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이 자식이 미쳤나? 야 강수혁 너 나 누군지 몰라?”
지금의 상황이 믿기지 않은지 종명은 언성을 높이며 수혁에게 말했다.
“네가 뭔데?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줄까?”
“뭐? 내가 우리 반 찐따 교육담당 배종명인데 까먹었나 보구나?
“이 자식 이거 완전히 미친 녀석이네.”
예전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머리가 하얘져 아무 말도 못 했을 수혁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마음의 동요는 전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느낄 수 있었고 그는 살면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욕을 했다.
“뭐?!”
종명은 욕을 듣자 이성을 잃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건 뭐야?’
사실 커다란 덩치로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사람만 전문적으로 괴롭혔던 종명은 제대로 된 운동은 배우지 않았기에 주먹을 휘두르긴 하였으나 그저 허우적대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주먹을 가볍게 피한 수혁은 정강이로 가볍게 종명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종명은 그 자리에서 넘어졌다.
“이 새끼 오늘 진짜 가만 안 놔둔다.”
종명은 일어나서 주먹을 마구 휘두르기 시작하였고 수혁은 손쉽게 그 주먹을 피해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종명은 헉헉대며 몸을 주체를 하지 못했고 전의를 점차 상실해갔다.
“야, 네가 먼저 주먹 날린 거다.”
수혁은 순식간에 종명의 코앞에 다가섰다.
“뭐, 뭐야.”
스탯 상승의 영향으로 키와 몸이 자라난 수혁에게 종명은 과거처럼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 종명은 수혁이 압도적인 기세로 자신에게 가까이오자 크게 당황했다.
“안경 때문에 얼굴은 안 되겠네?”
수혁은 종명의 복부에 강력한 주먹을 꽂아 넣었다.
“커-커억.”
명치에 정확히 주먹이 꽂힌 종명은 숨도 제대로 못 쉬며 무릎을 꿇었다. 수혁은 눈높이가 맞지 않자 그의 머리를 잡은 다음 강제로 끌어올렸다.
“아아악.”
두피가 벗겨질 것 같은 고통을 느낀 종명은 소리를 지르며 일어섰다.
“앞으로 깝치지 말아라, 알겠냐?”
“…….”
“야. 대답이 없네, 또 맞고 싶냐?”
수혁이 얼굴을 가까이 붙이며 살벌하게 말하자 종명은 떨면서 천천히 말했다.
“알겠어…….”
“꺼져, 그리고 우유 네가 가져와.”
수혁은 잡은 머리를 놔주고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리고 종명은 아무 말도 못하고 복도로 나가 우유를 가지러 갔다. 반의 분위기는 조용하였고 수혁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있는 교과서를 읽는 시늉을 했다.
‘이런 분위기 좀 어색하네. 그리고 처음이다, 누군가를 때려본 적.’
수혁은 조금 전에 있었던 흥분과 긴장으로 인하여 몸이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로서는 누군가와 맞서 싸운다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높아진 정신력으로 인하여 그 떨림은 금세 잦아들었다. 그리고 조용해진 반에서 조금씩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말했잖아 제 뭔가 변한 것 같다고.”
“그러게 예전에 찌질이 같던 모습이 아니야, 적응이 안 된다.”
한편 종명은 우유를 가지고 반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뭐지? 이 새끼가 이렇게 강했나? 찐따같은 놈이 나한테 이런 모욕감을 주다니. 두고 보자.’
종명은 분을 삭히며 반으로 돌아왔고 곧 담임이 반으로 들어왔다.
“방학동안 잘들 지냈냐?”
“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반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목소리는 좋구나, 너희들 이제 좀 있으면 고3인거 알지?우리학교가 자유로운 편이라 다른 학교와 달리 자율학습을 강제하지 않는 것은 알고 있을 거다. 그래서 오늘도 저번 학기와 마찬가지로 자율학습 하지 않을 사람에 대한 체크가 있을 예정이다. 자율학습을 하지 않을 사람은 점심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 교무실 내 자리로 오도록 해라.”
“네.”
“그건 그렇고 아무리 자유라고 하지만 자율학습이 필요한 사람은 양심적으로 빼지 말자. 비록 자율 선택 사항이지만 자율학습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는 내가 제재를 할 거다. 이상 새 학기 시작 잘하고 수업 잘 들어라.”
