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1화 (1/316)

1화

“밥은 먹고 다녀?”

“네.”

수혁은 궂은일을 많이 하여 온몸이 말썽인 어머니를 보고 말했다. 그녀는 벌써 20년이 넘도록 재개발이 되지 않은 달동네에서 아들과 사는 중이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

허리가 굽은 어머니의 모습을 본 수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의 아버지는 10년 전에 노가다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하여 목숨을 잃었고 그녀는 없는 형편에 홀로 어렵게 아들을 키우고 있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오늘도 수혁은 가방을 짊어지고 집 밖에 나섰다. 어머니는 수혁이 취업공부를 하러 나가는 줄 알지만 사실 그는 그저 시간을 소비하려 근처 카페에 자리를 잡고 죽치고 앉아있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아메리….”

“아메리카노 한 잔 드리겠습니다.”

집을 나와 카페에 도착한 수혁이 커피를 주문하려고 하자 항상 같은 시간 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수혁을 이미 알고 있는 점원은 말을 끊고 커피 주문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수혁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들릴 듯 말 듯 조그맣게 말했다. 그는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어, 주문할 때 점원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다. 주문한 커피가 나오자 자리에 앉아 수혁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시계를 확인했다.

‘집에는 언제 들어갈까?’

세상의 고뇌를 다 짊어진 듯 미간에 주름이 지어진 채 앉은 자리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그는 누구인가?

이름 강수혁, 나이는 서른다섯, 주변 지인들은 다들 취직하고 결혼을 하는 등 재밌게 살고 있지만 그는 벌써 희망 없이 산 지 오래였다. 이렇게 되기까지 수혁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 왕따를 심하게 당했던 수혁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끝내 고등학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로 대학을 어렵게 들어갔다. 열심히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부머리가 없던 그는 이름 없는 지방 대학에 겨우 들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간신히 졸업을 했다.

“뭔가 괜히 재수 없단 말이야, 있잖아. 옆에 있으면 괜히 기분 나빠지는 그런 거.”

“맞아, 사람이 음침해 보인다고나 할까? 넌 재가 말하는 건 본 적 있어?”

“벙어리인줄 알았는데 발표 시간에 보니까 말 할 줄은 아는 거 같더라.”

사람으로 받은 상처로 인해 먼저 다가갈 줄 몰랐던 수혁은 대학 시절 내내 마음을 터놓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했다. 깊은 우울한 감정의 영향으로 얼굴에 그늘이 가득해서였을까, 그는 어느 집단에 가더라도 까닭 없이 음해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난 왜 이렇게 복이 없을까? 난 그냥 내 마음 알아주는 친구 하나만 있어도 되는데.’

절친한 친구 하나 없이 우울한 대학생활을 보낸 수혁은 안정적인 직장이라도 가져볼 심산으로 공무원이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공무원 시험을 쳐볼까 해요.”

“그래 잘 생각했다. 내가 힘이 닿는 데로 도와줄게.”

수혁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고생하는 어머니에게 공무원 준비를 하겠다고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고 그녀는 흔쾌히 지원을 약속했다.

‘엄마를 생각해서라도 최선을 다 해야 돼.’

수혁은 자신을 뒷바라지 하느라 아픈 몸을 이끌고 일을 하러 나가는 어머니를 생각하며 밤잠을 줄여가며 공부를 했다.

‘휴, 난 왜 이럴까? 꼬박 3년을 여기에 투자했는데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수혁은 모니터 앞에 앉아 멍하니 시험 결과를 확인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지만 불행하게도 그에게 돌아온 것은 불합격이라는 결과뿐이었다. 그 후 사기업, 공기업 가리지 않고 지원했으나 신기하리만치 그에게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수혁아, 사람은 살다보면 실패할 수 있는 거야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해.”

“네, 걱정 마세요. 안 그래도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어요.”

연속된 취업 실패에도 불구하고 수혁은 닥치는 대로 원서를 넣었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그에게 손을 내미는 기업은 없었다.

“미안하지만 같이 일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네….”

지원한 기업들에 모두 떨어진 수혁은 동네에 있는 영세기업에도 지원을 했다. 다행히도 서류는 합격해 면접을 볼 기회가 그에게 주어졌지만 심하게 위축된 성격을 가진 수혁은 면접을 보는 것이 너무나 어려웠다.

‘하, 이러면 안 돼. 뭐라도 해야 해.’

계속되는 실패로 어머니의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수혁은 면접이 필요 없는 일용직 알바를 하여 간신히 생활할 정도의 돈을 벌며 지내기 시작했다.

