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0
/혈룡전 6권 (150화)
7장 결(結)/
이비묘(二妃墓).
순임금의 두 비가 묻혔다는 장소.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전설이 진운룡의 마음에 깊이 와 닿았다.
제갈여령이 죽었을 때, 자신도 할 수만 있다면 그 뒤를 따르고 싶었다.
어차피 세상에 대한 미련도 없었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죽을 수 없는 몸이었다.
결국 그가 택할 수 있었던 것은 둘 중 하나, 복수와 혈귀곡에 잠드는 것.
제갈여령이 원한 것은 후자였고, 그는 그녀의 말을 따랐다. 그대로 석상이 되어 혈귀곡에 잠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운명처럼 다시 깨어나게 되었고, 자신을 깨운 존재는 바로 다시 세상으로 끌려 온 제갈여령이었다.
모든 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공교로웠고, 누군가 일부러 짜 맞춘 듯했다.
진운룡의 시선이 소은설을 향했다.
그녀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빈 허공에 누워 있었다.
“결국 네가 최종 자격을 얻었구나.”
소은설로부터 열 걸음 정도 뒤에 곽지량이 뒷짐을 진 채 서 있었다.
그는 마치 예상했다는 듯 흐뭇한 얼굴로 진운룡을 바라봤다.
“그래, 내가 지켜본 바로도 다른 아이들은 애초에 그릇이 너무 작았다. 반면 너는 이미 깨달음을 얻은 자. 너라면 진정으로 새로운 인류의 시조(始祖)에 걸맞는 사람이지.”
“너의 계획 따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다.”
진운룡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진운룡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곽지량은 자기 할 말만 했다.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오늘 너는 새롭게 태어나게 될 것이다. 이 아이의 혼을 제물로!”
곽지량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자, 소은설 위쪽의 허공에 붉은 섬광이 일었다.
섬광 속에서 한 자루 검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홍옥처럼 붉게 타오르는 불꽃의 검이었다.
그 검 끝과 일직선에 소은설의 왼쪽 가슴이 위치했다.
맨살을 그대로 드러낸 그녀의 봉긋한 가슴은 위아래로 천천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그때, 불의 검이 천천히 아래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대로 내려가면 검은 그녀의 심장을 관통하게 될 것이다.
“멈춰라!”
진운룡이 급히 양손을 펼쳐냈다.
열 줄기의 지풍이 불의 검을 향해 쏘아졌다.
하지만 지풍들은 미처 검에 닿기도 전에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부딪힌 듯 뒤로 튕겨졌다.
터터터텅!
가죽 부대를 때리는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진운룡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가 발출해낸 지풍은 어지간한 강기보다도 몇 배는 강력한 관통력을 지니고 있었다.
한데 곽지량이 펼친 무형의 장막이 진운룡의 지풍을 너무도 쉽게 튕겨낸 것이다.
곽지량이 강하다는 사실은 짐작했지만, 그 힘이 예상했던 것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다.
불의 검은 느린 속도로 천천히 계속 소은설의 심장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그 주위 허공으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명멸했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문자들이 거대한 나선을 그리며 불의 검에 빨려들어 갔다.
이대로 간다면 검은 소은설의 심장을 관통하고, 그녀는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여령!’
진운룡의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었다.
이미 한 번 아무것도 못해보고 보내야 했던 그녀다.
다시 그녀를 무기력하게 잃을 수는 없었다.
우우우우우웅!
진운룡이 피의 권능을 끌어올렸다.
피를 흡수하지 않고 억지로 끌어올린 탓에 그의 머릿속에 잠재해 있던 마성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꿈틀댄다.
우드득!
그의 육신이 변화했다.
핏줄이 불거지고 뼈마디가 부서지며 다시 재조립됐다.
그의 얼굴은 지옥의 악귀처럼 음산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검을 꺼내든 진운룡이 천천히 오른손을 앞으로 밀어냈다.
붉은 광채가 검 끝에 구슬처럼 맺혔다.
광구를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졌다.
강력한 흡인력이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순식간에 그 크기를 불린 광구가 아이 머리통만 한 크기로 자랐을 때, 진운룡의 오른팔이 전면을 향해 곧게 펴졌다.
