지라고 해도 이곳 세상과 사람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이들이었다. 허상의 인물이 아닌 이상, 이 모든 것들을 가벼이 여길 수 없었다.

‘……이젠 별의별 걸 다 시키는군.’

승한은 새로운 미션 내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7스테이지의 첫 번째 미션에서 부수라는 알은 바로 새로운 악마를 낳는 알이었다.

‘악마의 탄생을 막는다. 그게 이번 스테이지의 목적인가?’

6스테이지는 아포피스의 봉인이 깨어지는 것을 막는 게 목적이었고, 7스테이지는 악마의 탄생을 막는 게 목적이었다. 연속적으로 두 번씩이나 악마와 관련된 스테이지가 나오자 승한은 악마라는 존재가 점점 더 신경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르샤의 말에 의하면 마족들을 승한의 세계로 끌어들인 존재가 악마일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스테이지 속의 세상과 승한의 세상에 나타나는 괴물들이 연관이 있는 이상, 이번 스테이지의 진행 내용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7스테이지에서 만나는 괴물이 현실의 괴물로 나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저벅-.

승한은 무리의 걸음걸이를 따라 보폭을 맞춰 걸었다. 그러던 중, 승한은 자신의 영혼과 하나가 된 몸의 기억을 거의 다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었다.

‘이름은 자안. 그리고…….’

승한은 손등의 새하얀 피부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천족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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