“야, 빨리 빨리 안 하냐?”

“저 자식은 왜 이렇게 굼떠?”

수혁은 간신히 얻은 직장에서도 혼나기 일쑤였다. 하는 일은 하루 종일 박스를 포장하는 것이었는데 몸이 굼뜬 탓에 사람들에게 욕을 먹기 십상이었다.

“야 쟤 좀 봐라, 몸이 저런데 빠릿빠릿하게 할 수 있겠냐?”

덥수룩한 머리와 비만이라고 하기에도 과분한 육중한 몸을 가지고 있는 수혁은 땀을 훔치며 박스를 포장하고 있었다.

“야, 됐으니까 그만 들어가. 일은 쥐똥만큼 하면서 돈은 꼬박꼬박 받아가 어휴.”

남자는 수혁에게 일급을 주면서도 계속 투덜대었다.

‘무슨 일을 해도 욕만 먹는구나, 난 왜 뭐 하나 야무지게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계속되는 주변의 구박과 질타는 가뜩이나 우울한 성격을 가지고 있던 수혁에게 그나마 남아있는 노력에 대한 열정마저도 앗아 갔다. 수혁은 인생을 사는 동안 노력을 해도 무엇 하나 성취한 경험이 전무 하다는 것을 깨닫자 생산적인 일을 할 어떤 에너지도 남지 않았다. 이런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를 핑계로 카페에 가서 시간을 때우는 일이었다.

‘휴, 오늘은 또 뭐하지?’

카페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수혁이 하는 거라고는 스마트 폰으로 자신의 처지에 대해 검색하는 것이었다.

‘뭔가 있는 것이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내 인생이 이렇게 안 풀릴 리가 없는데.’

그가 주로 검색하는 것은 ‘인생에 흉운이 닥쳤을 때.’, ‘인생이 바닥을 쳤을 때.’ 등 어두운 성향이 짙은 검색어들이었다.

‘후, 나에게도 기회라는 것이 있을까?

이미 깊은 어둠 속에 빠져들은 수혁에게는 뭐가 시작할 만한 에너지는 전혀 남아있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어려움에 빠졌을 때 가족, 귀인 혹은 노력을 계속 기울일 수 있는 강한 에너지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 하지만 수혁은 어떤 요소도 갖추지 못한 상태였고 이대로 가면 처참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었다.

‘이런 데가 있었네? 그래, 사람들이랑 대화라도 나눠보자.’

어린 시절부터 홀로 외롭게 지내온 수혁은 프로그라는 랜덤채팅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는 가상공간 안에서라도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익명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내세요, 저도 30 넘어서 겨우 취직했어요. 님도 열심히 해서 좋은데 가시길 바래요.]

[ㅇㅇ 님도 파이팅하시고 다음에 또 봐요.]

수혁은 사이트에 접속하여 모르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거짓으로 잘 나가는 척하며 익명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그는 대화를 마치고 나면 왠지 모를 공허함을 느끼곤 했다.

‘휴, 재미는 있는데 만날 수 없으니 뭔가 아쉽네. 아니야, 지금 내 꼴을 봐 아마 실제로 보면 실망하게 될 거야.’

여러 사람들과 채팅으로 대화를 나누던 수혁은 어느 날 신비로운 인물을 만났다. 필명 조물주라는 사람이었는데 첫 만남부터 수혁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안녕, 난 조물주라고 해!]

[안녕.]

[너는 맨 날 하는 일 없이 카페에서 죽치고 이런 곳만 기웃거리는데 왜 그러는 거야?]

[응? 뭐야 너?]

[나 말했잖아 조물주라고 ㅋㅋㅋㅋ.]

이것이 수혁과 조물주와의 첫 만남이었다. 분명히 상대방의 신상에 대해서 알 수 있는 길이 없을 터인데 조물주는 수혁의 과거와 일상에 대해 모두 다 아는듯했다.

[너도 참 불쌍하다. 여태 것 되는 거라곤 하나도 없고 사람들에게 미움만 받고 살았구나?]

자신을 조물주라 소개하는 특이한 자의 자기소개로 인해 실소를 머금고 있던 수혁은 자신의 상황을 아는 것 같은 그의 말에 놀랐지만 일단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응, 그 말이 맞아. 상황이 그러면 노력이라도 해야 되는데 에너지도 없고 그냥 한탄하며 살고 있어.]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슬픈 이야기지만 너는 그런 인생을 살 운명을 갖고 태어났어, 어딜 가든 적이 항상 있고 노력해도 일이 풀리지 않는 게 우연이라고 생각해?]

[어떻게 내 상황을 그렇게 잘 알아?]