순간 광구가 하나의 광선(光線)으로 화했다.
남궁진천이 쏘아냈던 핏빛 빛줄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눈부신 빛줄기가 전면을 향해 폭주했다.
예전에 진운룡이 무너져 막혀 버린 지하 통로를 송두리째 녹여 버린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던 그 일수(一手)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콰콰콰콰콰!
마치 거대한 폭포가 쏟아지듯 굉음이 대숲을 진동시켰다.
빛줄기가 곽지량이 펼친 장막과 부딪혔다.
고오오오!
인간의 청력을 넘어선 파공음에 주변의 모든 소리가 소멸됐다.
빛줄기와 장막이 맞닿은 곳이 거대하게 출렁였다.
당장에라도 빛줄기가 장막을 뚫어버릴 듯 거세게 파고들었다.
곽지량의 눈썹이 꿈틀했다.
“의미 없는 저항이니라!”
동시에 장막이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금방이라도 뚫릴 것처럼 위태롭던 장막이 다시 빛줄기를 밀어냈다.
하지만 진운룡은 멈추지 않고 더욱 힘을 끌어올렸다.
빛줄기의 폭이 절반으로 줄었다.
그만큼 타격점이 줄어들어 관통력은 배가 되었다.
압축된 빛줄기에 강화된 장막도 점점 위태로워졌다.
“어리석은 놈!”
곽지량의 얼굴에 노기가 어렸다.
그가 두 손을 들어올렸다.
끝을 알 수 없는 기운의 파도가 해일처럼 주변을 집어삼켰다.
곽지량이 뿜어낸 거대한 기운이 진운룡의 온몸을 꽁꽁 옭아매고 사슬처럼 조여왔다.
진운룡의 진기가 벽이라도 만난 듯 단절되었고, 빛줄기 또한 사라졌다.
곽지량이 펼친 것은 일종의 심검으로, 그의 의지가 주변 공간을 장악하는 순간 그 안에 갇힌 모든 것은 곽지량의 뜻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나는 이미 신의 경지에 오른 존재! 네가 아무리 깨달음을 얻고 등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는 하나, 나에게는 역부족이다. 저항을 그만 두고 너의 소명을 받아들이거라!”
“으으으으!”
진운룡이 신음을 토해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이대로라면 소은설―제갈여령을 다시 잃게 된다.
‘안 돼!’
진운룡의 두 눈에 혈기가 더욱 짙어졌다.
구우우우웅!
쥐어짜낸 진기가 곽지량이 만들어 낸 의지의 벽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직도 역부족이다.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다.
남은 것은 오직 하나!
그를 잡아먹을 듯 몸을 불리고 있는 광기.
그것만이 지금 그의 힘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러나 그것을 위해서는 그동안 억제하던 광기를 해방시켜야 했다.
자칫 진운룡의 의식이 광기에 잠식될 가능성이 컸다.
아니, 억지로 피의 권능을 끌어올린 지금은 그 가능성이 구 할을 넘어선다.
진운룡이 이를 악물었다.
‘어떠한 희생이 있더라도 그녀를 잃을 순 없다!’
진운룡은 억눌렀던 광기를 그대로 풀어버렸다.
잔뜩 억눌려 있던 광기가 폭풍처럼 머릿속을 헤집었다.
“어리석은 놈! 뭐하는 짓이냐! 이대로 가면 마성에 잠식되고 만다!”
곽지량이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대법이 성공해도 진운룡이 마성에 잠식당하면 의미가 없다.
그저 스스로의 의지가 없는 악귀 하나를 만들어 낼 뿐이다.
그것은 결코 그가 원하는 바가 아니었다.
“정신차려라!”
하지만 이미 진운룡의 상태는 돌이킬 수 없었다.
광기는 그의 의식을 잠식하고 온몸을 휘몰아치고 있었다.
쩌저저적!
진운룡을 둘러싸고 있던 곽지량의 의지에 금이 갔다.
“이, 이런!”
곽지량이 눈에 띄게 당황한 모습으로 급히 공력을 끌어올렸다.
진운룡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전혀 달라져 있었다.
전의 진운룡이 반신의 경지에 올라 있었다면, 현재의 진운룡은 신에 필적하는 힘이 느껴진다.
