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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05화 (105/200)

106화. 금강의 창기사(6)

위이잉-! 위이잉-!

복도와 각 시설들을 울리는 요란한 소음.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도로 강한 소리에, 모두가 빠르게 정해진 제 자리를 찾았다.

유성, 그리고 빌객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소리가 울리자마자 즉각 한 방향을 향해 내달리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군인들의 사이를 가로지르며, 복도를 내달렸으나 누구 하나 그 둘을 붙잡는 인물은 없었다.

이미 이 전함 내에 유성과 빌객스의 존재를 모르는 이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다들 한 번쯤은 생도인 그를 멀리서라도 마주했던 적이 있었다.

이 난리통에서는 빌객스가 거주하고 있던 숙소를 감시할 인력들조차도 그녀를 풀어줄 수밖에 없었다.

유성의 안색은 지극히 굳어 있었다.

뭔가가 벌어졌다. 그것도 단단히.

당장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는 창밖을 향해 눈길만 돌려봐도 알 수 있었다.

번쩍!

강렬한 에너지를 한데 머금은 주포가 푸른 빛줄기와 함께 대기를 가르며 쏘아지는 게 보였다.

지평선의 너머를 향해 쏘아진 그 빛의 포격이 의미하는 바는 오로지 한 가지였다.

유성은 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심상찮은 수준의 상대가 나타났다. 못해도 상위체, 최소한 그 이상 등급의 놈이야.’

지금 그들이 있는 장소는 활발한 활동이 눈으로도 보일 만큼이나 분명한 화산지대였다.

이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데 없는 화약고와 같은 화산지대에서, 구태여 지표면을 자극할 만한 가능성이 있는 공격은 가능한 자제할 필요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함 메타트론의 쪽에서부터 먼저 선제타격한다는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소리였다.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그것도 이쪽에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위험한 적이 등장했단 거겠지.’

번쩍! 쿠구궁-.

창 바깥으로 강렬한 푸른빛을 일갈하며 시작된 강렬한 빛의 포격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금세 두 번이 세 번이 되고, 세 번이 그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 의미는 다음과 같았다.

다가오는 적의 정체가 뭔지는 몰라도 그 포격이 큰 효과가 없다는 소리였다.

한순간이나마 시야를 빛으로 물들일 정도로 먹먹한 세기의 포격이었다.

그에 유성과 나란히 달려가고 있던 빌객스가 창 바깥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강렬한 빛의 색감에 인상을 찌푸렸다.

“어지간히도 쏴대네. 이 전함에 접근하는 것조차 꺼려야만 할 정도로 강한 놈인가 보지?”

“조용해, 빌객스. 격납고에 다 와가니까.”

마침내 그들이 도달한 것은 격납고 방향이었다.

진작부터 비상 상황이 걸리면 가장 먼저 도착해야 할 방향이 이곳이었다. 그것은 유성이든, 그게 아니라면 범죄자인 빌객스이든 간에 마찬가지였다.

그들이야말로 이 전함 내에서 가장 유력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 전력이었으니까.

“이봐, 유성! 왔군!”

저 멀리서 한창 통제실을 바쁘게 뛰어다니던 엔지니어 중의 하나가 손을 들었다.

익숙한 음성의 남성. 바로 치프였다.

‘라피스는 아직인가?’

유성은 힐끗 반사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직 라피스는 도착하지 않았던지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긴 그들은 이 소리가 울리자마자 주저하지 않고 즉각 뛰어왔으니, 그녀보다도 이르게 도착할 만도 했다.

라피스도 맡은 바 역할을 소홀히 하는 타입이 아니라는 걸 떠올려본다면 머잖아서 그녀 또한 곧 도착할 터였다.

그러니 그와 빌객스는 자신들의 준비부터 먼저 하면 되었다.

지금 이곳에서 그들에겐 다른 이의 상황마저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받으라고!”

그들은 치프가 던질 듯한 기세로 건네어 주는 파일럿 복장을 익숙하게 텁, 받아냈다.

