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후회 없는 회귀-66화 (66/316)

66화

수혁은 몸을 푼 뒤 무에타이의 기본자세를 취했다. 두 팔은 끌어올려 가드자세를 취한 뒤 왼발은 지렛대 삼아 고정 시키고 오른발을 제자리에서 들었다 내렸다 했다.

“무에타이의 기본자세로군.”

철중은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동작들은 보면 아시죠? 제가 여러 동작들을 시연할 테니 보고 판단해 주세요.”

“흠.”

철중은 워낙 다양한 무술인들과 교류를 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자세를 보면 대략적인 실력을 파악할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수혁은 무에타이에 맞는 스텝을 밟으면서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기술을 자연스럽게 구현하네. 확실히 기본은 되어있어.’

철중은 수혁이 기술을 시전 하는 것을 보고 생각했다.

“이쯤이면 충분히 아셨을 것 같은데요?”

수혁은 대략 7~8분 정도 여러 기술들을 선보인 다음 철중을 바라봤다.

“그래, 확실히 무에타이를 정식으로 배운 사람의 움직임이었어, 그러나 실전에서의 쓰임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증명됐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아시고 생각해둔 게 있죠. 종욱아 아까 부탁했던 스파링 지금 하자.”

“뭘 어쩌려고? 복싱을 기반으로 한 종욱이와 무에타이로 스파링을 하려는 거냐? 그렇게 한다고 입증될 것 같아? 똑같이 무에타이를 배운 사람과 하지 않으면 소용없어.”

철중은 수혁의 의도를 간파하고 고개를 저었다.

“저도 뭐 완벽한 증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하지만 이종격투기 시합에서는 각자 배운 무술을 기반으로 붙는 거 아닌가요? 스파링을 하게 되면 적어도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지는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그렇지만.......”

“관장님, 그냥 한 번 봐주세요. 해보겠습니다.”

종욱은 그들의 대화를 듣더니 스파링 참여 의사를 밝혔다. 훈련 때 도움을 많이 받았던 그는 수혁을 도와주고 싶었다.

“그건 안 된다. 킥을 사용하는 무에타이와 복싱은 상성 상 대결이 성립되기 힘들어. 네가 크게 다칠 수도 있단 말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서로 가벼운 타격만 주고받는 매스 스파링으로 진행할 생각입니다.”

수혁은 철중을 안심시켰다.

“전 괜찮아요. 이래 봐도 킥을 사용하는 상대를 어떻게 대처하는 지에 관해서는 빠삭하다고요.”

종욱은 자신감 넘치게 말했다.

“하, 나도 모르겠다. 그래 해봐라.”

철중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둘은 헤드기어를 착용한 뒤 스파링을 시작했다.

종욱은 기본 잽을 날리며 수혁의 주변을 맴돌았다. 그러자 수혁은 킥으로 적절히 견제하며 거리를 유지했다. 그런데 그 때 종욱이 잽싸게 치고 들어와 복부에 주먹을 날리고 백스텝을 밟아 빠지려고 했다. 그러나 수혁은 양팔을 사용하여 펀치를 가드한 다음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어, 어.”

수혁이 목을 잡고 중심을 무너뜨리자 그는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기회야.’

그는 당황한 종욱의 발목을 다리로 걷어 올려 손쉽게 넘어뜨렸다.

“그만.”

철중은 시합을 중지시켰다.

“이 정도면 됐나요?”

“그래, 너의 실력이면 무에타이 종목에서 스파링 파트너로 뛰기에 충분할 것 같다. 그러나 다른 것들은 입증이 되지 않아 의문인데?”

“시간만 괜찮으시면 다른 것들도 다 보여드릴게요.”

수혁은 철중의 말을 듣고 킥복싱과 기타 격투기들을 기반으로 한 기술들을 선보였고 이후에는 종욱과 매스 스파링을 하여 실전성을 입증했다.

“헉 헉, 수혁아,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종욱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계속된 스파링으로 그는 조금 지친 상태였다.

반면에 수혁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헤드기어를 벗었다. 수차례 펼쳐진 스파링은 모두 수혁이 종욱을 제압하는 형태로 끝이 났다.

“그래. 충분히 알겠으니까 더 이상 증명하려고 하지 마라.”

