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
/혈룡전 3권 (54화)
2장 움직이는 암류 (3)/
“단! 한 가지 제안이 있습니다.”
그때, 곽지량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아, 아, 결코 거래나 그런 것이 아니라 일종의 부탁 같은 것이니 절대 오해하지 말구려.”
진운룡이 눈살을 찌푸리자 곽지량이 급히 손을 내저었다.
“말해 보시오.”
사실 진운룡 입장에서도 혈신대법의 배후에 대해 조사하려면 하오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어느 정도 선에서라면 그들을 도와줄 마음이 있었다.
그가 파렴치한 불한당이나 무뢰배도 아니고, 아무런 대가 없이 정보를 요구하기는 싫었기 때문이다.
진운룡이 그다지 거부감을 보이지 않자 곽지량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하하하! 역시 영웅은 화통하구려! 내 그럼 주저 않고 이야기 하겠소이다.”
곽지량이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 놓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본인도 잘 알겠지만, 진 공자가 아무리 초월적인 무공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음모와 모략이 난무하는 험난한 강호에서 지내려면 독불장군으로는 한계가 있소이다. 물론, 진 공자가 은거해서 속세를 등진다고 하면 상관없겠지만, 세상이라는 것이 결국엔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어우러져서 복잡하게 엮이게 되면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은 법이오.”
진운룡도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미 백오십 년 전에 혼자서는 자신의 여인 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음을 경험한 그였기에 결코 독불장군 행세를 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곽지량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니 그것을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진운룡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곽지량은 헛기침을 한 후 다시 이야기를 이었다.
“흠, 흠, 뭐 쓸데없는 이야기들은 각설하고, 우리 하오문에서는 본문을 위해 애써 주신 진 공자를 물심양면으로 도울 것이오. 문의 여력이 닿는 한 진 공자가 하는 일을 최대한 돕겠다는 말이오. 다만…….”
곽지량이 슬쩍 진운룡의 눈치를 봤다.
“진 공자에게 아주 작은 부탁이 하나 있소이다.”
곽지량의 입가에 은근한 미소가 걸렸다.
“우리 하오문의 제자 한 명을 데리고 다녀 주시구려!”
의외의 요구에 진운룡이 눈살을 찌푸렸다.
“구학이라는 아이인데 절대 무공을 가르쳐 달라든지, 쓸데없이 귀찮게 하지는 않을 것이오. 그저 옆에 데리고 다니면서 심부름이라도 시키든가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마음대로 하시구려. 똘똘한 아이니 부려 먹기도 좋아 절대 걸리적거리지는 않을 것이오!”
곽지량이 입에 침을 튀겨 가며 진운룡을 설득하려 애썼다.
진운룡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곽지량을 바라봤다.
그의 의도는 빤했다.
구학이라는 아이는 아마도 하오문에서 키우는 인재일 것이다.
진운룡과 함께 다니면서 구학이 한계를 깨고 성장하기를 바라는 것일 터였다.
진운룡에게 무언가를 직접 배우는 것이 아니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고수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무인들은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진운룡은 앞으로 강호에서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
그런 인물과 인맥을 만들어 놓는 것만으로도 구학은 물론 하오문에게는 큰 버팀목이 하나 생기는 것과 같았다.
곽지량이 노리는 것은 바로 그것일 터였다.
“구학 오라버니라면…….”
소은설이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오! 그래. 은설아. 너도 어렸을 적에 몇 번 봤지?”
곽지량이 이때다 하며 소은설을 부추겼다.
진운룡이 소은설과 특별한 관계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아! 그 망나니 같은 인간!”
순간, 곽지량의 안색이 시커멓게 변했다.
“흥! 기억하다마다요! 겨우 열네 살짜리가 어찌나 여자들을 찝쩍거리던지! 나한테도 만날 때 마다 치근덕대서 얼마나 치를 떨었는지 아세요? 아휴! 지금도 생각만 하면 그냥 확!”
