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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48화 (48/316)

48화

선민고등학교 근처의 한 공사장 2층.

“성준아, 얘는 뭐냐?”

혁수는 7시까지 오라는 성준의 이야기를 듣고 중앙회 멤버들과 함께 막 도착한 참이었다. 그는 공사장 구석에 부상을 당해 쓰러져있는 경현을 발견했다.

“강수혁 그 새끼가 순순히 올 것 같지 않더라고. 그래서 머리 좀 썼어.”

성준은 종명을 시켜 경현을 유인했고 승원과 아이들은 경현이 도착하자마자 구타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나름대로 이들에게 대항해보려던 경현은 다수의 힘에 밀려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너흰 또 누구야?”

“아 안녕, 마 만나서 반가워 난 배종명이야.”

종명은 혁수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채 떨면서 말했다.

혁수는 성준의 옆에 서있는 승원을 비롯한 선민고 학생들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하....... 성준아, 내가 말했잖아. 강수혁하고 대화해서 정식으로 약속 잡으라고. 이런 양아치 같은 짓을 하다니 솔직히 실망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아, 이거 성준이가 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발적으로 한 거야.”

“아가리 닥쳐.”

종명은 옹호하기 위해 나섰으나 성준은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양아치라고? 나랑 너랑 다른 게 뭔데? 이번에도 내가 손을 안 썼으면 강수혁이랑 만날 수나 있었을 것 같아?”

성준은 수혁의 일로 예민해진 탓에 자기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조성준, 말 가려가면서 해라.”

“.......”

혁수는 성준을 노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

비록 조용한 어투였지만 눈빛은 그를 금방이라도 때려눕힐 것 같은 기세였다.

성준은 그 눈빛을 받자 금세 이성을 되찾고 조용해졌다.

“미안하다, 조금 흥분했다.”

“7시에 온다고?”

“응, 무조건 올 거야.”

혁수는 가볍게 이 일을 넘겼다. 그리고 기현을 제외한 중앙회 모든 멤버들은 대화를 차분하게 수혁을 기다렸다.

* * *

연락을 주고받았던 수혁과 종욱은 거의 동시에 공사장 앞에 도착했다.

시간은 어느새 7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여기야?”

택시에 내린 종욱은 뛰어오면서 수혁에게 물었다.

“지금 당장 가야 해.”

수혁은 곧장 공사장으로 들어갔다.

종욱도 그런 그를 막지 않고 뒤 따라갔다.

그들은 2층으로 올라가자 누워서 신음하고 있는 경현과 성준을 비롯한 중앙회 인원들을 발견했다.

“경현아!”

“잠깐.”

수혁은 경현을 보자마자 그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려고 했다. 그러나 종욱은 팔을 들어 제지하고 나섰다.

“이렇게 흥분한 상태로는 저 놈들에게 당할 거야. 내가 볼 땐 이건 조성준 작품이지 곽혁수가 시킨 건 아닐 거야. 혁수가 아무리 망가졌어도 이런 짓까지는 안 하거든.”

“하지만......”

“날 믿어봐, 내가 먼저 이야기 좀 해볼게.”

종욱은 수혁을 진정시킨 후 그들에게 다가갔다.

“김종욱, 네가 여긴 웬일이냐?”

무리들 사이에 서 있던 철민이 비아냥대는 투로 말을 걸었다.

“너희가 다구리치려고 하면 막으려고 왔지.”

“종욱아, 끼어들지 말라고 경고했었는데 결국 왔구나.”

혁수는 불쾌한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경고? 개소리 지껄이지 마라. 그날도 남은 정 때문에 이야기 들어준 거지 애당초 네 말을 들을 이유는 없어.”

“이 새끼가.”

“죽고 싶어 환장을 했나? 분위기 파악을 못하네?”

중앙회 멤버들은 흥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종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실망이야. 한 판 붙으러 왔으면 깔끔히 대결하고 끝내면 될 일이지, 무관한 사람까지 끌어들이고 말이야.”

“오해하지 마라, 난 몰랐던 일이야. 원하면 이 친구는 언제든지 데려가도 좋아. 거기 너, 쟤 좀 부축해서 저 놈들한테 보내줘라.”

혁수는 경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안 돼! 누구 좋으라고 그러는 거야?”

성준은 마음에 들지 않은지 냅다 고함을 질렀다.

“입 닥쳐 조성준. 아까부터 자꾸 깐죽거리는데 한 번만 더 날 창피하게 만들면 너부터 죽일 수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

혁수는 평소답지 않게 거친 말을 쏟아냈다. 그러자 눈치를 살피던 종명과 승원은 경현을 부축하더니 수혁에게 데려다 주었다.