‘저녁에 수련을 하기 위해선 자율학습은 무조건 빼야겠다.’
수혁은 점심을 먹고 담임에게 찾아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첫 수업은 수학이었고 그 뒤에 국어, 사회탐구 과목에 대한 학습이 이어졌다.
‘수업, 들을 만 하잖아.’
국어시간에는 교과서로 공부를 적당히 한 뒤 모의고사를 대비하기 위해 선생님이 프린트를 나눠줘 적은 수의 문제를 그 자리에서 풀게 시켰다.
‘언어는 그저 머리로 푸는 거라고 했지만 문제를 많이 풀어도 언어는 점수가 잘 오르지 않았는데.’
수혁은 두려운 마음으로 문제를 풀었다.
그런데 이전에 비해서 향상된 지능 스텟 덕분에 지문에 대한 이해가 훨씬 잘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는 속도가 빠르게 향상되어 주어진 시간에 문제를 다 풀 수 있었다. 주어진 문제는 총 다섯 문제였는데 채점 결과 모두 정답이었다.
‘하하, 나한테도 이런 일이. 이거 공부도 해볼 만 하겠는데?’
“채점해보고 3개 이상 틀린 사람은 반성하고 자신의 공부법을 돌아봐라, 그리고 다 맞거나 하나 틀린 사람도 자만하면 안 된다, 이 문제는 어디까지나 고2 수준이다. 수능은 이것보다 어려우니 방심하지 말고.”
국어 선생은 학생들에게 당부를 했다.
‘수능 문제는 좀 더 어렵긴 했지, 그래도 뭔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수혁은 국어 시간 후에 이어진 다른 수업들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예전에는 수업 듣는 것 자체가 이해가 잘 되지 않아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면 이제는 능동적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 자신에게 큰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벌써 점심시간이구나.’
수혁은 담임과의 대화를 위하여 빠르게 점심을 해결한 뒤 교무실로 찾아갔다.
교무실에는 이미 학생 한 명이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른 반 선생님들도 같은 문제로 학생들과 상담을 하기에 바빴다.
“저는 끝나고 과외 받아야 되어서 자율학습은 힘들 것 같아요.”
“그렇구나. 그래 네가 알아서 잘하고, 선생님이 너한테 항상 기대하는 거 알지.”
“네, 감사합니다.”
수혁은 학생의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았으나 공부를 상당히 잘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는 첫 학생 이후 두 명에 대한 상담이 끝나서야 차례가 돌아왔다.
“그래, 다음.”
“안녕하세요.”
서류를 보고 있던 담임은 뭔가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누구였지?”
“선생님, 저 강수혁입니다.”
“강수혁, 강수혁 아 그래 우리 반 꼴찌 강수혁. 너 많이 달라졌구나, 그래 무슨 일 때문에 교무실에 왔어?”
수혁의 바뀐 외양에 담임도 제법 놀란 것 같았다.
“네? 선생님이 자율학습 빼는 거 신청하려면 오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내가 그러라고 했지 근데 네가 그럴 건 아니잖아.”
담임은 낮은 목소리로 차분하게 말했다. 그러자 수혁은 황당해하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오늘부터 자율학습 안하려고 하는데요?”
“…….”
표정이 굳어진 담임은 수혁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 표정은 마치 ‘네가 뭔데 자율학습을 빠지느냐’하고 책망하는 듯 했다.
“수혁아, 너 네 성적 알고 있지?”
“네.”
“너 우리 반 꼴등이야, 나는 네가 자율학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게 다 너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그래도 학교에 남아서 시간을 보내야 조금이라도 네 학업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
수혁을 무시하며 타이르듯 이야기하는 담임을 보면서 수혁은 생각에 잠겼다.
‘이 사람은 전생에서 내가 조성준한테 괴롭힘을 당할 때 나를 그냥 방치했던 사람이다. 심지어 학교를 자퇴 하기로 결정했을 때에도 그 이유에 대해서 물은 적이 없었지.’
담임에 대한 옛 기억을 떠올린 수혁은 뭔가 결심한 듯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율학습 결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재량 아닌가요? 성적이 무슨 상관인가요?”
수혁은 전과 달리 강한 어조로 질문을 했다. 그러자 담임은 황당해하며 대답을 했다.
