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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전-47화 (47/150)

# 47

/혈룡전 2권 (47화)

8장 돌아온 황태자 (1)/

“무사했군요!”

소은설이 상기된 얼굴로 달려와 진운룡을 끌어안았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방 안쪽의 상황을 알 수 없어서 마음 조리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그녀였다.

게다가 이번에는 상대가 만만치 않아 보여 더욱 불안했다.

한데, 진운룡이 아무 탈 없이 무사히 걸어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그런 행동을 하고만 것이다.

진운룡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소은설을 내려다봤다.

“으앗!”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소은설이 얼른 진운룡에게서 떨어졌다.

“그, 그것이…….”

소은설은 얼굴이 홍시처럼 달아오른 채 어쩔 줄 몰라 했다.

“험, 험!”

소진태가 멋쩍은 얼굴로 헛기침을 했다.

진운룡은 피식 웃으며 소은설을 바라봤다.

“축하한다.”

“고, 고마워요…….”

소은설이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말을 더듬거렸다.

“그, 그 청년은 남궁 공자!”

그때, 감옥에서 빠져나온 이들 중 하나가 진운룡이 구출해 온 청년을 보고 놀라 소리쳤다.

소진태 역시 청년이 누구인지 알아차렸는지 눈을 부릅떴다.

“남궁 공자가 어찌 여기에! 부, 분명 마교에 잡혀 갔다 들었는데!”

“설마!”

깜짝 놀란 소은설이 청년을 바라봤다.

“옥기린 남궁린?”

청년은 바로 마교에 납치되었다고 알려진 현 무림맹주 남궁진천의 손자 남궁린이었던 것이다.

물론, 마교측에서는 전면 부인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격자라든가 여러 정황들로 인해 모두가 마교가 벌인 일이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이곳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것은 곧 마교의 주장이 사실이라는 것과도 같았다.

그동안 이 사건 때문에 마교와 무림맹 양측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태였다.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강호정세가 돌변할 가능성이 높았다.

일단 그간의 팽팽했던 긴장이 상당 부분 가라앉을 것이다.

금방이라도 부딪힐 것 같던 양측의 칼날이 무뎌질 가능성이 높았다.

물론, 마교 측에서 무림맹이 그동안 억지를 부린 것에 대해 따지고 들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전의 살얼음판 같던 분위기는 없을 것이다.

한편, 정도 무림 쪽에는 큰 경사였다.

남궁린은 다음 세대 정도무림을 이끌어 갈 인재 중의 인재였다.

실종되기 전 남궁린은 강호의 수많은 후기지수들 중에서도 단연 빛나는 별이었으니까.

그만큼 젊은 무인들에게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엄청났으며, 무림맹이나 정도무림에서 걸고 있는 기대 또한 높았다.

그가 실종되었을 때 강호의 수많은 이들이 무림의 미래가 사라졌다며 한탄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은 곧 정도무림의 미래가 다시 부활한 것과 같았다.

어쨌든 남궁린을 찾아낸 것은 여러모로 강호를 뒤흔들 것이 분명했다.

“남궁린? 유명한 자인가?”

진운룡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하기야 이 나이에 초절정을 넘어선 고수라면 보통 인물은 아닐 것이다.

“허, 남궁 공자를 모른단 말인가?”

소진태가 신기한 얼굴로 진운룡을 바라봤다.

“진 공자는 강호에 출도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래요.”

소은설의 설명에 소진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린 공자는 현 무림맹주 남궁진천 대협의 손자이자 남궁세가의 후계자라네. 다들 정도무림을 이끌어 갈 미래의 지도자 감이라 인정하고 있지.”

“호오. 황태자인가?”

진운룡이 재미있다는 얼굴로 기절해 있는 남궁린을 바라봤다.

“한데, 이제 어떻게 빠져나갈 생각인가?”

소진태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이곳까지 들어오는 거야 혼자만 움직이면 되었기에 들키지 않고 무사히 성공할 수 있었지만, 탈출은 오십 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다.

게다가 오랜 감금으로 인해 모두 체력이 바닥나 있었다.

들키지 않는 것은 물론,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진운룡에게선 전혀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인질들을 모두 구했으니, 이제 다 때려 부수면 그만이오.”

사실 진운룡의 입장에서는 들키지 않고 잠입하는 게 더 힘들었다.

자신의 힘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면 이깟 장원쯤은 순식간에 날려 버릴 수 있는 그였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진운룡의 모습에 다들 황당한 얼굴로 굳어 버렸다.

마치 소은설이 진운룡을 처음 접했던 때의 반응이었다.

물론, 그들도 진운룡의 능력은 직접 목격했기에 인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운룡 혼자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그들은 진운룡을 쫓아갈 수조차 없을 것이다.

