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109화 (109/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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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스테이지

가장 앞에 있던 아게일을 선두로 천족들이 그가 발견한 어떤 물체를 발견했다. 그것은 어떤 형태의 구조물이었다.

“불길하게 생겼군.”

구조물은 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크기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족히 10미터는 넘을 것 같은 거대한 구조물은 악마의 손을 대리석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이 생겼다.

천족들은 구조물을 향해 가까이 다가갔다. 어차피 가던 방향이었고, 특이한 무언가가 나타났다면 굳이 피해갈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악마의 알과 저 구조물이 무언가 연관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가까이서 보니 악마의 손은 훨씬 더 거대해보였다. 날카로운 손톱과 붉은 핏줄까지 선명하게 만들어져 있었고, 손바닥의 중앙에는 작은 구슬이 올라와 있었다. 아니, 악마의 손에 비해 작다고 느낄 뿐 구슬 자체는 그리 작지 않았다.

“불길하군.”

아게일은 악마의 손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풀쩍 뛰어올라 벽을 밟고 악마의 손 위로 올라왔다.

천족들 역시 그런 아게일의 뒤를 따랐다. 행군을 할 때는 몰라도 그밖의 상황에서는 유동적으로 움직이라는 아게일의 지시가 있었다.

“탁한 기운은 이 구슬에서 나오는 거였나?”

“그런 것 같습니다. 기분 나쁜 물건입니다.”

악마의 손을 닮은 구조물 자체는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생긴 게 불길하게 생기긴 했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평범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있는 구조물에 지나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건 기운이 흘러 나오고 있는 구슬이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거해야겠지. 그냥 두고 가기엔 불길한 물건이니.”

천족들은 마의 기운이 나오는 물건을 싫어한다. 그것은 자신과는 전혀 반대되는 기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탄생 때부터 몸에 새겨진 본능과도 같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악마의 알이라는 게 정확히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능한 악마의 알과 비슷하게 생긴 것들을 모두 부술 필요가 있었다. 알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이 꼭 알의 형태로 있으라는 법도 없으니 말이다.

스릉-.

아게일이 검을 뽑아 구슬의 위로 검끝을 겨누었다. 천족들은 그런 아게일의 주위로 모여들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했다.

“파기한다.”

카앙-!

아게일의 검이 악마의 손안에 잡혀있던 구슬을 내리찍었다. 아게일이 가지고 있던 신성한 검은 순식간에 새빨간 구슬을 파고들었다.

구슬이 깨어지자 탁한 기운은 더욱 강렬하게 퍼져 나왔다. 그리고 그 기운은 순식간에 아게일은 물론이고 그 주위에 있던 천족들에게로 퍼져 그들의 정신을 어지럽혔다.

“큭.”

“지독하군.”

천족들은 서로 기운을 흩뿌려 구슬에서 퍼져 나온 탁한 마기에 저항했다. 다행히 그 힘은 퍼져나갈 뿐 천족들에게 해를 끼치지는 않았다. 승한은 그 기운이 근처에 퍼져 있던 탁한 기운의 원흉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게 악마의 알인 건가?’

깨어진 구슬을 바라보던 승한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야. 스테이지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으니까.’

아무래도 이번 스테이지는 꽤나 복잡한 모양이었다. 예전 같았으면 가장 처음 나타난 이 물건이 악마의 알이었을 테고, 이것을 깨뜨린 순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갔을 텐데 말이다.

다른 때와 다른 진행에 승한은 불길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구슬을 건드리면 안 됐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이건…….’

승한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는 탁한 마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코끝을 찌르는 강한 악취와 함께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멀리서부터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마물들이 옵니다.”

“뭐?”

“몇 마리나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나타난 마물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수가…….”

승한은 멀리서 느껴지는 마물들의 수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대체 몇 마리나 되는 거야?’

지금껏 마물들은 보통 10마리, 많아야 20마리 정도가 나타났다. 한 마리 한 마리가 그리 약하지도 않아서 수가 많이 나타나면 천족들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승한은 마물들이 몇 마리가 나타나더라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적당히 나타났을 때의 이야기지, 그 수가 천 단위를 넘어가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귀찮게 됐군. 적어도 백 마리는 넘겠어.’

가능한 승한은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다. 힘을 드러내는 것을 떠나, 다른 천족들의 시선 때문이었다.

다른 천족들에 비해 한참 떨어지던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던 자안이, 갑작스럽게 힘을 얻어 마물들을 쓸어버린다? 당연히 천족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어올 것이고, 승한은 거기에 답할 마땅한 대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자고 일어났더니 힘을 얻었다고 대답한다고 해서 넘어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어차피 힘을 계속 숨길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악마의 알과 만났을 때나 최악의 상황에서나 힘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그 시기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모양이었다.

“마물들이라니?”

승한의 말에 아게일이 구슬에서 빼낸 검을 털어내며 물었다. 승한은 멀리서 점차 다가오는 마물들의 기척을 느끼며 손으로 사방을 가리켰다.

“지금 이곳을 중심으로 수많은 마물들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지?”

“이 탁한 마기를 맡고 온 마물들의 기척이 느껴져서입니다. 아게일님은 모르겠습니까?”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대체 무슨 소리를…….”

막 언성을 높이려던 아게일이 입을 다물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 역시 사방에서 거리를 좁혀오는 마물들의 기척을 느낀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미미한 정도라 확신은 못하겠는지 아게일은 신경을 집중했다. 아게일이 입을 다물자 다른 천족들 역시 입을 다물고 소리를 최대한 죽였다.

“……진짜군.”

아게일이 검을 높이 들어 외쳤다.

