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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는 회귀-59화 (59/316)

59화

수혁과 경현이 반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자는 반에 들어왔고 모의고사에 대한 총평을 하기 시작했다.

“애들아, 시험 보느라 수고했어. 이번 시험이 예년에 비해서 다소 어려웠다는 이야기가 많더라, 그러니 성적이 안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고 다음 시험 준비를 잘했으면 좋겠다.”

“어쩐지, 평소보다 점수가 덜 나왔는데 등수는 거의 그대로더라고.”

“맞아. 나도 그랬어.”

아이들은 담임의 총평을 듣고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어려운 시험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반에서 전체 1등이 나왔다. 게시판에 올라간 석차를 보고 온 애들은 알겠지만, 수혁이가 우리 반 1등과 전체 1등이 되었다.”

담임이 수혁의 전교1등 사실을 말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나왔다.

“와, 수혁이가 전체 1등이라고?”

“몰랐어? 아침에 게시판에 붙어있었잖아.”

“그러면 부동의 1등 이미희가 밀린 거야?”

“그렇다니까.”

반 아이들은 저마다 놀란 감정을 드러내며 수업시간이 되기 전까지 수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얼마 안가 3학년 전체에 수혁이 전교 1등 했다는 소식이 퍼졌다.

‘강수혁이 전교 1등이라고? 말도 안 돼.’

2학년 때 반장이었던 정식은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그 역시 부단히 노력한 결과 반 1등은 거머쥐었지만, 게시판에서 수혁의 성적을 확인하곤 좌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냥 겉만 번지르르한 놈인줄 알았는데 공부까지 잘하다니....... 하, 그냥 애시 당초 게임이 안 되었던가?’

정식은 처음으로 질투보다는 경외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게 한동안 수혁의 소식으로 시끄러웠던 학교는 이내 다시 잠잠해졌다.

수업을 마치고 학교를 빠져나온 수혁은 성적표를 들고 집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부모님도 좋아하시겠지?’

생전 처음해보는 1등은 차분한 성격의 수혁에게도 벅찰 만큼 기쁜 일이었다.

그는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정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다.

“이제 끝났어? 너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다.”

“종욱아!”

학교 앞에서 수혁을 기다리고 있던 사람은 종욱이었다.

그는 골목 전봇대 옆에 멋지게 생긴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서있었다.

“뭐야? 이건 언제 뽑은 거야?”

“이제 우리 고3이잖아 알아보니까 면허를 딸 수 있더라고.”

종욱은 면허를 따자마자 오토바이를 하나 구매했다.

“그렇구나, 근데 어쩐 일이야?”

“응, 다른 것이 아니라 너한테 부탁할게 있는데 전화로 하기 좀 그래서 얼굴 보고 말하려고 여기까지 왔어,”

중욱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수혁에게 말했다.

“뭔데? 편하게 말해. 네가 도와준 게 얼만데 내가 뭘 못하겠어.”

수혁은 그가 부담을 느끼지 않게 배려해주었다.

“내가 프로 자격 따려고 하는데 아직 나이가 안 돼서 따로 시합을 못 뛰고 있잖아. 그래서 실전감각을 익히려고 5월 말에 있는 아마추어 전국대회에 나가려고 하거든.”

“응.”

“비록 아마추어대회지만 전국에 프로 준비하는 내로라하는 애들은 다 참가하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최근에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마땅한 스파링 상대를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

“아, 무슨 말인지 알겠다. 스파링 파트너 내가 해줄게.”

수혁은 종욱의 말을 대번에 이해하고 그를 도와주기로 결심했다.

“정말 고맙다 수혁아, 만약 도와주면 스파링 해준 것에 대한 수당도 챙겨서 줄게.”

“아니야, 돈은 괜찮아. 너만 괜찮으면 오늘부터 시작할까?”

“정말? 나야 좋지. 그럼 체육관으로 바로 이동할래?”

“응. 그렇게 하자.”

종욱은 오토바이 안장을 열어 헬멧을 수혁에게 주었다. 그리고 자신도 헬멧을 쓴 뒤 시동을 켰다.

“자 뒤에 타. 빠르게 갈 테니까 꽉 잡아.”

“응.”