[이 쯤 되면 내가 누군지 궁금하지 않아?]

수혁은 랜덤채팅을 하면서 이상한 사람을 많이 만나 별의별 일을 다 겪어봤다. 그러나 가족이나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보다도 더 자신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것 같은 조물주에게는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뭐 하는 앤데?]

[나? 아이디 안 보여? 조물주라고 했잖아!]

[헛소리야 무슨 ㅋㅋㅋㅋ.]

수혁은 순간적으로 맥이 빠져 웃음이 터져 나왔다.

[믿든 안 믿든 난 조물주야.]

[하는 일이 뭔데?]

[기본적으로 나는 세상을 관망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적절히 개입도 하는 복잡한 일을 하고 있지. 지금 너와 대화하는 것은 그냥 유흥이라고 할까?]

수혁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조물주에게 피로감을 느꼈지만 대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내내 잘 들었다.

[최근 중동에 있었던 테러사건에서 죽어야 할 사람과 죽지 말아야 할 사람을 선별하는 것 그런 것이 내가 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사연 없는 자들은 없어서 참 피곤한 것 같아. 너에게 이야기하기 좀 그렇지만 앞으로 있는 일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서 일이 진행되도록 조절해야 해.]

[응, 너 되게 많이 힘들겠다. 기왕이면 잘해서 무고한 사람들은 그런 일들 비껴 나갔으면 좋겠다.]

[지구에는 세상을 혼탁하게 만드는 악의 세력들이 있어, 난 기본적으로 그들이 하는 일을 지켜보지만 정도가 지나치면 그걸 제어하는 일을 하는 거지.]

[고맙네, 네 덕에 우리가 안전하게 살고 있나보다.]

수혁은 조물주의 비위를 맞추며 대답을 잘 해줬다.

[맞는 말이야. 난 이제 들어가 봐야겠다. 네 덕분에 즐거웠어! 아 혹시 내일도 이 시간에 대화를 나누면 어때?]

[난 상관없어, 그럼 내일보자.]

뜬금없는 타이밍에 대화는 끝이 났고 수혁은 조물주가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이 되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사이트에 접속한 수혁은 조물주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은 자신들의 사는 이야기를 가감 없이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오늘도 엄청 바빴어, 휴 난 언제 쉴 수 있을지 모르겠다.]

[수고 많았어, 그건 그렇고 나도 오늘은 카페 오는 길에 일이 있었는데......]

[아, 트럭이 운전 잘 못해서 사고 날 뻔 한 일 말하는 거구나?]

[ㅋㅋ 맞아. 그래서 내가.......]

수혁은 조물주와의 대화가 편했다. 비록 그의 망상에 가까운 이야기에 호응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과거에 있던 상처나 실패했던 경험들, 후회하는 행동들에 대해 언급할 때 그는 이미 사건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하곤 했다.

[가끔씩 난 네가 진짜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수혁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종종 감탄을 하곤 했다.

[난 엄밀히 너희들이 말하는 신과 같은 존재는 아니야, 그냥 세상이 흘러가는데 도와주는 조력자라는 느낌이 더 강하지.]

‘이 녀석 또 시작이네.’

그는 이렇게 한 번씩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설명을 했지만 그때마다 수혁은 애써 웃어넘기곤 했다. 그렇게 그들의 대화는 3년간 이어져갔다. 서로에 대한 이해는 더 깊어져 갔고 어느새 수혁은 조물주에게 깊이 의지하게 됐다. 수혁은 그와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마음이 치유됨을 느낀 수혁은 기본적인 아르바이트는 다시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제 수혁의 일과는 조물주와의 대화 이외에 아르바이트가 추가 되었다.

[벌써 너랑 이야기 한지 3년이 넘었다 ㅋㅋㅋ.]

[정확히 1149일째야 이야기 한지.]

[시간이 지나도 바뀌는 건 없지만 그래도 네가 있어서 견딜 수 있었던 거 같다. 혹시 넌 나를 보고 싶다는 생각 안 했어?]

[난 대화하면서 항상 널 보고 있는걸, 그리고 너의 차원과 나의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는 실제로 볼 수가 없어]

[그렇구나, 휴 내 삶에도 낙이 올까?]

문득 수혁은 또 다시 자신의 넋두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넌 날 만난 것 자체만으로 이미 기회를 얻은 거야, 나도 이 시간 동안 너로 인해서 참 즐거웠어, 사실 너에게 보상을 좀 주고 싶은데.]

[보상?]

[응 혹시 네 운명을 바꾸고 싶지 않아?]

