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화 동현과 천명공주의 우연한 만남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미치코와 히로키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고구려를 뒤흔들 사람이라고요?”
“그래. 내 눈엔 그렇게 보이는구나.”
“좋은 의미인 것입니까?”
“당연히 좋은 의미로 하는 이야기지. 만약 저 분이 내 아이와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고구려를 상국으로 모시면서 왜에서도 큰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
“너희도 알다시피 고구려는 강국이야. 고구려 백제, 신라 중에서 가장 땅도 크고 가장 강하지. 백제와 함께 수군도 굉장히 강하다. 그런 사람이 우리와 한 집안이 되었을 때 우리가 왜에서 장사를 할 때 입지를 얼마나 크게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나?”
“과연…….”
“현재 우리가 신라와 가장 가까워서 교류를 하고 있긴 하지만… 신라는 삼국 중 제일 약한 나라야. 실제 우리가 이 신라로 갔을 때 우리와 같은 왜놈들에게 얼마나 많은 거래 물품이 털렸나? 털려서 일부만 신라로 가지고 와 거래를 하기도 했고 말이야.”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미치코와 히로키가 동감한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형님. 확실히 신라가 고구려나 백제에 비해서 군사력이 너무 약합니다.”
“제가 알기로 화랑이라는 무예 수련 집단이 있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소용이 없나봅니다.”
“그 화랑 집단은 어느 누구보다도 강하다. 다만…….”
“……?”
“그 화랑들이 성장해서 벼슬에 들어갔을 때가 문제지. 너희도 알겠지만 신라는 골품제라는 것이 있다. 신분에 따라 벼슬의 높낮이도 달라지지. 나는 이것이 신라를 약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김 대인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렇습니다. 그런 거 보면 세상을 보는 눈 또한 뛰어나 보입니다.”
“그래.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내 사위가 될 사람은 큰 사람이 될 거라고 말이야. 두고 봐. 분명 그렇게 될 거야. 아… 참! 그나저나… 계약을 맺었으니 물품은 먼저 거래를 해야지. 언제 거래를 하기로 했나?”
“예. 내일 사시에 거래를 하기로 했습니다. 포구에서 말입니다.”
“그래? 알았다. 내일 거래가 잘 될 수 있도록 우리 품목도 잘 확인을 해서 넘기도록 해.”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는 동현의 상단과 거래를 준비했다.
그때 동현은 주막으로 돌아와 정희에게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부인이 말한 대로 받아들였다오.”
“그렇군요…….”
“다시 한 번 미안하오. 부인.”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그리고 제가 허락한 일이니 더 이상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마세요. 서방님.”
“알겠소. 부인.”
동현은 그렇게 대답을 하며 또 다시 정희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동현은 정희의 곁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않고 계속 있으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동현과 상단은 시미즈 히로무의 상단과 포구에서 만나 서로 물품을 거래하고 있었다.
“나머지 대금은 대인께서 말씀하신대로 그곳에서 금을 캐오는 대로 바로 치르도록 하겠스므니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제가 말한 유황도 꼭 부탁드립니다.”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되무니다. 저희 왜에 그것은 지천으로 널려 있으니 말이무니다.”
동현은 염초를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상단에 있는 두부와 비누를 건네면서 면이나 명주, 수은을 받았고 후에 금은 물론 유황까지 추가로 받기로 했다.
동현이 한 말이 모두 사실에 밝혀짐에 따라 재물에 관련된 것은 무엇이든 들어줄 것 같은 시미즈 히로무.
그만큼 그는 동현에게 호의적이었다.
“제 딸은 이 신라에 머물고 제가 상단을 이끌고 저희 상단이 있는 본토에 다녀오겠스므니다. 금방 다녀올테니 제 딸을 잘 부탁드리므니다.”
“예. 걱정 하지 마십시오.”
“미치코. 내가 다녀올 동안 몸 조심히 이 신라에서 지내도록 해라.”
“예. 아버님.”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는 배에 물건들을 다 싣자 자신의 상단 사람들과 배에 올랐고 바로 출항을 했다.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를 탄 배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는 동현와 미치코.
