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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107화 (107/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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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스테이지

승한은 처음 주위에 있는 사람들, 그리고 스테이지 속 자신의 손을 보았을 때 그들이 백인 계열의 사람들일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육체의 기억을 찾아갈수록 그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승한이 입은 육체의 주인 자안.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이들은 인간이 아니었다. 마족과 비슷하면서도 그 반대에 있는 종족이라고 할 수 있는 천족이었다.

‘마족이 악마의 자식이라면, 천족들은 천사의 자식들이라고 했나?’

뜻밖에도 승한은 그러한 사실을 누군가에게 물어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바로 천족 자안의 몸을 차지하면서 저절로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천사의 아들들이라…….’

천족 자안은 천사의 아들이었다. 물론 진짜로 그를 낳아준 부모가 천사인 건 아니었다. 그에게도 엄연히 부모가 있었고, 그들은 천사가 아닌 자안과 같은 천족이었다.

다만 천족 모두는 공통적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뿐이다. 자신들을 창조한 존재, 그리고 자신들을 낳아준 모든 천족들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천사라는 존재라고 말이다.

‘마족들과는 전혀 다른 생각이군.’

마족들은 악마라는 존재를 부정했다. 천족은 천사들을 부모로 모시는데 비해, 마족들은 악마들을 자신과는 전혀 다른 존재로 치부하고 그들을 사악한 존재로 매도했다. 악마와 마족들은 서로 마찬가지로 악(惡)과 마(魔)를 근간으로 하고 있음은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어찌 보면 마족들이 이상하고, 천족들이 당연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포피스의 말대로 악마와 천사들이 각각 마족과 천족들을 탄생시킨 신이자 부모라면, 마족들이 역천을 저지른 게 맞는 말이었다.

‘뭐, 그것까지는 내 알바가 아니고…….’

어차피 마족이고 천족이고 승한이 상관할 바는 아니었다. 그들이 비록 실제로 존재하는 종족이라 해도 지금껏 수천 년 동안 인간들과는 어떠한 관계도 엮지 않고 살아왔으니 말이다.

승한은 자안의 눈으로 함께 있는 천족 동료들을 둘러봤다. 다른 종족이라서 그럴까? 다들 비슷하게 생겼다는 느낌이 들다. 하지만 자안의 기억 덕분인지 그들의 얼굴과 이름을 구분해 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정지.”

그 때, 천족들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 가장 앞에서 손을 들었다. 그러자 천족들은 마치 군대의 행렬을 연상케 하듯 반듯하게 멈췄다.

“피 냄새가 나는군.”

“역겹습니다.”

“잠시 이 근처를 수색하고 가겠다. 마물들이 있을지 모르니 조심하도록.”

천족들의 수장, 아게일의 말에 천족들은 부산히 움직였다. 천족들은 모두 서른 명이었는데, 그들은 모두 천족들 사이에서도 최고 정예로 뽑힌 이들이었다.

승한 역시 아게일의 명령에 따라 주위를 수색했다. 당연하게도 주위를 살피는 이유는 하나였다.

‘마물. 혹은 악마의 부산물.’

악마의 알을 지키는 마물들. 그들은 악마의 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태어난, 마족과는 또 다른 새로운 종족이었다.

아니, 그들을 종족이라는 이름 가운데 묶기는 어려웠다. 애초에 지능이 없는 놈들이었다. 오직 살기와 본능, 피에 대한 욕심만이 가득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물들은 기본적으로 보통 마족들보다 더 강했다. 하나 다행인 점이라면 지능이 없다는 점이었는데, 그래도 주로 혼자 다니지 않고 무리를 지어 움직이곤 했다.

“없습니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천족들은 하나 둘 흩어져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했다. 피 냄새와 마물들의 썩은 냄새가 진동했지만 주위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 점이 오히려 더 불안했다.

‘이상한데.’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한 것은 승한도 마찬가지. 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게일이 잘못 판단한 것도 아니었다. 승한을 비롯한 천족들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직득한 피 냄새와 마물들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을 말이다.