종욱은 수혁을 뒤에 태우고 출발했다. 그리고 얼마 안돼서 체육관에 도착했다. 수혁은 도착하자마자 바로 탈의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고 종욱은 손에 테이핑을 하고 스파링 준비를 했다.

“종욱아 저 친구는 누구냐?”

거대한 체구를 지닌 중년의 남성이 수혁을 발견하고는 물어봤다.

“네, 제가 예전에 말씀드렸던 친구에요. 이제 스파링 파트너는 따로 구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관장님.”

“그래? 그거 잘됐구나. 실력은 확실하지? 너랑 스파링 할 정도면 보통 수준 가지고는 안 돼. 내가 누차 이야기했지만 넌 챔피언이 될 재목이야.”

“그건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아마 직접 보시면 바로 아시게 될 겁니다. 아, 저기 오네요.”

종욱은 확신에 찬 얼굴로 이야기를 하던 도중에 탈의실에서 나오고 있는 수혁을 발견했다.

“수혁아, 이리 와바. 여기 우리 체육관 관장님인데 인사드려.”

“안녕하세요. 저는 강수혁이라고 합니다.”

“그래 반갑다. 우리 종욱이 도와준다고 들었는데 고마워. 나는 김철중이라고 한다.”

수혁은 철중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우리 관장님이 이래 봐도 예전에 미들급 세계 타이틀전까지 경험하셨던 분이셔. 과거에는 동양챔피언도 하셨고. 지금은 체육관 관장 일을 하시면서 한국격투기 협회에서 부회장으로 일하시는 중이야.”

종욱은 철중이 자랑스러운지 말을 늘어놓았다.

“허허 녀석, 쓸데없는 소리 하기는. 그래 종욱이한테 대충 들었는데 복싱을 할 줄 안다며? 누구한테 배웠어?”

“관장님 놀라실 수도 있겠지만 수혁이는 저한테 복싱을 한 달 정도 배운 게 다에요. 그전에는 책으로 독학을 했고요.”

철중은 그 이야기를 듣자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한 달을 했다고? 스파링을 해본 경험은 있어?”

“네, 종욱이한테 배울 때 매일 스파링 하였습니다.”

수혁은 태연하게 대답을 했다.

“지금 할 스파링은 훈련 때 하는 약식 스파링이 아니라 실전에 가까운 강도 높은 스파링이야. 아무래도 이번 스파링은 조금 고려를 해봐야겠는데?”

철중은 경험이 미천해 보이는 수혁이 미덥지 않았다. 종욱과 같은 실력자와 실전에 가까운 스파링을 하다보면 큰 부상이 발생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지금 당장 스파링 해볼 테니 보고 판단해 주십쇼.”

이런 상황을 많이 겪어 본 수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복싱은 그렇게 쉬운 운동이 아니야. 종욱이와 어떤 훈련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쉽게.......”

“관장님 수혁이 믿고 한 번 지켜봐 주세요. 저도 보증할게요.”

종욱은 철중의 말을 끊고 부탁을 했다.

“하, 고집들도 참.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바로 스파링 중지할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둘 다 링 위로 올라가라.”

“네.”

“알겠습니다.”

둘은 대답을 한 후 링 위로 올라갔다.

수혁은 어쩌면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종욱과의 실전 스파링에 자신이 넘치는 상태였다. 그리고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겨울 방학 때 공부를 하며 틈틈이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꾸준히 운동한 덕분에 힘을 40까지 찍었어. 이 정도면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수혁은 스파링하기 전에 종욱을 스캔했다.

과거에는 통찰의 능력으로도 스텟이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창에 종욱의 힘과 체력 등이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그의 힘은 38이였고 체력은 32였다.

“자 그럼 시작해라.”

철중은 링 구석에서 몸을 풀고 있는 그들에게 말했다.

“수혁아 처음부터 전력으로 갈 테니까 힘들면 바로 말해줘.”

종욱은 살짝 걱정되는 된다는 투로 말했다.

“응, 괜찮으니까 서로 최선을 다하자.”

“좋아.”

수혁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안심시켰다. 잠시 후 둘의 스파링이 시작되었다. 종욱은 스텝을 밟으며 링 주위를 빠르게 돌았고 수혁도 그의 스텝에 맞춰 몸을 부지런히 움직였다.

“흠, 자세는 제법 나오는군.”