이가 갈린다는 듯 소은설이 주먹을 치켜들었다.
진운룡이 재미있다는 듯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그간 제검문이라든지 황보세가라든지 기를 피지 못하고 있던 그녀였지만, 본래는 이렇듯 당찬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버지 소진태를 찾아서인지 다시 씩씩함을 되찾은 것 같았다.
진운룡의 시선을 느낀 소은설이 얼른 주먹을 내렸다.
“엇! 호호호, 제가 좀 흥분한 것 같네요. 어쨌든 절대 그 인간은 허락하면 안 돼요! 알았죠?”
소은설이 아직 흥분이 가시지 않은 얼굴로 진운룡에게 말했다.
“흠, 흠. 그, 그때는 단지 어린 나이에 호기심으로 그랬던 것뿐이야. 아직 철이 없던 때가 아니냐? 이, 이젠 많이 달라졌단다.”
곽지량이 식은땀을 흘리며 구학을 변호했다.
그때였다.
“하하하! 스승님, 찾으셨습니까? 기루까지 사람을 보내신 걸 보면 무척 중요한 일이신가 봅니다?”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스무 살 초반의 사내 하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곽지량의 인상이 구겨졌다.
“크흠! 왔느냐. 손님이 계시니 언행을 조심하거라.”
곽지량이 눈을 치켜뜨며 사내에게 눈치를 줬다.
사내는 바로 곽지량의 제자인 구학이었던 것이다.
“오! 손님들이 계셨군요? 어라? 이게 누구야? 왕방울 아니야? 이야! 못 보던 사이에 많이 예뻐졌구나! 이리 와 보거라. 얼마나 자랐나 확인도 해 볼 겸 오라버니와 포옹 한 번 진하게 하자꾸나!”
구학이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소은설에게 느끼한 미소를 날렸다.
“끄응…….”
곽지량이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다.
“아는 척 하지 마시지! 난 당신 같은 오라버니 둔 적 없거든!”
소은설이 두 눈에 쌍심지를 켜며 구학을 노려봤다.
“저런저런! 우리 이쁜 동생 이 오라비가 격하게 보고 싶었던 모양이구나? 쯧쯧, 말 안 해도 다 알아요. 그동안 내가 너무 무심했지? 앞으로 이 오라비가 너에게 따뜻한 영혼의 등불이 돼 줄게.”
소은설은 당장에 온몸이 닭살로 겹겹이 뒤덮일 것만 같았다.
따악!
“아악! 스, 스승님!”
참다못한 곽지량이 구학의 뒤통수를 냅다 휘갈겼다.
“이런 개망나니 같은 놈! 분위기 파악 하나 못하냐? 어휴! 우리 하오문이 어찌 되려고 정말! 인재라고 하나 있는 놈이 이 모양 이 꼴이냐! 앙? 내 오늘 사제지간이고 나발이고 이참에 다 끊고 그냥 내 손으로 네 녀석을 확 죽여 버릴란다!”
얼굴이 벌게진 곽지량이 복날 개 패듯 구학을 두드려 팼다.
“사, 사부님 살려 주십시오! 크악! 소, 소중한 제자 죽습니다요!”
“이놈이! 누가 소중한 제자란 말이냐! 응? 이 사부는 어떻게든 네놈을 사람 좀 만들어 보겠다고 제남까지 와서 애쓰고 있는데, 뭐? 수련은 고사하고 기루?”
퍼억! 퍽!
“아이고! 나 죽네!”
한동안 구타와 비명 소리가 이어졌다.
“문주의 제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겠소.”
그때였다.
갑작스런 진운룡의 이야기에 곽지량이 구타를 멈췄다.
“저, 정말이오? 진 공자!”
“내가 저 녀석을 어떻게 다루든 상관없겠소?”
진운룡이 씨익 웃으며 물었다.
“무, 물론! 상관없다마다요! 진 공자에게 이놈의 처분을 모두 맡길 테니 볶아 먹든 삶아 먹든 알아서 하시오!”