시야에서 배가 사라지자 동현이 묻는다.
“여전히 그 주막에서 묵고 계시는 겁니까? 낭자?”
“그렇습니다. 대인.”
“으음… 내가 있는 주막에 방이 하나 남아 있는데 그곳으로 옮기는 것이 어떻습니까?”
동현의 말에 미치코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죄송하지만 그리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째서입니까?”
“대인께서는 누구보다도 현재 부인을 챙기신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비록 두 번째 부인으로 들어갈 예정이긴 하지만 아직 혼인도 올리지 않은 상태이고 아직은 남입니다.”
“…….”
“아직 혼인도 올리지 않았는데 현재 부인과 같은 주막에 제가 묵게 된다면 그것은 예의가 아니지 않겠습니까?”
동현은 그 말에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다.
“낭자가 참으로 사려가 깊습니다. 제가 생각이 매우 짧았습니다. 낭자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다만 대인께서 이 신라로 돌아오시기 전에 어려운 일이 있다면 나를 언제든지 찾아오십시오. 낭자.”
“그리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미치코와 인사를 하고는 물건을 나르는 자신의 상단 사람들과 함께 주막으로 되돌아간다.
주막에 도착한 동현은 물품들을 확인하는데 옆에 있던 우식이 말한다.
“괜찮아 보이는 여자더군. 지금 네 부인을 배려하는 것부터 말이야.”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헌데 이상하군. 네가 먼저 주막에 묵는 걸 제안할 줄이야… 너는 누구보다도 지금의 부인을 엄청 생각하잖아? 그런데 그런 제안을 했다는 게 의아해.”
동현은 그 말에 미소를 짓는데 우식이 무언가 눈치를 채고 묻는다.
“설마… 너?”
“왜?”
“알겠군. 그 여자를 시험해 본 것이로군?”
“글쎄…….”
“글쎄는 무슨 글쎄?! 지금 네 말을 들으니 딱 알겠구만.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 제대로 파악하고 싶으니 네가 그런 시험을 한 것 아냐?”
동현은 우식의 말에 여전히 웃으며 대답한다.
“역시 넌 눈치가 빨라. 아니… 빨라졌다고 해야겠군. 예전에는 이런 눈치가 하나도 없었는데 말이야.”
“너랑 같이 있으니 빨라진 거지. 아무튼… 좀 전의 시험으로 그 여자가 괜찮다고 확실히 마음을 굳혔겠구만.”
우식의 말에 동현은 말없이 웃고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그 날 하루 동현이 거래를 끝내고 며칠 뒤, 시미즈 히로무가 신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때에 맞추어 동현도 고구려로 돌아갈 준비가 다 끝나있었다.
“대인어른. 이제 내일이면 바로 떠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잘 되었군. 시미즈 상단에도 말을 전하도록 해라. 내일 바로 고구려로 돌아간다고 말이다.”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오늘이 마지막인데… 한 번 저잣거리를 돌아보고 가자. 돌석비는 시미즈 상단이 있는 주막으로 가서 소식을 전하고 오도록 하고… 단석한과 우식이는 나와 함께 가자.”
“알겠습니다.”
“알았어.”
그렇게 동현이 지시를 내리자 돌석비는 시미즈 상단이 있는 주막으로 소식을 전하러 갔고 동현은 단석한, 우식과 함께 저잣거리를 돌아다녔다.
그런데 그때.
퍼어억!
“아야야……!”
“이런… 괜찮으십니까? 낭자?”
“아… 예…….”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상인으로 이곳에 온지 얼마 안 되어 두리번거리다 보니… 죄송합니다. 제가 이렇게 사과드리겠습니다.”
동현이 먼저 정중하게 사과하자 여자도 그 사과를 받아들여준다.
“저도 갑자기 골목에서 튀어나왔어요. 그래서 부딪쳤을 겁니다. 저도 잘못한 것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리 말씀해 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런… 옷이 더러워졌군요.”
“집에 들어가서 갈아입으면 됩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러면 안 되죠.”
동현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품에서 금자 1냥을 꺼내 여자에게 쥐어주며 말한다.
