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6화 동현, 백암성에 돌아오자마자 여러 소식을 듣다.
동현은 백암성으로 돌아오고 난 뒤 군사들에게는 술과 고기를 하사하며 피로를 풀게 했다.
더불어 자신도 장수들과 함께 근혁이 미리 마련해 놓은 연회를 즐겼다.
“형님. 한 잔 받으시지요.”
“그래.”
근혁이 한 잔 따라 준다고 하자 동현은 잔을 내밀었고, 술을 따라 주자 한 번에 들이키는 동현이었다.
그리고 자신도 근혁에게 술을 따라 주며 묻는다.
“몸이 좋아졌다니 다행이구나.”
“형님의 빠른 조치 덕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근혁아. 너와 나는 의형제가 아니냐? 우리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같이 이루어야지. 안 그러냐?”
“맞습니다. 형님. 그리고 죄송합니다. 앞으로 몸 관리를 잘 하겠습니다.”
“그래.”
동현은 미소를 지으며 근혁과 한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데 그때…….
“장군!”
“무슨 일이냐?”
“저… 보고드릴 것이…….”
“어허. 이놈아! 장군께서 오늘 하루만큼은 푹 쉬고 즐기라고 하시지 않았느냐?”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급한 일이라…….”
“그래도 이놈이!”
허손이 갑자기 보고를 하러 들어온 군사에게 화를 내는데 동현은 이를 말린다.
“허손. 저 군사는 그저 자기 임무에 충실하려는 것뿐이 아니냐? 너무 윽박지르지 말거라.”
“예. 장군.”
“그래. 무슨 일로 보고를 하러 왔느냐?”
“예! 흑수말갈의 예선정기가… 내부에서 자신을 반대하는 여러 족장들을 화해를 명목으로 연회 자리를 빙자하고 초대하여 모두 목을 뱄습니다. 그러고 군사를 보내 그들의 영토를 모두 장악했다고 합니다!”
“뭐라? 그것이 사실이냐?!”
“그렇습니다! 장군!”
“확실한 것이더냐?”
“예! 목을 베자마자 예선정기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기병들을 빠르게 움직였다고 합니다!”
군사의 말에 옆에 있던 사훈이 말한다.
“철저하게 계획을 했던 것이군요. 안 그러면 모든 일이 이렇게 속전속결로 이루어질 리가 없습니다.”
“내 생각도 그러하네. 으음… 그자는 분명 우리 고구려와 불열말갈을 치기 위해 이를 갈고 있겠지. 이번이 그 첫걸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군.”
“맞습니다. 장군. 하지만 저들도 생각이 있는 이상 바로 우리 고구려를 공격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저번에 우리와 불열말갈의 역공으로 인해 저들은 영토를 많이 잃었습니다. 그 영토에는 비옥한 곳이 많아 대부분은 우리 영토로 병합을 시켰고 일부는 불열말갈이 가져갔지요. 전쟁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보급인데 저들은 그 영토를 잃었으니 큰 군사를 일으킬 힘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
“딱 한 가지! 이번에 자신의 집권에 반대하던 족장들의 목을 모조리 베고 그곳을 직접적으로 차지를 했으니 그곳의 군량을 활용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으음… 기습적으로 저들이 공격을 올 가능성도 염두에 두자는 이야기군.”
“그렇습니다. 만일 이라는 것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그에 대한 대비를 철저하게 하되 일단 앞으로 돌아가는 사태를 좀 더 관망을 해야겠어.”
사훈도 동현의 말에 동의를 하는데 군사는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다는 듯 입을 달싹인다.
그 모습을 본 동현이 묻는다.
“무언가 할 말이 더 있는 모양이구나.”
“그… 그렇습니다!”
“계속 말해 보거라.”
“예! 그게… 거란족이 있던 곳에도 큰일이 났습니다.”
“거란족에?”
“예! 우리에게 우호적이고 거래를 해오던 이굴가가… 다른 거란족에 지워졌습니다.”
동현은 그 말에 깜짝 놀란다.
“뭐라? 그것이 사실인가?”
“예! 장군. 그래서 아무래도 무역은… 당분간 어려울 것 같습니다.”
“으음… 새롭게 그곳을 차지한 거란 족장의 이름은?”
“그것까지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다. 이 일 때문에 급히 왔을 테니 이해한다… 그나저나 아쉽게 되었군. 그럼 이굴가는 어찌 되었는가?”
“예. 이굴가는 목이 베어졌다고 하며 그 밑에 부족들은 어디 론가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그래? 그 이간정이라는 자는 어떻게 되었나? 이굴가에게 가장 붙어 있던 측근이었는데?”
