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휴, 피곤하다.’
수혁은 한 달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스파링 알바를 뛰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해도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스파링을 하다 보니 점점 지쳐갔다.
그는 철중에게 스파링을 그만 하겠다고 이야기 한 뒤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스텟이 많이도 올랐네.’
스파링을 하는 기간 동안 힘과 체력 스텟은 꾸준히 상승하여 각각 3과 5씩 증가했다. 수혁은 스텟을 확인한 후 프로그램을 끄고 지금까지 번 돈을 확인했다.
‘마지막 주에 진짜 무지하게 벌었구나.’
스파링 알바를 시작하고 평균 30정도 벌었던 수혁은 마지막 주에는 매일 50만원이상 돈을 벌었다.
이는 10만원이상 되는 건수가 늘어나 가능한 일이였다.
수혁은 스파링으로 번 돈을 합산해보았다.
‘거의 1000정도 번 것 같네.’
밤낮없이 열심히 뛴 결과 수혁은 1000만원에 가까운 큰돈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추가적인 수입이 또 있었다.
수혁이 한창 스파링을 하고 돌아다닐 때 우진에게 전화가 온 적이 있었다.
“잠깐이면 되는데 통화 가능하나?”
“네, 말씀하세요.”
“예전에 제자백가 시대에 활동했던 걸로 추정되는 자가 쓴 고서를 기억해?”
“물론이죠.”
“출판사에서 그 책을 이전과 같은 조건으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는데 어떤가?”
“저야 좋죠. 바로 계약하셔도 됩니다.”
“알겠네, 내 계약금을 받으면 바로 자네에게 전해주지.”
이렇게 수혁은 우진으로부터 출판에 관한 정보를 들을 수 있었고 스파링 알바를 마무리하기 전에 계약금 천만원을 전달 받았다.
‘이 정도면 큰 점포는 못 구해도 창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수혁은 그동안 모은 7천만원의 돈을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의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그는 부모님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방에서 차분히 쉬고 있었다.
선웅이 오지 않아 방에 누워 휴식을 취하던 수혁은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 오셨어요?”
“아휴, 피곤하다. 아침부터 이곳저곳 들릴 데가 있어서 조금 늦었어. 오늘은 집에 있네? 맨 날 밤이 다 돼서 들어오더니.”
선웅은 지난 가족회의 이후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창업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네, 어제 일이 모두 끝났거든요. 드릴 말씀이 있는데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할 말이 있는 모양이구나? 방으로 가자.”
수혁을 비롯한 그의 가족은 안방에 모여 회의를 시작했다.
“다들 어떻게 지내셨어요? 알다시피 저는 집에 거의 없어서 상황을 잘 모르거든요.”
수혁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나는 네가 준 프린트로 공부를 하고 집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시간을 보냈어, 그리고 너희 아버지와 상의해서 메뉴도 결정하고 음식에 맞는 가격도 정했어.”
혜정은 깔끔하게 정리된 메뉴표를 건네며 말했다. 수혁이 살펴보니 고가의 메뉴부터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메뉴까지 훌륭히 잘 정리되어 있었다.
“메뉴가 상당히 괜찮네요. 음식 가지 수가 적절해서 준비하기 수월하고 코스요리까지 구비해서 고급 취향을 가진 고객들도 만족시킬 수 있겠어요.”
“그거 말고도 음식에 내놓을 반찬까지 다 구상해뒀어.”
“정말 멋져요. 최고에요 엄마!”
“풋, 애는 참.”
아들의 칭찬을 들은 혜정은 조금 부끄러워했다.
“나는 사람이 많이 가는 음식점들이 고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 하는지 파악했어. 그리고 남는 시간에는 우리가 장사할 곳도 알아봤다.”
“좋은 곳이 있던가요? 제가 창업자금으로 7천정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수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선웅은 자신있게 말을 꺼냈다.
“그 정도면 충분히 가게를 열 수 있을 거야. 이 동네 옆에 개발되지 얼마 안 된 주택단지 알지?”
“네.”
선웅이 말하는 곳은 선민고등학교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는 구역을 의미했다.
