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
/혈룡전 4권 (79화)
1장 과거 (4)/
파파파파파파파팟!
열 가닥의 지풍이 홍혜란과 남궁린을 향해 쏘아졌다.
“흥! 어림없다!”
하지만 홍무생과 당요가 그 앞을 가로막았다.
콰콰콰콰쾅!
“크읍!”
홍무생과 당요가 뒤로 한 걸음씩 밀려났다.
처음 당요가 맞닥뜨렸던 지풍과는 그 위력이 하늘과 땅 차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두 십이천은 결국 홍혜란에게 향하는 진운룡의 공격을 막아 냈다.
그사이 홍혜란과 남궁린은 소은설을 끌고 공터를 빠져나가고 있었다.
“비켜라!!”
진운룡의 얼굴에 짜증이 어렸다.
아무리 진운룡이라 해도 십이천 둘을 단숨에 제압할 수는 없었다. 홍무생과 당요가 발목을 잡는다면 자칫 소은설을 놓칠 수 있었다.
“어림없는 소리! 결코 네놈을 이대로 보내지 않겠다!”
당요가 이를 악물며 남은 공력을 끌어 올렸다.
“저들을 쫓으려면 먼저 우릴 죽이고 가거라!”
홍무생 역시 비장한 얼굴로 강룡십팔장의 출수 자세를 잡았다.
“정녕 끝까지 나를 방해하겠단 말인가?”
진운룡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주군, 내가 놈들을 쫓겠소!”
적산이 앞으로 나섰다.
“놈들과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은 지금의 너로서는 역부족이니 상대하지 말고 어디로 가는지만 파악하라.”
“알겠소.”
읍을 한 적산이 몸을 날렸다.
“어딜!”
홍무생이 급히 적산을 향해 장력을 쳐 냈다.
콰앙!
하지만 진운룡이 쏘아 낸 한 줄기 지풍에 의해 허무하게 사라져 버렸다.
홍무생은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적산 정도는 남궁린이나 홍혜란 두 사람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자신과 당요가 진운룡만 어느 정도 붙잡아 놓을 수 있다면 그들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다.
“흥! 어디 덤벼 보거라!”
홍무생이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
씨익!
진운룡의 입가에 조소가 일었다.
‘그래. 세상이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면 그 세상을 부숴 버리면 그만이지!’
세상의 비유를 맞추고 계산하고 눈치를 보는 것은 그의 방식이 아니었다.
대체 뭐가 아쉬워 고개를 숙이고 이해시키려 애써야 하는가. 어차피 강호는 힘이 곧 정의요, 법이었다.
“날 원망하지 말라!”
지이이이이잉!
사자후와 함께 진운룡으로부터 거대한 기파가 뿜어져 나왔다. 그동안과는 판이한 압도적인 기운에 두 십이천은 숨이 턱 막혀 옴을 느꼈다.
“이, 이럴 수가!”
“대, 대체……!”
강호 제일이라 일컬어지는 두 사람조차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로 진운룡의 기세는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최소한 홍혜란과 남궁린등이 피할 시간을 벌어야 했다.
“이익!”
당요가 이를 악물었다.
홍무생 역시 눈을 부릅뜬 채 두 다리에 힘을 줬다.
스슥!
순간 진운룡의 신형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놈!”
“하앗!”
홍무생과 당요가 기합성을 토해 내며 전면을 향해 마구 장력을 발출했다.
진운룡이 어느새 그들의 코앞까지 쇄도해 온 것이다.
콰콰콰콰콰쾅!
장력이 진운룡을 때리며 연달아 폭음이 터졌다.
하나하나 강력한 강기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발출해 낸 장력은 진운룡의 호신강기를 뚫지 못하고 모조리 튕겨 나갔다.
오히려 그 반탄력에 두 사람은 뒤로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로 십이천이라는 허명에 눈이 멀고 귀가 닫혔구나!’
진운룡의 눈동자에 노란 광채가 더욱 짙어졌다.
동시에 그가 양손을 벼락처럼 앞으로 뻗었다.
우르르릉!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굉음과 함께 그의 양손에서 황금빛 광화(光花)가 피어났다.
번쩍!
황금빛 광채를 내는 두 송이 꽃이 각각 홍무생과 당요를 덮쳤다.
“빌어먹을!”
“우웃!”
얼핏 보기에도 심상치 않은 광화(光花)에 홍무생과 당요는 급히 그들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초식을 발출해 냈다.
콰르릉!
쉬아아아아악!
강룡십팔장과 만천화우가 진운룡의 광화와 부딪혔다.
번쩍!
소리는 들리지 않고 눈이 멀 것 같은 빛의 폭발이 먼저 일어났다.
슈우우욱!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빛을 향해 빨려 들어갔다.
콰아아아앙!
빨려 들어갔던 공기가 터져 나오며 거대한 폭발이 공터를 휩쓸었다.
“크읍!”
“으윽!”
폭발에 휩쓸린 홍무생과 당요가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두 사람의 입에서 핏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보아 내상을 입은 듯했다.
그들 앞에 진운룡이 오연한 모습으로 내려섰다.