“행방이 묘연합니다만, 소문을 하나 들었사온데… 이간정이 저희 고구려로 망명한다고 합니다.”
“우리 고구려로?”
“예. 장군.”
“으음… 알았다. 그 거란족의 족장 이름부터 일단 제일 먼저 알아보도록 해라. 그리고 기존에 이굴가 밑에 있던 거란족들 중 우리 고구려로 망명하는 자가 있는지도 알아보도록 하고.”
“예! 장군! 그리 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본래 이굴가는 수나라보다 더 뒤인 당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목이 베어졌다? 음… 동명이인이었던 것 같군. 그 이름을 듣고 예전에 놀라긴 했지만 역시 내가 아는 그 인물이 아니었어. 현재 역사는 고구려가 임유관과 영주성을 점령하고 왕자들을 포로로 잡아 우리에게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었던 것만 달라졌을 뿐이다. 나머지는 그대로 가고 있어. 양광을 돌려보냄으로 인해서 수나라 일도 역사대로 진행이 되겠지…….’
동현은 이렇게 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옆에 있던 사훈이 다가와 말한다.
“아쉽게 되었습니다. 그곳의 소금은 정말 질이 좋은 것이라 무역을 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는데 말입니다.”
“그러게 말일세. 아… 참! 우리가 그곳에 자주 상단을 보내고 무역을 했을 텐데… 그곳에 들어간 우리 상단들은 없나? 억류되면 안 되는데 말이야.”
“소인이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그리고 조용.”
“예! 장군!”
“자네는 이간정이라는 자를 한번 찾아보게. 그자가 우리 고구려로 망명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하니, 국경에 많은 사람들을 풀어 알아보도록 해.”
“예! 장군! 그리하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명령을 내리고 주변을 돌아보는데, 갑작스러운 보고로 주위가 조용해져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동현은 대수롭지 않게 잔을 높게 들며 말한다.
“자… 오늘 하루는 즐기자! 이 일은 내일부터 시작해도 되는 일이야! 자! 즐기자!”
동현은 그렇게 주변을 환기시키며 계속 연회를 즐겼다.
* * *
한편, 동현의 장인이자 화연의 아버지인 시미즈 히로무는 사도섬에 거주하며 계속 상단의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과거 건강 문제도 있었기에 과거 자신이 모든 일을 하던 일에 비해서는 일을 많이 줄였다.
다행이 그의 밑에는 충직한 수하 두 명이 있었다.
“대인어른! 고바야시 유토와 나카무라 가쿠님께서 오셨습니다!”
“들이거라.”
“예!”
시미즈 히로무가 방 안에서 쉬고 있는데 둘이 같이 왔다는 말이 하인에게서 들리자, 그는 둘을 안으로 들인다.
허락이 떨어지고 방문이 열리자 고바야시 유토와 나카무라 가쿠는 바로 절을 하며 말한다.
“주공. 부르셨습니까?”
“그래. 내가 예전처럼 상단의 일을 세세하게 살피지 않고 전체적인 일만 살피기에 너희를 불렀다. 너희 둘에게 내가 기존에 하던 일을 많이 나누어 주지 않았느냐?”
“잘 알고 있습니다. 주공. 주공의 건강 때문이 아닙니까?”
“그래… 내 사위도 그렇고 내 딸이 이곳을 떠나기 전에 하도 잔소리를 해서 말이지. 으음… 잠시 이야기가 딴 곳으로 샜군. 다름이 아니라 내가 자네 둘을 부른 것은 내가 한동안 살피지 못했던 상단의 일이 잘 되고 있나 한 번 살펴보기 위함일세. 장부를 가져와 보게나.”
“전부 다 말입니까?”
“100일 정도의 기록들만으로도 충분하네. 그것만으로도 상단의 일 대부분이 파악이 가능하니깐 말이야.”
“알겠습니다. 주공.”
고바야시 유토와 나카무라 가쿠는 시미즈 히로무의 명령에 바로 자신의 수하들을 시켜 장부를 가져오게 했다.
장부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시미즈 히로무는 여러 장부들을 살피기 시작한다.
“음… 확실히 고구려와 거래되는 것이 많군.”
“그렇습니다. 주공의 사위 분께서 워낙 큰 상단이다 보니 큰 이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거기다 사위 분께서 현재 고구려 태왕의 깊은 신임을 받고 있다 합니다. 그래서 무역의 규모를 더 늘릴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래? 지금 보다도 더 말인가?”
“그렇습니다. 주공.”
“우리에게는 희소식이구만. 헌데 말이야…….”
“……?”
