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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전-44화 (44/150)

# 44

/혈룡전 2권 (44화)

7장 팔로금쇄멸혼진(八路禁鎖滅魂陣) (2)/

번쩍!

쩌어어엉!

순간 섬광과 함께 철창이 터져 나갔다.

소은설로서는 대체 무슨 수를 사용했는지조차 보지 못했을 정도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엇!”

섬광이 사라졌을 때는 이미 진운룡의 신형이 다섯 명의 무사들을 지나치고 있었다.

퍼퍼퍼퍼퍽!

마치 폭탄을 맞은 듯 다섯 명의 무사가 뒤로 튕겨 나가 처박혔다.

쪼개져 나간 철창의 파편이 무서운 속도로 다섯 무사를 덮친 것이다.

“마지막 층이다!”

진운룡이 기합을 넣으며 검을 휘둘렀다.

쩌어어엉!

동시에 마지막 층을 막고 있던 두꺼운 철문이 네 토막이 나 바닥으로 무너져 내렸다.

쿵! 쿠웅!

마치 두부를 자르듯 너무도 쉽게 철문을 자른 것이다.

마지막 층에는 열 명의 무사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 실력도 상당했다.

“누구냐!”

“웬 놈이냐!”

적들의 식상한 대사를 들으며 진운룡의 신형이 한 번 더 가속했다.

슈우우우욱!

너무도 빠른 속도에 진운룡이 지나간 자리로 주변의 공기가 빨려 들어오며 회오리쳤다.

콰아아아앙!

진운룡이 무사들 한가운데로 떨어져 내렸다.

동시에 진운룡을 중심으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쩌어어어엉!

바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고, 무사들이 피를 뿌리며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크아악!”

“아악!”

쾅! 퍼억!

벽에 부딪힌 무사들이 도로 튕겨 나와 바닥에 처박혔다.

“크으윽! 네, 네놈은 누구냐!”

왼 뺨에 긴 흉터가 있는 무사가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진운룡의 눈에 이채가 일었다.

놀랍게도 흉터 무사를 비롯해 네 명이나 진운룡의 충격파를 버텨 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의 상태는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들의 실력이 최소한 절정을 넘어섰음을 말해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진운룡은 휘청거리는 무사를 무시한 채 주변을 확인했다.

소은설은 아직도 등에 업혀 있는 상태였다.

“이, 이놈!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진운룡이 자신을 무시하자 흉터 무사가 이를 갈며 검을 치켜들었다.

순간, 귀찮은 듯 진운룡이 오른손을 쓰윽 휘둘렀다.

퍽!

순간, 흉터 무사의 이마에 콩알만 한 구멍이 뚫리며 피가 튀어나왔다.

어느새 진운룡의 지풍이 그의 이마를 관통한 것이다.

흉터 무사의 육신이 그대로 뻣뻣하게 앞으로 고꾸라졌다.

살아남은 세 명의 무사가 파랗게 질린 채 입을 닫았다.

그들은 어차피 움직이기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진운룡이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이제 내려도 돼.”

그제야 아직 진운룡의 등에 업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소은설이 얼굴을 붉히며 후다닥 바닥에 내려섰다.

마지막 층은 다른 층보다 상당히 넓었다.

긴 복도를 중심으로 감옥으로 보이는 철문들이 쭉 늘어서 있었고, 그 끝에 음산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큰 철문 하나가 버티고 있었다.

“사, 살려 주시오!”

“도와주시오!”

소란을 듣고 각 방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진운룡의 시선은 복도 끝 문을 향하고 있었다.

‘혈마의 기운이 흘러나오던 곳이군!’

진운룡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했다.

*   *   *

“활을 쏴라!”

검은 눈의 사내가 명을 내림과 동시에 백 명이 넘는 궁수들이 날린 흑시(黑矢)가 비천대를 덮쳤다.

슈슈슈슈슈슈욱!

어둠보다도 더 검게 침잠된 검은 화살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정신 차리고 급소를 보호해라!”

황보혁제가 화살을 쳐 내며 다급히 외쳤다.

쉬쉬쉬쉬익!

따다다당!

비천대원들은 사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압력으로 인해 평소보다 움직임이 둔해져 있었다.

퍼억! 쉬악!

간신히 위험한 곳을 막아 내긴 했으나, 미처 쳐 내지 못한 화살이 대원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피가 튀어 오르고 살이 찢겨 나갔다.

하지만 비천대원들은 신음 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이익!”

황보혁제가 이를 갈았다.

이대로라면 진에 갇힌 채 전멸할 수 있었다.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두 번째 화살이 날아왔다.

쉬쉬쉬쉬익!

쒜애액!

대부분의 대원들이 상처를 입은 상태였기에 움직임은 더욱 느려져 있었다.

‘이대로 무너질 순 없다!’

진기를 가득 끌어 올린 황보혁제가 그대로 검은 눈 사내를 향해 달려 나갔다.

“호오, 죽으러 오는 것인가?”

씨익!

검은 눈 사내의 입이 양옆으로 길게 찢어지며 날카로운 이빨이 드러났다.

그때였다.

“멈춰라!”

번쩍!

섬광과 함께 반월 모양의 도기(刀氣) 십여 개가 화살들과 맞부딪혀 갔다.

“신 대협!”

황보혁제가 상기된 표정으로 소리쳤다.

