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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룡전-136화 (136/150)

# 136

/혈룡전 6권 (136화)

3장 도중문 (4)/

쾅! 콰쾅!

막충의 권강이 빛무리와 부딪히며 폭발했다.

하지만 폭발은 빛무리 바깥쪽에서만 이루어졌다.

빛무리 안쪽은 전혀 다른 세상인 듯 고요하기만 했다.

척위강의 쌍검 또한 비슷했다.

두 자루의 검은 진운룡의 옆구리 부근 허공에서 무언가에 가로막힌 듯 전진하지 못했다.

빛무리를 뚫지 못한 것이다.

“이런 괴물 같은 놈!”

부단주들은 경악했다.

소문은 들었으나, 설마 진운룡의 무위가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자를 이대로 보내게 되면 황사께서 위험하다!’

부상이 완쾌되지 않은 도중문은 결코 진운룡을 이길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막아야 한다!”

네 부단주가 결연한 표정으로 눈길을 교환했다.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도중문이 대법을 완성할 때까지 진운룡을 막아내야 했다.

그렇지 못한다면 새로운 세상도, 그들이 받게 될 영생도, 모두 끝이다.

“피의 권능을!”

양대방이 소리쳤다.

나머지 세 부단주가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피를 흡수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피의 권능을 사용하면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스스로의 생명을 태워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진운룡을 막아야 했다.

네 부단주의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그들의 두 눈에서 핏물이 흘러나왔다.

스스로의 생명을 태워 피의 권능을 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신체가 변모하기 시작했다.

근육이 꿈틀대며 부풀어 오르고, 입은 양옆으로 길게 찢어졌다.

두 눈은 핏빛으로 가득했고, 온몸에는 검붉은 핏줄이 불거져 나왔다.

몇 배로 강해진 기세에 한 걸음 뒤로 물러선 진운룡이 검을 뽑았다.

네 사람의 무시무시한 모습에도 진운룡의 표정은 여전히 여유로웠다.

“절대 이곳을 지나가지 못한다!”

양대방이 포효하며 거치도로 바닥을 내리쳤다.

쩌저저적!

동시에 바닥이 갈라진 틈새를 따라 무려 이 장 높이에 이르는 도강의 파도가 일직선으로 진운룡에게 쏘아졌다.

“하압!”

척위강과 막충이 그에 맞춰 거대해진 몸으로 육탄 공세를 감행했다.

진운룡은 주저하지 않고 양대방이 날린 도강의 파도 한가운데로 뛰어들었다.

촤아아악!

배가 물살을 가르듯 진운룡의 검이 도강의 파도를 좌우로 가르고 앞으로 뻗어 나갔다.

“으아압!”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기합을 터뜨린 양대방이 달려드는 진운룡을 향해 거치도를 내리쳤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것이라도 양단해 버릴 듯 무겁게 떨어져 내리던 거치도를, 진운룡은 손목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가볍게 튕겨냈다.

쩌어엉!

양대방이 그 반발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로 두 걸음 밀려났다.

그때, 진운룡의 배후로 막충과 척위강이 덮쳐왔다.

“헛!”

“이런!”

하지만 어느새 진운룡의 신형은 연기처럼 사라진 뒤였다.

목표를 놓친 두 사람이 헛바람을 들이켰다.

어느새 진운룡은 두 사람의 배후를 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확인도 하지 않고 즉시 좌우로 몸을 꺾었다.

슈가각!

그 사이를 눈부신 빛줄기가 관통하고 지나갔다.

빛줄기가 긁고 간 바닥은 지하까지 깊게 갈라졌다.

간신히 피한 두 사람의 양쪽 어깨에는 핏물이 배어 있었다.

빛줄기에 닿지 않았음에도 살갗이 벗겨진 것이다.

“강기도 아니고, 대체…….”

두 사람이 경악한 얼굴로 몸을 날릴 때, 이미 진운룡은 양대방 앞에 나타나 있었다.

파슷!

진운룡의 검이 횡으로 공간을 갈랐다.

강기를 두껍게 두른 거치도로 전면을 막고 있던 양대방은 그도 모자라 최대한 몸을 뒤로 날렸다.

꽈아앙!

마치 대기가 일그러지는 듯한 폭음이 터지며 양대방의 몸이 실 끊어진 연처럼 뒤로 튕겨 날아갔다.

“쿨럭!”

창고의 벽을 부수며 십여 장을 날아간 양대방이 지하 통로 앞에 처박힌 채 입에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진운룡이 지하 입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아직이다!”

순간, 육진관이 언월도를 휘두르며 진운룡을 가로막았다.

