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4화 동현,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상행을 준비하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연태조는 동현이 있는 곳으로 시선이 옮겨간다.
동현은 연태조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모르고 어느새 대중상, 이천웅, 그리고 강이식 대장군이 아들인 우식과 함께 술과 고기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참으로 기이한 관상이로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막리지.”
“저 아이의 관상 말이오. 대장군.”
“동현이의 관상 말씀이십니까?”
“그렇소이다. 내가 관상을 조금 볼 줄 아는데… 어찌 보면 우리 고구려에 매우 위험한 관상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크게 흥할 관상이 될 수도 있는 관상이오.”
“그런 관상은 처음 듣습니다.”
“그럴 것이오. 이런 관상은 몇 백 년 만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관상이니 말이오. 대장군은 예전 위나라의 조조를 아시오?”
“그야 물론입니다. 한나라를 배신한 역적이긴 하나… 중원의 절반을 차지한 군주 아닙니까? 그 나라를 잘 다스려서 후세에 비난과 동시에 칭송을 동시에 받는… 평가가 둘로 갈린다고 들었습니다.”
강이식 대장군이 말에 연태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소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조조가 한 관상가에게서 자신에 대해 한 말을 알고 있겠구려.”
“그야 물론이지요. 조조는 그 관상가에게 치세에는 능신이나… 난세에는 간웅이 될 것이라고 말을 했었습니다.”
“알고 있으시다니 이야기가 빠르겠소이다. 내가 본 저 아이가… 그 조조와 비슷한 관상이오.”
“……!”
“우리 고구려가 크게 흥하게 될… 호랑이 같은 기운과 함께 제왕의 기운이 같이 있소이다. 대장군도 알다시피 제왕의 기운은 태왕 폐하나 그 태자 분께서 가져야 함이 옮음이오. 그런데 저 아이에게 그런 기운이 보이니… 이것은 필시 좋지 않은 것이오.”
“저희가 방향을 잘 잡아서 지도를 한다면 우리 고구려를 크게 흥하게 만들게 되지 않겠습니까?”
“물론 그렇소이다. 하지만 저 아이를 정말 필수적으로 잘 지켜봐야겠소. 행여나… 딴 마음을 품는지 말이오.”
“제가 본 동현이는 그런 아이가 아닙니다. 항상 저에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자신의 가문을 어느 정도 일으키고 나면 언젠가 고구려로 돌아와 임관하여 고구려를 위해서 일을 하겠다고 했었으니 말입니다.”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연태조는 미소를 지으며 바로 대답한다.
“그나마 다행이군요. 그런 마음이 전혀 없다니… 하지만 대장군. 종종 저 아이를 살피십시오. 저 아이는 우리의 말을 잘 따를 경우에는 별 문제가 없고 우리 고구려에 충성스러운 사람으로 보이겠으나… 그가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는 순간에는 그 땐 저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오. 그러니 저 아이를 잘 살펴보도록 하시오. 대장군.”
“예. 막리지. 그리하겠습니다.”
그렇게 강이식 대장군은 연태조에게서 동현에 대해 잘 살펴보라는 주의를 들으며 연회자리를 파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럼 난 이만 가보겠소이다. 대장군.”
“살펴 가십시오. 막리지.”
강이식 대장군은 많은 관리들과 함께 연태조가 평양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전송한다.
그 속에 동현도 함께했는데 연태조가 잠시 자신을 심상치 않는 눈으로 보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하지만 동현은 그런 것을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고 그런 동현의 모습을 보며 연태조는 피식 미소를 짓더니 말을 돌려 자신의 시종 하나와 평양성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태조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동현도 강이식 대장군에게 말한다.
“대장군. 그럼 이제 소인도 집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그래?”
“예. 이제 이레(7일)뒤… 바로 고구려 국내로부터의 상행을 시작해서 백제와 신라에도 가 돌아다닐 생각입니다.”
“으음… 알았다. 그럼 우식이는 그 날짜에 보내면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대장군.”
“알았다. 이번 전투 간에 정말 수고 많았다. 가 보거라.”
“예! 대장군.”
“아… 참! 그나저나… 네가 본래 하던 위생 교육은 대중상에게 아주 맡길 것이냐?”