철중은 수혁을 인정해 주었다.

“그러면 체육관들을 소개시켜주는 건가요?”

“그건 좀 다른 문제지, 내가 왜 굳이 연락을 돌려서 스파링 할 곳을 알아봐 주냐.”

“…….”

철중은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여 냉담한 태도를 취했고 수혁의 얼굴에는 당황한 감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런데 갑자기 종욱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관장님 어차피 우리 체육관 기석이형도 시합 앞두고 있잖아요, 웬만하면 소개해주세요.”

“흠, 그래. 기석이 파트너로 부를 테니까 가끔씩 와라.”

종욱은 수혁을 도와주려했으나 철중의 태도는 여전히 미지근했다.

“아, 정말 이렇게까지 말 안하려고 했는데, 관장님은 수혁이가 3월부터 2달 동안 군소리 없이 제 훈련 도와준 거 다 잊으신 거예요? 덕분에 저도 우승할 수 있었고 체육관 관원들도 더 늘었잖아요.”

“크흠.......”

철중은 염치가 없는지 괜히 헛기침만 했다.

“제가 보답을 바라고 훈련에 참여한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 번만 절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수혁은 절박한 심정을 가득 담아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자 철중은 눈을 질끈 감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이 근방에 네가 스파링 뛸 수 있는 곳들은 연락을 돌려볼 테니까 약속 잡히면 어기지나 마.”

“감사합니다 관장님!”

답변을 들은 수혁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내일부터 당장 우리 체육관으로 와서 기석이랑 스파링 좀 해줘라. 한 번 할 때마다 수당은 3만원이니까 참고하고. 체육관 사정상 매일은 부탁 못 하겠지만 나쁘지 않을 거다.”

“네.”

그 후 스파링에 관해 잠시 대화를 나누던 수혁은 인사를 하고 체육관을 나왔다.

다음 날이 되었다. 그는 약속한 시간에 맞춰 체육관에 도착했다.

“어서 와라. 이쪽은 내가 어제 이야기했던 기석이.”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수혁과 기석은 서로 인사를 나눈 뒤 몸을 풀고 스파링을 했다. 그는 가뿐하게 스파링에 임했고 무사히 마쳤다.

“수고했다.”

“고맙습니다.”

철중은 봉투에 돈을 넣어 수혁에게 주었다.

“어제 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틈나는 대로 전화를 돌렸는데 곳곳에서 시간 날 때 들리라고 하더라. 내가 체육관이름이랑 위치를 적어놨으니까 편할 때 찾아가라.”

“감사합니다. 관장님.”

철중은 위치와 이름을 적어놓은 종이를 수혁에게 건넸다.

“이외에도 추가로 스파링 제의가 들어오면 연락할 거니까 핸드폰 잘 보고 다녀.”

“걱정하지 마세요. 관장님한테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알아서 잘 하겠지 뭐. 폰 번호나 좀 알려줘라.”

수혁은 자신의 핸드폰 번호를 철중에게 알려줬고 곧바로 체육관에 나온 뒤 종이를 살펴봤다.

‘어디 보자. 여기서 가장 가까운 곳이 어디냐?’

그는 종이를 보다가 현재 위치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체육관을 목적지로 선택한 후 발걸음을 옮겼다.

“김철중 관장님께 소개 받고 온 강수혁이라고 합니다.”

“오호, 네가 부회장님이 어제 전화로 이야기 하던 애구나. 그래, 지금 바로 스파링 해볼래?”

“좋습니다.”

수혁은 다른 체육관에 가서 자기소개를 한 뒤 스파링 일정을 잡거나 그 자리에서 바로 스파링을 했다.

점심때 집에 나와 여러 체육관을 돌다보니 시간은 어느새 밤 11시가 되었다.

‘오늘만 20만원을 벌었어. 큰돈은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거 같은데?’

수혁은 이날만 총 8곳의 체육관을 돌아다녔다. 종이에 쓰여 있는 체육관은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스파링 시간과 거리를 생각해 봤을 때 한시도 쉬지 않고 돌아다녀야 소화할 수 있는 스케줄이었다.

‘일정만 잡고 나온 곳을 빼더라도 꽤나 짭짤하다. 보통 스파링이 30분 정도 진행되니까 아침 일찍부터 약속을 잡아서 하루종일 진행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이 벌 수 있겠어.’

