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화 내호아와의 만남
근혁의 말에 두 군사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는 말한다.
“일단 태수님께 여쭤보고 오겠다.”
“지금 주무시고 계실 텐데?”
“태수님 말씀이 있으셨잖아. 밤에 특이사항 있으면 자신을 언제든지 깨워서라도 보고를 하라고 말이야.”
“그래. 분명 그렇게 말씀하시긴 했어.”
“일단 다녀올게. 넌 여기서 문 지키고 있어.”
“알겠어. 얼른 다녀오라구.”
한 군사가 그렇게 북평성 안으로 급히 성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어? 태수님께서 직접 오셨습니까?”
“하아암… 그래. 지금 같은 시각에 상단이 왔다는 것은 필히 확인을 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가아서 말이지. 음… 저자냐?”
“예. 고구려에 있는 상단인데 우리 중원의 땅 안으로 들어와 장사를 하겠다고 상행을 온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 흐음… 일단 저 녀석을 불러와 보거라.”
“예. 태수님! 어이! 거기!”
“예! 부르셨습니까?”
“태수님께서 부르시니 가까이 오시게!”
“예!”
근혁은 한 군사의 말에 빠르게 다가간다.
그러자 태수가 근혁에게 묻는다.
“낮에 들어와도 될텐데… 굳이 이런 야심한 시각에 들어올 이유가 있나?”
“예. 저희는 이 북평을 지나 업으로 가 이 중원 땅에서 본격적인 장사를 위해 들어온 고구려의 상단입니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왕빈이라는 상단을 아십니까?”
근혁이 왕빈이라는 말에 태수가 놀라며 대답한다.
“왕빈?! 왕빈이라면 내가 좀 알지. 우리 수나라의 제일가는 거상 중 한 사람이고 그 상단이 우리 수나라 황실에 많은 이문을 남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빠르겠군요. 몇 달 전… 왕빈 그 분이 저희 고구려에 오셨었는데 저희 상단의 물건을 보고는 중원으로 들어와 본격적인 거래를 하고 싶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업으로 가 본격적인 장사를 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음…. 그렇군. 그런데 그게 이 밤에 북평성에 들어가려는 것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거지?”
“충분히 관련이 있습니다. 저희 고구려 상단은 왕빈 상단과의 거래를 위해 빠르게 업으로 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중간에 마땅히 쉴 곳이 없을 때는 임시 막사를 만들어 하루를 보내고 밤낮 없이 달려 여기까지 왔지요.”
“그래.”
“하지만 워낙 빠르게 움직인 데다가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 상단의 많은 사람들이 지쳤습니다. 그래서 밤늦게라도 사람들을 성 안에 있는 주막에서 푹 쉬게 하여 원기를 회복한 뒤 내일 아침에 바로 출발을 하려 했습니다. 그러니 이렇게 부탁드립니다.”
근혁이 정중하게 인사까지 하며 말을 하자 태수는 잠시 고민을 하고는 대답한다.
“흐음… 좋아. 하지만 그 전에 일단 자네 상단들의 물건부터 확인을 해봐야겠구만.”
“알겠습니다. 제가 모시는 주인이 저 뒤에 기다리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알겠네. 빨리 상단사람들과 수레를 빨리 가지고 오도록 해. 하아암… 중간에 자다 깨서 상당히 피곤하니 말이야.”
“예. 태수님!”
근혁은 태수가 일단 긍정적으로 한 말에 동현에게 달려가 소식을 전한다.
그러다 동현은 상단을 이끌고 북평성 앞에 이르자 태수가 동현을 보며 묻는다.
“그대가 이 상단의 주인인가?”
“그렇습니다.”
“상당히 어려 보이는군.”
“예. 작년에 막 성인이 되었습니다. 올해 21살이 되었고 말입니다.”
“허어… 대단하군. 이 어린 나이에 상단을 이끌다니… 크흠. 아무튼 이 야심한 시각에 북평성에 들어오려면 낮에 검문, 검색하는 것보다 더욱 더 철저히 검문, 검색을 받아야 하네. 그것은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언제든지 확인을 해 보십시오.”
“좋아. 거기 너희 둘!”
“예! 태수님!”
“여기 수레에 있는 물건들… 지금 다 확인을 해보거라!”
“수레가 꽤 많은데… 전부 다 말입니까?”
“일단 한 명은 수레를 다 확인을 하도록 하고… 한 명은 성 안에 들어가서 다른 군사들 5~6명을 더 불러오도록 해.”
