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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25화 (25/316)

25화

미용사는 설명을 듣더니 수혁이 원하는 대로 커트를 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머리로 인해 가려졌던 눈과 얼굴이 환하게 드러났다.

“머리를 깔끔히 하니까 인물이 사네, 이런 스타일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학생, 남자친구야? 잘생겨서 사람들이 부러워하겠어.”

미용사는 유리를 보며 넉살을 떨었다.

“네? 아, 저흰 그냥 친구 사이에요.”

유리는 미용사의 말을 듣고 얼굴을 붉히며 수줍어했다.

미용사는 커트가 마무리되자 머리카락을 말려주었다.

“학생, 머리 되게 잘 어울린다. 밖에 나가면 여자들이 가만히 안 있겠는데?”

“다 원장님 덕분이죠, 감사합니다.”

미용사의 칭찬에 낯이 뜨거워질 만도 했지만 수혁은 담담했다. 계산을 마친 그는 유리와 함께 미용실을 나섰다.

유리는 말끔해진 수혁의 모습에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머리를 자르니까 내가 알던 수혁이가 아닌 거 같아. 뭔가 많이 달라 보여.’

수혁은 학기가 시작된 후에도 키가 계속 자랐다.

172였던 키는 어느새 177이 되어 어느새 반에서도 큰 편에 속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동안 훈련을 열심히 해서 증가한 매력 스텟 덕분에 피부에 남아있던 여드름 자국은 다 제거되었다.

‘피부도 좋아지고 코도 왠지 더 높아진 거 같아. 열심히 수련해서 매력 수치를 높이니까 확실히 좋네.’

그의 매력 수치는 매주 조금씩 증가하여 어느새 18이 되었다.

이는 예전과 비교해봤을 때 3배 이상 증가한 수치였다.

회귀하기 전과 달리 샤프해진 외모와 깨끗한 피부 그리고 옷 밖으로 드러나는 수혁의 탄탄한 몸은 타인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해졌다.

“유리야, 머리도 잘랐으니 우리 밥 먹으러 갈까?”

“응 그래.”

그들은 분식점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기로 했다.

“와, 저기 좀 봐, 되게 잘생겼다.”

“진짜. 내 스타일이다. 말 한번 걸어볼까?”

“안 될걸? 옆에 여자친구도 되게 예쁜데?”

분식점으로 가는 길목을 지나던 여학생들 중에는 수려한 외모의 수혁을 보고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제법 되었다.

‘살다보니 별 일이 다 있네.’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무시하고 유리와 함께 분식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배도 부른데, 천변이나 좀 걸을까?”

“그래, 좋아.”

수혁은 맛있게 밥을 먹은 뒤, 유리를 첫 만남 때 갔던 천변으로 데려갔다.

“오늘 즐거웠어. 간만에 공부생각 안 하고 노니까 스트레스가 다 풀리는 것 같아.”

노을이 지는 천변의 풍경을 바라보는 유리의 표정은 행복해보였다.

“나도 좋았어. 이런 시간을 갖는 것은 나에게는 처음인 것 같아.”

이성친구와 단 둘이 놀아본 경험이 없었던 수혁에게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었다.

“너도 좋았다니 다행이야. 우리 다음에도 시간 될 때 같이 놀러가자.”

“응, 언제든지.”

수혁은 기꺼운 마음으로 말했다.

천변을 산책한 그들은 동네로 돌아왔고 수혁은 유리를 청과점까지 데려다준 후 집으로 걸어갔다.

‘가을은 가을이네.’

동네 골목은 해 뜨는 시간이 확실히 짧아진 탓에 어느새 어둑어둑해졌다.

“아들, 왔어?”

수혁의 부모님은 둘 다 집에 있었고 혜정은 저녁을 차리고 있었다.

“네, 저 왔어요.”

집에 도착한 수혁은 신발을 벗으며 인사를 했다.

“요즘 얼굴 보기 힘들구나. 아, 그리고 좀 전에 담임선생님께 전화가 왔어. 너 이번에 성적 많이 올랐다며. 어찌나 네 칭찬을 많이 하던지, 듣고 있던 나도 기분이 너무 좋더라.”

혜정은 기쁨을 감추지 않으며 말했다.

“이야, 아들. 최근에 키도 엄청 크고 머리까지 자르니까 인물이 훤해졌네. 대체 누구 닮아서 이렇게 잘생긴 거야?”

선웅은 그들의 대화를 흐뭇하게 지켜보다 입을 열었다. 그러자 혜정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당신보다는 나 닮아서 그런 거 같아.”

“아니, 무슨 소리야, 나도 젊었을 때 한 인물 했다고.”

“하하. 엄마랑 아버지, 둘 다 닮아서 그런 거예요.”

선웅이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하자 수혁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가족끼리 항상 화목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그는 집안에 감도는 화기애애한 기운에 마음이 편안해졌다.