“손 떼라, 그리고 너희들도 연관 있는 거면 그냥 넘어갈 생각 없으니까 각오해라.”

수혁은 경현을 넘겨받은 뒤 차갑게 쏘아붙였다.

“우린........”

“닥치고 꺼져.”

수혁은 애써 변명을 하려는 승원을 무시하고 경현을 기둥에 기대어 쉴 수 있게 앉혀놓았다.

“경현아, 정신 좀 차려 봐. 괜찮은 거야?”

“생각보다는 크게 안 다친 것 같아. 위험한데 여기까지 왜 온 거야?”

수혁의 목소리를 들은 경현은 눈을 뜨더니 힘없이 말했다.

“일단은 조금 쉬고 있어. 이 일 마무리하고 바로 병원으로 가자.”

“으윽, 이럴 게 아니라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필요 없어, 저 새끼들 정도는 내가 처리할 수 있어.”

수혁은 경현을 안심시킨 뒤 중앙회 놈들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혁수를 빠르게 스캔했다.

‘곽혁수, 확실히 떨거지들하고는 급이 다르긴 하네. 힘이 35라 쉽지 않겠는데?’

그의 힘은 최근에 또 상승하여 35인 상태였다.

둘은 대등한 수치를 가지고 있었기에 승부는 예측하기 어려웠다.

“곽혁수라는 놈이 여기 리더라고 들었는데 너냐?”

수혁은 무리들 중 맨 앞에 있는 혁수에게 말을 걸었다.

“중앙회라는 이름을 듣고도 태연한 걸 보면 제법 강한 모양인데, 오늘 결판을 내자.”

“중앙회? 그딴 조폭 흉내 내는 양아치 짓거리는 그만두고 학생이면 학생답게 굴어라.”

“하하하, 듣던 대로 입을 살았네. 약속하나 하지, 네가 날 이기면 중앙회는 너와 선민고에는 더 이상 손대지 않을게.”

혁수는 수혁의 패기 넘치는 말을 호쾌하게 웃어 넘겼다.

“난 상관없어. 계속 건드리면 오는 족족 부술 거니까. 혼자 오든 다 같이 오든 마음대로 해.”

수혁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약속은 지킬 테니. 애들아. 내가 혹시 지더라도 절대 나서지 마. 이건 저놈이랑 나랑 일대일로 해결할 문제니까 말이야.”

“그러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가만히 보고 있던 종욱이 입을 열었다.

“만약 이 싸움에 끼어드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반절 죽여 놓을 거니까 그런 줄 알아.”

종욱은 중앙회 멤버들을 보며 으름장을 놓았다.

“종욱아 그 부분은 더 이상 신경 안 써도 될 거다. 자, 대화는 이만하면 됐고 준비됐어?”

혁수는 겉옷을 벗고 소매를 걷어 올렸다.

수혁은 대꾸도 하지 않고 말없이 앞으로 나왔다.

공사장에 오면서 실컷 뛰었기에 몸은 이미 풀린 상태였다. 그는 말없이 혁수를 쳐다보다가 이내 서서히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뭐지? 자세가 조금 특이한데?’

스텝을 밟으며 경계심을 잔뜩 끌어올린 수혁과 달리 거대한 체구를 지닌 혁수는 양 팔로 가드를 올린 채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들은 한동안 그렇게 대치상태로 있었다.

‘무슨 속셈인지? 아무래도 내가 먼저 가야겠어.’

수혁은 그에게 접근한 뒤 단단한 가드를 뚫기 위해 전력으로 미들 킥을 날렸다.

“조심해!”

종욱은 다급하게 외쳤지만 이미 엎어진 물이었다. 수혁의 킥은 상대의 양팔 가드위에 적중했다.

둔탁한 소리는 들렸지만, 혁수는 전혀 데미지를 입은 것 같지 않았다.

그는 공격을 막은 뒤 곧장 주먹을 휘둘렀다.

‘뭐, 뭐야?’

아무 준비 동작 없이 무턱대고 지르는 펀치 같았지만, 수혁이 체감하는 그의 공격은 이제까지 본 그 어떤 것보다 강하고 빨랐다. 수혁은 그대로 가슴팍에 주먹을 얻어맞고 말았다.

“윽.......”

엄청난 타격음과 함께 수혁은 쭉 밀려났다.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닌데도 이 정도라니.’

그는 통증을 견디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걸 버티다니, 대단한 걸?”

“럭키 펀치 한 방 가지고 기고만장하기는.”

“훗, 그럼 다시 시작하자.”