그리고는 어딘가의 탈의실로 향하는 것도 아니라 아예 그 자리에서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덕분에 유성이건 빌객스이건 맨살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누구 하나 거기에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긴박한 전투 상황이 벌어졌는데 고작 이 정도로 시간을 낭비할 만한 여력 따윈 없다.

오히려 일 분 일 초라도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마땅히 그래야만 했다.

“대장. 지퍼 좀 올려줘.”

“그래.”

지익.

유성은 등을 돌린 빌객스의 파일럿 복장 지퍼를 주욱 올렸다.

투명한 피부가 그대로 드러난 그녀의 등 부분이 보였다. 그런데 문득, 그는 저도 모르게 빌객스의 등 부분의 한 곳으로 시선이 모였다.

‘상처?’

물론 그 시간은 고작 지퍼를 올리는 찰나의 시간에 불과했었기에,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다만 등 부분을 주욱 가로지르는 깊고 기다란 상처가 있음을 확인했을 뿐이다.

하지만 의문을 채 느낄 새도 없이 옆에 있던 치프가 그들의 등을 떠밀었다.

“자자, 옷 입었으면 서두르라고! 이미 기가스의 준비는 모두 끝마쳤다. 가동은 진작부터 시작했었으니, 곧장 올라타서 동화 작업만 하면 돼!”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유성은 빌객스와 함께 저마다의 기체를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유성의 기체는 EF-06을 기반으로 개수된 신 기체 제로 브레이커, 그리고 빌객스의 기체는 다소의 크고 작은 상흔들이 장갑에 그대로 남아 사용감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EF-04였다.

각각의 기체 앞에 선 그들은 줄을 타고서 위로 올라가면서 서로 시선이 마주치자, 빌객스가 그를 향해 히죽 웃더니 손을 흔들었다.

“이따 보자고, 대장.”

“그래.”

유성은 묵묵히 고개만을 끄덕였다.

이내 조종석에 올라탄 그가 기가스의 조작에 잠시 전념하는 사이, 순간 모니터 화면에 불이 들어오며 누군가의 모습이 비쳤다.

아스트라 부함장이었다.

“부함장님?”

[유성 군, 서둘러서 올라타 줬군. 그보다 상황부터 빠르게 말해주지.]

하지만 아스트라 부함장은 그의 물음에조차 대답할 여유가 없다는 듯이, 즉각 말을 이었다.

그의 태도로 보아, 진작부터 유성이 기가스에 탑승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음이 틀림없었다.

[지금 다가오고 있는 드라칸은 이전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에서 나타났던 개체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마력 크기야. 상위체 등급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인 것만은 틀림이 없지.]

“완전체인 모양이군요.”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실제로 놈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어. 심지어 그 속도마저 상당한데, 그 상태에서 전함에서 쏘아지는 주포마저 죄다 몸으로 받아내면서까지 접근하고 있네. 무시무시할 정도의 기세야.]

“그렇습니까.”

그 말에 유성은 은연중에 확신했다.

확실히, 완전체임은 분명한 것 같다.

적어도 상위체 등급이라고 한다라면 막대한 에너지를 머금은 전함의 공격을 받아친다는 선택 따위는 할 수가 없었으니까. 기껏해야 회피한다는 선택지만이 유일할 뿐이다.

하물며 전함의 주포라는 건 무시무시한 파괴광선이나 다름없는 광선 입자다.

그만한 공격을 맨몸으로 뚫을 정도로 터무니없는 육체 능력을 지닌 것은 진화 끝에 완성의 단계에 도달한 완전체 등급뿐이었다.

결국 전함 메타트론에게서부터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효과적인 타격이 아니었다.

기껏해야, 놈의 시선 정도를 잠시 잠깐 끌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당장 유성의 옆에는 그의 움직임을 넘치는 마력 에너지로 보조해줄 존재가 한 명 있었다.

[한 가지 첨언해주자면, 이번만큼은 전함 메타트론과 라피스 소위의 스크래퍼로는 이전처럼 제대로 된 수준의 포격 지원을 해줄 수가 없네. 이유는 이미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불기둥이 하늘 높이까지 치솟을 정도인 이 지형에서, 저도 무작정 지원을 바랄 수만은 없음은 알고 있습니다. 자칫하다간 저희 모두가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알고 있으니 더 이상 설명할 게 없겠군. 그러면-.]