“거기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음식점이 있는데 사장이 개인사정이 있어서 급하게 매물로 내놓았더라고. 그래서 한 번 알아봤는데 금전적인 이유로 가게를 처음 상태로 복구하기 어렵다는 거야.”
“그런데요?”
“위치도 좋고 우리도 음식점을 할 생각이라 그냥 넘겨도 된다고 하니까, 건물주가 사장과 상의해서 권리금 없이 입주할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을 했어.”
선웅은 좋은 조건의 자리를 찾은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됐네요, 어차피 주방 설비나 이런 부분은 계속 쓸 수 있을 테니까요.”
“마침 그곳이 우리가 기획하고 있는 한식을 파는 음식점이라서 내부 인테리어에 들어갈 비용도 아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손님들이 식사하는 공간은 리모델링이 필요할 거예요. 간판만 바꾸고 새 가게라고 홍보해봤자 내부에 큰 변화가 없으면 손님을 많이 못 끌어들일 확률이 높거든요.”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네.”
“아니에요, 그래도 아버지 덕분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얻었잖아요.”
선웅은 민망한 지 머리를 긁적였다.
“저랑 아버지는 내일 가게에 직접 가서 살펴보도록 하죠. 괜찮으면 바로 건물주와 계약을 진행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엄마는 메뉴 구성에 더 보완할 점이 없는지 한 번 생각해보세요.”
“알았다 수혁아.”
수혁의 말을 들은 선웅과 혜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다음 날이 되자 수혁은 어제 논의했던 가게를 보러갔다. 음식점 사장은 현재 영업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선웅과 미리 연락하여 문을 열고 기다리고 있었다.
“들어오세요, 와서 편하게 둘러보세요.”
통통한 체격의 인상 좋은 남자가 그들을 맞았다.
“안녕하세요. 좀 전에 연락드렸던 사람입니다.”
“하하, 아드님이 이물이 훤칠하군요.”
“좋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들은 사장과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홀부터 주방까지 천천히 살펴보았다.
“저희도 여기서 한식 전문점을 하려고 하는데 이 기구들 그대로 사용해도 좋을까요?”
수혁은 사장에게 주방 설비에 대해서 꼼꼼히 물어보았다.
“아직 학생인 것 같은데 중요한 질문을 하시네요. 네, 저희도 여기서 장사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조리하고 하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겁니다.”
“저도 궁금한 게 있는데요.........”
수혁의 질문이 끝나자 선웅은 평소에 오는 손님의 수와 같은 중요한 정보들을 물었고 그때마다 사장은 친절하게 답변해주었다.
“이만하면 설명은 충분한 것 같은데, 혹시 더 보시려면 구경하시고 저한테 연락만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사장은 수혁과 선웅이 편하게 가게를 구경할 수 있게 배려해주었다.
남자가 자리를 뜬 후에도 그들은 가게 주변과 미처 보지 못한 화장실까지 꼼꼼히 살펴봤다.
“괜찮지 않아? 음식점 하기에 적당하고 유동인구도 제법 되잖아.”
“네, 주거지역에서 멀지 않아 마음에 드네요.”
그들은 충분히 가게를 둘러본 후 적합한 곳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선웅은 사장에게 연락을 한 뒤 가게에서 나왔다. 그리고 바로 건물주를 만나 중개사를 끼지 않고 직접 계약을 맺었다. 계약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자 수혁은 바로 다음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버지, 8월 말부터 장사를 시작하려면 최대한 빨리 내부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가야 되요.”
“그 부분은 쉽게 처리할 수 있으니 걱정 마라. 이래 봐도 내가 건설현장에 오래있었잖아? 지인들 중에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어서 이틀 내로 공사에 들어갈 수 있을 거야.”
“다행이네요. 후, 날도 더운데 집으로 갈까요?”
“그렇게 하자. 수고했어 아들.”
그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수혁이 밖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 동안 혜정은 가족들을 위해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저희 왔어요.”
“저녁이나 되야 올 줄 알았는데 금방 왔네?”
계약이 빨리 성사된 탓에 이들은 생각보다 일찍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저녁하고 있었어?”
선웅은 혜정이 열심히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며 물었다.