그들의 표정을 살피던 진운룡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일단, 당신들은 이 계단을 올라가 전각에서 기다리고 있으시오. 장원은 내가 알아서 정리하겠소. 그대들을 보호할 호위대도 함께 왔으니 걱정 마시오.”

일단 자신이 장원을 때려 부수는 동안 비천대와 신웅에게 이들을 지키도록 할 작정이었다.

이미 소진태를 확보한 상태니 굳이 잔당들이 도주하는 것을 감시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호위대를 데려왔다는 말에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 펴졌다.

그때, 문득 진운룡의 머릿속에 뇌옥에 돌입하면서 들었던 경보음 소리가 떠올랐다.

‘장원에 돌입했는데 아직 소식이 없는 것을 보면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 분명하군.’

아마도 진법을 돌파하지 못한 듯 했다.

그렇다면 일단 비천대를 구출하는 것이 먼저였다.

생각 같아서는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았으나, 탈출자들을 보호할 인력이 필요했기에 진운룡은 일단 도와주기로 마음먹었다.

“어디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가 볼까?”

순간, 진운룡의 신형이 유령처럼 사라졌다.

“허……!”

“사, 사람이 맞는가?”

남은 사람들이 얼이 빠진 얼굴로 탄성을 터트렸다.

*   *   *

힘겨운 표정으로 도를 겨누고 있는 신웅의 몰골은 그야말로 형편없었다.

몸 여기저기에 난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로 그의 하얀 옷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후욱! 후욱!”

가쁜 숨을 내쉬며 신웅이 오 사령을 노려봤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음에도 그의 눈빛은 아직 살아 있었다.

과다한 출혈로 인해 비천대 대원들은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르러 있었다.

신웅은 자신의 실력이 모자람이 분하고 억울했다.

이제껏 강호를 종횡하며 언제 이런 심정을 느껴 봤겠는가.

‘내가 그동안 너무 안일했구나…….’

그동안 덧없는 명성에 젖어 수련을 게을리 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신웅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비천대 대원들의 상태를 살폈다.

피가 빨려 나가는 것은 이미 멈춰 있었으나, 모두 과다한 출혈로 인해 죽었는지 살았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그나마 뒤쪽에 있던 제갈무진은 화살로 인한 피해가 적은 편이었기에 상태가 조금 나았다. 물론, 그래 봐야 그 역시 이미 실신 상태였다.

반면 비천대원들의 피가 모여 만들어진 커다란 혈구(血球)는 보란 듯이 머리 위에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자 그럼 이제 끝내 볼까!”

그때, 오 사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웅이 이를 악물었다.

오 사령이 허공을 향해 손을 들어 올렸다.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허공에 떠 있던 혈구로부터 핏줄기가 길게 뻗어 나와 오 사령의 손으로 빨려 들어왔던 것이다.

슈우우우욱!

세 가닥의 핏줄기가 소용돌이치며 오 사령의 손으로 흡수되었다.

‘저, 저것은 진 공자의 능력과 비슷한데…….’

신웅의 머릿속에 의문이 떠올랐다.

분명 진운룡이 자신의 피를 빨아 들이던 모습과 흡사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들은 당장의 문제가 아니었다.

피를 흡수한 오 사령의 기세가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신웅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지금까지도 간신히 상대했던 오 사령이었다.

몇 배로 강해진 오 사령에게서 버텨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래도 하는 데까지 최선을 다한다!’

신웅이 굳은 얼굴로 마지막 결의를 다졌다.

어차피 죽은 목숨이라면 마지막까지 무인답게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어느새 검은 눈이 핏빛으로 변한 오 사령이 혈륜을 쓰다듬으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쉬이이이이잉!

오 사령이 날린 혈륜이 신웅을 향해 날아왔다.

혈륜의 강력한 회전에 주위의 대기가 소용돌이 쳤다.

신웅이 비장한 표정으로 공력을 끌어 올렸다.

이미 진기를 많이 소모한 상태였기에 선천지기까지 억지로 끌어모았다.

“으아아아!”

야차와 같은 얼굴로 신웅이 혈륜을 향해 도를 내려쳤다.

콰아아아앙!

폭음과 함께 신웅의 신형이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져 날아갔다.

쿵!

“쿨럭!”

바닥에 떨어진 신웅이 비를 한 움큼이나 토해 냈다.

휘청대며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버러지 같은 놈이 끈질기구나!”

짜증스러운 얼굴로 오 사령이 자신을 향해 돌아오던 혈륜을 방향을 바꿔 다시 신웅에게 날렸다.

쒜애애액!

아직 파괴력이 죽지 않은 혈륜이 날카로운 괴성을 터뜨리며 신웅을 향해 날아갔다.

‘크으윽! 이제 마지막인가!’

신웅이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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