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동현, 수하들에게 일을 분배하다
이송은 허도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고 난 뒤에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쉰다.
‘후우… 잘못했다간 그 일에 휘말릴 뻔 했다. 이제 주기적으로 서찰만 보내야지. 그래도 충분할 테니까 말이야. 그리고 참! 김 대인에게도 이 소식을 전해야겠어. 이번 서찰은 매우 중요한 서찰이니 정말 믿을만한 자한테 전해야 한다. 일단 빨리 보낼 수 있도록 글부터 쓰자.’
“여봐라! 밖에 있느냐?!”
“예! 주인어른!”
“지필묵을 좀 가져오너라!”
“예!”
이송이 명령하자 한 하인이 지필묵을 가지고 들어온다.
그리고 먹을 어느 정도 갈아서 붓에 먹물을 살짝 찍은 후 이송에게 건넸고 이송은 그 붓을 받으며 하인에게 나가보라고 명령한 후 바로 동현에게 서찰을 쓰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막개야! 막개 있느냐?!”
“예! 주인어른!”
이송이 외치자 막개라는 자가 안으로 들어와 고개를 숙인다.
“부르셨습니까? 주인어른?”
“그래. 네가 중요하게 해 줄 일이 있다.”
“하문하십시오.”
“이 서찰은 매우 중요한 서찰이야. 김 대인에게 이 서찰을 전해야 하는데 가장 믿을만한 자가 너 뿐이로구나. 이 서찰을 요동성에 있는 김동현 대인께 전하도록 해라.”
“예! 주인어른!”
“지금 바로 떠나라. 되도록 빨리 다녀와. 나에게 가장 믿을만한 자가 너인 만큼 네가 되도록 빨리 갔다 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말을 갈아타면서 계속 달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명을 받은 막개는 이송에게 인사를 하고는 바로 말을 타고 요동성으로 향했다.
막개가 자신의 방을 나간 모습을 본 이송은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후우… 이로써 내가 해야 할 일은 다 했다. 이 내용이 막개로부터 잘만 전달된다면 김 대인이 알아서 잘 판단하겠지. 정말 너무나도 엄청난 말이라서 심장이 다 떨리는군…….’
이송은 막개가 동현에게 서찰을 제대로 전하기까지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이 가장 믿고 있는 막개였기에 동현에게 틀림없이 서찰을 전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부응하듯… 막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잠을 줄여가면서 말을 빠르게 갈아타는 식으로 하여 요동성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 이 대인께서 서찰을 보내셨다고?”
“예. 대인어른! 대인어른께만 전해야 하고 아무도 보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그렇게 중요한 서찰이라고?”
“그렇습니다. 대인어른.”
“으음… 알았다. 줘보게.”
“예.”
동현은 그렇게 막개에게서 서찰을 받아 읽어본다.
그리고 잠시 후…. 동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이 대인께서 아주 큰일을 하셨구만. 이 대인께 돌아가서 정말 고맙다고 전하게.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말라고 전하게. 나는 이에 대해 짐작을 하고 있었던 바가 있으니 쉽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이야. 그렇게 말하면 이 대인께서는 안심하실 것일세.”
“알겠습니다. 대인어른.”
“그리고… 자…….”
“이건…….”
“이 먼 길을 오느라 꼴이 말이 아니야. 돌아가더라도 제대로 된 주막에 묵어서 하루라도 푹 쉬고 가게. 먹는 것도 잘 챙겨먹고!”
“대인어른. 그래도 금자 1냥은 너무 많은데…….”
“남은 건 자네가 쓰고 싶은데 써! 가보게!”
동현의 말에 막개는 감사해하며 방을 나갔다. 막개가 상단을 나가자마자 동현은 자신의 측근들을 불러 모았다.
“다들 이 서찰을 보거라.”
“이건…….”
“허도에 있던 이송 대인이 보내준 거다. 내가 얼마 전 이송 대인에게 부탁한 것은 다들 기억할 것이야.”
“물론입니다. 회장님.”
“그 일에 대해 이송 대인이 실천을 하고 난 뒤 정보를 캐냈는데 우문술에게서 엄청난 정보를 들은 모양이다. 한 번 보거라.”