“본인이 계획이 있어서 예쁘게 옷을 차려입고 나왔을 것인데 그 옷이 더러워진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그에 걸맞는 새 옷을 사야 하죠. 받으십시오.”
“아… 아니. 이건 너무 큰돈인데…….”
“제 사과의 표시를 함께 하는 겁니다. 그럼…….”
동현이 그렇게 말을 하며 어디론가로 사라진다.
그때 여자는 옆에 시녀로 보이는 사람에게 다급하게 말한다.
“수연아. 저 사람이 누군지 한 번 알아 봐.”
“예. 공… 아니, 아가씨.”
“나는 저쪽 주막에 있을 테니까 거기로 와.”
“예! 아가씨!”
“얼른 쫓아가!”
익숙한 시녀의 이름.
그 시녀를 데리고 있는 여자.
이 여자의 정체는 다름 아닌 천명공주였던 것이었다.
천명공주는 오랜만에 바람을 쐬고자 진평왕의 허락을 얻어 나왔는데 현재 상황이 상황인지라 처음에는 진평왕이 천명 공주가 궁 밖으로 나가는 것을 허락해 주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천명 공주만큼은 덕만 공주처럼 그렇게 튀는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궁의 법도를 잘 지키고 모범을 보이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식이 좋았기에 궁 밖에 나가는 것을 허락해 주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한 시진 안에 돌아오라는 시간제한을 주었다.
그렇게 바람을 쐬러 오랜만에 궁 밖으로 나온 천명 공주.
그러면서 저잣거리를 구경하러 나왔는데 그러는 도중 동현과 부딪친 것이었다.
천명 공주는 그렇게 수연을 잠시 보내고 자신은 주막으로 가 잠시 방에서 휴식을 취하려 방을 빌린다.
그리고 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그때.
“혹시 좀 전에 이 주막에 한 아가씨가 오시지 않았습니까?”
“아… 예. 저 방입니다.”
수연은 주모에게 물어 천명 공주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다녀왔습니다. 아가씨.”
“그래. 알아봤느냐?”
“예. 뒤를 밟아봤는데 그 사람 말대로 정말 상인이 맞더군요.”
“그래?”
“예. 헌데…….”
“……?”
“이제 또 상행을 떠난다고 합니다. 상단의 호위무사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내일 아침 일찍 고구려로 떠난다고 말을 했으니 말입니다.”
“그렇군… 별다른 것은 없었느냐?”
“별다른 것이라 봐야 다른 상단들에 비해 호위무사들의 군기가 제법 엄정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것이 정말 체계적으로 보였습니다.”
“으음…….”
천명 공주는 잠시 생각을 하고는 말한다.
“앞장 서거라.”
“예?”
“앞장서라고. 내가 그곳에 가서 그 사람을 다시 만나봐야겠다.”
“만나서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요?”
“이 돈은 너무 많다고 돌려줘야지.”
“아가씨… 그 사람은 분명 받지 않을 겁니다. 아가씨도 보셨다시피 예의가 정말 바른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그래. 그렇지. 하지만 그렇더라도 이건 너무 많다. 나는 돌려줘야겠어.”
천명 공주의 고집에 수연은 크게 한숨을 쉬며 대답한다.
“하아… 알겠습니다. 아가씨. 다만 그 사람이 계속 거절하면 그때는 그냥 받으십시오.”
“그건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고 결정할 일이다. 일단 얼른 가자. 앞장 서.”
“예. 아가씨.”
결국 천명 공주의 고집에 수연은 동현이 있는 상단으로 천명 공주를 안내한다.
동현이 있는 주막 근처에 이르자 그곳에는 호위무사들이 많이 보였고 내일 아침에 일찍 고구려로 상행을 떠난다는 것 때문인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천명 공주는 그런 사람들을 주막 바로 앞 근처에서 보며 동현을 찾아보는 그때.
“어? 저 아가씨는?”
“아까 대인어른과 부딪쳤던 아가씨입니다.”
“왜 여기에 온 거지?”
“그러게 말입니다.”
“으음… 우리 주막 쪽을 계속 살피는데… 누구를 찾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우식과 단석한이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때 둘을 보고는 천명 공주가 먼저 다가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