“창업하게 되면 손님들에게 선보일 메뉴들이야, 한 번 맛보고 어떤지 평가 좀 해줘.”
“냄새가 너무 좋은데요?”
“그러게 엄청 기대되는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
“거의 다 됐으니까 준비들 하고 있어.”
혜정은 바쁘게 움직이며 다양한 음식들을 만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요리가 완성되었다.
“수혁아 이리 와서 반찬이랑 음식들 좀 날라라.”
“네.”
“나도 거들게.”
선웅은 거실에 상을 편 뒤 수혁과 함께 음식들을 날랐다.
“와, 진수성찬이 따로 없네.”
“비쥬얼이 장난 아닌데요?”
세 가족은 자리에 앉아 혜정이 만든 음식들을 구경했다.
상 위에는 불고기, 잡채, 생선조림, 떡갈비 등이 차려져 있었고 다양한 재료로 만든 반찬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오늘 차린 건 코스요리야. 원래 순서에 맞춰서 음식이 나와야 하는데 시식하고 평가를 받아야 돼서 한 번에 내놨어.”
“준비하느라 수고했어.”
“대단하시네요, 이 많은 걸 언제 만드셨어요?”
수혁과 선웅은 혜정의 정성에 감탄하고 있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어. 자 이제 먹자.”
그녀는 입고 있던 앞치마를 벗고 숟가락을 들었다.
“잘 먹겠습니다.”
“나도 잘 먹을게.”
수혁과 선웅은 말을 함과 동시에 먹기 시작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여러 음식들을 먹어 치웠다.
혜정은 그들의 평가가 궁금했으나 나중에 듣기로 하고 천천히 밥을 먹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그 많던 반찬과 음식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무슨 밥을 그렇게 허겁지겁 먹어? 맛은 어땠어?”
혜정은 내심 긴장되었지만 태연한 투로 질문했다.
수혁과 선웅은 반나절이상 밖에서 가게를 살피고 이것저것 알아보느라 많이 허기진 상태였다. 그래서 이들은 어떤 대화도 없이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했었던 것이다.
“빈말이 아니라, 진짜 맛있었어요. 웬만한 식당에서 파는 것들보다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수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어떻게 보면 자주 먹어봤을 음식들일지도 모르지만, 신경을 써서 그릇에 놓으니까 뭔가 정갈해 보였어. 그리고 맛이 담백한 게 딱 내 입맛에 맞았어. 확실하진 않지만 손님들도 엄청 좋아할 거야.”
선웅도 숟가락을 내려놓고 음식에 대한 평가를 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풍미가 깊고 깔끔하니 좋아요. 아버지 말씀대로 담백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네요.”
수혁도 선웅의 의견에 동의했다.
“조미료를 하나도 쓰지 않고 프린트에 나와 있는 비법대로 소스를 만들어서 했어, 아마 시중에서 파는 양념이랑은 느낌이 다를 거야.”
“설명을 들으니 웰빙에 맞는 음식들을 먹은 것 같네요.”
“웰빙?”
혜정은 처음 듣는 단어에 의아해했다.
‘아 이때는 아직 웰빙이라는 단어를 많이 쓸 때는 아니었지.’
수혁은 금세 그녀의 반응을 이해했다.
“웰빙은 생활수준을 어느 정도 갖춘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 싸고 맛있는 것을 찾는 것이 아니라 건강에 유익한 음식들을 원하는 경향을 설명하는 단어에요.”
웰빙은 음식에만 국한된 개념은 아니었지만 수혁은 부모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당히 수정을 해서 말했다.
“하하, 그러면 우리가 웰빙음식을 만든 거네?”
선웅은 옆에서 듣더니 호쾌하게 웃었다.
“네, 다행히도 음식점 근처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 소득이 높은 사람들이 많이 살아서 이 음식들도 잘 팔릴 거예요. 제 생각엔 처음 받으려고 했던 가격보다 조금 더 올려 받아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것들 좀 마시면서 이야기해, 음식 나오고 후식으로 나오는 음료야.”
혜정은 부엌에 가서 미리 만들어 놓은 수정과를 가지고 왔다.
수혁과 가족들은 수정과를 마시며 밤이 늦도록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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