“알겠습니다. 태수님!”
북평의 태수 명령에 군사가 바로 수레에 있는 장사 품목들을 확인한다.
수레에 있는 물건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확인을 하는 군사.
잠시 뒤… 다른 군사들도 합류를 해 같이 수레를 확인하자 금방 수레에 대한 확인이 이루어진다.
군사들은 처음 보는 비누와 두부에 대해 동현과 근혁에게 묻자 동현과 근혁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고 두부는 직접 먹기까지 하면서 아무런 이상이 없음을 보여준다.
“태수님! 이상 없습니다!”
“그래?”
“예! 오히려 신기한 음식과 기물이 있어서 신기할 따름이었습니다.”
“그래. 그 두부라는 것은 참으로 맛이 좋더군. 그리고 그 비누라는 것은 아직 써보지는 않았지만 냄새만 맡아도 좋던데?”
“그렇습니다. 귀족 분들이나 높은 고위 관직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누를 따로 만들었습니다. 그 분들의 비누에는 좋은 향이 나도록 해서 손이나 얼굴, 몸을 씻고 난 후 냄새를 맡으면 좋은 향이 나게 될 겁니다.”
“그래? 흐음… 정말 신기한 기물이로군. 사람 몸을 씻는 기물이라…….”
“오늘 이렇게 부득이하게 태수님의 단잠을 깨우게 해드렸으니 특별히 태수님께는 비누와 두부 다섯 모를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아니… 뭘 그렇게까지…….”
“저희 때문에 태수님께서 단잠에 깨서 일어나신 것이 아닙니까? 그러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받아주십시오.”
“정말 예의가 바르구만. 그래. 자네의 호의이니 기꺼이 받도록 하지. 북평성의 출입을 허가하니 들어가도록 하게.”
태수의 말에 동현은 다시 한 번 몸을 굽혀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성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군사들에게도 약간의 금자를 쥐어주며 말한다.
“우리 때문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도 이 성들을 지키느라 힘드실 텐데… 이거 얼마 안 되지만 이걸로 뭐 맛있는 거라도 사 드십시오.”
“헉! 그… 금자1냥?! 이렇게나 많이?”
“여기 있는 군사님들의 노고에 비하면 얼마 안 됩니다. 그러니 받으십시오.”
“커흠… 정말 고맙군. 고맙게 잘 쓰겠네.”
그 모습을 옆에서 보던 태수가 말한다.
“이놈들. 오늘 정말 횡재했구나?! 다만 그 재물을 받은 것을 다른 군사들 입 밖에는 내지 말거라. 그럼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말이다. 알겠느냐?!”
“예! 태수님!”
“아, 참. 그러고 보니 이름을 안 물어봤군. 상단 이름과 주인의 이름 말이야. 자네 이름과 상단 이름이 무엇인가?”
“예. 제 이름은 김동현이며 상단 이름은 제 이름을 딴 동현 상단입니다.”
“김동현이라… 거기 군사들 중 성문 출입명부를 관리하는 군사는 상단 이름과 이름을 적어놓도록 해라. 알겠느냐?!”
“예! 태수님!”
“좋아. 그럼 진짜 들어가지. 아… 그 전에… 지금 같은 시간에 북평성 안에 들어가도 사람들이 다 자고 있어서 주막에 있는 사람이 많은 인원들을 받아주지 않을지도 모르는데…….”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이런 야심한 시각에 누가 손님을 받겠는가? 한두 사람이면 모를까?”
“그걸 미처 생각 못했군요…….”
동현의 말에 태수는 잠시 고민을 하고는 대답한다.
“흐음… 자네들이 나한테 선물로 준 것도 있고 하니… 오늘만 특별히 자네와 상단을 관사에 머물도록 해주지.”
“오! 그게 정말이십니까?”
“그래. 자네 같이 어린 사람이 이 큰 상단을 이끌고 이 중원으로 들어온다 하니 호기심도 생기고 말이지. 자… 얼른 들어가지! 얼른 들어가서 관사로 가 전부 푹 쉬어야지.”
“예! 태수님! 감사합니다! 모두 들어가자!”
“예. 형님!”
그렇게 동현은 북평에서 검문, 검색을 철저하게 받은 뒤에야 성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동현은 북평으로 들어가면서 안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살펴보는데…….
“우리 수나라로의 상행은 처음인가?”