“예. 그 교육은 이제 어떤 사람이 맡아도 상관없을 겁니다. 저와 제 의제인 근혁이 모든 자료들을 만들어 놓았기에 그것으로 교육을 하면 됩니다.”
“그래. 알았다. 수고했다. 이만 돌아가서 쉬거라.”
“예. 대장군. 그럼…….”
“아… 그리고… 잠시 깜빡했는데 너에게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포상금은 우리 관청 군부 앞에 있다. 꽤 많은 양이니 군사들과 함께 집으로 가지고 가거라.”
동현은 강이식 대장군의 말에 알겠다고 대답을 한 후 근혁과 함께 강이식 대장군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관청 군부 앞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다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포상이라고?”
“예. 공자님. 금 150근(약 90kg)과 은 100근(약 60kg)을 하사하셨으며 말 5필을 하사하셨습니다.”
동현과 근혁은 영양 태왕이 포상한 것에 대해 입을 떡 벌린다.
‘아니… 이렇게나 많이? 허어… 내 입장에서는 상행을 나가는 것이라 재물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다만…….’
그렇게 동현이 생각에 잠기는데 수레 앞에 있던 군사가 말한다.
“집 앞까지 옮겨 드리겠습니다. 공자님.”
“정말 고맙네.”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명령에 의한 것뿐인데요.”
그렇게 동현은 군부 군사들의 도움을 받아 많은 수레들을 집으로 끌고 갔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여길세.”
“그렇게 큰 집에 사시지 않는군요?”
“어린 시절부터 그렇게 사치를 부리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서 말일세. 하지만 이제 상단을 만들려면 집을 크게 지어야 할 것 같군.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포상으로 말이야.”
“그렇습니까?”
“아… 참! 내 정신 좀 봐… 자네들이 나 때문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옮기느라 고생했는데… 여기 금 80냥(약 3kg)씩 가져가도록 하게.”
“예? 아… 아닙니다.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하사품을 어찌 저희가 넘볼 수 있겠습니까? 괜찮습니다. 저희는 그리고 명령에 의해서 이렇게 한 것뿐인데요.”
“물론 그렇지. 하지만 그 노고는 내가 잊을 수 없어서 그래. 자… 얼른 받아!”
“이… 이러면 안 되는데…….”
“허어. 괜찮아! 이건 뇌물이 아니라 자네들이 물건을 옮겨줘서 감사하다는 의미에서 주는 것이야. 알겠나?”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하며 수레를 끌어 준 군사들에게 금 80냥씩을 나누어준다.
그렇게 금을 받은 군사들은 동현이 베푼 은혜에 감사해 한다.
“공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공자님께서 이번에 상단을 만들어 상행을 나가신다고 들었는데… 하시는 모든 일이 잘 되기를 저희가 빌겠습니다.”
“고맙네. 혹시 모르니… 오늘 내가 금을 준 일은 다들 입을 다물어야 하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그럼요! 공자님! 자네들도 들었지? 이번에 받은 거… 다 입 다물어야 해!”
“물론이지! 걱정 마십시오. 공자님. 저희 입은 무겁습니다. 공자님이 이토록 큰 은혜를 베풀어 주셨는데 저희가 이렇게 큰 재물을 받은 것을 입 밖에 내겠습니까? 걱정 하지 마십시오.”
“그리 말해주니 고맙네. 이제 돌아들 가봐.”
“예! 공자님! 그럼…….”
군사들은 동현에게 군례를 올리고는 금 80냥을 받은 것을 옷 안쪽 품에 넣고 군부로 돌아간다.
그렇게 군사들이 돌아가자 동현도 집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먼저와 집에 돌아와 있던 장수들과 하인들이 동현을 반긴다.
동현은 수하들을 보며 수레 안에 있는 금과 은, 그리고 말들을 옮기라고 말한다.
단석한과 돌석비는 엄청난 양의 금과 은을 보며 매우 놀란다.
“이 많은 금과 은은 대체…….”
“형님께서 이번 전투에 나가 큰 공을 세우셨지 않나? 그래서 태왕 폐하께서 내리신 것이야.”
“와… 이렇게나 많이 말입니까?”