“겨우 그 정도 능력으로 나를 막겠다? 내가 광오하다 했는가. 내 눈에는 그대들이야말로 어리석고 광오하구나.”
진운룡의 비웃음에 홍무생과 당요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진운룡의 강함은 그들이 어찌할 수준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이미 현경을 넘어선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공자 앞에서 문자를 쓰고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은 꼴이었다.
‘그렇다면 정말 반로환동의 고수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군……. 어떻게 그런 일이……!’
홍무생은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기야 누가 반로환동의 고수가 실제 할 것이라 짐작이나 했겠는가.
“이 정도면 그대들도 깨달은 것이 있을 터. 더는 나를 막지 말라!”
진운룡은 남궁린과 홍혜란이 사라진 숲을 향해 몸을 돌렸다.
“크윽! 안 돼!”
그때, 당요가 몸을 날려 진운룡의 앞을 막아섰다.
“차라리 날 죽이고 가라!”
파파파파팡!
당요가 녹색 광망이 어린 장력을 쏘아 냈다.
그의 최후의 절기인 독강(毒强)이었다.
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선천지기까지 끌어 올린 마지막 공격이었다.
진운룡의 눈썹이 꿈틀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사정을 봐주어 살초는 쓰지 않은 그였다.
한데 그것도 모르고 끝까지 자신의 길을 막으려 하는 그들의 행태가 너무도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지이이잉!
진운룡의 오른손에 어느새 한 자루 검이 들려 있었다.
“머, 멈추게!”
심상치 않은 진운룡의 모습에 홍무생이 급히 당요를 말렸으나 그때는 이미 은빛 선이 당요를 관통하고 있었다.
당요가 발출해 낸 독강은 어느새 먼지처럼 흩어져 버린 후였다.
단 일 검이었다.
진운룡의 일 검이 당요의 독강을 소멸시키고 그의 몸을 꿰뚫어 버린 것이다.
검은 당요의 단전에 박혀 있었다.
“커억!”
진운룡이 검을 거두자 피를 한 사발 토해 내며 당요가 무너져 내렸다.
“이놈!”
분노한 홍무생이 진운룡에게 달려들었다.
번쩍!
동시에 은빛 섬광이 홍무생의 오른쪽 어깨를 가르고 지나갔다.
“크악!”
어깨부터 잘려 나간 홍무생의 오른팔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퍼억!
동시에 진운룡의 무릅이 홍무생의 명치에 틀어박혔다.
“끄으…….”
입에 거품을 물며 홍무생이 바닥으로 엎어졌다.
진운룡의 두 눈에서 사늘한 한기가 일었다.
이 두 사람 때문에 너무 오랜 시간을 지체했다.
이 정도라면 이미 홍혜란과 남궁린은 숲을 벗어났을 것이다.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면 지금보다 감각을 몇 배로 끌어 올려야 했다.
“너희 놈들이 저지른 일이니 그 대가를 치루어라.”
진운룡이 두 팔을 뻗음과 동시에 홍무생과 당요가 마치 자석에 끌리는 쇳가루처럼 힘없이 딸려 왔다.
진운룡의 양손이 그 두 사람의 목을 잡았다.
“크윽!”
“우욱!”
이미 반죽음 상태인 두 사람이 괴로운 듯 신음을 흘렸다.
구우우우웅!
진운룡의 두 눈이 점점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동시에 두 사람의 상처로 부터 핏줄기가 뿜어져 나와 진운룡의 두 손으로 흡수되었다.
“끄으으으…….”
두 사람의 몸이 경련했다.
피를 흡수한 진운룡이 두 사람을 바닥에 팽개쳤다.
머릿속에서 광기가 치밀어 올랐다.
인간의 피를 흡수하면 늘 생기는 일이다.
소은설의 피만이 오로지 그 광기를 사그라뜨린다.
진운룡은 혈신대법을 통해 얻게 된 피의 권능을 이용해 그대로 감각을 올렸다.
피를 흡수하면 그의 감각은 인간을 초월하게 된다.
일전에 신웅의 피를 이용해 사용했던 그 방법이었다.
우우우우웅!
강력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진운룡의 온몸에서 핏줄이 불거져 나오고, 그의 얼굴이 마치 악귀처럼 변했다.
“크윽! 지, 진정 마공을…….”
홍무생이 팔이 떨어져 나간 자신의 오른쪽 어깨를 부여잡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진운룡은 그에 개의치 않고 홍혜란과 남궁린의 흔적을 찾았다.
그의 의식이 미치는 범위가 점점 넓어졌다.
백 장, 이백 장, 삼백 장……….
“있군!”
진운룡의 두 눈이 빛났다.
놀랍게도 아직 그들은 숲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다.
물론, 오백 장이 넘는 꽤 먼 거리였지만, 그동안의 시간을 생각하면 의아한 일이었다.
하지만 진운룡에게는 다행이었다.
“이, 이놈! 아이들은 건들지 마라…….”
진운룡이 차가운 얼굴로 홍무생과 당요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마공이라 했나? 네놈들 눈으로 직접 확인하도록 해 주마.”
타타탁!
진운룡이 홍무생과 당요의 혈도를 집었다.
출혈을 멈추는 동시에 그들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양팔에 낀 채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