철중은 수혁을 관찰하고 있는 중이었다. 종욱이 빠르게 잽을 뻗자 수혁은 사이드 스텝을 밟아 주먹을 여유롭게 피한 후 상대의 안면에 잽을 날렸다.

“윽.”

종욱은 가드를 올려 간신히 잽을 막아낸 뒤 자세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뭐야, 예전하고 분위기가 많이 다른데?’

수혁은 움직임이 멈춘 종욱을 바라보다가 먼저 공격에 들어갔다. 들어오는 수혁을 본 그는 반사적으로 잽을 날렸다. 그러나 수혁은 간단히 주먹을 피해 낸 다음 카운터 훅을 날렸다.

펀치를 맞은 종욱은 헤드기어를 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에 몸이 흔들렸다.

“그만, 잠깐만.”

이를 지켜보던 철중은 잠시 시합을 멈췄다. 둘은 헤드기어를 벗고 그를 쳐다봤다.

“우선, 수혁이라고 했지?”

“네.”

“정말 대단하다. 방금 전 너의 움직임을 보고 종욱이 말이 허풍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어. 앞으로 대회까지 스파링 연습을 잘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제 말이 맞죠?”

종욱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나 철중은 무시하고 말을 이어나갔다.

“그런데 내 예상이 맞다면 넌 종욱이를 봐주면서 하고 있어. 어때? 내 말이 틀리나?”

“…….”

수혁은 종욱과의 스파링에서 자신이 우위를 점할 수 있음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친구의 자존심이 다칠까 봐 전력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아무래도 내 말이 맞는 것 같군. 중간중간 큰 공격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간단한 주먹으로 마무리하는 것을 보고 확신하게 됐다.”

“뭐야? 날 봐주고 있던 거야?”

수치심을 느낀 종욱은 얼굴이 빨개졌고 수혁은 난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봐준 것이 아니라, 서로 다치는 상황은 피해야 되서 그런 거야.”

수혁은 자신의 행동을 나름대로 변호했다.

“그만해라, 종욱아.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철중은 자칫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 있는 둘의 대화를 끊었다.

“흠, 혹시 전력을 다 하되 종욱이가 다치지 않게 조심해서 스파링을 해줄 수 있어?”

철중의 질문에 수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관장님!”

종욱은 기분이 상하여 언성을 높였다. 그러나 철중은 단호하게 말했다.

“조용히 해라. 너보다 강한 상대와 스파링 하는 것은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너도 배운다는 마음을 가지고 스파링에 임해라. 그럼 다시 시작하자.”

종욱은 뭐라 항변하고 싶었지만, 딱히 반박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용히 헤드기어를 썼다. 그리고 잠시 후 스파링은 재개되었다.

그는 초반에 탐색전을 하던 신중한 모습과 달리 공격적으로 스파링에 임했지만, 공격은 수혁의 몸에 닿지 않았다.

‘이거 완전히 역전 돼버렸잖아.’

종욱은 과거 자신이 수혁을 가르쳤을 때 벌어졌던 상황이 연출되자 끝내 그의 실력을 인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한동안 스파링을 한 둘은 링 위에서 내려왔다.

“어때? 내가 한 말이 뭔 줄 알겠지?”

철중이 말했다.

“네, 확실히 수혁이가 이제 저보다 강한 것 같아요.”

종욱도 순순히 그 사실을 인정했다.

“자네, 혹시 복싱해볼 생각은 없나? 이건 정말 대단한 재능이야, 좀만 다듬으면 세계챔피언도 가능하겠어.”

철중은 수혁을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저는 복싱을 전문적으로 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사실 저한테 복싱은 제가 꾸준히 연습하고 있는 여러 격투술 중 하나일 뿐입니다.”

수혁은 손에 두른 테이핑을 풀며 차분히 말했다.

“뭐? 그럼 복싱 말고도 다른 것도 할 줄 안다는 거야?”

“예, 저는 복싱 외에 무에타이, 킥복싱, 레슬링 등 여러 가지를 할 줄 압니다.”

“다른 것들도 복싱정도의 수준으로 익혔다는 말이야? 예를 들면 방금처럼 스파링을 할 수 있겠어?”

“기초적인 경기 룰만 숙지하면 무리 없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수혁의 이야기를 들은 철중은 혀를 내둘렀다.

- 60화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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