그것은 마치 현세에 강림한 마신을 보는 듯했다.
의지의 장막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이대로라면 대법의 실패가 문제가 아니었다.
광기에 폭주하는 진운룡은 그조차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존재였다.
투투투툭!
금이 가던 의지의 벽이 결국 돌조각처럼 터져 나갔다.
화아아악!
동시에 진운룡으로부터 퍼져 나온 모든 것을 삼켜버릴 듯한 혼돈이 사방을 덮었다.
“이, 이럴 수가! 다 된 밥에…….”
곽지량이 이를 갈았다.
“내 네놈을 가만두지 않겠다!”
분노에 가득 찬 고함 소리가 울려 퍼졌으나, 진운룡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의 손에는 한 자루 혼돈의 검이 들려 있었다.
칠흙처럼 검게 명멸하는 혼돈의 검은 빛마저 삼켜버려 주변이 암흑으로 덮여 있었다.
심상치 않은 모습에 곽지량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급히 소은설을 향하던 불의 검을 자신의 전면에 소환했다.
그때 진운룡이 혼돈의 검을 허공을 향해 던졌다.
힘을 줘서 쏘아낸 것이 아니라, 그저 새장 속의 새를 풀어주듯 천천히 허공에 풀어준 것이다.
동시에 혼돈의 검이 의지라도 갖춘 듯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꿈틀대며 주변의 모든 것을 삼키는 혼돈의 검이 향하는 목표는 곽지량이었다.
그리 빠르지 않은, 하지만 결코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혼돈의 검이 곽지량을 향해 미끄러졌다.
“빌어먹을 놈!”
스스로를 신이라 칭하며 여유롭던 곽지량의 모습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곽지량이 불의 검을 쏘아냈다.
두 자루의 검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한 자 정도의 거리를 두고 두 자루의 검이 마주보며 진동했다.
서로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거세게 상대를 밀어내고 있었다.
우우우우우웅!
파지지지직!
두 검 사이에서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뇌전이 일었다.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릴 것 같은 화염과, 빛마저 삼켜 버리는 혼돈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물어뜯었다.
꽈르르르릉!
두 마리 맹수는 닿는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재앙이었다.
하지만 다행히 소은설은 무형의 장막에 둘러싸여 그 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우르르릉!
엎치락뒤치락하던 두 검이 어느 순간 크게 울었다.
“크윽!”
곽지량이 피를 토해냈다.
동시에 불의 검이 검 끝부터 산산이 부서져 나갔다.
쩌저저정!
“크크크크크!”
진운룡이 광기에 젖은 웃음을 터뜨렸다.
장애물이 사라진 혼돈의 검이 그대로 곽지량의 가슴에 꽂혔다.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였음에도 곽지량은 그것을 피할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가 그의 몸과 의지를 단단히 묶어버린 듯, 그는 움직일 수 없었다.
“커헉! 내, 내가 이런…….”
혼돈의 검이 곽지량의 심장에 박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자신의 가슴과 진운룡을 번갈아 쳐다봤다.
검으로부터 흘러나온 혼돈이 곽지량을 잠식해 갔다.
끝을 알 수 없는 어둠이 그의 육신과 혼백을 삼켜 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곽지량은 사라지고 그곳에는 혼돈의 검을 쥔 진운룡이 광소를 머금고 서 있었다.
“크크크크!”
그의 이성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의 머릿속은 오로지 광기만이 남아 있었다.
모든 것을 소멸시키려는 본능이 그를 지배했다.
진운룡이 핏빛 안구를 굴리며 주변을 살폈다.
그의 시야에 투명한 장막에 감싸여져 있는 소은설이 잡혔다.
“크크크!”
진운룡이 혼돈의 검을 든 채 소은설을 향했다.
번들거리는 눈으로 진운룡이 검을 들어올렸다.
콰앙!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야수처럼 진운룡이 소은설을 둘러싼 장막을 검으로 내리쳤다.
쩌어어엉!
몇 번을 버티지 못하고 장막이 터져 나갔다.
이미 곽지량이 죽어버린 상태라 장막이 약해진 탓도 있으나, 그보다는 혼돈의 검에 실린 기운이 장막이 버텨내기엔 너무도 위력적이었다.