“마물들이 온다! 다들 싸움을 준비해라!”

승한의 말과 아게일의 말에는 꽤나 큰 차이가 있었다. 승한의 말에는 무슨 소린가 하며 무시하던 천족들이 아게일의 한 마디에 부산하게 움직이며 주위를 살피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마물들이 시야에 나타나지는 않았다. 주위는 워낙 어두웠고, 마물들은 어둠속에 숨어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애초에 마물들은 천족들을 공격하러 오는 게 아니라 구슬 속에서 나오는 기운을 쫒아오고 있는 것뿐이었다.

“어떻게 알았지? 거리가 꽤 먼 것 같은데.”

아게일의 물음에 승한은 눈을 피하며 대답했다.

“그냥 제 감이 조금 좋습니다.”

“조금 좋은 정도가 아닌 것 같군. 나보다도 빨리 마물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는지를 알 정도면 말이지. 싸우는 걸 보니 듣던 것보다 훨씬 낫던데, 어떻게 된 거지?”

4레벨의 [불굴의 육체]는 지금껏 마물들이 나타날 때마다 먼저 그들의 기척을 감지해주었다. 그 범위는 아게일의 감각보다도 훨씬 넓어서 항상 그보다 먼저 마물들의 존재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하지만 승한은 이만한 수의 마물들을 상대로는 어차피 능력을 사용해야 할 것이라 생각했다. 마물들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미리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곧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보면 알 거라고?”

승한은 그 말을 끝으로 구조물 아래로 내려갔다. 아게일은 승한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급박한 상황이기에 더 이상 캐물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마물들의 모습이 하나 둘 시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마물들은 이곳까지 오면서 천족들과 무자했던 마물들이었는데, 그 중에는 처음 보는 마물들도 종종 보였다.

“대체… 수가 얼마나 되는 거야?”

천족들은 마물들의 수에 기가 질렸다. 그들 역시 마물들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그 수가 많다는 것쯤은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수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백 마리는 훌쩍 넘었다.

다른 천족들보다 감이 훨씬 좋은 승한은 마물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삼백 마리 정도 되려나?’

대략 천족 한 명이 마물 열을 감당하면 되는 정도였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천족들은 충분히 마물 열을 감당할 수 있을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기게 될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 자리에 있는 천족들 중 절반은 죽을 것이다. 아무리 아게일이 있다고 해도 말이다.

‘특히 저기 있는 저 마물은… 조금 다르군.’

승한은 마물들 사이에 있는 어떤 한 마리의 마물이 신경쓰였다. 녀석은 다른 마물들과는 유독 다른 느낌이었다. 마치 베이모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흡사했다.

그렇다고 해서 마화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녀석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성화와 마기를 섞어놓은 힘인 마화와는 본질적으로 달랐다. 성화라는 깨끗한 힘이 조금도 없는, 순수한 마기의 불꽃으로 이루어진 힘을 가지고 있었다.

‘마족은 아닌데. 어떻게 보통 마물이 저런 힘을 가지고 있는 거지?’

승한은 녀석에게서 무언가 얻어낼 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쩌면 이번 스테이지의 주요 이야기 중 하나가 바로 저 마물일지도 모른다.

“……수가 많다. 모두 죽지 않게 조심하도록.”

아게일은 처음으로 천족들의 목숨을 걱정하는 말을 내뱉었다. 지금까지는 그 어느 누구도 죽지 않을 전투였지만, 이번 전투는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면 천족들 모두가 전멸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잠시 후, 마물들 모두가 시야에 나타났다. 워낙에 어두운 곳이라 시야가 드러난 곳은 그리 만힞 않았는데, 그 모든 곳이 마물들로 가득찼다.

“진짜… 어마어마하군.”

아게일이 성큼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괜히 천족들의 수장을 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만한 실력과 배짱, 그리고 나아갈 때를 아는 대담한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아게일이 막 검끝을 마물들에게 겨눴을 때였다.

사아아아아악-!

화아악-!

거대한 검격과 새빨간 불길이 함께 날아갔다. 그 검격과 불길은 순식간에 눈앞에 드러나 있던 마물들 십여 마리를 베어내며 그들의 몸을 까맣게 불태우기 시작했다.

키아아아아아-!

그워어어-.

마물들이 포효하기 시작했다. 천족들을 발견하고 그들을 먹어치울 생각에 군침을 삼키고 있던 마물들은 도리어 자신들이 공격을 당하자 분노에 찬 울음을 내뱉었다.

사악, 사악-.

화르르르르륵-.

다시 한 번 몇 번의 검격이 마물들에게로 날아갔다. 이미 한 번 당했던 공격이지만 마물들은 연거푸 그 검격을 허용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제법 단단한 몸뚱이를 가지고 있는 마물들이었지만 날아오는 검격은 그 몸뚱이를 반으로 베어낼 만큼 날카로웠고, 그 안에 담겨진 불길은 그들의 몸을 재로 만들 만큼 뜨겁고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아게일을 비롯한 천족들이 깜짝 놀랐다. 순식간에 마물들 십여 마리를 베어내며 태워버린 검격은 천족들 중 어느 누구라도 감히 따라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 일을 해낸 천족은 아게일이 아니었다. 만약 아게일이 이런 실력을 보였다면 이 정도로 놀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모든 천족들의 시선이 검격을 날리고 있는 한 명의 천족에게로 모아졌다. 그는 여전히 덤덤히 마물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자… 안?”

그는 바로 그들이 자안이라고 생각하는 천족. 바로 승한이었다.

============================ 작품 후기 ============================

매주 일요일 1연재.. 그거 안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2연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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