“내가 임관은 아직 때가 아니라면서 곧 상행을 나갈 것이라고 했더니… 그에 보태 쓰라면서 금과 은을 더욱 많이 하사해주신 듯 보인다.”
“그렇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주인어른.”
“별말을… 그나저나 참! 내가 호위무사 일부를 집에 남기고 갔었는데… 그들을 정예로 훈련을 시키라고 말이야. 그래서 해론을 남겨두고 갔지 않는가?”
“예. 주인어른. 저희도 지금 들어와서 확인을 해 보았고 해론 총사에게 물어보았는데 일부 남겨둔 호위무사들이 정예 호위무사가 되기 위한 훈련이 막바지라고 들었습니다.”
“그래?”
“예. 주인어른께서 전투에 나가 계시는 동안 해론 총사가 혹독하게 훈련을 시킨 것 같습니다.”
동현은 그 말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짓다가 주변을 다시 둘러보며 묻는다.
“헌데… 해론은 어찌해서 보이지 않는 것이냐?”
“아… 아마 군사들을 상대로 대련을 하고 있을 겁니다.”
“대련을?”
“예. 군사들이 가끔씩 해론 대장에게 대련을 청하는데 해론 대장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고 다 받아주더군요.”
“그래?”
“예. 연병장으로 가시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하하하! 그래. 그만 들어가지. 아… 그리고 여기 수레에 있는 금과 은은 잠시 군사들에게 훈련을 중단시키고 좀 옮겼으면 좋겠구만.”
“알겠습니다. 주인어른.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군사들과 장수들도 고생을 많이 했으니… 조금씩 금을 나누어 주어야겠군.”
동현의 말에 단석한과 돌석비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게 된 동현.
동현은 해론이 대련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집 안으로 들어가 연병장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해론은 단석한이 말한대로 두 명의 군사를 상대로 대련을 하고 있었다.
“하압! 합!”
따악! 딱! 따아악!
“뭐하는 것이냐?! 동작이 그렇게 굼떠서 적을 죽일 수가 있겠느냐?”
퍼억!
“커어억!”
퍽!
“크으윽!”
해론은 순식간에 날랜 몸을 놀려 군사 두 명을 제압했다.
동현은 그런 해론을 보며 박수를 친다.
그 박수 소리에 해론이 놀라 뒤를 돌아보는데 동현이 보이자 바로 대련을 끝내고 앞으로 달려와 군례를 올리며 말한다.
“주인어른! 오셨습니까?”
“하하하! 그래! 역시 해론! 정말 대단하구나! 아주 잘 봤다!”
“보잘 것 없는 실력입니다.”
“아니! 그렇지 않다! 정말 대단한 실력이었어! 너희 둘도 내가 처음에 봤을 때보다 많이 늘었구나. 아주 잘했다.”
“감사합니다! 주인어른!”
“둘은 이제 좀 쉬도록 해. 가 봐.”
“예!”
그렇게 해론과 대련을 한 군사들은 동현의 명령에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그렇게 모두가 사라지자 동현이 말한다.
“자… 이제부터 우리가 이레 뒤에 상행을 나갈건데…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일단 이 이야기는 방에 들어가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예. 주인어른!”
그렇게 동현은 집 안의 방으로 향하려는데 동생인 동우와 지현이 방에서 나와 동현을 부른다.
“오라버니!”
“형님!”
“오! 그래! 둘이 잘 있었느냐?!”
“예! 오라버니!”
“그래. 둘이 공부는 열심히 하고 있었고?!”
“그럼요! 저는 최근에 해론에게 무예도 배우고 있습니다! 형님!”
“뭐? 그게 사실인가? 해론?”
“예. 주인어른. 동우 공자님의 자질이 꽤 뛰어나십니다. 가르칠 맛이 납니다. 주인어른.”
“허허허… 그래. 하지만 무예와 공부를 같이 병행해야 한다. 어느 하나도 게을리 해서는 아니 돼. 알겠느냐?”
“예! 형님!”
“그래. 나와 여기 여러 사람들이 잠시 이야기 할 것이 있어서 그러니 동우와 지현이 둘은 너희가 할 일을 하고 있거라.”
“예!”
그렇게 동우와 지현에게 말을 한 동현은 근혁과 밑에 있는 해론과 단석한, 돌석비를 데리고 방 안으로 들어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