[뭐야, 무슨 사이비 종교처럼 말을 해, 애시 당초 그런 것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그리고 갑자기 무슨 이유로 날 도와주겠다는 거야?]

수혁은 조물주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으나 그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너와 내가 이곳에서 만나게 된 건 우연이 아니야, 실패로 점철된 네 인생에도 반전을 꾀할 수 있게 운명이 설계된 거 일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모르겠어. 운명이라는 것이 무엇인 지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운명을 바꾸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가능하다면?]

[가능하다면 당연히 바꾸고 싶지, 잘 돼서 엄마도 호강시켜드리고 싶고 마음 같아서는 아버지도 일하시다가 돌아가시는 상황도 막고 싶어.]

수혁은 여느 때와 같이 조물주의 말에 호응을 해주었다.

[응 알겠어, 그럼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

[ㅋㅋㅋㅋㅋ 왜 한 100억이라도 나한테 줄 수 있어?]

[고작 100억이 네 인생 목표인 거야?]

가벼운 태도로 대화에 임하는 수혁과 달리 조물주는 진지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고작 100억? 10억만 줘도 널 평생 은인으로 모시겠다.]

[흠 아무래도 설명해줘야겠다. 너 징기스칸이랑 엘리자베스1세 알아?]

[그야 대제국을 이루었던 위인들 말하는 거 아니야?]

수혁은 도저히 대화의 갈피를 잡을 수 없었으나 계속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

[그들이 이룬 업적이 과연 인간의 힘으로 이뤄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한 생애 노력만 한다고 해낼 수 있는 것들일까?]

[쉽진 않겠지, 하지만 실력, 운, 정신력 등 다양한 요소들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수혁은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답변했다.[물론 내가 도와주지 않고도 큰 업적을 이룬 사람들도 있지만, 그들은 수없이 많은 생에서부터 끊임없이 노력해온 것들이 현생에 계승되었기에 가능하지, 하지만 내가 앞서 말한 그들은 쌓아온 것 없이 내가 도와준 것만으로도 그러한 업적을 쌓을 수 있었지.]

[아 그래? 그럼 내가 지금 이 모양 이 꼴 인 거는 과거에 내가 쌓은 노력이 별거 없기 때문 인거네? ㅋㅋㅋㅋ.]

[이제야 말이 좀 통 하는구나? 넌 네가 지금 느끼는 데로 과거에 쌓아온 것보다는 잃는 행위를 한 것이 더 많아, 그래서 지금 네 인생이 그렇게 흘러가는 거야. 하지만 날 만났다는 것은 그래도 네가 전생에 뭔가 좋은 일을 했다는 증거야.]

‘대화가 점 점 산으로 가네. 근데 만약 진짜면 어떡하지?’

수혁은 점점 대화에 지쳐갔고 이런 식의 대화를 마무리 짓고 싶어졌다. 하지만 평소에 세상에 대한 식견이나 자신에 대한 통찰력이 마치 정말 세상을 관조하는 것처럼 보였던 조물주였기에 함부로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그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어?]

[내가 파일 하나 보내줄 테니까 다운 받아!]

그리고 잠시 후 파일 하나가 채팅창에 떴다.

[내가 너한테 주는 선물이야, 이것으로 네 인생이 잘 풀리길 바라. 난 이제 이곳에 오지 않을 거야? 지금까지 즐거웠어.]

[응? 이제 우리 못 만나는 거야?]

[네 덕에 충분히 잘 쉬었으니 이제 다시 일을 본격적으로 해봐야지. 앞서 내가 세상을 끌어가는 원칙에 대해 말했듯이 네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행위에 대해서 내가 간섭할 수 없어, 물론 인과응보와 같은 기본적인 원칙은 적용되지만, 결론은 이제 네가 너의 인생을 잘 설계하면 된다는 거야.]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도대체 이건 뭔데?]

[고마웠고 네가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네 몫이야 난 이제 그만 갈게, 안녕!]

조물주는 채팅 방에서 나갔고 그렇게 그와 수혁의 만남은 끝이 났다. 수혁은 한동안 핸드폰을 바라만 보았다.

‘이게 뭐지? 끝난 건가? 휴, 그래 언젠가는 헤어졌겠지. 근데 이 파일은 뭐지?’

수혁은 채팅창에 뜬 파일을 클릭했다. 그러자 다운로드가 시작되었다. 잠깐 사이에 파일은 다운로드 되었고 폰 바탕화면에 샤이닝 이라는 어플이 생성되었다. 수혁은 반짝이는 빛 모양의 아이콘을 클릭하여 어플을 실행했다.

- 2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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