그때 옆의 대화 채널이 켜지며 누군가가 그들의 통신에 껴들었다.

[아니, 뭐야? 부함장 나리잖아?]

채널에 껴든 상대방의 정체는 다름 아닌 빌객스였다.

그녀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연신 싱글거리며 물었다.

[자기들만 대화하고 너무하네, 이거. 왜 난 안 껴주는 거야?]

“상황에만 집중해, 빌객스. 지금은 장난할 때가 아니다.”

그 말에 유성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대신 대답했다. 그녀는 아스트라 부함장으로선 감당하기엔 다소 벅찬 인물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러면 나는 이만 채널에서 빠지도록 하지. 둘 모두, 이번 전투 잘 부탁하도록 하겠네.]

“알겠습니다.”

[이예이-.]

삑.

빌객스가 손을 흔드는 것을 잠시간 지켜보던 아스트라 부함장은 말도 없이 모니터 화면에서부터 사라졌다.

남은 것은 유성과 빌객스 뿐이었다. 유성은 그런 그녀를 향해 설명을 덧붙였다.

“빌객스. 이번 전투에선 전함 쪽에서의 포격 지원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오로지 너와 나의 순수한 근접전만으로 놈을 상대해야 해.”

[그리고 그 상대는 완전체일 테고? 대장이 구태여 말까지 꺼내는 걸 보니 적어도 상위체 등급은 아닌 것 같네.]

“그래. 알고 있으니 따로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

[뭐, 모를 수가 없지. 나도 눈치라는 건 있거든.]

유성은 태연히 어깨를 으쓱이는 빌객스를 잠시간 보고서는 이내 헬멧을 머리에 썼다.

그는 입을 열었다.

“가자.”

* * *

쿠아아아아!!

대기를 찢어발길 듯 강렬한 소음과 기세가 터져 나온다.

전함 메타트론의 개방된 활주로에서부터 푸른 빛줄기를 뿜어내며 두 기의 기가스들이 차례로 쏘아져 나왔다.

각각 유성과 빌객스의 기체들이었다.

그들은 기다란 푸른빛을 선처럼 흩뿌리며 대기를 가르며 날았다.

그때 유성의 귓가에 빌객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전방 1시 방향에서부터 고속으로 접근하는 고에너지 반응 확인. 대장, 놈이다.]

전투에 돌입한 빌객스의 음성은 한층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유성에게 자신이 습득한 정보를 곧장 건네어 줌과 함께 위치 정보를 전송해주었다.

유성은 모니터 화면을 조작했다. 그의 손이 바쁘게 움직이며, 저 반대편의 지평선 너머를 비췄다.

이내 저 멀리, 작은 하나의 점이 크게 확대되었다.

‘저건가.’

그 작은 점을 확대하자, ‘놈’의 모습이 보다 뚜렷하게 드러났다.

적색. 강렬한 색감이었다.

마치 이글거리며 활활 타는 듯한 마그마와 같이 주홍빛으로 기이한 빛을 뿜어내는 갑각을 가진 놈이었다.

‘제 몸으로 빛을 뿜어낸다니, 작은 태양이라도 되는 건가? 지나칠 정도로 화려한 놈이로군.’

한눈에 보기에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화려한 색감을 뿜어내는 녀석.

그리고 그 외형만큼이나 심상찮은 강함을 보유했을 것 또한 틀림이 없었다.

놈의 생김새는 머리에서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뾰족한 날이 살아있었다.

흡사 전투기, 혹은 날렵한 스포츠카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

보는 것만으로도 뚜렷한 속도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실제로도, 전함 메타트론을 향해 접근하는 그 속도가 통상의 개체들을 가뿐히 뛰어넘었다. 이건 못해도 마하의 속도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처음부터 명확한 하나의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

유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녀석, 빠른 속도가 주력인 타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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