곽지량은 혹시라도 진운룡의 마음이 변할 새라 얼른 대답했다.
“뭐, 제법 재밌을 것 같구려.”
구학을 바라보는 진운룡의 입가에는 어쩐지 조금은 사악해 보이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무슨 말이에요! 절대 안 된다니까요!”
소은설이 펄쩍 뛰며 반대했다.
하지만 진운룡이 전음을 보내자 그녀의 표정이 변했다.
“쳇! 그럼 알아서 하세요.”
그녀의 얼굴에는 아직 불만이 채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으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더 이상 반대하지는 않았다.
“저…… 저를 맡기다니요?”
구학이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마도 곽지량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그의 눈은 곽지량과 진운룡을 흘끔거리고 있었다.
“인사 드리거라! 오늘부터 네놈의 생사여탈권을 가지게 될 진 공자니라. 앞으로 네놈은 진 공자가 죽으라면 죽고, 살라면 살고, 무조건 그의 말에 따르도록 해라!”
“에이! 사부님 농담도 잘하십니다. 어찌 이런 기생오라비 같은 도련님의 명에 따르라는 겁니까? 그래도 제가 명색이 하오문의 수제자 아닙니까?”
구학이 손사래를 치며 키득거렸다.
진운룡은 자신보다 나이도 어려 보였고, 몸도 여리여리한 것이 무공을 익힌 것 같지도 않았던 것이다.
이런 애송이에게 자신의 생사여탈권이 달려 있다니, 스승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 여긴 것이다.
퍽!
“아이고!”
즉시, 곽지량의 주먹이 날아왔다.
“그러니 평상시에 놀기만 하지 말고, 문의 일에도 좀 신경 좀 쓰고, 정보도 소홀히 하지 말란 말이다! 이 소협이 바로 옥기린 남궁 공자를 구한 장본인 진운룡 공자다!”
구학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눈만 꿈뻑거렸다.
사실 진운룡에 대해서는 아직 강호에 알려진 것이 별로 없었다.
동창 사건의 경우 대외적으로는 신웅의 이름만 알려진 상황이고, 남궁린의 구출에 대해서도 아직은 외부에 소문이 퍼져 나간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구파일방이나 명문세가들은 진운룡에 대한 정보를 접한 상태였다.
하오문은 이번 일에 직접 참여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진운룡에 대해 다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한데, 이 모자란 수제자 녀석은 남들만큼도 모르고 있으니, 곽지량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아이고 두야!”
곽지량이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오문의 수제자라는 놈이 이렇듯 정보에 어두워서야! 끄응…….”
잠시 구학을 노려보던 곽지량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다 너를 잘못 키운 내 잘못이지, 누굴 탓하겠느냐…….”
반쯤 포기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은 곽지량이 힘없이 말했다.
“어쨌든 진 공자는 네놈이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한 사람이니, 앞으로 충실한 종이 되어 그를 따르면서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배우도록 해라! 네놈에게는 정말 마지막 기회가 될 거다. 만일 이번에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그땐, 정말 네놈과 인연을 끊고, 하오문에서도 내칠 것이니 그런 줄 알아라!”
“사, 사부님!”
곽지량의 으름장에 구학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어쩐지 이번 사부의 말은 그냥 위협으로 하는 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진 공자. 이놈이 비록 하는 짓은 모자르고, 놀기를 좋아하지만, 심성은 결코 나쁜 녀석이 아니오. 진 공자라면 이놈을 잘 이끌어 주시리라 믿소. 아니, 아무래도 좋소. 그저 당분간 옆에 데리고만 있어 주시오. 혹여 이놈이 말썽을 부린다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내쫓아도 괜찮소! 그럼 나도 이 녀석을 없는 놈이라 치겠소! 내 대신 진 공자가 원하는 정보는 문의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라도 꼭 찾아 주겠소이다!”