혁수는 코웃음을 치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혁수가 왜 저렇게 소극적으로 나가지? 원래 단숨에 치고 들어가 한 방에 끝내는 스타일 아니었어?”

“나도 모르겠어. 저 새끼가 강해서 그런 거 아닐까?”

관전을 하고 있는 몇 몇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논평을 하고 있었다.

혁수의 싸움스타일은 단순, 호쾌 그 자체였다. 타고난 싸움 센스와 막강한 피지컬로 상대를 그냥 찍어 누르곤 했지만 종욱과의 대결 이후 스타일의 변화를 주었다.

‘무턱대고 나가면 안 된다. 전문적으로 배운 놈이면 신중해져야 해.’

그는 가만히 서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리고 수혁은 데미지에서 회복한 뒤 다시 스텝을 밟기 시작했다.

‘저 가드를 뚫어야 한다. 어떻게 할까?’

수혁은 잠시 상황을 살피다 빠르게 로우 킥을 날렸다. 혁수는 로우 킥을 방어 없이 받아낸 뒤 바로 펀치를 날렸다. 그러나 그는 다음 공격이 올 것을 예상하고 디딤 발로 그대로 하이 킥을 날렸다.

“헉.”

혁수는 당황하긴 했지만 고개를 숙여 공격을 간신히 피해 내었다.

‘가드만 좋은 게 아니야, 속도도 제법 빠르고 회피능력도 평균 이상이야.’

공격이 먹히지 않자 수혁은 섣불리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고 다시 대치 상황이 되었다.

이번에는 혁수가 먼저 움직였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더니 안면에 훅을 날렸다.

수혁은 고개를 돌려 주먹을 흘린 뒤 팔꿈치로 얼굴을 가격했다.

“윽.”

처음으로 유효타를 맞은 혁수는 데미지를 입자 다시 좀 전과 같이 가드를 올렸다.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좋을 것이 없어, 그냥 맞붙어보자.’

수혁은 집중력을 끌어올린 뒤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그러자 혁수는 주먹을 막아낸 뒤 반격을 했으나 똑같은 패턴에 익숙해진 그는 사이드 스텝으로 가볍게 피한 후 엘보우로 얼굴을 강타했다.

‘힘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스피드는 내가 위야, 이거 해볼 만 하겠어.’

수혁은 난타전을 피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는 충격에 의해 비틀거리는 혁수에게 틈을 주지 않고 미들킥을 꽂았다.

“큭......”

혁수는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려 간신히 킥을 막아내었다. 그러나 그는 공격이 연달아 들어오자 얼굴이 점점 일그러졌다.

‘다리가 완전히 쇠몽둥이 같아. 계속 맞다가는 뼈가 부러지겠어.’

수혁은 자각을 못하고 있었지만 긴 시간 마당에서 신체를 강화한 훈련은 결실을 맺어가고 있었다. 이제 그의 양 주먹과 다리는 흉기와 같은 수준이었다.

‘힘들어 하는 것 같은데?’

수혁은 혁수가 아까와 달리 가드를 함에도 불구하고 반격을 가하지 못하자 그가 충격을 받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좋아. 잘하고 있어. 그대로만 계속 해!”

지켜보던 종욱은 수혁이 싸움의 승기를 잡았음을 알게 되자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만 끝내자.’

수혁은 더욱 속도를 높여 상대가 가드를 하든 안 하든 상관하지 않고 다양한 킥과 펀치를 날렸다. 혁수는 온 몸에 강한 통증을 느끼자 대응하지 못하고 몸을 웅크리고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으윽, 으으.. 그만........”

수혁은 고통에 신음하는 혁수를 쓰러뜨리기 위해 있는 힘껏 미들 킥을 날렸다.

“악!”

비록 막긴 했지만 충격에 두 팔은 튕겨져 올라갔고 혁수의 안면은 그대로 열렸다.

‘이때다.’

수혁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어퍼컷을 턱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철옹성과 같던 혁수는 드디어 뒤로 넘어가 버렸다.

“혁수야!”

싸움을 지켜보던 철민은 이성을 잃고 수혁의 등을 앞차기로 가격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태를 파악한 종욱은 순식간에 난입하여 훅으로 철민의 얼굴을 쳐버렸다.

“컥!”

관자놀이에 펀치가 적중한 철민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뭘 보고만 있어? 죽여!”

상황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초조해진 성준은 소리를 질렀고 중앙회 녀석들은 수혁과 종욱에게 달려들려는 모션을 취했다.

“그만해!”

싸움이 벌어지려는 순간 정신을 차린 혁수가 놈들을 제지했고 그 순간 모두의 움직임은 멈췄다.

- 49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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