“크으으으으!”
머리를 감싸쥐고 신음을 흘리던 진운룡이 다시 소은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오른손이 위로 올라간다.
손에 쥔 혼돈의 검이 그녀의 심장을 향하고 있다.
“크으으윽!”
진운룡이 잠시 멈칫한다.
하지만 곧 그의 오른손은 소은설을 향해 떨어져 내렸다.
그 순간, 소은설이 두 눈을 떴다.
그녀의 눈에 자신의 심장을 향해 검을 내리치고 있는 진운룡의 모습이 들어왔다.
“운랑…….”
그녀가 슬픈 눈빛으로 진운룡의 시선을 마주했다.
‘여령!’
진운룡의 머릿속에 번개가 쳤다.
푸욱!
순간, 혼돈의 검이 소은설의 왼쪽 가슴을 파고들었다.
피가 튀어 올라 진운룡의 얼굴을 덮쳤다.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진운룡의 의식이 현실로 돌아왔다.
“여, 여령!”
자신의 오른손을 확인한 진운룡이 눈을 부릅떴다.
“괜찮아요…….”
소은설이 힘들게 손을 들어 올려 진운룡의 뺨을 어루만진다.
“안 돼!”
진운룡이 오열하며 소은설의 손을 잡았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소은설의 상태를 확인했다.
‘심장이 아니다!’
순간 그의 두 눈에 빛이 일었다.
검은 다행히 심장을 비껴갔다.
마지막 순간에 진운룡이 힘을 거두어서 혼돈의 기운이 소은설을 침식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중한 상처였다.
‘살릴 수 있다!’
“정신을 잃으면 안 돼!”
진운룡이 눈을 감으려는 소은설에게 소리쳤다.
그러고는 즉시 검을 들어 자신의 손목을 그었다.
피가 흘러내리고, 소은설의 왼쪽 가슴을 적셨다.
그녀의 피와 진운룡의 피가 섞여 소은설의 가슴은 핏물로 젖어 들었다.
곧이어 구멍 났던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진운룡의 얼굴에 희망이 어렸다.
진운룡은 얼른 그녀의 입술에도 피를 떨어뜨렸다.
의식이 가물가물한 소은설이 진운룡의 피를 목마른 아이처럼 들이킨다.
점점 상처가 아물고 그녀의 혈색도 정상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은설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여령!”
“진 공자님…….”
진운룡이 피를 뒤집어쓴 소은설의 육신을 아랑곳 안고 부둥켜안았다.
“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진운룡이 말을 잇지 못했다.
소은설의 두 손이 천천히 그의 등을 감싸 안았다.
두 사람은 석상이라도 된 듯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 * *
진운룡과 소은설은 서로를 마주봤다.
그들의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앞에 놓인 계곡으로 향했다.
오른쪽 바위 위에 글자가 적혀 있었다.
혈귀곡(血鬼谷)
두 사람의 연(緣)이 시작되고 끝난 곳. 그리고 또 다른 운명을 맞이하게 된 곳.
“후회하지 않겠소?”
진운룡이 소은설에게 물었다.
“당신과 함께라면 영원이라도 지루하지 않을 거에요.”
그녀의 입가에 수줍은 미소가 머물었다.
“그대에게 미안하구려. 나로 인해 이승에 묶이게 되었으니…….”
진운룡은 소은설-제갈여령이 이승의 굴레를 벗고 평안을 얻기를 바랐으나, 그녀는 이 세상에, 진운룡의 곁에 남기로 했다. 그녀는 두 번이나 진운룡의 피를 받아 되살아난 때문인지 이제 열흘에 한 번 진운룡의 피를 흡수해야 살 수 있는 몸이 되었다. 반면 진운룡의 피를 흡수하는 한 그녀는 불사의 존재였다.
진운룡의 곁에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는 것이다.
“제가 어찌 공자님만 남겨두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겠어요?”
소은설의 미소를 보며 진운룡 역시 같은 미소를 띄웠다.
진운룡이 소은설의 허리를 안은 채 훌쩍 뛰어올라 혈귀곡 안쪽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이 사라진 계곡 위로 늦저녁 햇살이 향기롭게 내려앉았다.
<『혈룡전』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