자신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신웅이 도와주러 온 것이다.

퍼퍼퍼퍼퍽!

백여 발이 넘는 화살 중 절반이 넘는 화살이 도기에 부서지고 잘려져 땅에 떨어졌다.

나머지 절반은 신웅도 어찌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비천대에겐 숨통을 트여 주는 일이었다.

따다다당!

퍼퍽!

세 명의 대원이 화살에 관통되어 쓰러졌다.

그러나 나머지 인원들은 치명적인 일격을 피해 낼 수 있었다.

신웅은 지체하지 않고 그대로 궁수들을 향해 돌진했다.

예상대로 진의 압력은 신웅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도를 휘두르며 쏘아져 오는 신웅을 보며 검은 눈의 사내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후후, 이제 장난 그만치고 제대로 대접을 해 줘야겠군! 팔로금쇄멸혼진(八路禁鎖滅魂陣)을 발동하라!”

순간, 신웅은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진이라니? 또 다른 진이 있다는 말인가?’

서늘한 한기가 등줄기를 타고 올라왔다.

바로 그때였다.

눈 깜짝할 사이 사방이 갑자기 검은 안개로 덮였다.

안개는 마치 늪에 빠진 것처럼 끈적하게 신웅과 비천대 대원들의 몸을 옭아맸다.

“우웃!”

놀란 신웅이 급히 기운을 끌어 올렸다.

신웅의 몸을 뒤덮었던 안개가 조금 뒤로 물러갔다.

하지만 문제는 사방이 안개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분명 조금만 더 가면 궁수들과 눈이 검은 녀석이 있었지!’

신웅이 앞으로 나아가려 땅을 박찼다.

하지만 발에서 느껴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처럼 걸리는 것이 하나도 없었던 것이다.

‘뭐지?’

신웅은 계속해서 다리를 움직였지만, 몸은 제자리에서 허우적 댈 뿐, 한 걸음도 전진할 수 없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재밌을 테니 벌써부터 놀라지들 말라고, 후후후!”

검은 눈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안개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피스스스슷!

동시에 정체불명의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피 냄새!’

신웅의 마음이 다급해졌다.

비천대 대원들에게 무언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안 되겠다고 여긴 신웅이 도를 꽉 쥔 채 급히 공력을 끌어 올렸다.

이대로 검은 안개를 베어 버리겠다 결심한 것이다.

우우우웅!

도신이 가늘게 떨었다.

“하압!”

번쩍!

기합과 함께 신운의 도가 전방의 공간을 세로로 양단했다.

검은 안개가 좌우로 갈라지며 검은 눈 사내의 모습이 살짝 보였다.

“됐다!”

검은 안개가 다시 공간을 메우려는 순간 신웅이 연달아서 도격을 날렸다.

번쩍! 촤악!

도격이 계속될수록 공간이 점점 넓어졌다.

신웅의 눈빛 또한 밝아졌다.

촤아아아악!

결국, 수차례의 도격이 같은 곳을 관통하자 천이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검은 안개가 흩어졌다.

어느새 신웅은 진을 빠져나와 있었다.

그의 앞에는 검은 눈의 사내가 차가운 미소를 띤 채 신웅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법이군?”

그의 목소리에는 여유가 있었다.

“흥! 당장 진을 멈추지 않으면 네놈의 목을 베겠다.”

신웅이 도를 들어 올리며 살기 어린 눈으로 검은 눈 사내를 노려봤다.

그러나 검은 눈 사내는 여유로운 얼굴로 신웅의 뒤쪽을 가리켰다.

“일단 재미있는 구경부터 하시지?”

갑자기 느껴지는 불안감에 신웅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이, 이럴 수가!”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신웅이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   *   *

진운룡의 시선이 혈마의 기운이 흘러나오는 철문에 고정되었다.

피에 대한 열망이 그의 뇌리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의 눈동자가 노랗게 변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진운룡 안에 잠자고 있던 마성이 요동치고 있었다.

물론, 그래 봐야 진운룡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정도였다.

‘대체 저 안에 무엇이 있는 거지?’

무엇으로부터 혈마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지 궁금했다.

진운룡은 감각을 끌어 올려 문 안쪽을 살폈다.

두 명의 기척이 느껴졌다.

두 사람 다 상당한 고수였다.

그중 한 명은 초절정을 넘어선 자였다.

하지만 혈마의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는 근원은 전혀 파악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쯤 소란을 피웠으면 나와 볼 만도 한데, 두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뭐하는 거예요? 사람들을 구해야죠!”

소은설의 목소리에 진운룡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노란색 눈동자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왔다.

우선은 소은설의 아버지를 찾고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 먼저였다.

마음을 가라앉힌 진운룡이 감옥들을 살폈다.

구조상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는 없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황보세가 사람들이 발견되었다 해도 이곳에 잡혀 있던 자들을 빼돌릴 틈은 없었을 것이다.

“우린 당신들을 구해 주러 왔소. 지금 그대들을 감옥에서 꺼내 줄 것이니, 모두 문에서 물러서시오!”

진운룡의 목소리에 사람들이 움직이는 기척이 들렸다.

사람들이 모두 뒤로 물러서는 것을 확인한 진운룡이 두 손을 앞으로 내뻗었다.

순간 열 줄기의 지풍이 감옥 문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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