‘부모님이 이렇게 활짝 웃으신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내가 앞으로 더 잘해야겠어. 그러려면 학교생활도 잘하고 나중에 돈도 많이 벌어야 해.’

“수혁아 밥 먹자.”

“네. 저는 조금만 주세요. 아까 전에 친구랑 점심을 늦게 먹었거든요.”

“난 왜 안 불러? 수혁이만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

선웅은 혜정에게 다가가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참나, 빨리 앉아서 밥 먹어.”

“하하, 아버지 이쪽으로 오세요.”

“날 챙겨 주는 건 아들밖에 없구나.”

수혁과 가족들은 테이블에 둘러앉아 식사를 했고 먹는 내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저, 오늘 칸타빌레에 가봐야 할 거 같아요. 가서 책도 읽고 좀 쉬려고 하거든요. 그리고 아마 내일까지는 집에 못 들어 올 거 같아요.”

“그래, 네가 알아서 해라.”

식사를 마친 수혁이 주말동안은 서점에서 지내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선웅은 선선히 허락했다.

‘번역을 빨리 해야겠어, 너무 시간을 끌면 나만 손해야, 교복이랑 속옷들 챙기고 바로 출발하자.’

수혁은 그날 밤 칸타빌레에 가서 밤을 새워가며 작업을 했고 주말 내내 번역에 몰두했다.

‘해야 할 것이 많으니까 잠자는 시간도 아깝다.’

지금까지 계속 해온 수련 덕분에 체력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긴 수혁은 수면시간을 최대한 줄여가며 작업을 했다. 그러자 번역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 페이스면 다음 주 내로 번역을 마무리 할 수 있겠어.’

그는 두꺼운 고서 번역을 절반 이상 해가고 있었다.

월요일이 되자 수혁은 사무실에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등교를 했다.

그는 교실에 도착하자 항상 하던 데로 복싱교본을 읽는 것으로 아침 시간을 보냈다.

‘뭐야, 아침부터.’

조용히 책을 읽던 수혁은 지속적으로 들려오는 비속어와 큰 소리에 점점 신경이 거슬렸다. 반을 쩌렁쩌렁 하게 울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종명이었다.

“야, 어제 티비 봤냐? 주말에 새로 데뷔한 걸그룹 나왔는데 존x 예쁘더라.”

종명은 보통 때와 같이 친구들과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했는데, 과거와 비교해 봤을 때 목소리는 더 커졌고 중간 중간 듣기 싫은 비속어가 많이 섞여있었다.

“아, 진짜? 어땠는데?”

“종명아, 그건 그렇고 내가 저번에 네가 보고 싶다던 잡지 가지고 왔는데 볼래?”

‘아이 씨, 진짜 짜증나네.’

수혁은 그의 친구들이 종명의 이야기에 과장되게 동조하거나 비위를 맞추는 모습들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저, 종명아. 미안한데 공부하는 애들도 있으니까 조금만 조용히 이야기해주면 안 될까? 모의고사 후 예민한 애들도 있거든.”

반장인 정식은 한참 떠들고 있던 종명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종명은 얼굴을 붉히며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그런 사람이 있다고? 야! 여기 지금 나 때문에 공부 방해되는 사람 있어? 있으면 직접 와서 이야기해.”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고 아무도 종명의 말에 반응하지 않았다.

“야, 네가 반장인 건 알겠는데 별거 아닌 것 가지고 시비 거는 건 아니지.”

“아, 시비가 아니라. 나는 그런 사람도 있을까 봐. 알았어, 잘들 놀아.”

종명의 겁박에 당황한 정식은 황급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뭐야? 저렇게 들어갈 거면서 왜 설치는 거야? 야, 아무튼 그래 가지고.”

종명의 시끄러운 대화는 계속되었다.

그가 반에서 이런 식으로 위세를 떨게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얼마 전부터 종명은 반 아이들을 따로 불러서 상납금을 강제했고 반항하는 아이가 있을 때마다 성준이 자신들에게 했던 것과 똑같은 수법으로 애들을 압박하고 있었다.

“야, 상납금 내면, 다른 학교 양아치들이 못 건들게 해준다니까?”

종명은 명단에 있는 학생을 조용한 곳에 따로 불러 상납금을 내도록 회유하고 있었다.

“필요 없고, 난 할 말 없으니까 갈게.”

“간다고? 그럼 성준이한테 이야기해야겠다. 너 걔 친구들이 어떤 애들인지 알지? 그리고 주변 학교 일진들도 우리 눈치 보고 있는데 말을 안 듣겠다고?”

“그럼 어떡해야 하는데.......”

“잡소리 말고 돈만 잘 가져오면 피해가는 일 없을 테니까, 잘 생각해라. 야, 그리고 내가 나중에 너만 특별히 상납금 조금 줄여줄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 잘 해보자.”

종명은 교묘한 방식으로 학생들을 협박해서 하나 둘 씩 굴복시켜 나갔다. 그리고 일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감이 붙은 그는 반에서도 거침없이 행동하고 다녔다.