수혁은 학기 중에도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아 체력은 47까지 향상된 상태였다. 그리고 힘도 덩달아 올라 스텟은 49를 찍은 상황이었다.

‘매일 스파링을 소화해도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거야, 그럼 내일부터 제대로 해봐야겠다.’

그는 본격적으로 돈을 벌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했다.

* * *

다음날이 되자 수혁은 아침 8시부터 체육관을 돌기 시작했다.

무에타이나 킥복싱, 이종격투기 체육관을 가면 경기 룰에 대한 것만 숙지를 하고 스파링을 진행했다. 대부분의 관장들은 수혁의 실력에 크게 만족하며 다음 일정을 잡곤 했다.

‘수입이 생각보다 짭잘한데?’

스파링 수당은 체육관 사정에 따라 달랐지만, 평균 3만원 정도였다. 그리고 세계 대회를 준비하거나 타이틀을 준비하는 선수들 같은 경우는 한 번에 1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다.

순조롭게 스파링은 이루어졌지만 가끔씩 의심하는 관장도 있었다.

“비록 김철중 관장님이 보증하는 사람이라고 하나 내 믿질 못하겠네.”

다소 나이가 있어 보이는 관장이 의구심을 표현했다. 그는 이종격투기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종격투기는 Z-1처럼 입식 룰에 입각한 대회도 있지만 우리는 그라운드도 포함된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 네가 그라운드가 포함된 스파링을 소화할 수 있을까?”

“네, 문제없습니다.”

수혁은 레슬링과 주짓수를 틈틈이 연마했었기 때문에 그라운드가 포함된 스파링에도 무난히 적응했다.

“내가 괜한 의심을 했군, 혹시 다음 주에도 와줄 수 있어?”

관장은 돈 봉투를 주며 다음 일정을 잡으려 했다. 처음에 수혁을 의심했던 관장은 스파링을 지켜본 후 태도가 돌변했다.

“물론이죠. 근데 화요일하고 목요일은 스케줄이 꽉 차서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월요일 오전으로 하지.”

“넵, 잠시만요.”

수혁은 수첩을 꺼내 자신의 스케줄을 확인하고 날짜와 정확한 시간을 확정지었다.

그 뒤에도 그는 자신을 의심하는 관장들을 만나면 실력을 입증한 뒤 고정 고객으로 만들었다.

날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아침 8시부터 밤 11시까지 서울 구석구석 돌아다닌 결과 평균적으로 9에서 10곳의 체육관을 돌아다녔고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송관장이 시간 날 때 들려주라고 계속 연락이 오네? 내 얼굴 봐서 한 번 들려줘.”

“아, 킥복싱 도장 운영하는 분 말씀하시는 거죠? 네 스케줄 확인하고 약속을 잡겠습니다.”

철중은 이제 스파링을 부탁하는 입장이 되었다.

수혁이 상대의 실력에 맞춰 적절하게 스파링을 해주자 서울 내에 있는 체육관들을 사이에서 양질의 스파링 파트너로 소문이 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받는 수당도 증가했다.

‘후, 열심히 하다 보니 좋은 일도 있구나.’

사정이 안 좋은 체육관이나 무명의 선수를 상대할 때는 3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었으나 수요가 크게 늘어 바빠지자 최소 5만원은 받게 되었다.

그리고 네임벨류가 있는 선수들과의 약속이 크게 늘어 수입은 가면 갈수록 늘어났다.

‘오늘도 꽤 벌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수혁은 자신이 번 돈을 세어보고 있었다.

수입은 날마다 조금씩 달랐지만, 첫 주가 지난 후부터 평균적으로 매일 30만원 정도를 벌게 되었다.

‘이제는 돈 되는 스파링만 골라서 해야겠어. 복싱, 무에타이, 이종격투기, 킥복싱 안 가리고 하다보니까 몸이 10개라도 부족하네.’

수혁은 아예 타이틀을 도전하는 선수나 큰 대회를 준비하는 선수 위주로 스파링을 진행했다.

그들은 대부분 큰 체육관에서 운동했기 때문에 일주일에 3번씩 약속을 잡아도 재정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마지막 주가 되자 수입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 67화에 계속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