“양심 좀 있어봐라, 학교생활이 엉망이면 태도라도 좋아야지.”
수혁은 점점 마음이 식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혁은 차가운 목소리로 담임에게 물었다.
“선생님, 저희반이 38명인데 제가 38등이면 37등은 누군가요?”
“그, 그건 알아서 뭐하게.”
높아진 매력의 영향으로 이전에 비해 훨씬 당찬 모습으로 수혁이 말하자 담임은 당황하며 말했다.
“37등이 누군지는 관심이 없습니다. 단지 저는 그 친구가 자율학습하는지 궁금합니다.”
수혁은 과거 불공평한 대우를 받으면 제대로 대응을 못했던 과거와 달리 높아진 정신력과 지능의 영향으로 당당하고 논리적으로 대처하기 시작했다.
“야 원승이는 너랑 경우가 달라, 개는 방과 후 학원을 다녀서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담임은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것이 이유가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너는 솔직히, 휴.”
담임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서류를 뒤져 수혁의 인적사항을 찾아 읽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지. 너는 솔직히 과외나 학원 다닐 형편이 안 되잖아. 학교 일찍 끝나면 막말로 네가 뭘 하는데? 그냥 학교에라도 있으면서 공부를 하는 편이 나아.”
“선생님, 학교 교칙에 자율학습 관련해서 가정형편이 어렵고 공부성적이 안 좋으면 자율학습을 강제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수혁은 담임을 차분하게 응시하며 말했다. 그러자 그는 할 말이 없는지 눈을 피하며 딴소리를 했다.
“음. 그런 부분은 없지만 난 너의 담임이니까 말 할 권리는 있지.”
“권리는 무슨 권리입니까? 저는 오늘부터 자율학습 안합니다. 만약 강제하신다면 교장 선생님이나 이사장님에게 직접 이 사안에 대해 말씀드릴 겁니다.”
담임은 생각보다 수혁이 세게 나오자 살짝 흥분하며 말했다.
“별것도 아닌데 왜 일을 키우려고 그래? 휴 수혁아,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니까 고깝게 듣지 마라”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자율하습 안 한다고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저, 저기 하…….”
수혁은 어이없어 하는 담임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반으로 향했다. 담임은 교무실을 나가는 수혁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저 녀석이 언제부터 저렇게 또박또박 말을 했지? 적응이 안 되네 진짜.”
담임은 시종일관 굽히지 않는 수혁의 모습에 의아해하다가 다시 업무를 보았다. 한 편 수혁은 교무실에 나와 자신을 불공평하게 대우하는 담임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 그래 조금씩 기억난다. 담임만 그런 것이 아니야. 이놈의 학교는 선생들부터가 애들 차별하고 계급 나누고 그러는 곳이었지.’
수혁이 1학년 때 학부모 총회를 한 적이 있다. 혜정은 총회에 참석을 하였고 그곳에서 1학년 담임을 만났었다.
담임은 학부모 면담에서 혜정에게 노골적으로 촌지를 요구하였고 어려운 형편으로 여유가 없었던 혜정은 난감해하며 거절했다.
그녀는 면담 후 다른 부모들이 대화하는 것을 엿듣게 되었는데
많은 선생들이 총회자리를 빌러 학부모들에게 촌지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을 이때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1학년 생활이 많이 힘들어졌지.’
그 날 집에 돌아온 혜정에게 이야기를 들은 수혁은 신경 쓰지 않으려고 했으나 확연히 달라진 담임은 1학년 내내 수혁을 경멸하거나 무시했다.
‘하, 겉으로 멀쩡해 보이지만 완전히 썩은 학교였어.’
다른 학교에서는 업무가 많은 관계로 고3 담임을 안 맡으려고 하지만 수혁의 학교는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고3 시기에 더 많은 촌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담임을 맡으려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일단 돌아가서 수업을 듣고 학교 끝나면 내 할 일이나 해야겠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수혁은 반으로 돌아왔고 오후에 있는 수업들을 들었다.
‘역시 지능이 높아지니까 과목을 가리지 않고 이해능력이 좋아진 것 같다.
그는 수월하게 수업들을 들으며 공부를 하였고 시간은 흘러 마지막 수업만을 남겨 놓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은 영어시간이었는데 낯익은 선생이 수업을 하러 교실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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