“고구려와 백제, 신라를 제외하고 기존에 우리가 거래를 유지했던 우리 본토 지역들과의 무역은 많이 줄었어. 이건 왜 그런 것인가?”
“아… 그것은… 이곳 사도섬 금광과 이와미에 있는 은광이 있는 곳을 야마토 정권 사람들이 눈치를 챘기 때문입니다.”
“뭐? 눈치를 채?”
“예. 저희의 무역 규모가 점점 늘어나는데 눈치를 안채겠습니까? 본래 저희 가문은 보잘 것 없는 가문이었고 상단 규모도 작았습니다. 헌데 주공께서 사위 분을 얻으신 뒤로 무역 규모가 엄청나게 늘었지 않습니까?”
“음… 그건 사위가 이곳을 알려준 것이 큰지. 이 사도 섬과 이와미에 말이야.”
시미즈 히로무의 말에 고바야시 유토와 나카무라 가쿠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맞습니다. 주공. 그 시점부터 저희 무역 규모가 엄청나게 늘었고 그로 인해 그들의 눈을 피해 무역을 한다고는 하지만, 야마토 정권의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일단 자체적으로 본토에 있는 무역을 확 줄인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이것도 오래가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본래 우리는 보잘 것 없는 가문이며 작은 상단이었는데, 가문의 규모가 엄청나게 커지고 일대에 영향력이 커지니 당연히 우리를 주시할 것이야. 일단 둘이 적절한 조처는 취했군.”
“하지만 좀 전에도 말했듯이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저희가 취한 조치는 임시방편에 불가하니 말입니다. 빨리 조치하지 않으면 야마토 정권의 우마야도(훗날의 쇼토쿠 태자) 태자가 이 사도 섬의 금광과 이와미에 있는 은광을 공격하여 뺏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음…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고 이곳을 우리가 계속 다스린다고 말한다면 어찌될까?”
“절대 안 됩니다. 분명 이 사도 섬과 이와미 둘 중 하나는 내 놓으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이곳은 주공의 사위님께서 알려 주신 곳입니다. 주공께서 만약 그렇게 하신다면 사위의 호의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며 이치에 맞지 않는 일입니다.”
시미즈 히로무는 두 사람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에 놓인 차 한 잔을 마시며 대답한다.
“그래. 자네들 말이 맞아. 그리고 이제 이 가문도 내 사위의 것이지. 그러니 적극적으로 도와줘야겠어.”
“방도가 있으십니까?”
“일단 지필묵을 가져다 주게.”
“예? 알겠습니다. 지필묵을 가져와라!”
시미즈 히로무의 명령에 하인이 지필묵을 가져온다.
하인이 지필묵을 가져오고 먹을 간 후 붓을 건네자, 시미즈 히로무는 무언가를 빠르게 써 내려간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건… 사위 분께 보내는 서찰이 아닙니까?”
“그래. 내 사위가 언젠가 이 일에 대해 말을 해 준 적이 있었다. 무역 규모가 커지면 주변에서 우리가 있는 곳을 탐내는 곳이 반드시 나타난다고 했었지.”
“그렇습니까? 그럼 방도도…….”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사위가 나를 치료하고 떠났을 때… 이런 일이 생겼을 경우 바로 자신에게 서찰을 보내 알리라고 했으니 말이야.”
“그렇군요. 그럼 이 서찰을 빠르게 사위 분께 보내겠습니다.”
“그래. 부탁하네. 아… 내 사위는 백암성에 있으니 그곳으로 보내야 할 것이야.”
“예. 주공.”
시미즈 히로무는 예전에 동현이 당부했던 대로 바로 서찰을 써서 동현에게 보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동현은 시미즈 히로무의 서찰을 받아보게 되었다.
“장인어른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예. 장군. 주인어른께서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서찰을 주셨습니다.”
“으음…….”
동현은 서찰을 들고 온 시미즈 히로무의 하인에게서 서찰을 받아 읽어 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역시 예상대로군. 이 일에 대해서는 내가 바로 조치를 취하겠네. 단… 자네는 아직 이곳을 떠나지 말고 기다려 주게. 그곳의 일이 잘 되면 그 때 보고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야.”
“시일이 오래 걸리는 일입니까?”
“그리 오래 걸리지는 것이네. 보름(15일)을 넘기지는 않을 것이니 걱정 마.”
“알겠습니다. 장군.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동현은 그렇게 시미즈 히로무의 하인을 떠나지 못하게 붙잡도록 한 뒤, 급히 지필묵을 가져오게 하여 글을 쓴다.
그리고 그 서찰을 어디론가로 보내는 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