동현이 말을 하자 제일 먼저 의형제인 근혁이 먼저 서찰을 본다. 그리고 깜짝 놀라는데…….
“형님. 정말 예전에 형님께서 말씀하셨던 대로…….”
“그래. 내 말대로 정확히 되지 않았느냐?”
“그…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렇게나 빨리 행동으로 옮길 줄은…….”
“대체 무슨 서찰이길래 그렇습니까? 부장님.”
사훈이 궁금해 하자 근혁은 서찰을 넘긴다.
사훈은 서찰을 받아 읽어보는데 그도 마찬가지로 서찰의 내용을 보고 매우 놀란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곧 수나라 조정에서 엄청난 태풍이 불겠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화가 미칠까봐 이송 대인이 허도로 빠르게 돌아오고 난 후 나에게 서찰을 보낸 것이 분명하다. 장사를 하는데 있어서 이송은 좋은 수완을 지닌 자이지만 자기 목숨을 정말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니 분명 거기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면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이라 생각 했을 것이야.”
“예. 제 생각도 그러합니다.”
“으음… 앞으로 어찌 했으면 좋겠는가?”
“회장님의 계획대로 하시지요.”
“계획대로라…….”
“예. 회장님의 말대로라면 5~10년 안에 우리 고구려와 수나라의 전쟁이 터질 거라고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 분명히 그렇게 말했지.”
“그렇다면 기존에 계획대로 하시면 됩니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이 고구려로 돌리면 안 됩니다. 그럴 경우 분명 저들 중 민감한 자들이 눈치를 챌 것이니 말입니다.”
동현은 사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일리 있는 말이야. 좋은 말을 해줘서 고맙네. 사훈.”
“아닙니다. 저야 그저 회장님의 계획에 주의해야 할 점을 말씀 드린 것뿐입니다.”
“그게 중요한 것이지. 내가 혹시나 놓칠 수 있는 것이 있을 수 있으니 말이야. 음… 근혁아.”
“예. 회장님.”
“너는 지금 당장 수나라 전역에 있는 우리 상단과 우리와 관련된 상단에 사람들을 보내라. 우리 상단에는 있는 그대로 사실을 전하면 될 것이고 우리와 관련된 상단들에는 근래 수나라 황실과 고구려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고 말하면서 고구려 주변에 더 큰 이문을 취할 것이 있다고 말해라. 그러면 그들은 거래 품목이나 곡식들 중 많은 양을 이곳으로 더욱 많이 옮길 것이다.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
“물론입니다. 회장님. 그들은 현재 형님을 왕빈 상단 다음으로 큰 상단이고 산하에 있는 상단이나 다름없기에 회장님을 따르고 있으나, 사사롭게는 엄연히 다른 상단이며 이문을 취하는 사람들이니 그렇게 말하라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그들이 더 많은 물자를 저희 쪽으로 보낼 것이고 말입니다.”
“역시 잘 아는군. 좋아. 그대로 실행해!”
“예. 회장님!”
동현은 그렇게 말을 한 후 이번에는 옆에 있던 동생 동우에게 말한다.
“동우 너도 이번에 할 일이 있다.”
“하문하십시오! 형님!”
“현재 짓고 있는 식량 창고는 물론이고 다른 품목들을 저장 할 창고를 3배에서 4배 이상 늘리도록 해라.”
“예? 그렇게나 많이요?”
“그래. 설마 이번에 우리가 가지고 온 것이 다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가져온 것보다… 훨씬 많나요?”
“당연하지! 그러니 수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거상이 된 것이지. 그리고 이번에 이 일로 인해 많은 곡식이나 재물 등이 우리 상단으로 올 텐데 지금 창고의 수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그러니 빠르게 창고를 늘리도록 해.”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지현이.”
“예. 오라버니.”
“너도 내년이면 성인이다. 그러니 성인이 되기에 앞서서 작은 일부터 맡겨보마. 내가 없을 때 부인을 도와 장사할 품목이나 재물, 곡식 등에 대한 변동사항을 다 기록해 놓는 일을 했다면서?”
지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오라버니. 한 가지 품목만 정해서 그것만 관리를 했었어요. 곡식만 관리를 했었죠. 제가 확인을 한 후 형수님께 장부를 넘겨서 재차 확인을 받았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네가 재물도 관리를 해보도록 해라. 재물의 들어오고 나감을 관리하라는 말이다. 그리고 부인에게 확인을 받아.”