구 척에 달하던 키가 십일 척은 넘게 커져 있고, 덩치 역시 그에 비례해 거대하게 불어나 있었다.

횡으로 베어진 언월도가 진운룡의 신형을 위아래로 양단했다.

슈아아악!

육진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손에 걸리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양단된 것은 단지 진운룡의 허상이었던 것이다.

온 힘을 다해 휘두른 언월도의 궤적 위로 흐릿한 잔영이 보인다 싶은 순간.

“크윽!”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막대한 무게감에 육진관의 언월도가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악!

어느새 진운룡이 언월도 끝을 밟고 서 있었던 것이다.

언월도가 대리석 바닥과 부딪히며 불똥을 일으켰다.

“우웁!”

육진관이 급히 언월도를 빼내려 했지만 두 팔은 요지부동이었다.

쉬이이익!

그때 진운룡의 검이 긴 호선을 그렸다.

인간이 만들어 냈다고 하기엔 믿기 힘들 정도로 완벽하고 아름다운 빛의 곡선은 보는 이를 황홀하게 했다.

하지만 육진관에게 그것은 공포와 절망의 사선(死線)이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로 육진관이 급히 언월도를 놓은 채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완벽히 피해내기에는 그 속도가 너무도 빨랐다.

츠카악!

“크아아악!”

육진관의 두 팔이 팔꿈치부터 잘린 채 피를 뿌렸다.

“이, 이노옴!”

막충과 척위강이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그에 맞춰 진운룡의 몸이 부드럽게 회전했다.

회전과 함께 한 줄기 눈부신 빛의 원반이 두 사람을 덮쳤다.

“우와아아악!”

“하아아압!”

두 사람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공력을 끌어내 주먹과 두 자루의 검에 집중했다.

막충과 척위강을 중심으로 거대한 기(氣)의 막이 겹겹이 중첩되었다.

진운룡이 만들어 낸 빛 원반과 강기의 막이 충돌했다.

쩌저적!

십여 겹으로 중첩된 강기의 막이 삽시간에 깨져 나갔다.

빛 원반은 강기의 막을 부수고도 여력이 남아 막충과 척위강을 뒤로 날려 버렸다.

두 사람은 동시에 입에서 피를 뿜어내며 십 장 가까이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척위강의 두 자루 검은 조각조각 터져 나가 그 자루만 남은 상태였고, 막충의 두 팔은 마치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그들은 공포와 절망, 무력감을 동시에 느꼈다.

상대는 그야말로 괴물이었다.

혈신대법을 통해 강력한 힘과 육신을 손에 넣은 이후로 이토록 절망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아니, 자신들이 누군가에게 이토록 일방적으로 무너지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못했다.

자신들의 스승이자 황사인 도중문을 제외하고는 중원 땅에서 그들이 겁낼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겼다.

한데 지금 그들의 앞에 그런 존재가 나타난 것이다.

‘황사라 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다!’

망우와 황사의 대결을 보았을 때도 이런 위압감은 없었다.

망우의 실력이 예상보다 뛰어나 도중문에게 상당한 부상을 입히기는 했으나, 결코 그에게 두려움을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진운룡은 공포, 그 자체였다.

진운룡의 표정과 기도는 물론 호흡에 이르기까지, 그들을 빈사지경으로 만들기까지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시종일관 아무런 감정도 담겨 있지 않은 진운룡의 표정이 그들에게는 더욱 소름끼치도록 두려움을 줬다.

네 사람이 진운룡의 손에 쓰러지자, 적산과 호각의 대결을 벌이고 있던 야오량 역시 손발이 어지러워졌다.

“크악!”

결국 적산의 도가 야오량의 가슴에 대각으로 제법 깊은 상흔을 만들었다.

쩍 벌어진 상처에서 피를 뿜어내며 야오량이 휘청거리는 순간, 적산의 도가 그의 목을 잘랐다.

서걱!

허공으로 떠오른 야오량의 머리통이 무척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적산의 모습을 잠시 지켜본 진운룡이 지하 입구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 이놈!”

양대방이 휘청대며 진운룡의 앞을 막아섰으나, 제대로 서 있기조차 쉽지 않아 보였다.

진운룡이 마지막 정리를 하기 위해 천천히 검을 들었다.

양대방과 두 손목이 잘린 채 쓰러진 육진관이 절망적인 눈빛으로 진운룡의 검을 바라봤다.

쿠우우우우웅!

그때였다.

굉음과 함께 갑자기 향화루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진동했다.

동시에 쓰러져 있던 네 부단주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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