“조용히 해라. 시끄럽다.”

“뭐? 누구야!”

종명은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크게 흥분하여 소리를 질렀다.

“목소리 낮춰, 여기 전세 냈어? 적당히 깝쳐라 진짜.”

기세가 등등한 종명에게 찬물을 끼얹은 사람은 다름 아닌 수혁이었다.

“어 그게. 어.”

종명은 자신을 노려보는 수혁과 눈이 마주치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예전에 있었던 기억이 떠오르자 두려움이 되살아난 것이다.

“어, 그게 뭐? 그냥 입 좀 닥치든가 나가서 떠들어라.”

“.......”

종명은 수혁의 가시 돋친 말에도 제대로 반박하지 못 하고 그저 씩씩거리며 거친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상납금도 못 내는 장난감 주제에 감히, 아무래도 성준이한테 이야기해야겠어.’

잔뜩 약이 오른 종명과 달리 수혁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책을 읽었다.

‘병신 같은 놈.’

수혁은 그를 철저하게 무시했다. 그리고 얼마 후 교실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다들 내일 보자.”

담임이 종례를 마치자마자 수혁은 칸타빌레로 향했다. 그는 며칠 동안 서점에 살다시피 하며 번역에만 집중했고 드디어 고서 번역을 완료할 수 있었다.

‘하, 끝났다. 지금 몇 시야? 흠....... 9시면 애매한데? 그래도 교수님께 연락드려야겠다.’

서점에서 막 작업을 끝낸 수혁은 핸드폰을 꺼내 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 그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교수님이시죠? 저 수혁입니다.”

“어 수혁군, 핸드폰이 있었구먼. 그래 이 시간에 어쩐 일이야?”

우진은 수혁의 목소리를 듣고 반색하며 말했다.

“예. 제가 방금 전에 번역을 끝내서 연락드렸습니다.”

“벌써 번역을 마쳤다고? 정말 빠르군.”

“네, 번역한 것은 어떻게 드릴까요?”

“아, 혹시 괜찮으면 셋이 같이 볼 수 있을까? 형님도 이번 고서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

우진은 평우와 함께 볼 것을 제안했다.

“좋습니다. 그럼 만나 뵐 때 번역본을 프린트해서 갈게요. 혹시 언제가 편하세요?”

“내가 연락이 없으면 내일 오후 6시 그때 봤던 카페에서 보지.”

“알겠습니다.”

대화를 마친 수혁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그는 사무실 프린터기를 사용해 번역본을 뽑기 시작했다.

‘작업을 마쳤으니 오늘은 집에 가야겠다.’

수혁은 프린트한 번역본과 고서를 서랍에 넣고 문을 잠근 뒤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오후 그는 학교가 끝나자 서점에 들러 번역본과 책을 종이가방에 챙기고 베네치아로 향했다.

“오셨어요? 어르신들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어요.”

“넵.”

카페 사장은 평우와 우진이 있는 곳으로 그를 안내했다.

수혁은 약속 시간보다 조금 일찍 왔지만, 그들은 이미 카페 밀실에서 담소를 나누며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혁은 방문을 열고 그들에게 인사했다.

“오. 수혁아 안 그래도 마침 네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빨리 왔구나?”

평우는 미소를 지으며 수혁을 반겼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여기 앉지.”

“네.”

수혁은 자리를 잡고 앉았다.

“너한테 줄 것이 있다.”

평우는 통장을 꺼내서 수혁에게 주었다.

“문제의 소지가 발생하지 않게 신경 써서 만든 거다. 그리고 통장 안을 살펴보면 카드가 하나 있을 거야.”

수혁이 통장을 열어보니 신용카드가 있었다.

“요즘 정부에서 일반인들에게 카드를 발급해서 쓰기를 권하더구나. 지금은 아직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대형매점이나 백화점 같은 데는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카드로 현금을 뽑아 쓸 수 있으니 편리할 거야.”

“감사합니다. 할아버지.”

수혁은 자신을 위해 신경을 써준 평우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내가 계좌번호는 김 교수한테 미리 알려줬으니까 돈 문제는 걱정 안 해도 될 거다.”

“맞네, 내가 협회랑 잘 이야기해서 돈이 나오면 그때그때 입금해줄게. 그래 작업은 힘들지 않았고?”

“그럭저럭 할 만했습니다.”

수혁은 종이가방에서 번역본과 고서를 꺼냈다.

“그럼 한 번 살펴보지.”

우진은 원고를 들어 꼼꼼히 살펴보았다. 평우는 신중하게 번역본을 살피던 그의 모습을 보다가 수혁에게 말을 건넸다.

“김 교수한테 잠시 시간을 주는 것이 좋겠어, 양이 방대하니 말이야. 우리는 나가서 이야기나 좀 할까?”

“네, 할아버지.”

그들은 방에 우진을 남겨 두고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 26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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