“예? 오… 오라버니. 재물은 너무나도 큰…….”
“난 네가 여자라고 해서 집 안에서만 애지중지하면서 키우지 않을 것이다. 상단의 일도 경험시키며 여러 가지를 경험하게 만들 것이야. 그리고 네가 어느 정도 이 일에 대한 경험이 쌓이면 그때부터는 좀 전에 하는 관련 업무를 너에게 전부 다 맡길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부터 조금씩 경험을 쌓아야한다. 알겠느냐?”
“예? 예. 오… 오라버니…….”
“재물과 곡식만이다. 나머지 장사에 관련된 품목들은 네가 확인할 필요 없다. 내가 맡긴 일을 이번에 하면서 경험을 쌓도록 해. 알겠느냐?”
“예. 오라버니…….”
동현은 그렇게 여동생 지현에게 말을 한 후 또 다른 사람들을 부른다.
“조송과 조용은 이제 이 집에서 상단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여 문제점이 무엇인지 찾아내 주시오. 그리고 무엇이 더 필요한지도 말이오.”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사훈.”
“예. 회장님.”
“자네는 병법에 밝은 사람이니 군사들을 다루는 데에도 능숙할 것이야. 특히 전법훈련에 말이야. 아… 진법훈련이 맞는 말인가?”
“저 같은 경우 진법훈련이라고 합니다만 전법훈련도 맞는 말입니다.”
“그렇군. 아무튼 호위무사들에게 전법훈련이나 상황에 따른 훈련을 부여해서 철저하게 강군으로 만들게. 부탁하네.”
“염려 마십시오! 회장님! 회장님의 호위무사를 강군으로 만들어보이겠나이다!”
“좋아. 그럼 해론하고 허손, 가동!”
“예. 회장님!”
“자네들은 신병을 정예군으로 만들거나 무예실력들이 일정 수준에 머물러 있는 자들의 수준을 높게 끌어올려주게. 무예실력이 뛰어나야 사훈이 지도하는 전법훈련에도 잘 따라올 수 있으니 말이야.”
동현의 말에 3명은 바로 군례를 올리며 외친다.
“회장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리고 돌석비와 단석한!”
“예! 회장님!”
“너희들은 해론하고 허손, 가동, 그리고 사훈이 훈련시킨 자들 중 기마술이 뛰어난 자들을 따로 뽑아라. 그리고 그들만 가지고 기병을 만들어라.”
“그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기마술에서 만큼은 우리 고구려 사람도 뛰어나지만 현재 우리들 중에서 기마술이 뛰어난 사람은 나와 근혁이, 그리고 허손과 가동을 제외하고는 없다. 허손과 가동은 좀 전에 내가 일을 부여했으니 안 되고 너희들이 그 일을 해줘야 해. 기병을 양성해서 강군으로 만들어라. 할 수 있겠느냐?!”
“중요한 일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 반드시 강군으로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좋아. 두 사람을 믿지. 그리고 근혁이.”
“예. 회장님!”
“너는 나와 함께 상단 일을 하면서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고 내가 예전에 말했던 계획을 실현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는 네가 꼭 필요해. 내가 조만간 꼭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상단 일을 하면서 나를 도와라. 알겠느냐?”
동현의 말에 근혁은 그러겠다고 대답한다.
그렇게 모두에게 일을 다 부여한 동현은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는데 자신의 제자인 소희와 의정이 말석에 보였다.
“소희와 의정이!”
“예? 예! 스승님!”
“너희도 해야 할 일이 있다.”
“예. 스승님! 하… 하문하십시오!”
“너희는 이 요동성과 외곽에 있는 백성들을 살펴보거라.”
“예? 백성들을요?”
“그래. 그들 중에서도 생활이 고된 사람들만 살펴봐. 그리고 그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또 그 생활수준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파악된다.”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스승님. 그건 갑자기 왜…….”
“그 이유는 내가 나중에 따로 말해주겠다. 그러니 그것만이라도 파악해라.”
“예. 알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모든 사람들에게 앞으로 해야 할 명령을 모두 내리고 해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