‘아무것도 없을 리가 없는데…….’

그렇게 승한이 막 고개를 갸웃거리던 순간이었다.

“으아아아악-!”

어느 한쪽에서 천족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주위를 수색하던 천족들이 빠르게 반응해 비명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이동했다.

승한 역시 그 무리 속에 포함되어 있었다. 다만 튀지 않고 천천히, 다른 천족들과 함께 움직였다.

그래도 수준이 높은 천족이라서 그럴까? 마물에게 공격을 받은 천족은 검과 방패를 들고 저항하고 있었다. 마물은 날카로운 앞발을 내밀고 거대한 몸으로 천족의 방패 위를 짓눌렀다.

크르르르르-.

마물의 모습은 기구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두더지와 고양이를 섞어놓은 것처럼 생겼는데, 새까맣게 탄 것과 같은 털과 흙이 잔뜩 묻은 얼굴, 그리고 호랑이처럼 거대한 몸집은 지금껏 본 적 없던 마물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물은 하나가 아니었다. 어디서 나타난 건지 마물은 천족의 주위로 십여 마리가 한꺼번에 나타나 있었다.

“따, 땅에서!”

천족은 방패로 마물을 밀어내며 소리쳤다. 아무래도 땅 속에서 나타났다는 소리인 모양이었다.

‘하긴, 두더지처럼 생기긴 했군.’

승한은 손에 들고 있는 검과 방패를 들어올렸다.

‘무기는 이거면 충분해.’

안타깝지만 타인의 몸을 빌린 이상 승한의 원래 장비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자안이 다루는 무기는 기본적으로 검과 방패로, 승한이 다루는 장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더군다나 검도 승한이 원래 쓰던 것과 큰 차이가 없을 만큼 훌륭했다. 천족들, 그것도 천족들의 정예가 사용하는 무기인 만큼 당연했다.

‘무기 속에 있는 힘도 내가 사용하던 검과 비슷하고… 방패도 훌륭해.’

승한은 씩 미소 지었다. 무기나 방패 모두 만족스러웠고, 여차하면 타임 포인트를 사용해 새로운 장비를 맞출 수도 있었다.

승한이 장비를 살피는 사이, 천족들이 마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승한은 그런 천족들의 뒤를 따라가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사악-!

승한은 눈에 띄는 성화의 힘을 아껴둔 채, [증폭]과 [백검]의 힘만을 사용했다. 마물이 열 마리나 나타나긴 했지만 천족들의 실력은 마물보다 더 뛰어났고, 무엇보다 그들의 수장인 아게일은 마물 서넛을 홀로 감당하고도 여유가 있을 정도로 뛰어났다.

순식간에 천족들이 마물들을 모두 정리했다. 그 과정에서 처음 마물들에게 습격을 당한 천족이 큰 부상을 입긴 했지만, 열 마리의 마물들을 상대로 한 전투치고는 피해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큰일이군. 벌써부터 부상자가 나오면 안 되는데…….”

부상을 입은 천족을 바라보던 아게일이 눈살을 찌푸렸다.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고, 마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만큼 첫 부상자가 나온 건 결코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아게일님.”

“아니다. 어쩔 수 없지. 설마 마물들이 땅속에서 나올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니까.”

다행히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팔이 물린 정도라 움직이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전투 시에는 지장이 있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다시 움직인다. 첫 번째 알을 오늘 안에 부숴야 한다. 시간이 없어.”

“알겠습니다.”

천족들은 다시 행군을 시작했다. 승한은 다시금 도열을 맞춰 움직이는 천족들 사이에 끼었다.

‘오늘 안에 알을 부순다라… 그게 이 천족들의 목적이었나?’

자안은 천족들 사이에서 그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지만 자세한 이야기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받은 명령은 아게일을 도와 악마의 탄생을 막으라는 것뿐이었다.

헌데 아무래도 거기에는 제한시간이 있는 모양이었다. 아게일이 말한 하루나, 7스테이지에서 요구하는 24시간의 제한시간이 같았다.