“아… 예. 고구려나 백제, 신라의 상행은 종종 나갔었지만 수나라는 처음입니다.”
“백제와 신라라면… 아…. 고구려 밑에 한반도의 끝에 있는 나라들을 말하는 것이군.”
“맞습니다. 태수님.”
“자네가 이 수나라 상행이 처음인 것 같은 모습이 눈에 띄어서 물어봤네.”
“그렇습니까?”
“그래. 이 수나라로의 상행이 처음이 아니라면 지금 그렇게 이 성 안을 계속 두리번거릴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동현은 태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대단하십니다. 제 행동만 보고도 단박에 파악하셨군요.”
“하하하! 이 정도는 기본이지.”
“제가 알기로 이 북평은 그렇게 큰 성이 아니라 들었습니다. 업이나 낙양, 장안 같은 도시들은 이 북평과 비교가 안 되게 크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오! 그 소문을 들었나보구만?”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상행을 떠날 때 그것이 정말 사실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하하하! 그래. 그럴 수 있지. 자네 말이 맞아. 자네가 언급한 곳들은 이곳과는 비교도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네. 자… 다 왔군. 내가 들어가서 관사 주변의 군사들에게 미리 이야기를 해 놓을 테니 오늘 하루 이 관사에서 푹 쉬고 자도록 해라.”
“감사합니다. 태수님. 그나저나… 나중에 태수님께 은혜를 꼭 갚고 싶은데… 존함을 여쭤어봐도 되겠습니까?”
“하하하! 이 정도로 은혜는 무슨?”
“저희 입장에서는 큰 은혜입니다. 저희가 수나라로의 상행이 처음이라서 많이 힘이든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흔쾌히 받아들여주셨으니 말입니다.”
동현의 정중한 말에 태수는 호탕한 웃음을 보이며 말한다.
“하하하! 그렇게 말을 좋게 해주니 기분이 정말 좋군! 좋아! 기분도 좋은데 말해주지! 내 이름은 내호아라고 하네.”
“예? 내호아라고요?”
“그래. 날 아는가? 뭘 그리 놀라나?”
“아… 아닙니다. 흐음… 제가 언제 들어본 적이 있는 듯 해서 말입니다.”
“그래?”
“예. 왕빈 상단이 저희 고구려로 왔을 때 이야기를 얼핏 들은 것 같아서요.”
동현의 말에 내호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왕빈이 그렇게 말했다면 네가 들은 사람이 내가 맞을 것이다. 아마… 예전에 광릉에서 대도독이 되었다고 들었을 것이야.”
“맞습니다. 그렇게 들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 사람이 바로 나다.”
“그렇군요. 이거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하! 영광은 무슨…….”
“헌데… 어떻게 북평 태수로 오시게 된 것입니까? 태수님 정도라면 대도독이나 더 높은 장군직을 맡으셔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동현의 말에 내호아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한다.
“크흠…. 내가 몇 달 전부터 몸이 조금 좋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서 조금은 외지로 나가 요양을 하겠다고 했지. 그래서 조정에서는 북평 태수로 임명해 푹 쉬라고 말을 해줬다.”
“아… 그렇군요.”
“헌데 그것도 요즘은 그럴 수 없게 됐어. 자네의 나라인 고구려와 우리 수나라가 적대 관계가 아닌가? 그래서 더더욱 경계를 엄하게 하면서 세작을 잡아내려고 하고 있지.”
“그래서 들어올 때 그렇게 검문, 검색을 철저하게 했던 것이군요.”
“맞아. 평소에도 밤에 들어올 때는 그렇게 하긴 하지만 오늘처럼 그렇게 빡빡하게 하지는 않지. 그런데 고구려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기고 있어. 이런… 빨리 정벌해야 하는데…….”
“크흠…….”
“아… 물론 자네와 같은 사람들은 해당사항이 아닐세. 우리 황제 폐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라 그 오만무도한 고구려의 태왕인 고원만 잡는다면 다 수나라의 백성들로 받아들여서 잘 다스릴 것이니 말이야. 하하하! 자… 너무 이야기가 길어졌군. 푹 쉬게. 그럼 나도 집으로 다시 돌아가서 자야겠어.”
“예. 태수님.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내호아는 관사를 지키는 군사에게 동현과 상단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동현은 내호아가 관사를 떠나자 굳은 표정으로 그 뒷모습을 지켜보며 주먹을 힘껏 움켜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