곽지량의 모진 말속에서는 은연중에 제자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진운룡은 그를 보며 이미 우화등선한 자신의 스승 천우를 떠올렸다.
고아이던 자신을 거두어 키우고 무공까지 가르쳐 준 진운룡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바로 천우였다.
“알겠소. 문주의 제자는 내가 맡을 터이니, 천사교에 대해서 상세히 조사해 주시오.”
“고맙소! 내 하오문주의 직책을 걸고 최선을 다해 천사교의 모든 것을 알아내도록 하겠소!”
곽지량이 진운룡의 손을 덥석 잡으며 감사했다.
사실 진운룡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움을 받는 처지인 셈이라 과장된 곽지량의 행동이 조금은 어색했다.
하지만 어찌 보면 하오문 역시 진운룡이라는 존재는 놓칠 수 없는 패였다.
현재 하오문은 강호와 진운룡과의 유일한 연결고리나 마찬가지였고, 그로 인해 진운룡의 위상 상승은 곧 하오문의 위상 상승과도 연관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소은설이 존재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대체 은설이와 진 공자는 무슨 관계요?”
곽지량이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대체 무슨 이유로 진운룡 같은 인물이 소은설을 돕는다는 말인가.
누가 봐도 두 사람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절세 미남에다 십이천에 뒤지지 않는 무공을 가진 진운룡에 비하면 소은설은 그야말로 평범을 떠나 보잘것없는 존재였다.
물론, 소은설이 제법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나, 빼어난 미녀라고 보기는 어려웠고, 그럴듯한 가문이나,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능력이라 봐야 도둑질을 제법 잘한다는 것이 다였다.
무엇이 진운룡으로 하여금 그녀를 돕도록 했는지 도무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소진태도 자세한 사연을 알고 있지 못했기에 역시 궁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뭐여, 두 사람 그렇고 그런 사이인겨?”
그새 본래의 모습을 회복한 구학이 씨익 웃으며 눈을 흘겼다.
곽지량과 소진태의 얼굴에도 의구심이 일었다.
피식!
진운룡의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가 걸렸다.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라고만 해 두지요. 앞으로도 나와 연결되려면 이 아이를 통해서 해 주시오.”
갑작스런 말에 소은설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무, 무슨 소리예요. 사람들이 오해한다구요!”
“뭘? 내가 거짓말이라도 했나?”
소은설은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
사실 진운룡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소은설의 피 때문에 진운룡은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상황이니까.
물론, 곽지량이나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관계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렇다고 사실대로 진운룡이 자신의 피를 마셔야 된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
진운룡과 소은설을 바라보는 모두의 눈빛이 더욱 묘해졌다.
“크흠, 좋을 때구만.”
곽지량이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기야 두 사람이 연인 사이가 아니고선 소은설을 돕는 이유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진운룡 같은 이가 소은설을 좋아한다는 사실이 조금 의외이긴 했으나, 세상을 살다 보면 한 쌍의 정인들 중 어느 한쪽이 기울어지는 경우도 제법 많았다.
“아니…….”
뭐라 반박하려던 소은설이 답답한 듯 말을 멈추고 진운룡을 힐끔 쳐다봤다.
하지만 진운룡은 전혀 설명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
곽지량이 묘한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평상시에는 무뚝뚝하고 냉정한 진운룡이 소은설을 상대할 때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흠, 앞으로 저 아이를 신경 써야겠어…….“
곽지량은 진운룡을 움직이려면 소은설을 구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허,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더니……. 우리 꼬맹이가 벌써 연애를 하네?”
그때, 구학이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넌 닥치고 있어!”
여전히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제자에게 곽지량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찔끔하고 구석으로 도망치는 구학을 잠시 노려본 곽지량이 진운룡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다시 한 번 저 못난 녀석을 부탁드리겠소. 천사교에 대한 정보는 일단 오 일 후에 먼저 보내 드리고,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가 입수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소.”
곽지량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진운룡 일행은 풀이 죽은 구학을 대리고 황보세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