“자안. 어디 다치지는 않았어?”

그 때, 승한의 옆에 있던 천족 하나가 말을 걸어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곱상한 외모의 천족이었는데, 승한은 그의 이름을 바로 알 수 있었다.

“크롬. 네 걱정이나 해라. 남 걱정 그만하고.”

“에이, 어떻게 그래. 친구끼리. 그리고 난 사실 네가 어떻게 여기로 오게 됐는지도 의문이거든.”

“뭐?”

“네가 오기에 여긴 너무 위험한 곳이잖아? 안 그래? 천사님이 신탁을 내려 너를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네가 여기 올 일은 없었겠지.”

크롬은 정말로 측은한 표정이었다. 비꼬는 게 아니라 승한이, 아니 자안이 여기로 오게 된 게 진심으로 안타까운 모양이었다.

기본적으로 이 자리에 있는 천족들은 하나같이 천족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들뿐이었다. 승한의 세계에 나타난 마족들로 비교하자면 제일 실력이 낮은 천족이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고, 보통 외뿔 마족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 중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게일은 마화의 힘을 지닌 베이모와 비교할 만한 실력자였다. 특별한 힘을 부여받지 않고도 베이모와 비교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가 대단한 것이었다.

반면, 승한이 몸을 차지한 자안이라는 천족은 다른 천족들에 비해 다소 부족한 면이 많았다.

물론 그 역시 보통의 천족들과 비교하면 충분히 뛰어난 편이었다. 굳이 따지자면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 정도라고 할까?

하지만 그래도 이들 사이에서는 한참 부족하다는 건 확실했다. 그의 오랜 친구인 크롬이 자안을 걱정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신탁이라…….’

하지만 승한은 크롬이 말한 다른 이야기보다는 ‘신탁’이라는 단어에만 집중했다. 그 말이 어딘가 모르게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나 때문인가?’

다른 천족들에 비해 현처하게 실력이 떨어지는 자안이 이들 사이에 합류하게 된 이유. 그것은 천사의 신전에 떨어진 신탁 때문이었다.

아무리 실력이 떨어진다 하더라도 천사가 직접 내린 말씀이었다. 천족들은 천사의 말에 따라 자안을 이들 무리에 합류시켰다.

자안은 본래의 승한과 사용하는 무기의 형태나 방패, 그리고 키나 팔과 다리의 길이 등, 전반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그것은 5스테이지의 곽영이라는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천사가 승한이 스테이지를 진행할 것을 생각해서 자안이라는 천족을 이 자리로 불러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은 충분히 그럴듯한 이야기였다.

‘대체 날 통해 뭘 할 생각이지?’

승한은 이제 슬슬 천사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그녀는 승한을 통해 아포피스의 봉인이 풀어지는 것을 막았고, 이제는 새로운 악마의 탄생을 막게끔 만들고 있었다. 이 두 가지만 놓고 본다면 악마와 천사간의 싸움에 승한을 끼워놓은 셈이었다.

‘혹시 나 말고 다른 헌터들도?’

악마와 천사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뻔한 일이었다. 서로 간에 너무 다른 존재였고, 당장 아포피스가 붉은 천사의 성화에 봉인된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천사와 같은 존재가 헌터들에게 힘을 주었고, 그것 때문에 악마가 헌터들이 있는 승한의 세계를 공격한다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고 있는 격이었다.

물론 모든 사실을 단정 지을 순 없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천사가 신탁을 통해 자안을 천족들 사이에 끼워넣었고, 그의 몸에 승한의 영혼과 힘을 불어넣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분명히 승한을 위한 안배였다.

‘안배는 무슨.’

승한은 이번 스테이지를 통해 똑똑히 보아둘 생각이었다.

천사라고 불리는 그 존재가, 자신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말이다.

============================ 작품 후기 ============================

중복 죄송합니다 ㅜㅜ 컨씨컨브이로 올린다는게 컨씨가 안된 모양입니다. 제대로 확인을 했어야 하는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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