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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전-61화 (61/150)

# 61

/혈룡전 3권 (61화)

4장 습격 (4)/

촤아아악!

순간, 복면인 둘이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쇠붙이처럼 하륜에게로 딸려 갔다.

“어어!”

놀란 복면인들이 버티려 했지만, 강력한 인력(引力)을 이겨 내지 못하고 주르륵 끌려갔다.

터억!

두 복면인의 머리가 하륜의 양손에 잡혔다.

“끄으으윽!”

동시에 비명과 함께 두 복면인의 칠공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촤아아아악!

놀랍게도 두 복면인에게서 뿜어져 나온 핏줄기가 하륜의 왼쪽 가슴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 저것은?”

황보영천이 눈을 부릅떴다.

피를 흡수하는 것은 방염의 장원에서 만났던 괴인이 사용하던 수법이었다.

‘동창과 그 괴인이 관계가 있단 말인가!‘

우우우우웅!

그때, 목내이처럼 변한 두 복면인을 바닥으로 내팽개친 하륜의 몸에서 소름끼치도록 차가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쩌어어어억!

곧이어 그를 중심으로 배가 얼어붙기 시작했다.

남궁린이 굳은 얼굴로 하륜을 노려봤다.

빙한(氷寒) 계열의 마공을 익힌 듯했는데, 그 위력이 화경 초입에 이른 남궁린조차 압력을 느낄 정도였다.

복면인과 다른 창위들마저 싸움을 멈추고 하륜을 피해 멀찌감치 물러섰다.

“가소로운 애송이 놈들! 한꺼번에 죽여 주마!”

하륜이 남궁린을 비롯한 황보형제들과 적산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쩌저저적!

악귀의 얼굴을 한 하륜이 천천히 앞으로 손을 뻗자 빙판(氷板)에 금이 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허공에 얼음 결정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처음 작은 알갱이 같던 얼음 결정들이 점점 커져 창날처럼 날카롭게 변했다.

수십 개의 얼음 창들이 태양빛을 이리저리 산란시키는 모습은 그 치명적인 위험과는 모순되게도 무척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보였다.

쉬쉬쉬쉬쉭!

하륜의 두 눈에서 혈광이 뿜어져 나옴과 동시에 악마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얼음 창들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갔다.

콰콰콰콰쾅!

얼음 창은 적아를 가리지 않고 주변을 초토화 시켰다.

하륜 주위에 있던 복면인들은 비명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얼음 창의 제물이 되었다.

배는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물이 차오르고 있었다.

황보형제와 남궁린 적산 역시 얼음 창의 공격을 받았다.

“크윽!”

검으로 얼음 창을 막아 낸 적산이 그 여력을 이겨 내지 못하고 주르륵 뒤로 밀려났다.

황보 형제는 내상을 입었는지 창백한 얼굴로 휘청거리고 있었다.

“으음…….”

검으로 얼음 창을 튕겨 낸 남궁린 역시 손을 저릿하게 만드는 강력한 충격에 신음을 흘렸다.

이제까지 상대했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공력만 따진다면 십이천에 결코 뒤지지 않을 정도로.

이대로라면 필패였다.

“이런!”

순간, 남궁린을 비롯한 일행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륜 주변 허공에 그 숫자가 첫 번째의 두 배나 되는 얼음 창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남궁린과 적산은 그런대로 버틸 수 있을지 모르나, 황보 형제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바로 그때였다.

츠츠츠츠츳!

콰콰콰쾅!

열 줄기 빛나는 은선(銀線)이 날아와 하륜을 강타했다.

동시에 백여 개가 넘던 얼음 창들이 공기 중으로 증발해 버렸다.

*   *   *

“후후후! 드디어 움직였구나!”

하륜이 비릿한 미소를 띤 채 갑판을 노려봤다.

그곳에는 어느새 진운룡이 팔짱을 낀 모습으로 서 있었다.

하륜이 피의 권능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즉시 몸을 날린 것이다.

“주군!”

적산이 이를 드러내며 진운룡을 반겼다.

남궁린은 눈을 빛내며 진운룡과 하륜을 번갈아 바라봤다.

과연 진운룡이 하륜을 어떻게 상대할지 궁금했던 것이다.

소문으로 들었던 진운룡의 무위를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혈신대법을 알고 있구나.”

그때, 진운룡의 입술이 무겁게 열렸다.

또다시 혈신대법의 흔적이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방염과 오 사령이라는 자와 동창이 어떤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륜이 놀란 눈으로 진운룡을 바라봤다.

“네놈이 어찌!”

강호에서 혈신대법을 알아보는 자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피의 권능을 직접적으로 노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방염과는 어떤 관계인가.”

하륜이 눈살을 찌푸렸다.

“방염?”

방염이라면 며칠 전 남궁린을 비롯한 무림인 납치 사건의 범인으로 드러난 자.

황보세가에서 그날 벌어졌던 일에 대해 워낙에 쉬쉬하고 있는 상태라 아직까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흥! 그딴 염상 나부랭이를 내가 알아야 하나?”

진운룡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하륜의 표정을 보면 결코 거짓은 아니었다.

두 사람이 아무런 관련이 없다면 더욱 복잡했다.

혈신대법과 관계있는 세력이 최소한 둘 이상이라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아니면 두 세력의 뒤에 더 큰 암중세력이 있을 수도 있었다.

어찌 되었든 진실을 알아내려면, 일단은 하륜을 제압해서 혈신대법을 알려 준 자들에 대해 밝혀내는 것이 먼저였다.

“어디, 네놈이 소문만큼 대단한 실력을 가졌는지 볼까?”

다시 백여 개의 얼음 창이 모습을 드러냈다.

순간, 진운룡이 달아나듯 호수로 뛰어들었다.

자칫 다른 이들이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놈! 어림없다!”

진운룡이 달아나자 여긴 하륜이 얼음 창들을 허공에 띄운 채 재빨리 그 뒤를 쫓았다.

놀랍게도 두 사람은 물 위를 평지처럼 달렸다.

백여 개의 얼음 창을 거느리고 진운룡을 쫓는 하륜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가 발을 내딛는 곳곳 마다 물이 얼어붙어 마치 얼음으로 된 길이 하륜 앞에 스스로 생겨나는 듯 보였다.

호수 한가운데 다다른 진운룡이 움직임을 멈추고 돌아섰다.

“후후, 나를 유인한 것인가? 다른 놈들을 살리려고? 그렇다면 큰 착각을 하고 있군. 어차피 네놈을 죽이고 나머지 놈들도 전부 고통스럽게 죽일 테니 말이야.”

하륜의 혈안(血眼)이 뱀의 그것처럼 번들거리며 진운룡을 훑었다.

“우선은 네놈부터!”

피피피피핑!

백여 개의 얼음 창들이 진운룡을 한 사람을 향해 쏘아졌다.

마치 한 점을 향해 수렴(收斂)하는 은빛 선들의 무리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자신을 도륙하기 위해 달려드는 얼음 창들을 지켜보는 진운룡의 눈빛은 너무나도 담담했다.

콰콰콰콰쾅!

강력한 폭발과 함께 얼음 창들이 진운룡을 직격했다.

수증기가 피어오르고 차가운 냉기가 주변을 덮쳤다.

진운룡이 있던 자리를 중심으로 반경 삼 장 범위의 호수 표면이 빙판으로 변해 버렸다.

“저런! 어리석은!”

진운룡의 무모함에 남궁린이 인상이 구겨졌다.

이미 얼음 창의 위력을 경험해 본 그였기에, 백여 개의 얼음 창을 피하지 않고 받아 내려는 진운룡의 행동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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